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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고만 있어도 좋은걸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19.9.27

탑 배우의 짝사랑!
짝사랑이라 우기지만 누가봐도 스토킹.


 
1화_스토커
작성일 : 19-10-02 12:51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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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고만 있어도 좋은걸 _ 현임 ]

 

 1. 스토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였다.

 세상은 밝았고, 사람들은 활기찼다.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하지만 예인의 거실에는 조그만 활기도 없이 어둠만이 가득했다.

 

 “헤...에....”

 

 거실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모두 가린 블라인드 뒤에 예인이 서서 이상한 웃음을 흘렸다.

 멍청해 보일 정도로 오랫동안 입을 벌리고 있던 예인의 입 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곧 침이라도 흘릴 기세로 내려진 입 꼬리에서는 다시 괴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으~흐흐흐흐흐......”

 

 마치 아무도 몰래 숨겨두었던 보물을 살짝 꺼내 본 것만 같은 의미심장함을 담은 웃음이었다.

 웃음소리를 따라 거실의 공기마저 괴상하게 술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인은 괴상한 공기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여태 늘이고 있던 입 꼬리를 끌어올릴 뿐이었다.

 

 “흐..... 조... 좋다.”

 

 감격에 겨운 듯 예인이 블라인드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덕분에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햇살이 예인의 얼굴에 닿았다.

 갑작스런 빛에게 공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예인이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해... 햇빛의..... 파괴력이.....”

 

 햇살을 피하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예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몸을 블라인드 뒤로 숨긴 채 고개만 쭉 빼낸 괴상한 자세를 만들어냈다.

 

 기린처럼 목만 쭉 빼낸 채 창밖을 열심히 살피더니 원하던 것을 찾은 듯 다시 웃었다.

 

 “으~흐흐흐......”

 

 예인의 시선을 따라 간 곳에는 섬뜩함을 느낀 규진이 팔뚝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규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낌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규진이 홀로 블라인드로 창을 가득 가린 곳을 발견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것이 없어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런 규진을 훔쳐보고 있던 예인이 감격한 듯 자신의 입가에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아... 저 근육 좀 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게 딱 좋아. 그리고 엄청 단단해 보이는 게... 아... 멋지다. 어머! 햇빛을 받으니까 몸이.... 아... 구릿빛 피부는 규진씨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어쩜... 저 키는 안기기 딱 좋을 거 같아. 아... 단정하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구릿빛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려. 어쩌지 우리 규진씨... 너무 멋지다!”

 

 마치 처음 보는 대상을 그려내듯 말하는 예인의 목소리가 감미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와 다르게 예인은 아직도 블라인드 뒤에서 기린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사이 다시 시선을 느낀 규진이 고개를 돌려 예인 쪽을 쳐다봤다.

 

 덕분에 예인의 시야에는 규진만이 가득 찼다. 남자치고 작은 얼굴과 커다란 눈의 꼬리가 살짝 쳐져 굉장히 선해 보였다.

 그와 반대로 높고 날카로운 콧대와 날이 선 턱은 규진의 남자다움을 강조했다.

 선함과 강함이 잘 조화된 얼굴에 자리 잡은 도톰하고 생기가 넘치는 입술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을 뿜어댔다.

 

 잘 빚어 놓은 것 같은 얼굴은 부드럽지만 강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얼굴을 홀린 듯 보고 있는 예인의 입에서 다시 괴상한 웃음을 흘리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예인은 계속 자신이 있는 곳을 쳐다보고 있는 규진을 보며 부끄러운 듯 몸을 꼬기 시작했다.

 꼬이는 몸을 방해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현관문이 예고도 없이 열리며 강한 빛이 예인을 덮쳐들었다.

 

 하지만 이미 창밖에 정신을 팔고 있던 예인을 빛 따위가 어쩌지는 못했다.

 방문자를 무시하며 계속 블라인드에 매달려 예인이 꽈배기를 흉내 내고 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방문자는 그대로 멈칫 몸을 굳혔으나 그것도 잠시 빠르게 집으로 들어와 거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얼굴을 잔뜩 경악으로 물들이며 거실의 모든 등을 켰다.

 

 “아!!!! 누나! 쫌!”

 “아....”

 

 자신을 방해하는 목소리에 아쉬운 듯 숨을 뱉어낸 예인이 드디어 창에서 한발 물러나 뒤로 돌았다.

 예인을 따라 검고 결이 좋은 긴 머리카락이 파도라도 치는 것처럼 부드럽게 물결쳤다.

