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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가이드란
작가 : 멜리사
작품등록일 : 2019.9.3

#정령물 #황녀여주 #대공녀여주 #먼치킨 #누가봐도순한황녀 #누가봐도 개썅마이웨이대공녀 #조신한세남자

17년전 실종되었던 황녀가 약 25년간 칩거하던 대공의 손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있는지도 몰랐던 대공가의 공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러의미로 심각한 대공을 여린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딸이.

그리고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두 여인은 제대로 엮이기 시작한다.

"왜 날 도와준거에요?"

더이상 황녀가 아닌 여인이 묻자 맞은편의 앉아있던 사람은 씩 웃었다.

"너라서.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도 더이상 대공녀가 아니게 되버린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 대답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공 역시 즐겁게 웃었고, 둘은 곧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운명의 가이드 때문일까요?"
"글쎄. 그럴지도?"

그 답에 황제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대공은 그런 그녀의 귀여움을 즐겼다,

아니, 즐기려했다.

벌컥, 우당탕.

갑자기 들려온 소음의 근원은 방 문에 세겹으로 쌓인 세 남자였다.

"음, 저 세 사람이랑은요?"
"운명의 가이드때문에 엮인게 확실해. 제정신이면 어울릴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렇죠?"

두 여인은 엉망인 남자들의 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혼란속의 평화였다.

 
6. 돌아온 황녀
작성일 : 19-10-01 18:36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9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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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 2 _ 환궁

 

 세예스 제국의 황궁 안, 펠 - 아니타 홀.

 

 검은 망토를 두르고 검은 에복을 입은 새카만 흑발의 남성이 우아하게 보자에 앉은 백금발의 남성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크리스틴의 수장인 그리우스 제아 로니스 티아 펠 크리스틴이 세예스의 주인의 생일을 축하하며 드리는 선물입니다. 당신께서 잃어버린 귀한 봄의 후손, 루이르네아 황녀님을 당신의 품에 돌려드려요."

 

 대공의 입에서는 언제나 찬사받아오던 부드럽고 유려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음성이 끝마쳐지자 그는 제 품에 안긴 흰 로브의 소녀의 후드를 벗긴다.

 

 그러자 그 속에서 선황후 엘리자벳의 것이자 봄의 상징인 단발의 끝에 연분홍빛이 물든 새하얀 백발이 드러난다. 그 아래의 새하얀 피부 속, 황가의 상징인 아름다운 금안 또한 드러난다.

 

 작은 체구의 그녀는 누가봐도 실종되었다던 제 23대 황제와 그의 황후 엘리자벳 소생의 1 황녀, 루이르네아였다.

 

 그 황녀의 분홍빛 생기가 도는 뺨은 사랑스러웠고, 마치 벚꽃을 형상화 해논듯한 윤기 흐르는 단발은 황녀가 아니라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그 분과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중 가장 짧은 그 분의 새하얀 앞머리 아래에 자리잡은 세예스 황가의 상징인 금안은 찬란하게 빛이났으며 홀 안의 빛이 그 분의 눈동자와 만나 부서져내렸다. 그 분의 왼쪽 눈동자에 동공은 연분홍빛의 벚꽃 형상이었는데 그 것은 선 황후이자 그 분의 친모인 엘리자벳 폐하의 눈과 똑 닮았다. 참으로 아름다우신 황녀전하 이셨다.

 

 세예스력 2025년

 

 - 세예스 제국 역사서, <황실의 공화록> 中 발췌.

 

 ***

 

 세예스력 2025년 5월 19일.

 

 크리스틴 제도의 크리스틴 대공성 내부 중앙의 저택, 대공저.

 

 그 어두운 저택에서 밝은 봄의 기운이 잔뜩 풍겨오는 방에는 대공저 내부의 모든 사용인들이 몰려 한 소녀를 열심히 꾸미고 있다.

 

 벌컥.

 

 치장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

 

 "다 됐나."

 

 그 열린 문에서 보이는 사람은 대공저는 물론, 크리스틴과 관련된 모든것의 주인이자 책임자, 제 11대 대공인 그리우스였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시키신 일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로브만 입혀드리면 됩니다."

