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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05. 회색의 벽 너머에 (3)
작성일 : 16-10-04 18:44     조회 : 343     추천 : 1     분량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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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어째 요즘 먹고 살만한가? ”

 

 루카와 아스파가 있는 곳은 네멘의 중심 광장 근처에 위치한 높은 건물이었다. 그들이 있는 방은 넓었고 고급스러운 탁자 위엔 진귀한 술과 음식들로 가득했다. 벽에 붙은 화려한 도금 장식품들과 촛불은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스파는 푹신푹신해 보이는 고급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 있었다. 루카는 그 맞은편에 앉아 탁자 위에 깍지를 끼고 앉아 있었다.

 

 “ 뭐, 그냥저냥 지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스파처럼 큰 돈 만지고 그런 건 아니니까. 있던 돈도 사라지고 그래요. ”

 “ 하하하하! 재미있군, 대신 자네는 슬레이어 아닌가. 거기엔 로망이 있지, 그리고 내 기억엔 내가 자네에게 돈을 아주 많이 줬던 걸로 아는데. ”

 

 루카는 잠깐 과거를 회상해보았다. 사실 아스파는 루카에게 매우 훌륭한 고객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사기를 치지도 않았고 그의 밑에서 일할 땐 무료로 방과 음식까지 제공했다. 아마 엘레나가 떠나자고 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 뭐 그랬죠, 그래도 이게 많이 남는 직업은 아니잖습니까. 검 수리하랴, 방어구 수리하랴, 안 그래도 이번에 웬 미친놈한테 크게 한 번 베였습니다. ”

 “ 허, 자네 같은 실력자가 말인가? 그거 대단한 미친놈이군. ”

 “ 예, 정말 강하더군요. 아마 엘레나가 없었다면 전 죽었을 겁니다. ”

 “ 자네가 그리 말할 정도면 정말 강했나보군, 흐음.. ”

 

 아스파는 루카의 말에 잠깐 쓴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 그래, 엘레나는 요즘 어떤가? ”

 “ 아까 보셨잖습니까? 화났더군요. 장난 좀 친 건데.. 아까 방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던 일 마저 하고 오라더군요. 또 잔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

 “ 흐으음, 최근에 뭐 이상한 건 없었나? ”

 “ 예 없었습니다. 왜 물어보십니까? ”

 “ 아닐세, 그럼 별 일 없는 거구만, 알겠네. ”

 

 루카는 탁자 위의 고급 포도주를 따 자신의 와인 잔에 따랐다. 콸콸콸. 아스파가 취급하는 술은 언제나 최고였다. 루카는 아스파에게 잔을 건넸으나 아스파는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 크으, 살아있네요. 뭐 그건 그렇고 아까 그 경비병 조금 하더군요. ”

 “ 아, 램버트 말인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풋내기지. 근데 굉장한 놈이야, 입단식에서 일반 병사도 아니고 정식 기사를 작살내버렸네, 재밌는 건 나이가 고작 열아홉일세. ”

 

 루카는 놀랐다. 열아홉의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라니. 마침 열아홉의 나이는 루카가 마을을 떠났을 때의 나이와 같았다.

 

 “ 골 때리네요. 그 실력에 열아홉이라니. 몇 년만 지나면 제 실력을 넘보겠군요. 욱하는 성격만 고치면 더 크게 될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런 놈이 고작 경비병이나 하고 있는 겁니까? 기사도 아니고. ”

 “ 그는 부모가 없네. 알잖나, 기사는 아무나 될 수 없네. ”

 

 심지어 램버트는 루카와 똑같이 고아였다. 루카는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자신의 행동에 피해를 입은 그에게 미안했다. 루카는 한참 돌아가는 말로 자신의 미안함을 표했다.

 

 “ 하아, 그러니까 매번 동부가 서부한테 침략당한 겁니다. ”

 “ 계층 차별은 서부가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네. ”

 “ 서부는 가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군요. 아무튼 그 이야긴 됐고 왜 아스파가 여기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

 

 루카는 아스파를 바라보았다. 그는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돈이지, 뻔하지 않나. 네멘은 최근에 보급 부족에 시달렸지. 군사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

 “ 코린 때문입니까? ”

 “ 오, 알고 있나? 엄청난 도적일세. 중앙에서 오는 보급품들을 오는 족족 전부 약탈했다더군. ”

 

 루카는 코린이 자신을 벤 그 미친놈들에 의해 죽었다는 걸 설명할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아스파라면 금방 그 소식을 들을 수 있을 터였다.

 

 “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 보급품을 담당한다고 했지. 돈? 당연히 문제가 안 되지. 그리고 알잖나, 도적들은 군인들은 건드릴 수 있지만 감히 이 몸은 건드릴 수 없지. ”

 “ 어련하실까요. ”

 “ 대신에 나는 네멘의 병참장교 자리를 요구했지. 여기서 할 일이 있었거든. 그리고 마침 그 일을 해줄.. ”

 “ 저도 이쪽에 있었군요. ”

 

 루카는 포도주를 한 번 더 잔에 따르며 아스파의 말을 가로챘다. 아스파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그렇지, 자네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 아니던가. ”

 “ 뭐,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아스파의 부하들은 정보나 캐올 줄 알지. 직접 하는 건 못하지 않습니까? ”

 “ 또 까부는구만. ”

 “ 제 매력입니다. ”

 

 루카는 포도주를 마셨다. 아주 붉은 것이 달콤한 맛이 났다.

