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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살루스 : 여정의 마법사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1

마법사 살루스의 다른 세계 여행기

 
Chapter 0 - 여행의 시작 (3)
작성일 : 19-10-02 11:08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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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에 생명(Life)이 있었다. 생명은 최초의 반영물로서 신성(Divinity)을 낳았다. 신성은 영혼(Spirits)을 낳았으며, 영혼은 물질(Physicality)을 낳았다. 우리는 이것을 첫 번째 진화라 표현한다.]

 

 [영혼우주는 모든 물질의 원인이 되는 영역이다. 영혼우주가 있기 때문에 물질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 크게 천국과 차원으로 나뉘어져있는데, 천국은 우주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차원은 그렇게 결정된 대로 수레바퀴를 돌린다.]

 

 - 작자미상, 『마법사의 일지』 中

 

 

 ****

 

 

 배가 물길을 따라 가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숲 속에서 온갖 존재들이 스쳐지나갔다. 산처럼 거대한 골렘, 반딧불이같은 자그마한 요정 무리, 이따금 인어처럼 생긴 물의 정령들이 장난기 어린 웃음과 함께 배로 다가오기도 했다.

 

 =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 전쟁영웅이지?

 

 인어들 중 한 명이 키득거리며 물었다. 그 말에 다른 인어들이 놀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 이내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사실이기는 한데, 막상 이렇게 들으니 좀 낯간지러운데.

 

 “난 그 별명이 참 싫은데.”

 = 그럼 안 할게. 미안해.

 

 그렇게 말은 했으나, 인어들은 여전히 저들끼리 웃고 떠들 뿐이었다.

 

 = 그런데 당신 옆에 이상한 존재가 있어. 말도 잘 안 들려. 너무 희미해.

 

 다른 인어들이 서로 맞장구를 쳤다. 살루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들이 그걸 알 필요는 없어요.”

 = 쩨쩨하기는.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인어들은 꺄르륵 웃으며 몇 마디 더 이야기를 했다. 주로 숲에서 사는 것에 대한 무료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제약으로 나갈 수 없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게 한참 저들끼리 떠들던 인어들은 이내 물 속으로 들어갔다. 또 어딘가로 놀러간 것이 분명하리라.

 

 그동안 배는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갔다. 밤안개가 조금씩 옅어지며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은하단의 빛들이 점점 밝아지는 가운데, 영존재들의 형상도 더욱 다양해져갔다.

 

 곧 곤돌라는 어느 선착장에 다다랐다. 살루스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T자형으로 설치된 선착장이었고, 배가 속도를 줄여 그곳에 정박했다. 배가 완전히 멈추자 그는 바로 내려서 길을 따라 숲 안쪽으로 걸어갔다.

 

 요정이 뿌리는 빛가루를 따라 길을 더듬더듬 찾아갈 무렵이었다. 체감상 십분 정도 걸어갔을까? 그는 갑자기 공간이 일그러짐을 느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을 무렵, 살루스는 문득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서 짠기를 느꼈다. 길에는 어느새 하얀 모래가 깔려있었고, 좀 더 걸으니 파도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숲을 빠져나왔을 때, 하얀 바닷가 모래사장이 그를 반겼다.

 

 연신 파도치는 바다 위로 백장미 꽃잎이 휘날렸다. 그 위로 맑은 빛을 쏟아내는 보름달과, 그 달을 따라 찬란히 은하수를 이룬 별이 하늘 사방으로 흩뿌려져있었다.

 

 워우 예쁜데?

 

 “맞아, 참 아름다운 곳이지.”

 

 그때 사박거리는 모래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살루스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어떤 중년 남성이 서있었다. 그는 초록색의 마법 기호가 옅게 그려진 하얀 로브를 입고 있었다.

 

 “신께서 당신의 자비로 길 잃은 어린 양들을 돌보는 영역이니까요.”

 

 그를 보자 살루스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게나. 기다리고 있었네. 저번처럼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수호자는 화답하듯 웃으며 살루스를 끌어안았다. 살루스 역시 수호자를 끌어안았다.

 

 “그때는 일에 너무 치여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까지야. 물질계의 삶에 열심히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건 다름 아닌 나인걸.”