 

 어딘가 기계적인 사용인들이 허리를 숙이며 말한다. 그러자 그리우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로브를."

 

 그는 짧게 지시했다. 그러자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가운데에 있는 소녀는 새하얀 레이스와 연분홍빛 리본이 달린 희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드레스와 새하얀 구두를 신은채 머리에 연분홍색 리본을 에쁘게 매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크리스틴의 문양이 새겨진 새하얀 로브가 씌워졌다.

 

 "이제 가자, 아가. 너의 진짜 집으로."

 

 새하얀 담비털이 달린 화려한 망토와 단정한 검은색의 예복을 차려입은 대공은 소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꼭 가야돼요?"

 

 소녀는 손을 내밀지 않고 망설이며 묻는다. 그러나 대공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녀는 그의 단호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곧 둘은 검은 안개의 소용돌이에 갇혀 사라졌다.

 

 ***

 

 "글쎄...온다고는 했던 것 같은데 안 오는구나."

 "으음...대공님은 안오실거면 안온다고 당당하게 말하실 분인데요..."

 

 그들의 대화가 이어질 때, 그들의 뒤에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그 기운은 마치 어딘가 깊은 어둠으로 끌려갈듯한 느낌을 준다.

 

 그 느낌에 이야기를 나누던 둘과 그 옆에 서있던 남자는 몰랐으나 그들의 뒤에 서있던 다섯 명의 은발의 아이들은 그 것을 느끼고서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이런, 나의 꼬마 황녀님은 여전히 나를 잘 아는구나."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 은발 여인의 금빛 눈동자가 커진 채 목소리의 주인을 담는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그녀의 곁에 서있던 은발의 남자는 급히 그녀를 제게로 끌어당긴다.

 

 "대공님..."

 

 어느새 뺨이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새하얀 얼굴은 기쁨에 젖은채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저를 끌어당긴 남자 - 그녀의 남편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띄어서인지 부드러워 보이는 짧은 흑발의 남성을 바라본다.

 

 대공님이라 불린 남자의 품에는 새카만 달의 문양이 새겨진 하얀 로브를 뒤집어 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체구의 아이 - 루이가 안겨있다.

 

 "오랜만에 뵙네요, 폐하. 생신 축하드려요."

 

 대공은 루이를 안아든 채로, 드문 존대를 사용하며 누군가에게 인사했다.

 

 루이는 대공이 존대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꽤 놀랐지만, 이어지는 '폐하'라는 호칭에 그의 태도를 그나마 이해한 듯 했다.

 

 물론 그녀는 대공이 그 높디 높다는 세계유일의 제국이자 모든 국가위의 국가라는 세예스의 지배자에게 존대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대공님...대공님은 어째서 만날떄마다 생일 인사를 하시는 것 같으십니다."

 

 황제의 어색하고 떨리는 인삿말에도 대공은 늘 언제나처럼 나긋하게 대답했다.

 

 "생일때만 오니까요."

 

 루이는 그 대답이 참 말이 안된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답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가, 전 대륙, 전 세계의 지배자인 그의 생일때 말고는 얼굴보기 힘들다는 말에 자주 들르겠다는 말이 아닌, 아주 당당하고 나긋하게, 마치 타이르듯 생일떄만 오니 당연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거 진짜 우리 대부님이니까 가능한거야,

 

 루이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황제와 대공의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

 

 루이의 시야는 큼직한 로브의 후드로 인해 이미 가려진 상태였고,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대공에게 말을 걸거나,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는 것 뿐이었다.

 

 "나의 세 번째 세예스가 벌써 45번째 생일을 맞이했네요. 선물은 준비 했는데, 받아 줄래요?"

 

 대공이 감격스럽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하자 호ㅘㅇ제는 가증스럽다는 듯, 질린 표정을 짓다가 금세 웃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대공님의 선물이라면 뭐든 좋겠지요."

 

 '생일?'

 

 루이는 전에 대공이 한 말을 떠올렸다.

 

 분명 오늘은 그녀의 아버지의 생일.

 

 그리고 그는 루이의 친부의 생일에 맞춰 그녀를 선물처럼 되돌려 주는 것이 계획이라고.