 

 “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

 “ 내가 모르는 건 없네, 루카. 자네가 동부 외곽에 있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 네멘은 외곽에서 가장 큰 도시 아닌가. 한 번쯤은 들릴 거라 생각했지. ”

 “ 글쎄요, 저는 네멘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죠. 충분히.. ”

 

 사실 그랬다. 루카는 여러 문제들이 겹쳐 네멘에 오게 된 것이지 애초 루카의 계획에 네멘 방문은 없었다. 만약 엘레나가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루카는 아마 다른 곳으로 향했을 터였다.

 

 “ 글쎄, 아무튼 자네는 날 만났을 걸세. ”

 

 확신을 갖고 말하는 아스파를 보며 루카는 차라리 이렇게 된 게 행운이라고 느꼈다. 아스파는 보수를 많이 줄뿐더러 사기를 치는 일도 없었다.

 

 “ 좋습니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군요. 맡기실 일은 뭡니까? ”

 “ 솔직히 말해서 쉬운 건 아니고. ”

 

 아스파는 아직도 자신의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루카는 그의 수염을 대신 면도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네멘의 감옥을 털어주게. ”

 “ 예? ”

 

 아스파는 드디어 수염 만지는 것을 멈추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을 딱딱 끊는 것이 아주 루카의 귀에 박아 넣을 작정이었다.

 

 “ 네멘의. 감옥을. 털어달라고. ”

 “ 이런, 이런, 아스파. 언제부터 범죄에까지 손을 댄 겁니까? ”

 

 루카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감옥을 털어달라니. 루카는 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명 수배는 둘째 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엘레나가 그런 일을 허락해 줄 리 만무했다.

 

 “ 범죄라니. 이거 잘못 설명했군, 자세히 말하면 구출 작전 비슷한 걸세. ”

 

 아스파는 루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 네멘에 마법사가 있네. ”

 " ... "

 

 루카는 잠깐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마법사라니. 루카는 양손을 펼쳐 보이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마법 부여겠죠, 아스파. 아니면 점술가거나. 그런 건 진짜 마법이랑 거리가 좀 멀어요. 그런 건 엘레나도 조금 할 줄 안다고요. ”

 

 아스파는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루카에게 혀를 차며 말했다.

 

 “ 쯧쯔. 그들과 마법사의 차이점은 잘 알고 있네, 나는 진짜 마법사를 말하고 있는 걸세. ”

 “ 젠장, 마법사라니. 책에서나 볼 법하네요. 그럼 그 사람은 왜 갇힌 겁니까? ”

 “ 매우 복잡한 사정에 의해서. ”

 

 루카는 머리를 긁적였다.

 

 “ 고서에선 마법사들은 불도 뿜고 얼음도 쏘고 그런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

 

 아스파는 자신의 말을 비꼬고 있는 루카를 한 번 보더니 씩 웃었다. 그의 염소수염도 덩달아 웃는 것만 같았다.

 

 “ 더 한 것도 하지. ”

 “ 아, 아스파. 제발. ”

 “ 잘 듣게, 내가 괜히 병참장교를 원한 게 아니야. 이유 불문하고 그는 풀려나야하네. 모두를 위해서. ”

 

 아스파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탁자 위에 고이 접혀져 있던 양피지를 펼쳤다. 그는 펼친 양피지를 루카의 앞에 스윽 갖다놓았다.

 

 “ 뭡니까? ”

 “ 감옥 설계도. ”

 

 루카는 아스파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힘이 들어가 어떤 때보다도 진지해보였다. 그는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항상 그런 눈을 하곤 했다.

 

 “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할 건가 말 건가? ”

 

 아스파는 넉살 좋아 보이는 표정 뒤에 강철 같은 심장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의 추진력을 갖고 있었다. 루카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마법사는 둘째 치고 쉬운 의뢰는 아니었다.

 

 “ 흐음, 아스파. 감옥을 털라는 겁니까. 감옥에 수감당하라는 겁니까. ”

 “ 정확하게는 둘 다 아니지. 감옥에서 누군가를 구해오게. ”

 

 분명 루카에게 돈은 필요했다. 훌륭한 고객, 위험한 의뢰. 남은 문제는 보수였다.

 

 “ 보수는요? ”

 “ 큰 거 100장. ”

 

 아스파는 아스파였다. 루카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한 번 탕- 쳤다.

 

 “ 젠장,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

 “ 뭔가? ”

 “ 먼저 엘레나가 허락을 해줘야 합니다. ”

 “ 알겠네. ”

 “ 그런데 아스파.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

 “ 말해보게. ”

 

 루카는 아스파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아스파는 자신이 새벽에 만났던 이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것만 같았다. 다만 아스파는 비밀이 많은 남자였다. 과거 루카가 그의 밑에서 일할 때도 그는 보통 의뢰의 내용을 말했지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루카는 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고 싶었다.

 

 “ 피의 기사라고..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

 

 루카는 아스파의 눈을 바라보았다.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그는 약간 뜸들이더니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말했다.

 

 “ 아니, 모르네. 처음 들어보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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