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04. 회색의 벽 너머에 (2)
작성일 : 16-10-04 18:44     조회 : 347     추천 : 2     분량 : 404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거.. 참 단단하게 생겼네. ”

 

 실로 그러했다. 네멘은 깎아지른 절벽을 뒤에다 둔 하나의 요새와도 같은 도시였다. 도시 뒤편의 절벽은 산의 일부였으며 도시를 둘러싼 회색의 거대한 벽은 왜 네멘이 수백 년의 세월을 버틸 수 있었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듯 했다. 서부에 의해 붙여진 이름은 ‘통곡의 벽’. 네멘의 벽은 그 호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잠은 잘 잤어요? ”

 “ 어, 덕분에. 재밌는 건 또 어릴 적 꿈을 꿨어. ”

 “ 또 그 꿈이었어요? ”

 “ 아니, 이번엔 ‘달팽’이 나오더군. ”

 “ 달팽이요? 얼마 만에 듣는 이름이람. 루카가 말하니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

 “ 나도 그래. ”

 “ 정말로요? 루카는 맨날 달팽에게 얻어맞았잖아요. ”

 “ 그랬었지. 그런데 알고 보면 다 교육의 일부였어. 그가 좋은 스승이었다는 걸 마을을 나오고서야 깨달았으니. ”

 “ 흥, 그는 말도 없이 사라졌죠. ”

 “ 그러게, 지금쯤 어디 있을지 모르겠군. ”

 

 달팽은 루카가 있던 마을의 대장장이로 루카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그는 루카가 열여덟이 되던 해, 마을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다음 해, 루카는 마을을 떠났다.

 

 “ 그건 그렇고 루카. 이제 말에서 내려야 해요. ”

 “ 응? 왜. ”

 “ 네멘은 엄격한 도시에요. 서부와 맞닿은 도시라구요. 네멘에선 동부제국 소속 기사들 빼고 말을 탄 채로 이동할 수 없어요. ”

 “ 네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나도 알고 있어요. ”

 

 루카와 엘레나가 말에서 내리자, 말은 히이잉- 소리를 냈다. 마치 서운하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루카는 그 말 덕을 톡톡히 보았기에 말을 어루만져주었다.

 

 “ 고맙다, 너 덕에 살았어. 전 주인같이 나쁜 놈 말고 좋은 사람 찾아가거라. ”

 - 히이이이잉!

 

 말은 떠나기 싫은 듯 뒷발을 차며 흙먼지를 날렸다. 흙먼지는 이리저리 날려 루카와 엘레나의 눈을 따갑게 했다.

 

 “ 푸 후, 야 그만해, 알았어. 알았다고! ”

 “ 그러지 말고, 루카. 그냥 우리가 계속 타는 게 어때요? ”

 

 그들이 흙먼지에 눈을 뜨지 못하던 사이 엘레나가 말했다.

 

 “ 뭐? 지금 우리가 쓸 돈 한 푼도 없는데 말을 키우자고? ”

 “ 돈이야 금방 해결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먹이는 여관에 맡겨두면 되요. ”

 “ 아, 엘레나 정말.. ”

 

 루카는 고민했다. 현 상태에 말까지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엘레나의 말을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었다.

 

 “ 후. 좋아, 알겠어, 그럼 그러자고. 이제 진정해! 같이 갈 테니까. ”

 

 루카는 한숨을 푹 쉬면서도 말의 고삐를 잡았다.

 

 - 히이이이잉.

 

 말은 기분이 좋은지 몸을 한 번 푸르르- 털더니 다시 온순해졌다.