 

 그런데 마침 오늘은 황제의 생일임과 동시에 자신의 친부의 생일이고, 또한 자신이 온 곳이 황제의 생일 연회였다.

 

 그 사실들이 루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설마, 하는 생각을 만들어냈다.

 

 "왜 겁먹고 그래요, 폐하?"

 

 대공은 싱긋, 미소지으며 제 품안의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황제를 향애 장난스레 물었고, 황제는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겁을 먹었다 그러십니까."

 

 그러나 대공은 가뿐히 그의 말을 씹고, 루이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눈치 챘니, 아가?"

 

 그 물음에 루이 역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저 황제님의 딸인가요?"

 

 그 질문과 함께, 대공이 그녀의 후드를 살짝 위로 올려주었고, 루이는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금세 빛에 적응했다.

 

 "맞아."

 

 대공은 예쁘게 눈꼬리를 휘며 루이의 질문에 가볍게 긍정했다.

 

 그리곤 덧붙여 한 손가락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다정히 말했다,

 

 "자, 저기 의자에 앉은 금색 눈동자를 가진 아저씨에게 가렴, 아가."

 

 루이는 자신의 친부라는 황제에게 가기 전, 몸을 움찔 떨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공에게 물었다.

 

 "...안 가면 당신도 날 버릴건가요."

 

 그녀는 대부님, 파파, 라는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왠지 그에게서 초면인 사람처럼 거리감이 느껴졌고, 그건 마치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암묵적 지시처럼 느껴졌기 떄문이다.

 

 그런 그녀의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공의 얼굴에선 만족스러운 듯한 느낌이 약간 돌았고,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글쎄,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그게 버리는 것일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

 "싫어요..."

 

 꽃에 맺힌 이슬같은 청아하고 깨끗한 음색이 퍼진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황제의 눈동자가 떨려온다.

 

 "대공님, 설...마, 서, 설마..."

 

 황제의 목소리는 당혹감이 가득 서려있다.

 

 "아가. 어서 가보렴."

 

 대공의 부드러운 지시에 루이가 대공을 떨리는 눈동자로, 그러나 또렷이 올려다보았다.

 

 "...저를 버리실건가요?"

 

 깨끗한 음색은 불안을 담은채 물었다. 그러나 대공은 답이 없이 침묵한다.

 

 "날 버리지 마요. 제발..."

 

 여태 애써 속으로 누르던 불안감은, 정작 정말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눌리던 것이 폭발해버렸다.

 

 침묵하는 대공의 모습에 루이는 그의 옷깃을 단 하나의 구원을 위한 동앗줄인 것처럼 꽉 틀어쥐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대공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다시 그녀를 안아올렸다.

 

 그리고선 황제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크리스틴의 수장인 그리우스 제아 로니스 티아 펠 크리스틴이 세예스의 주인의 생일을 축하하며 드리는 선물입니다. 당신께서 잃어버린 귀한 봄의 후손, 루이르네아 황녀님을 당신의 품에 돌려드려요."

 

 루이를 안정적으로 안은 채, 에법의 표본같은 우아한 몸짓으로 말을 마침과 동시에 허리를 숙인 그의 얼굴에 걸려있을 법한 미소를, 루이는 상상했다.

 

 대공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선, 곧바로 루이의 전처럼 내려간 후드를 이번엔 완전히 벗겨주었고, 루이는 자신이 조금 전에 상상했던 그 미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공이 벗긴 후드속에 든 소녀의 모습에 황제가 잠시 멍해졌다.

 

 끝에 약 1cm정도가 연분홍빛으로 물든 깨끗하고 새하얀 단발과 끝의 아주 조금만이 연분홍빛이 도는 백색의 길고 흰 속눈썹, 금색의 눈동자와 갈색빛을 띄는 벚꽃 모양의 특이동공을 가진 왼쪽 눈까지, 처연한 분위기의 가녀리고 청초한 소녀의 얼굴은 누가봐도 그녀의 친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엘...리자벳?"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잠시동안 멍해있던 황제는 어떠한 이름을 멍한 목소리로 제 입에 담았다.