 

 수호자는 살루스를 애정에 찬 눈빛으로 봤다. 포옹을 푼 그가 손을 들자, 때마침 장미꽃잎 한 장이 손바닥 위에 살포시 떨어졌다.

 

 “삶이란 언제나 덧없이 순환하는 법이지. 그러나 같은 순간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네. 그 가운데 모든 존재는 여행을 떠나고, 무수한 인생을 반복하지. 이 거대한 흐름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집중해야 해.”

 

 꽃잎에서는 여전히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거세게 바람이 불자 꽃잎이 드넓은 바다 저편으로 날아갔다.

 

 “그래서 자네에게 물질과 관련된 일에 인내심을 가지고 덤비라고 했던 거야. 특히 마법사라면 더 그래야 하지. 물질과 영혼 사이에서 헤매지 않도록.”

 

 살루스는 수호자의 시선을 따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 바다와 모래사장, 보름달빛을 지켜봤다.

 

 그 모두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이기도 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밤이 이어지는 이 천국의 영역 중 하나에서도 삶이란 존재했다. 물질의 삶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지. 이런 곳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자, 따라 오게나. 내 거처로 가세.”

 

 수호자 세레스는 즉각 살루스를 데리고 모래사장을 거닐기 시작했다.

 

 

 ****

 

 

 수호자. 즉,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살루스의 수호자는 물질우주에 환생한 인간을 카르마의 계획에 따라 돌보는 종류의 수호자였다. 이 일을 하는 수호자들에게는 주기적으로 천국에서 인간을 한 명 이상 배정해준다.

 

 이들의 일은 거대한 운명의 흐름 속에서 인간존재를 보호하고 그 영혼을 ‘진화의 길’로 이끄는 것. 간단한 듯 어려운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영적인 위계가 높아야 하는 건 물론이요, 인간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했다. 특히 돌보는 인간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했다.

 

 살루스의 수호자 세레스 역시도 피보호자인 그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밥 먹을 때 버릇이 뭐고, 언제 어느 때 얼만큼 훈련을 하는지 등등. 더욱이 그는 살루스의 두 번째 마법 스승이기도 했으니 속속들이 아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니 방해가 되리라는 사실을 앎에도 굳이 훈련 중에 불렀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인가요?”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뜻 아니겠는가. 살루스는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입을 열었다. 세레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주 중요한 일이지. 이 세상에 어찌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겠니?”

 “제 말은 그 뜻이 아니잖아요.”

 “당연히 알고 말고. 그러니 살짝 귀뜸해주자면, 너의 운명을 발칵 뒤집을 정도로 굉장한 일이라는 거란다.”

 “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요?”

 

 살루스는 순간 불안함을 느꼈다. 운명을 뒤집는다고? 그렇게 무시무시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고는, 세레스는 드물게 즐거운 듯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 그들은 모래사장 끝에 있던 어느 날선 절벽에 다다랐다. 그 절벽에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공간이 다시 일그러졌다. 살루스가 뒤돌아 입구를 봤을 때, 일그러짐이 사라지며 입구 너머에 있던 모래사장과 바다 대신 눈이 내리는 어느 설산의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시공간, 그럼에도 다른 영역. 천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바깥은 만연한 겨울임에도 살루스는 조금도 춥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영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기운에 그는 숨을 조금 고르게 쉬었다. 그동안 동굴 천장에서부터는 희미한 빛줄기가 내려오고 있었고, 어디에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동굴 중앙에는 부드러운 붉은 색 카펫과 소파, 탁자가 놓여있었다. 세레스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는 소파에 먼저 앉았다. 숨을 고르던 살루스도 곧 멀쩡한 얼굴을 하고는 뒤따라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세요?”

 

 살루스가 다그치듯 말하자 세레스는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알잖나, 원래 중요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해야 하는 법이라는 걸.”

 “맨날 그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제가 곤란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아세요?”

 살루스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쭉 내뱉었다. 이 ‘두 번째 스승’ 덕분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원인제공자인 세레스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한 마법사이지 않은가. 이제 내 도움은 안 받아도 혼자서도 할 수 있지.”

 

 그 말에 살루스는 작게 투덜거렸다. 그 말에 몇 번이나 속아 넘어갔는데!

 

 “그나저나 이번에는 옆에서 계속 주절주절 떠드는 친구까지 데려왔구나.”

 

 ……저요?