 

 마치 흑진주를 갈아 넣은 것처럼 검게 반짝이던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제야 머리카락에 가려져있던 예인의 얼굴이 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자그마한 희고 뽀얀 얼굴에 자리 잡은 흑단색의 눈동자는 커다랗고 모양이 좋은 눈꺼풀 사이에서 반짝였다.

 그 아래 오뚝하게 자리 잡은 코와 붉고 도톰하며 선이 아름다운 입술은 흡사 동화 속에 나오는 백설 공주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여신이라 칭송받는 외모가 환한 빛을 머금자 막 이슬을 맞은 꽃처럼 사랑스러워 보였다.

 실로 탑 여배우의 자리를 가질 법한 미모였다.

 

 그런 예인이 전까지 괴상한 웃음을 뱉어내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꽃잎 같던 붉은 입술에서 다시 괴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거실의 불을 켜버린 방문자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한숨 소리 덕분에 애써 괴상한 웃음을 갈무리한 예인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 마저도 예뻤다.

 

 “뭐야. 왜?”

 “하... 누나... 왜 그래요! 이상한 짓 좀 하지 말라고요!”

 “이상한 짓이라니! 난 그저 창밖을 보고 있었을 뿐이야!”

 “거짓말하지 마요! 누나 또 민규진씨 훔쳐보고 있었잖아요! 그거 범죄라니까요. 제발 그만 좀 해요. 이러다 사진이라도 찍힐까봐 겁난다고요!”

 “이진강. 너 말고 누가 집 안에 있는 내 사진을 찍는다고 그래!”

 

 훔쳐보는 것이 범죄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는 듯 예인이 다시 창밖을 흘깃 거렸다.

 결국 진강의 입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 그러게요. 이런 건 매니저인 내가 찍어야지. ‘여신 탑 여배우 신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은 스토커’라는 제목으로 기자들한테 팔면 잘 팔리겠네요.”

 “하! 그러기만 해봐. 너도 실업자 신세 못 면하게 해줄 테니까!”

 “에이~ 누나 걱정 마요. 나는 다른 직장가면 됩니다. 내가 누나처럼 얼굴이 알려진 것도 아닌데 이참에 이직하면 되죠.”

 “그래요~ 참 좋으시겠습니다. 이진강씨.”

 

 예쁜 얼굴에서 빈정거리는 말이 뱉어졌다. 하지만 진강은 흔히 들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받아쳤다.

 

 “그럼요! 좋죠. 누나 사진 찍어서 팔면 퇴직금보다 많이 벌 거예요. 그걸로 여행이라도 다녀와서 새로 직장 잡으면 되겠네요!”

 

 진강은 정말 여행이라도 가려는 사람처럼 신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한 듯 곰 같이 커다란 몸을 이리저리 씰룩거려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을 놀리는 것이 분명한 행동에 아름답던 신예인의 미간이 또다시 구겨졌다.

 

 “그래~ 그럼 지금 당장 다른 직장을 구하렴. 대표님께는 내가 지금 전화해서 말씀드릴 테니까.”

 “어! 어!!!! 잠깐만요. 누나! 나 아직 사진 못 찍었어요!”

 “그랬어? 그럼 퇴직금보다 더 짭짤할 것 같은 부수입은 날아간 거네!”

 

 날선 목소리로 매니저를 쏘아붙인 예인이 빠르게 거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마치 당장 전화라도 걸 것 같은 예인의 모습에 진강이 서둘러 달려들었다.

 

 “아악! 누나!”

 “왜? 지금 전화해준다니까!”

 

 진강이 커다란 몸뚱이로 휴대폰을 쥐고 있는 예인의 팔에 매달렸다.

 

 “억! 누나. 안 돼요!”

 “안 돼? 왜? 그만 두고 이직하면 된다면서요. 매니저 이진강씨.”

 “누나!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진강이 곰만 한 자신의 덩치를 잊은 듯 애처롭게 예인에게 매달렸다.

 예인은 그런 진강을 잠시 노려보다 가볍게 팔을 털어냈다.

 

 “잘못하시긴요. 이진강씨. 이제는 내 매니저도 아니실 텐데...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아악! 누나!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진강이 서둘러 예인에게 매달리고 있던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잔뜩 오버하며 빌어댔다.

 평소 존경하던 신을 마주한 신도처럼 두 손을 모은 것도 모자라 고개마저 조아린 진강의 모습에 예인이 슬쩍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 그래. 이진강아. 너만 조용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알지?”

 

 꼬마에게 사탕을 내밀며 꼬여내는 것처럼 꾸며진 목소리를 낸 예인이 조아리고 있던 진강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내렸다.

 진강은 갑자기 자신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예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힉! 네. 네. 그렇겠죠. 그래야죠. 그래야 되고말고요. 전 아직 실직하기 싫단 말입니다.”