 

 약 17년동안 금기어가 되어있던 한 여인의 이름이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듯 한 황제가 벌떡 일어났고, 그의 아직도 약간은 멍해보이는 얼굴에서는 눈물이 한, 두 방울씩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수려하고 젊은 미남의 얼굴에서 또르륵, 떨어지던 눈물은 어느새 비를 맞은 얼굴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처럼 쉴새없이 조용히 쏟아져 내렸다.

 

 "루이...루이...루이르네아...내 어여쁜 딸..."

 

 황제는 터벅터벅 믿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 새하얀 얼굴을 쓰다듬는다.

 

 "아, 아아, 아아아아!"

 

 황제는 루이의 얼굴을 잠깐 쓰다듬으며 온기를 느끼자 결국 그녀의 앞에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곤 황제의 위엄따위 내다버린채 루이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인 채, 구슬피 오열했다.

 

 어째서, 나를 그 지옥에 던져놓고 나를 다시 보자 이렇게 기쁜 눈물을 흘리는 거에요?

 

 루이는 머릿속에 울리는 의문과 여태 생각해 오던 것,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상상과는 다른 황제의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아가야, 네 아버지란다. 널 잃어버린 후 그는 늘 너를 찾았어."

 

 대공은 부드러운 손길로 전처럼 루이의 동그란 뒤통수를 한 번 쓰다듬은 후, 멍하게 서있는 그녀의 흰 로브를 완전히 벗겨주었다.

 

 로브를 벗은 그녀의 왼쪽 팔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고, 그 팔은 다채로운 빛을 담은 꽃과 덩굴의 문신에 감싸여 있었다.

 

 그 독특한 문신을 멍하게 바라본 황제는 조심스레 루이를 살짝 안았다가, 이내 꽉 끌어안았다.

 

 그녀를 꼭 껴안은 채, 황제는 죄스러운 목소리로 울며 사죄한다.

 

 "루이...미안하다, 이제야....이제야 널 찾아서 미안하다. 너의 잃어버린 17년을 무능한 나는 보상해줄 수 없다."

 

 알긴 아는거에요? 알면서 왜 날 그런 곳에 내버려 둔거야?

 

 루이에게서는 한맺힌 설움이 북받혀올랐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저산이 17년맞에 되찾은 딸을 품에 꼭, 끌어안고 오열했고, 그 품애 끌어안긴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의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그들을 향해 황제와 대화중이던 은발의 남녀가 차례로 인사한다.

 

 "잃어버린 엘리자벳 황후 폐하 소생의 적통 황녀 전하를 되찾으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폐하."

 "17년 만에 제 자리를 찾은 것을 축하드려요. 루이르네아 엘리자벳 블라썸 세예스 틴 헤이첼 전하."

 

 그들의 인삿말에 정신을 차린 다른 귀족들 역시 그들에게 부복하며 그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꼿꼿이 서있는 대공과 파랗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고있는 적안의 여인, 굳은 표정으로 황제부녀를바라보고 있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년을 제외하고.

 

 "폐하, 어쨰서 친자 확인도 안하시고 인정을 해 주신다는 것입니까! 크리스틴 대공이 권력을 노리고 일부러 만들어 낸 가ㅉ..."

 

 바들바들 떨던 여인은 싸늘한 목소리와 분노어린 눈동자로 울고있는 황제를 있는 힘껏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대공의 눈빛은 마치 하찮은 것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하, 내가 권력? 어린것이 벌써 노망이라도 난 것이냐."

 

 어의없다는 듯한 눈빛에 연보라빛 머리카락과 적안을 가진 여인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적색 눈동자는 철혈 재상을 세습받는 제국의 수뇌, 로세우스 공작가의 핏줄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그녀는 뒤늦게 후회했다.

 

 대공의 말은 그의 외모와도, 신분과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알았다.

 

 그의 반응이 굉장히 온화한 편 이라는 것을.

 

 물론 현실적으로 보았을때, 대공의 말은 용납되지 않았다.

 

 황비의 자리에 있는 그녀와 비슷한 신분, 그녀보다 젊어보이는 얼굴로 하기엔 평범의 잣대로 들이댔을 때, 무리가 있는 말 이었기에.