 

 “자네 말고 여기 누가 더 있는데.”

 

 음, 천국 쪽에서 밀어내는 기색이 없어서 그냥 따라왔는데……. 불편하시면 그냥 갈게요. 스승과 제자의 중요한 이야기라는데 불청객이 끼어들면 안 되잖아요.

 

 “아니, 그대로 있어도 돼. 아니, 오히려 잘 됐군. 천국에서 자네를 밀어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군. 누군가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야 하니까. 그게 관찰자가 할 일이고.”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그때 살루스가 끼어들었다. 세레스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나 여전히 밝은 미소는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살루스. 자네가 재작년 하지때 진행했던 마법의식을 기억하나?”

 “네, 당연하죠.”

 

 살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때 의식을 치르며 소망 세 개를 영혼우주로 쏘아올렸다.

 

 “그때 의식을 끝내자마자 동생이 맹장 때문에 쓰러져서 바로 병원에 가야 했었죠. 그것 때문에라도 기억합니다.”

 “그래. 그때 자네, 신께 기도하고 난리가 아니었지. 동생을 보살펴달라고.”

 “동생의 운이 워낙 안 좋을 때였으니까요. 제가 끼어들 수도 없었고. 그런데 그때 한 의식이 왜요?”

 “그때 자네가 보낸 소망은 총 세 개. 그중 두 개는 모두 이루어졌었지.”

 

 살루스는 그렇노라고 답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때 보냈던 마지막 소망, 기억하나?”

 “네. 당연히 기억하죠. 빠른 영적 진보였어요.”

 

 더 빠르게 영적으로 진화하여 보다 강한 힘과 권능, 그리고 높은 위계를 얻는 것. 그게 세 번째 소망이었다.

 

 노골적이네. 이럴 때 보면 아주 그냥 욕심쟁이에 고집불통이야.

 

 “시끄러. 조용히 해.”

 “왜? 맞는 말인데.”

 

 세레스가 키득거렸다.

 

 “내가 그렇게 뜯어 말려도 굳이 앞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이만한 황소고집도 없지!”

 “아 진짜, 스승님!”

 

 살루스는 그리 소리치며 그와 ‘나’를 번갈아 째려봤다. 곧 웃음이 잦아들자 세레스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나머지 두 소망은 이루어졌다는 표식이 있었는데, 마지막 소망만은 아무런 표지도 표식도 없었거든요. 저는 분수에 맞지 않는 소망을 빌었다고 생각했죠.”

 “아, 그건 아니야.”

 

 그때 살루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세레스를 쳐다봤다. 무슨 소리를 하시려는 거지?

 

 “무슨 뜻인가요?”

 “사실 물질계 시간으로 어제, 그 소망에 대한 답이 나한테 내려왔다네.”

 

 그 말에 살루스는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네? 하지만 하지 의식 때 보낸 소망은 그 해 안에만 이루어지게 되어 있잖아요.”

 

 반대로 말하면, 그 해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건 분수에 맞지 않은 소원을 빌었다는 뜻이었다. 살루스가 그리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하지 의식이란 태양신의 권능을 빌어 고귀한 마법사를 축복하고 소망을 이루는 의식. 아이러니하게도 태양을 다스리는 존재는 분수를 모르는 자를 아주 싫어했다.

 

 “그렇지.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사항이야. 그 소망은 사실 태양신께서 몰래 카르마 최고 대법관님들께 직접 간청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최고 대법관님들께서 그 소망에 윌해 살루스 자네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특별히 봐주신거라네.”

 “잠깐만요! 그럼 그 소리는….”

 “잘하면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지.”

 

 이루어질 수도? 살루스는 그 말에 기뻐하다가 말고 순간 멈칫했다.

 

 “말이 너무 모호한데요?”

 “자네 하기에 따라 달렸다는 뜻이라네.”

 

 세레스는 씩 웃었다. 늘 그렇듯, 엄청난 사건에 대하여 말하는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바로 어제였어. 카르마 최고 대법관님들께서 연락을 해주셨지. 자네의 소망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시험 하나를 내리겠다는 이야기였네. 만약 시험에 통과하면, 더 큰 권능과 함께 빛의 사제단의 일원으로 받아주겠다고 말이야.”

 “네?!”