 

 “ 자, 가자고. 대신 이름은 내가 지어도 되지? ”

 “ 그럼요, 뭘로 지을건데요? ”

 “ 비타. ”

 “ 이유는요? ”

 “ 음, 이게 서부어로 ‘생명’이라는 뜻이거든. 얘가 우리 생명을 구했잖아. ”

 “ 괜찮네요. 루카, 그런데 서부어도 할 줄 알아요? ”

 “ 아니 전혀, 하지만 이상하게 몇몇 단어들은 알고 있어. ”

 

 루카와 엘레나의 잡담도 잠시, 그들은 곧 네멘의 거대한 성문에 당도했다. 네멘의 입구는 총 4개로 루카와 엘레나가 위치한 곳은 그 중 왼쪽에서 2번째 것이었다. 네멘의 회색 벽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 더욱 웅장하고 거대해 보였다. 성문 앞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이미 여기저기서 천막을 쳐두고 물건들을 진열 해두고 있었으며 몇몇 네멘의 기사들은 휘황찬란한 동부의 중갑을 입고 말에 올라타 돌아다니고 있었다.

 

 “ 마랏토(*거대 쥐 괴물) 가죽으로 만든 이불 10리카(*화폐 단위)! 거저입니다. 거저! ”

 “ 서부에서 온 사브르 5데카! 어떤 무기보다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

 ‘ 젠장, 마랏토(*거대 쥐 괴물) 가죽으로 이불을 만들다니 대체 누구 생각이야.. ’

 

 루카는 시끄러운 인파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일단 등 뒤의 비타를 빨리 어딘가에 맡겨두고 싶었다. 루카는 엘레나에게 빨리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눈엔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강줄기, 그 위에 놓인 다리와 줄줄이 늘어선 회색의 높은 건물들이 비췄다. 그리고 멀찍이서 행군하는 병사들과 선두에 말을 탄 기사들. 과연 군사 도시다운 풍경이었다.

 

 “ 머.. 멈춰라! ”

 

 루카와 엘레나가 본격적으로 도시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찰나 그들을 막아선 이는 성문을 들어오자마자 보였던 홀로 성문을 지키고 있는 자였다. 말을 타고 있지 않은 점과 그가 입은 갑옷이 중갑이 아니라 평갑인 점. 루카는 이 자가 기사가 아니라 일반 병사임을 알 수 있었다.

 

 “ 시.. 신원을 밝혀라. ”

 

 병사는 이상할 정도로 말을 떨고 있었다. 얼굴은 회색의 투구 때문에 보이지 않았으나 조금 작은 키, 앳된 목소리로 보아 분명 어린 신입인 것 같았다. 감이 온 루카는 그 경비병을 조금은 골려주고 싶었다.

 

 “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는 거야? ”

 “ 우리? 다.. 당신한테만 그러는거.. 거야! 다.. 당신 친구 말고! 빠..빨리 신원을 밝혀라! ”

 “ 풋, 역시 사람들도 다 알아본다니까요. 루카는 골칫덩어리래요. ”

 

 풋내기의 차별과 옆에서 깐죽대는 엘레나의 말에 루카는 약간 발끈했다.

 

 “ 그럼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

 “ 너.. 넌 처.. 처음 보는 어.. 얼굴이니까! ”

 “ 하, 어이가 없구만. 넌 여기 도시의 모든 얼굴을 기억하냐? 일단 네 신원부터 알아보자. ”

 

 약간 기분이 상했던 루카는 말고삐를 놓고 순식간에 경비병의 뒤로 돌아가 목을 죄었다. 경비병이 깜짝 놀라기엔 충분한 속도였다.

 

 “ 뭐.. 뭐하는! ”

 “ 루카! 하지 말아요! ”

 “ 왜? 그냥 재미.. ”

 

 하지만 경비병의 다음 움직임은 루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뒷발로 루카의 왼쪽 정강이를 차서 죄인 목을 풀더니 순식간에 몸을 돌려 검을 뽑아 루카의 목을 향해 날렸다. 만약 루카가 전투에 숙련된 자가 아니었다면 죽을 수도 있는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루카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숙여 경비병의 검을 한차례 피하고 오른쪽 발로 경비병의 다리를 걷어찼다. 경비병은 버티지 못했는지 다리가 공중에 떠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 잠깐만! 뭐 이런 놈이.. 기다려 봐! 그냥 장난.. ”