 

 그러나 그 젊은 대공의 겉모습의 속에 숨어있는 진실은 황비보다 젊어보이는 외관 속에 숨은 속은 206년이나 살아온 무법자였고, 실질적인 대공의 위치는 어떤면에서는 황제의 위에서 노는 일개 황비와는 비교조차 불가한 자리라는 점이다.

 

 또한 성격도 크리스틴답게 무척이나 더러운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무례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온화한 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전적상 황비의 어딘가를 잘라내도 온건한 처분이라는 말을 들을정도였기에 황비는 속으로 안도했다.

 

 혹시라도 갑자기 돌변해 피를 보는것이 아닌지를 걱정했으니까.

 

 그러나 대공은 기분나쁘다는 얼굴로 한 마디를 더 할 뿐이었다.

 

 "감히 황비는 지금 이 크리스틴이, 그것도 그 가문의 주인이나 되는 내가 정령의 혈통을 못 알아본다 말하는 것이냐."

 

 대공의 얼굴에 가득 찬, 더러운 기분에 대부분이 겁을 먹었으나, 논란의 주인인 루이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

 

 "저, 정령의 혈통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루는 당황하여 물었다. 질문을 위해 쳐다본 대공의 얼굴엔 아름다운, 하지만 살벌한 미소가 걸려있다.

 

 "아, 아가. 미안하구나. 조금 짜증나서 말 실수를 하고 말았어."

 

 말실수라니...

 

 정령의 혈통이라는 쪽이 실수였을까, 아니면 아직 말하려던 것이 아닌데 실수로 말을 해버렸다는 뜻일까, 이 두가지 가설 속, 루이르네아는 고민했다.

 

 아무래고 후자쪽에 의미가 더 치중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일 터였다.

 

 그럼 자연스레 자신이 정령의 혈통이라는 사실이 성립되자 간신히 진정되던 머릿속이 다시 혼란으로 가득찼다.

 

 "아가, 혼란스럽겠지만 조금만 기다리렴. 저것만 처리하고 자세히 설명해주겠다."

 "아, 네!"

 

 루이는 그의 말처럼 혼란스러웠으나,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의 말은 언제나 옳았기에.

 

 "하, 아이도 모르는 혈통 사기일수도 있지요. 어찌 제가 정령의 핏줄인지조차 모른다는 말입니까, 대공 전하."

 

 그러나 루이와 대공의 대화를 들은 황비는 비아냥거리듯 중얼였다.

 

 금안은 크리스틴정도면 뭐, 쉬이 꾸밀 수 있고요, 라고 덧붙이며.

 

 "황비. 지금 본인의 말을 못 믿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대공의 싸늘한 말에 황비의 얼굴은 다시 긴장으로 경직되었다. 그녀는 루이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기분나쁜 얼굴에, 도저히 그녀를 궁 내로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그건..."

 

 조용히 루이만을 바라보던 황제는 이 경사스러운 날에 피를 볼것만 같아 급히 끼어들었다.

 

 "그만, 그만하게, 황비. 대공님이 정령의 핏줄을 못 알아보시겠는가. 게다가 내가 내 황후의 소중한 아이를 못 알아볼리도 없지 않은가."

 "폐하!"

 

 자신의 황제의 비인데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그녀와 황제의 대치를 보며 왠지 모르게 루이의 머릿속엔 대공과 대치하던 베이지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떠올랐다.

 

 은근히 닮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전혀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치하는 내용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했지만 모습이 전혀 달라서일 것이다, 라 속으로 중얼이는 루이의 생각은 맞았다.

 

 대공저의 그녀는 딱 봐도 가녀린 모습으로 눈물을 주렁주렁 매단 채, 손끝이라도 대면 부서질 듯 한 모습이었다면, 황비는 눈물따윈 눈씹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을정도로 건조하고 차가운 목소리에 딱 봐도 강인하고 뇌쇄적인 모습이었다.

 

 "윗분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송구합니다만, 황비 전하. 이렇게 행동하시면 '그 소문'에만 신빙성이 실릴 뿐이랍니다."

 

 그 때, 조용히 있던 은발의 남자가 부드럽지만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자기야.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내가 언니 의심하지 말랬지,"

 

 그의 말에 그에게 안겨있다시피 서있던 작은 체구의 여인이 도끼눈을 뜨고 그를 노려봤다.