 

 그 말에 살루스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방금 잘못 들었나? 무려 빛의 사제단의 일원이라고?

 

 “정말요? 그거 사실이에요? 네? 빨리요!”

 

 빛의 사제단. 극소수의 최고위 마법사들이 신의 뜻에 따라 우주를 관리하는 단체로, 우주의 탄생과 그 역사를 같이 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수많은 명망 있는 마법사들이 이 단체에 소속되어 우주를 위해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즉, 이곳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더 높은 위계로 진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곳에 들어갈 수 있다니!

 

 “워우, 진정해라 살루스.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어.”

 “하지만 빛의 사제단에 들어가는 건 제 오랜 꿈이었다고요. 길이 안 보여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횡재가!”

 

 그야말로 대단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말로 힘과 권능과 명예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

 

 “그래서, 그 다음은요? 대법관님들께서는 그 시험이라는 건 언제 본다고 하셨나요? 시험 주제는요? 전 뭘 하면 되죠?”

 “제발 좀 진정하게나. 아직 이야기 안 끝났단다.”

 

 세레스는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아는 이상 쉽게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고 대법관님들께서는 이 사실을 공지하시면서 순수한 빛을 만들어 여러 조각으로 퍼뜨리셨지. 그 빛은 비록 조각이 되었다 해도 아주 강력하고 순수하다네. 이제 막 탄생했기 때문에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았다네.”

 “그 말은 어떤 손길에도 금방 물들어버린다는 뜻이네요.”

 

 세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형상 속에서 순수함은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지. 반드시 어떤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어. 그 분들은 바로 그러한, 순수한 결정들을 널리널리 퍼트리셨네. 그러니 자네가 할 일은 그 빛의 조각들을 전부 회수하는 것.”

 “다른 이야기는 없었나요?”

 “있었네. 잘게 나눠지기는 했으나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네. 만약 이 조각을 노리는 악한 존재들이 있다면 일이 골치 아파지겠지.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자네에게 거의 대부분의 마법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셨네.”

 

 살루스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세레스가 그보다 먼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단, 조각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려는 모든 마법적 시도는 엄금하신다고 하셨어. 그러려고 하는 그 즉시 실격처리라네. 투시도, 추적 마법도 안 돼.”

 “그건 좀 까다롭네요. 그럼 조각 개수는요?”

 

 세레스는 잠시 고민하듯 눈을 굴리더니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모르겠네.”

 

 그 말에 살루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른다니요? 그럼 조각이 얼마나 퍼졌는지도 모르고 모아야 한다는 건가요?”

 

 살루스의 의문은 당연했다. 추적 마법의 사용이 금지되었으니, 물질계를 직접 뛰어다니며 조각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온종일 마법 작업에만 신경 쓰기란 불가능했다. 그에게도 삶이 존재했다.

 

 세레스 역시도 자신이 말을 꺼내놓고 당황스러운지 그저 어색하게만 웃을 따름이었다.

 

 “일단 지금 상황은 그래. 나도 그게 이해가 안 되어서 대법관님들께 몇 번이나 조각 개수를 물어봤지만, 결국 답을 주지는 않으셨네. 하지만 내가 봤을 때에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아.”

 “왜 그렇게 확신하세요?”

 “직감.”

 

 살루스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세레스를 쳐다봤다. 물론, 마법사의 직감이 일반인의 것보다 훨씬 더 날카롭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늘 장난기 넘치는 스승이다.

 

 뭐, 이런 걸로 장난치실 분은 아니니 사실이겠지.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런 우리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레스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대신 기한 자체는 무한정으로 주셨네. 어떤가, 이정도면 충분히 조각들을 다 모을 수 있겠지? 그런데 한 가지 조언을 해주자면, 조각이 퍼진 시점에서 문제가 조금 복잡해졌어.”

 “무슨 뜻인가요?”

 

 수호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동굴 안으로 스며드는 빛과, 그 안쪽으로 이어지는 어둠을 슬며시 쳐다봤다. 다시 입을 연 건 대략 십 여분이 지나서였다.

 

 “활동반경이 말이지, 다른 세계라네.”

 

 살루스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는 재차 다시 물었다.그러나 수호자는 계속 웃을 따름이었다.

 

 “이 시험은 조각난 빛의 결정들을 모두 모으는 것. 그러기 위해서 자네는 여러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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