 “ 루카! 제발 좀! ”

 

 소리 지르고 있는 엘레나에게 루카가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넘어진 경비병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루카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루카는 경비병과 거리를 벌려 검을 피하곤 자신의 검 손잡이를 잡았다. 이번에도 공격해온다면 어쩔 수 없이 그는 검으로 경비병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 기다려 보라니까! 그냥 장난이었어! ”

 “ 다.. 닥쳐라! 너.. 너는 군법 제 6조 7하..항에 의거해! ”

 

 “ 경비병! ”

 

 그 때였다. 도시 안쪽으로부터 매부리코에 안경과 모자를 쓴 누군가가 호통을 치곤 다가오고 있었다. 루카는 그의 얼굴을 보곤 미간을 찌푸리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분명 그가 아는 얼굴이었다.

 

 “ 아스파? ”

 “ 기억하는군, 별 목걸이의 루카. 그리고 뭐, 여전하구만. ”

 

 푸른색과 흰색으로 뒤덮인 비단조끼와 바지를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성, 아스파. 그는 루카가 동부 중앙에 있을 때 의뢰를 여러 차례 맡겼던 대상인이었다. 그는 루카가 의뢰를 만족스럽게 해결하면 보수의 두 배를 주곤 했다. 아스파는 다가와 경비병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잠깐 루카를 보더니 경비병에게 말했다.

 

 “ 경비병, 이제 이 자는 나의 관할 하에 있네. 하던 일마저 하도록. ”

 “ 하.. 하지만 이.. 이자는! ”

 “ 그만! 경비병, 이의제기는 없네. 알았나? ”

 

 경비병은 몇 번 씩씩대더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마 우는 것 같았다. 루카는 그 경비병을 슬쩍 보더니 다시 아스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전과 변한 것이 하나 없었다.

 

 “ 그나저나 저번엔 분명 옥포드(*동부 지역 중심도시.)에서 뵌 것 같았는데 이젠 동부 외곽의 권력자가 되어 계시는군요. ”

 “ 흠, 이딴 걸 권력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 뭐, 사실 우리가 만난 건 그렇게까지 우연은 아니네. 할 얘기가 있지만 장소가 적절치 않은 것 같군. ”

 

 그제야 루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카와 경비병의 실랑이 덕에 이미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상황을 관람하고 있었다. 루카는 조금 부끄러웠다. 엘레나를 슬쩍 보니 그녀는 루카를 째려보고 있었다. 화난 게 분명했다.

 

 “ 예, 동의합니다. 자리를 옮기시죠.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 2016 / 10 / 3 774 1 -
15 15. 잔상을 따라서 (1) 2016 / 10 / 26 431 0 4899   
14 14. 거짓 목자 (5) 2016 / 10 / 21 386 0 5076   
13 13. 거짓 목자 (4) 2016 / 10 / 19 346 0 5614   
12 12. 거짓 목자 (3) (1) 2016 / 10 / 13 452 1 5368   
11 11. 거짓 목자 (2) 2016 / 10 / 10 365 0 4261   
10 10. 거짓 목자 (1) 2016 / 10 / 6 350 0 6014   
9 09. 원죄(原罪) (3) 2016 / 10 / 4 372 1 7703   
8 08. 원죄(原罪) (2) (1) 2016 / 10 / 4 397 1 7387   
7 07. 원죄(原罪) (1) 2016 / 10 / 4 421 1 6242   
6 06. 회색의 벽 너머에 (4) 2016 / 10 / 4 373 1 6174   
5 05. 회색의 벽 너머에 (3) 2016 / 10 / 4 344 1 4461   
4 04. 회색의 벽 너머에 (2) 2016 / 10 / 4 348 2 4047   
3 03. 회색의 벽 너머에. (1) 2016 / 10 / 3 363 1 3281   
2 02. 피의 기사. 2016 / 10 / 3 407 1 4451   
1 01. 별 목걸이의 루카. 2016 / 10 / 3 603 1 608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