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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08. 원죄(原罪) (2)
작성일 : 16-10-04 18:45     조회 : 396     추천 : 1     분량 : 7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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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런 어린 아이도 수감하오? ”

 “ 아, 케덴 말씀이시군요. ”

 “ 그렇소, 저 꼬맹이는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수감된 것이오? ”

 “ 자신의 가족을 전부 죽였어요. ”

 

 믿기지 않는 예나의 말에 루카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필히 진실이겠지.

 

 “ 맙소사, 저런 꼬맹이가 말이오? ”

 “ 그는 입양아였죠, 소문으론 학대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

 “ 이럴 수가. ”

 “ 그의 양아버지는 네멘 은행 부지점장이었어요. 저도 자세한 사정은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튼 사건 이후 3일 만에 재판이 열렸고, 그는 이곳에 바로 수감 당했어요. ”

 

 루카는 곤히 자고 있는 꼬마에게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철창 안에 갇힌 저 꼬마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루카는 조용히 꼬마의 구슬픈 운명을 저주했다. 괜히 자신의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었다.

 

 “ 계속 갑시다. ”

 “ 그러죠. ”

 

 루카는 어서 5층으로 향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나가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는 한 제약이 너무 많았다. 막상 5층에 가더라도 그녀 앞에서 대놓고 단서를 이리저리 살펴볼 수는 없었다. 루카는 어떻게든 방도를 마련해야만 했다

 

 

 .

 .

 

 

 

 “ 이제 4층으로 갑시다. ”

 

 3층 역시 2층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가죽만 간신히 겉에 붙이고 있는 수감자들. 네멘의 형벌은 엄격했다. 간간이 루카는 인상 깊은 범죄자들이 보이면 예나에게 물었다. 그들의 죄는 무엇이고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놀랍게도 예나는 수감자들의 수감 사유와 그들의 특성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 여기 오래 계셨소? ”

 “ 아, 저요? 아니요. 이제 두 달쯤 되었죠. ”

 “ 능력이 좋으신가 보오. ”

 “ 기사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기사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고 들었는데.. ”

 “ ... ”

 

 할 말은 없었다. 루카는 기사 시험의 존재도 몰랐지만 괜히 말을 꺼내 꼬리를 밟히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시험이라. 루카는 기사들을 그리 대단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루카에게 그들은 그저 검술 실력보다 조그마한 자신의 지위를 원하는 자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아스파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동전을 짤그락 거렸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책상을 탕- 치고 일어났다.

 

 - 팅. 팅. 팅.

 

 손에 쥐어졌던 동전들은 책상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 이봐! ”

 “ 예, 마스터 아스파. ”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문이 열렸다. 정장을 몸에 딱 맞게 차려입은 남성이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렸다.

 

 “ 강 하류에 애들은 배치해놨나? ”

 “ 예, 이미 전부 대기하고 있습니다. ”

 “ 그럼 ‘바바토’쪽은? ”

 “ 오늘 새벽이 기일입니다. ”

 “ 좋아, 그럼 준비하게. ”

 “ 본부 받들겠습니다, 마스터 아스파. ”

 

 

 

 *

 

 

 

 “ 이제 마지막 층만 남았네요. ”

 

 예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들고 다니는 횃불 때문이었다. 루카는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방도를 생각해보았지만 전부 마땅치 않았다.

 

 ‘ 하아, 이걸 어떡한담. ’

 “ 올라가죠. ”

 

 루카가 슬쩍 보니 예나는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눈은 이미 반쯤 감긴 상태였고 눈 밑의 그검은 그림자는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어 보였다.

 

 “ 피곤하시면 먼저 들어가셔도 되오, 나는 조금 천천히 보다 가겠소. ”

 “ 푸훗. ”

 

 갑자기 예나는 손으로 자신의 조그마한 입을 가리더니, 큭큭 거리기 시작했다. 루카는 어리둥절하여 예나를 바라보았다.