 “음... 실직하기 싫은 거였어? 난 또... 대표님이 무서워서 그런다고.”

 “둘 다에요! 둘 다! 대표님도 무섭고 실직하기도 싫어요! 살려주세요. 누나!”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진강이 뱉어낸 말에 예인이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빨갛고 도톰한 입술 위로 검지를 올려 보였다.

 

 “무서우면 말이야... 그 입만 다물면 되는 거야. 알았지?”

 

 나긋하게 뱉어지는 목소리에 진강이 기겁하며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압니다! 알아요!”

 “그래. 착하네. 우리 진강이는.”

 

 자신이 두들겨 팬 곳에 친히 약을 발라주는 것 같은 손놀림으로 예인이 진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풀어진 예인의 분위기에 얌전히 머리를 내밀고 있던 진강이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근데.... 누나. 그래도 여배우가... 것도 안티도 거의 없는 탑 배우가 일반인을 스토킹 한다는 건 좀..... 다른 것보다 누나. 스토킹은 범죄라고요! 아시고는 있는 거죠?”

 “응.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래도 나는 괜찮아.”

 “왜요?”

 “난 스토커가 아니니까.”

 

 매니저의 걱정을 한 귀로 흘린 것 같은 대답에 진강이 얌전히 내밀고 있던 머리를 치웠다.

 몸을 곧게 펴며 예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자신을 향한 시선은 모르는 척 예인이 창밖을 쳐다보더니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 누나. 누나 같은 사람을 보고 스토커라고 하는 거예요.”

 “응? 내가 왜?”

 

 창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예인이 없다는 듯 대충 되물었다.

 진강은 그런 예인을 보며 골치가 아픈 듯 곰 같은 자신의 앞발을 이마로 올리며 말했다.

 

 “누나처럼 다른 사람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 스.토.커. 라고요.”

 “난 훔쳐보는 거 아닌데... 그냥 보는 것뿐인데?”

 

 아직도 시선이 창 쪽을 향한 채 대충 대꾸하는 예인 때문에 진강이 한숨을 뱉어냈다.

 자신의 이마위에 얹어져있던 앞발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누나가 그냥 보는 거면 당당하게 봐야죠. 아니에요?”

 “나 당당하게 보는 건데?”

 “지금 집에 숨어서 보고 있는데요?”

 “그건 내가 연예인이라서 그러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숨어서 봤다고 하던데요?”

 

 진강의 말에 예인이 충격을 받은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진강과 눈을 마주치며 잔뜩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그럼... 넌 내가 연예인이라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저 사람을 보러 가야 한다는 거네?”

 “헐... 누나. 그러다가 기자들한테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니까 집에서 보는 거잖아. 사진 찍히면 너 귀찮아질까봐!”

 “아무리 이유가 있어도 숨어서보는 건 당당한 게 아니라고요!”

 “왜?”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예인의 얼굴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 순박한 표정에 진강이 다시 한숨을 뱉어냈다.

 

 “하..... 누나가 당당하게 쳐다보는 거면 그렇게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지도 않을 거라고요!”

 “내...내가 뭘....”

 “정말 몰라요? 허....”

 

 진강이 한숨과 함께 다시 곰 같은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훑어 내렸다.

 예인은 그런 진강을 향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음... 그러니까... 뭐랄까... 그래. 난 그저 짝사랑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니까.”

 “아뇨. 누나. 지금 누나가하는 건... 음... 자세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짝사랑하고 달라요. 전혀! 같다고 말하는 거 자체가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전부 범죄자로 만드는 거라고요.”

 

 예인은 진강에게 불쌍한 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곤 표정을 싹 지워냈다.

 당당한 듯 어깨를 쭉 펴며 말했다.

 

 “아~ 몰라! 내가 짝사랑이라고 하면 짝사랑인거야!”

 “헐....”

 

 매니저가 어이없다는 숨을 뱉어내는 사이 예인이 몸을 돌렸다.

 빠르게 다시 창 쪽으로 걸어가 블라인드 뒤로 몸을 숨기고 밖을 살폈다.

 전혀 반성이라고는 없는 모습에 화가 난 듯 진강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예인이 서있는 창문으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한꺼번에 확 걷어버리며 소리쳤다.

 

 “누나! 저 사람에 대해서 내가 알아다 준 것들 말고 아는 건 있는 거예요? 없죠!”

 “있는데? 저 사람 민규진씨고. 나이는 나랑 동갑.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살고 있으며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주말 밤에는 식당에서 일을 해. 그리고 동생 중 한 명은 고맙게도 내 광팬이고, 또....”

 “아악! 누나 그만! 그만!”

 
작가의 말
 

 현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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