 

 "의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니아. 이건 당신의 남편으로서가 아닌 글라디우스의 가주로서 하는 일이고, 황가의 충신으로서 하는 말이야."

 "알았어. 하지만 언니는, 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늘 자신의 편인 남편이지만 공사 구분이 철저한 그의 단호한 말에 아리에니아는 한숨을 삼키며 물러난다. 그녀 또한 이 일에 사감이 관여된다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공작. 왜 한참 지난 헛소문을 꺼내려 드는 거지."

 

 황비는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대답 해 보시게..."

 "잠깐."

 

 무엇인지 모를 여러 감정들이 들어찬 그녀의 눈동자는 복잡하여 읽히지 않았다. 그 때, 부드럽고 화사한 목소리가 황비의 말을 끊으며 홀에 울려퍼졌다.

 

 "제가 발언을 할 수 있게 허가해주시겠습니까, 부황 폐하?"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 곁에서 조용히 굳어있던 연분홍빛 머리카락과 금색 눈동자의 큰 키와 아름다운 얼굴의 수려한 소년이었다.

 

 그 부드러운 금안이 황제를 향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가한다. 말 해 보거라, 태자."

 

 황제의 허가에 태자라 불린 소년, 즉, 이 제국의 차기 황제인 황태자 헤이레켄은 여유럽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황비 전하, 그리고 공작. 전 대공 전하께서 데려온 저 레이디가 저의 유일한 형제인 루이르네아 누님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란다. 오로지 대공을 제외하고는.

 

 "저 또한 약하긴 하나 정령의 혈통. 저 레이디가 가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주변의 분위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말하는 그에게 황비가 놀라 그를 부른다.

 

 "태자,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황비가 이를 악 물며 속삭이듯 조용히 묻는 질문에 헤이레켄은 그저 부드러이 웃어보였다.

 

 그 광경을 묘한 눈빛으로 보던 대공이 입을 열었다.

 

 "하하, 똑똑한 아들을 두셨군요, 루페리우 폐하."

 "대공님..."

 

 황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공은 크게 웃으며 말하였고, 그런 그를 황제는 착잡한 표정으로 불렀다.

 

 "우선, 오늘 연회는 이것으로 파하지. 오늘 못다한 이야기들은 내일 연회에서 푸시게나."

 

 황제는 좌중을 둘러보며 웅장한 목소리로 말하였고 이내 지친다는 표정으로 제 근처를 둘러보며 말한다.

 

 "내 직계 황족들과 대공님, 글라디우스와 로세우스의 가주 부부는 모두 날 따라오거라."

 

 그에게 호명된 모든 이들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렇게 한 무리의 홀에서 가장 고귀한 이들이 한 번에 빠지고, 갑작스러운 일로 인해 황제의 탄신연 중 바로 당일날의 연회는 빠르게 마무리 되어갔다.

 

 ***

 

 "모두 왔나?"

 "예, 폐하."

 

 황제의 질문에 모두가 긍정한다. 그 때, 연분홍색 단발의 여인과 그녀의 옆에서 조신하게 서있던 흑청발의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서 우아하게 인사했다.

 

 "세예스의 위대한 아비루, 황제 폐하께 로세우스의 가주 글레이즈가 인사드립니다. 아비루님의 빛이 당신의 곁에 가득하시길."

 "황제 폐하께 로세우스의 내주(內主, 내가주의 준말, 가문의 안주인) 루카스가 인사드립니다. 당신의 앞날에 빛이 가득하시길."

 

 그들은 우아하게 황제를 향해 인사했다.

 

 "앉게."

 "영광이에요, 폐하."

 

 둘은 활짝 웃으며 착석했다.

 

 "루이르네아."

 

 황제는 제가 이제야 되찾은 황녀의 이름을 부른다.

 

 "루이르네아."

 

 다시 한 번 부르지만 그녀에게선 답이 없다. 황제가 도움을 요청하는듯한 눈동자로 대공을 쳐다보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몸을 일으키곤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아가."

 

 대부님의 부름에 내 불안정하던 마음이 모두 잔잔해진다. 나는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파, 파파아..."

 

 소녀는 대공을 부르며 그의 품에 폭, 안겼고, 그 모습에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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