 

 “ 왜 그러시오? ”

 “ 아뇨, 목소리를 들으니 상당히 젊으신 거 같은데, 말투가 조금 웃겨서요. ”

 

 루카는 조금 머쓱했다. 나름 기사 흉내를 잘 내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 알렉시스 경은 조금 남다르시네요. ”

 “ 무슨 뜻이오? ”

 “ 보통 기사들은 제가 말을 걸면 무시하는 분들이 태반이었거든요. 남은 반은 욕을 했구요. ”

 “ 그런 자들은.. 명예롭지 못한 자들이니 무시해도 좋소. ”

 

 예나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씁쓸해 보였다. 루카에게도 이런 풍경은 익숙했다. 루카 역시 동부 중심에서 활동하던 당시 기사들에게 무시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기사뿐만이 아니라 조그마한 지위를 등에 업고 남을 깔아 내리는 자가 이 땅엔 너무 많았다.

 

 “ 가죠, 이제. 죄송해요.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

 “ 아까 말했듯이 피곤하면.. ”

 “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친절하신 기사님은 처음인데 제가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루카는 예나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졌다. 이런 오밤중에 그녀를 귀찮게 한 것이 조금은 미안했다. 하지만 루카에겐 처리해야 할 의뢰가 있었다. 차라리 사실을 고할까 생각해봤지만, 책임감이 투철한 그녀가 자신을 고발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루카의 조급한 마음과 다르게 그녀는 거침없이 5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내딛었다.

 

 “ 흐음, 이 건물은 언제 만들어진 것이오? ”

 “ 수백 년도 더 된 걸로 알아요. ”

 “ 굉장하군, 살아있는 유적으로 봐도 무방하겠어. ”

 “ 사실 이 건물에 대해 꽤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알고 있어요. ”

 “ 들려주시오. ”

 “ 수백 년 전에 이 건물이 마법사들을 가두는데 쓰였대요. 그리고 그들에게 낙인을 찍고 이 곳 어딘가 숨겨진 곳에 가둬버렸대요. 뭐, 허무맹랑한 전설이겠죠? ”

 

 루카는 앞서가는 예나의 뒷머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수백 년? 아스파는 마법사의 뼛가루를 가져오라는 말이었나? 맙소사. 아무튼 루카는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살려야만 했다.

 

 “ 그거에 관해서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소. ”

 “ 예? ”

 “ 사실 나는 그것 때문에 온 것이오. ”

 “ 갑자기 그게 무슨.. ”

 “ 아까 묻지 않았소? 왜 내가 여기로 발령 받았는지. ”

 

 루카의 뜬금없는 말은 예나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몸을 돌려 루카를 보았다.

 

 “ 흐음, 왜 오셨는데요? ”

 “ 나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여기에 왔소. ”

 

 루카의 기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예나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갸우뚱했다.

 

 “ 그 전설에 관한 임무지. 놀라운 점은 방금 예나가 말한 그 전설이 진실이라는 점이오. ”

 “ 흐음.. 어떤 점에서요? ”

 “ 옥포드 기사 사령관은 나를 이곳으로 보내 그 전설에 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소. 정보에 따르면 이곳엔 실제 마법사의 흔적이 있지. 그리고 나는 단서가 어디있는지도 알고있소. ”

 “ ... ”

 

 예나는 믿기 힘든 소리를 하고 있는 눈앞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어조가 너무 완고하였기에 거짓말 같아 보이진 않았다. 예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해가 안가는 점을 물었다.

 

 “ 이걸 저에게 말씀해주시는 이유는? ”

 “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 느껴졌기 때문이오. 그리고 나는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하오. ”

 “ 그럼 만약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면요? ”

 “ 보통의 경우엔 마취시키거나 그랬을 거요. 애초에 부서장이 안내 할 거라 예측하지 못했던 터라. 아무튼 이건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다보니 외부로 퍼지면 안 되오. 만약에 그게 퍼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많은 도굴꾼과 도적들이 이곳을 넘보겠소? ”

 

 예나는 조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이해된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남성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는 어느 정도 감이 온 그녀였다.

 

 “ 흐음.. 공문은 그래서 안 왔던 거군요? ”

 “ 그렇소. 그러니 일단 이 사실은 비밀에 부쳐야만 하오. 그리고 원한다면.. ”

 

 루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해냈구나. 해냈어. 그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 같이 살펴보도록 합시다. ”

 

 

 .

 .

 

 

 

 “ 뭐 보여요? ”

 

 횃불을 든 채 예나는 루카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5층의 동쪽 내벽을 이리저리 더듬고 있었다. 루카는 한참을 그러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 글쎄, 별다른 건 없소. ”

 “ 그 정보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

 “ 그럴 일은 없소, 워낙에 확실한 인간이 말한 거라. ”

 “ 전설은 수백 년 전 이야기인데, 그 마법사는 이미 죽지 않았을까요? ”

 “ 그건 잘 모르겠군. 아무튼 어떤 흔적이라도 찾아야하오. ”

 

 예나는 아직도 루카의 말이 전부 믿기진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기사가 도굴꾼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가 입고 있는 기사 갑옷은 진품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진짜 도굴꾼이었으면 그의 말마따나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편이 일을 처리하기 쉬웠을 터였다.

 

 ‘ 잠깐만.. ’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5층 벽에 관한 기억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분명 그녀는 감옥 5층에 관해 한 장의 보고서를 받은 적이 있었다.

 

 “ 그.. 예전에 말이에요. ”

 “ 으흠? ”

 “ 제가 여기 부임한지 얼마 안됐을 때인데, 그 5층 내벽에서 벽돌 하나가 떨어졌다고 보고를 받은 적이 있어요. ”

 “ 어디요 그 벽돌이 떨어진 곳이? 기억할 수 있소? ”

 “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만 이것 좀 들고 있어 주세요. ”

 

 예나는 횃불을 루카에게 넘기고 보고서에 올라왔던 지점의 벽 부분을 더듬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분명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기억력이 좋은 것 같소. ”

 “ 아,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

 

 - 달칵.

 

 “ 아 여기다! ”

 

 예나는 벽 한편에 고정되어있지 않은 벽돌 하나를 떼어냈다. 그녀는 벽돌을 뽑은 즉시 이리저리 그것을 돌려 보았으나, 그건 그저 평범한 벽돌이었다.

 

 “ 흐음.. 이게 단서가 아닌가.. ”

 “ 아니오, 이쪽을 봐야지. ”

 

 루카는 벽돌이 빠진 부분에 횃불을 들이대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안쪽의 검은 벽돌 위에 흰색의 뒤집어진 까마귀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 찾았다. 그런데.. ”

 

 루카는 문양에서 눈을 떼 주변을 살폈으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루카가 다른 벽 부분도 살피러 가려는 찰나 벽돌이 빠진 틈을 본 예나가 외쳤다.

 

 “ 잠깐만요, 이거 까마귀에요? ”

 “ 뭔가 알고 있소? ”

 “ 일로 와보세요. ”

 “ 이거, 말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군. ”

 

 루카는 뛰어가는 예나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남쪽의 내벽 중앙에 서더니 벽의 상단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저거 보세요. ”

 

 루카가 그 쪽을 향해 횃불을 들자 벽의 상단부에 붙어있는 흰색 까마귀 조각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저건 언제부터 있었소? ”

 “ 제가 오기 전부터요. 그냥 장식품인 줄 알았는데.. ”

 “ 동쪽엔 돌아가 있는 까마귀 문양, 남쪽엔 까마귀 조각상이라.. ”

 “ 똑같은 모양으로 돌려 볼까요? ”

 “ 그럽시다. ”

 

 루카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어깨를 두어 번 탁탁- 쳤다. 예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어깨에 올라탔다. 예나는 날씬했기에 그리 무겁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루카였지만 동부의 평갑에는 나름 금속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 크읍.. ”

 “ 죄송해요. ”

 “ 아니.. 아니오. 빨리 하시오. ”

 

 예나는 까마귀 조각상을 아까의 문양처럼 돌리려 하였다. 하지만 얼마나 오랜 시간 박혀있었는지 조금 끼익- 끼익- 소리를 낼 뿐 잘 돌아가지 않았다.

 

 “ 자.. 잘 안되시오? ”

 “ 아뇨, 조금 돌아가고 있어요. 기다려 보세요. ”

 

 예나는 혁대에 묶여있던 단검을 뽑았다. 그녀는 왼손은 까마귀의 머리를 당기고 오른손에 단검을 쥐고 까마귀 조각상의 꼬리 부분을 밀어 올렸다.

 

 - 끼끼긱!

 

 까마귀 조각상은 서서히 돌아갔다. 마침내 조각상이 아까의 문양과 모양이 똑같아 지는 순간 조각상은 텅-! 소리를 냈다. 분명 무언가 맞아 돌아가는 소리였다.

 

 “ 됐어요! ”

 

 - 쿠구구궁!

 

 루카는 어깨에 타고 있던 예나를 내려주었다. 변화는 있었다. 북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와 예나는 눈을 한 번 맞추곤 북쪽 내벽을 향해 뛰었다. 루카는 앞서가는 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 놀라운 여인이었다. 고작 감옥의 부서장이나 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까웠다.

 

 “ 알렉시스 경! 이건.. ”

 

 북쪽 벽엔 정확히 벽돌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홈이 만들어져 있었다. 해야 할 일은 자명했다. 루카는 아까 뽑았던 벽돌을 북쪽 벽의 홈에 밀어 넣었다.

 

 - 쿠르릉 콰광!

 

 서쪽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렸다. 루카와 예나는 이제 서로 말 한 마디 안하고 서쪽으로 향했다. 동쪽, 남쪽, 북쪽의 단서는 풀렸으니 서쪽의 단서가 마지막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단서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모퉁이를 돌자 서쪽의 벽엔 벽돌 중앙이 무너져 내려 하나의 통로가 생겨 있었다.

 

 “ 이건.. 놀랍네요. 정말.. ”

 

 예나는 루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루카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살면서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치는 본 적이 없었다.

 

 “ 일단 들어가 봅시다. ”

 

 아스파의 말대로 감옥의 6층은 존재했다. 뚫린 통로 안엔 상층으로 향하는 남쪽 방향의 계단이 있었다. 통로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먼지는 수북이 쌓여 그들이 한 번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이리저리로 흩뿌려졌다. 정말 수백 년 동안 쌓인 것만 같은 먼지였다.

 

 “ 콜록, 콜록. ”

 “ 조금만 참으시오. ”

 

 투구를 쓰고 있지 않은 예나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먼지 때문에 목이 따가운 모양이었다. 통로는 그리 길지 않았기에 루카와 예나는 곧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콜록, 콜록, 콜록 ”

 “ 괜찮소? ”

 

 예나는 통로에서 먼지를 꽤 많이 마신 듯했다. 그녀는 통로에 나와서도 한참을 기침을 하더니 몇 번 숨을 가다듬었다.

 

 “ 이제 진정이 좀 됐소? ”

 “ 예.. 이제 괜찮아요. ”

 

 루카는 고개를 돌려 숨겨져 있던 6층의 방을 살폈다. 루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의 양 편엔 엄청나게 거대한 까마귀 동상 4개가 나란히 서있었고 까마귀 동상의 입에선 불이 타오르고 있어 방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더불어 6층의 내벽은 이제껏 보던 칙칙한 회색 벽이 아니라 본 적 없는 각종 화려한 양식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 말도 안 돼.. ”

 

 예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근무하던 곳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루카는 방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래층의 것과 조금 다르게 생긴 거대한 하나의 쇠창살. 아스파가 말한 그 마법사의 흔적이 분명 저 안에 있으리라.

 

 “ 후우, ”

 

 루카는 검 손잡이를 잡았다. 그가 긴장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그 순간 예나가 쇠창살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 저건.. 뭐죠? ”

 

 정확히 예나의 손가락이 향한 건 쇠창살 앞에서 다리 한 쪽만 꿇은 채 거대한 망치를 거꾸로 땅에 꽂고 있는 무언가였다. 흑색의 갑주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그것은 얼핏 보면 사람처럼 보였다. 투구엔 거대한 뿔이 양쪽으로 두개 달려있었으며 얼굴의 정면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 모르겠소, 하지만.. ”

 

 루카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슬레이어 경력 6년, 그 느낌은 늘 적중하곤 했다. 비밀의 방, 갇혀있는 사람. 남은 건 그걸 지키는 무언가겠지.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 쿠- 쿠구궁

 

 루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의 그것으로부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인간의 것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기괴한, 마치 목에 가래가 잔뜩 낀 듯한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이해 할 수 없는 음성과 함께 그것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루카의 눈에 들어온 그것의 안면은 기괴스러웠다. 흑색의 단단해 보이는 투구엔 안면 가리개가 없었다. 그저 심연과 같은 검은 연기가 그것의 안면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의 눈으로 짐작되는 붉은색 점 두 개만이 연기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 그럼 그렇지.. ”

 

 두말할 것 없이 루카는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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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16-10-05 03:48
 
흥미진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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