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22.수도로(1)
작성일 : 19-10-01 02:02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36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2.

 

 

 

 달빛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곳을 떠나야한다.

 

 

  해야할 일은 모두 끝났다. 란슬롯은 기사를 능가하는 무력을 키웠고 나는 마력을 모았다. 앞으로의 계획도 생겼다. 이곳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죽고 부활한 이후로는 나는 잠을 잘 필요가 없다. 나는 조용히 창가의 달빛을 받았다. 문득 든 생각, 오늘따라 밤이 길다.

 

 

 이제 시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않는다.

 

 

 철컥 철컥 철컥..

 

 

 익숙한 소리. 갑옷이 성의 바닥과 부딪혀 나는 소리다.

 

 

 밤이 늦은 시각. 모두가 자고 있어야 할 시각에 무거운 갑옷 소리를 듣고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발자국 소리가 나의 방을 향하고 있다. 기척을 느낀 란슬롯은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자세를 고쳐 잡고 있었다.

 

 

 스르릉.

 

 

 검집에서 검이 미끌어지며 내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린다. 갑옷을 입는 남자. 그가 검을 뽑은 것이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공포가 아닌 호기심이었다.

 

 

 누구지?

 

 

 

 어쨌든 상대방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위험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몸을 뺄 수 있게 창문틀 위에 내 몸을 올려놓았다. 은빛의 달빛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그곳에 서있는 것 한 명의 기사.

 

 

 흰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놓았지만 나는 이미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사람.

 

 

 라그나였다.

 

 

 “늦은 시간입니다. 갑옷과 검까지 챙기고 제 방에 방문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잠깐의 침묵.

 

 “이제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이미 너도 내가 눈치 챘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떠날 때까지 모르는 채 하고 있는 것은 조금 섭섭해. 로크.”

 

 

 떠보는 것은.... 아니겠지.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은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오기가 생긴다. 저 자식한테는 사소한 것 하나 지고 싶지 않았다. 저 녀석이 당당하게 나온다면 나도 당당하게 나가야 된다.

 

 

 “어떻게 안 거야?”

 

 

 “내가 너를 몇 년을 봤는데 못 알아보겠어. 그 사이 키가 좀 컸네.”

 

 

 “장난으로 물은 것은 아니었는데, 알려줄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나도 굳이 알고 싶은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얘기를 조금하러 온 것 뿐이야. 갑옷과 검을 챙겨온 것은 너와 함께 있는 그 란슬롯이라는 아이때문이고. 저 녀석. 얼마 전부터 대련에서 일부러 지더군. 이미 실력은 우리 기사단의 평균 이상이야. 어쩌면 로버트 경과도 비슷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조심한다고 나쁘진 않잖아?”

 

 

 “뭐. 너답네.”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네. 내가 나다웠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으니.”

 

 

 “칭찬으로 했던 말도 아니야.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네가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인지,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흑사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목적이 무엇인지. 다 말을 해줘야겠지?”

 

 

 그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달빛은 나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를 비추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푸하하. 거짓말. 넌 나에게서 알고 싶은 것 따위는 없어.”

 

 

 “헤헤. 들켰나?”

 

 

 시시한 녀석. 저 녀석은 나에게 궁금한 것따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나는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럼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되나?”

 

 

 “얼마든지.”

 

 

 “왜 모른척한거야? 너는 처음부터 나를 알아봤잖아. 평범한 사람이 목이 잘렸다가 되살아날 리가 없어. 내가 되살아난 것은 아마 어머니의 영향이겠지. 네가 그렇게 싫어했던 마녀의 마력말이야.”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너는 흑사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고 실재로 그렇게 해줬어.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후회할거야. 좋은 의도로 했던 일은 아니었거든.”

 

 

 “상관없어.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으니까.”

 

 

 역시.

 

 

 미친놈.

 

 

 “어디로 갈 생각이야?”

 

 

 “멍청한 놈. 그걸 적한테 알려줄 리가 없잖아.”

 

 

 “알고 싶은 걸 알자마자 변하는 태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로크. 키는 컸어도 성격은 변하지 않는 건가?”

 

 

 “누가 할 소리.”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저 녀석 말이 맞다. 이미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안 지금, 저 녀석과 더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다. 이제는 정말 가야할 시간이다.

 

 

 “권능. 공간이동”

 

 

 몸이 점점 검은 알갱이로 변화한다. 나는 그 감각이 느껴진다. 손 끝, 발끝부터 머리까지 내 몸은 점점 검은 알갱이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 이동의 과정이다.

 

 

 웃음이 난다. 참기가 힘들 정도로. 귓가에서 라그나의 말이 맴돈다.

 

 

 ‘상관없어.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으니까.’

 

 

 생각이 난다. 영주 성에 처음 들오기 전. 여러 마을에서 공통적으로 봤던 풍경들. 마을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수의 무덤. 큰 구덩이 속에 있는 수많은 시체.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마을 사람들? 그들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들은 아니다. 그들은 흑사의 병을 무서워하되 물리칠 힘은 없었다. 흑사의 병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없애려고 했던 존재들. 그것은 도시. 그 속의 영주. 그 밑의 기사단.

 

 

 다시 말해서 여명의 기사단. 그들의 소행일 것이다. 팔라딘의 이름을 내걸고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쓰레기 집단.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들은 결국 무력집단이다. 빛을 밝힐 어둠이 없다면 그들은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할 뿐. 세상은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이 없애야할 어둠을. 사람들이 무서워할 수 있는 존재들을. 그것이 이번에는 흑사의 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곤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 어둠을 베어나가며 자기위로를 하는 것뿐이다.

 

 

 희생의 정당성을 들먹이며, 소수의 희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지를 들먹이며, 그렇게 벌레들처럼 명맥을 유지해온 것이다. 팔라딘이라는 놈들은.

 

 

 그러나 그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주었던 흑사의 병이라는 어둠은 이제 나로인해 없어졌다. 그들은 새로운 어둠을 필요로 하겠지.

 

 

 그리고 그것이 나.

 

 

 다른 기사들은 몰라도 라그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명의 기사단의 존재 의미를 밝혀줄 어둠. 내가 그것이 될 수 있음을. 내가 균형을 위한 어둠이 될 수 있음을.

 

 

 이성이 아닌 감각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기에. 일종의 도박인 것이다. 그것도 나에게 건 도박. 내가 흑사의 병보다 훨씬 더 강한 어둠이 되어 돌아올수록, 라그나가 만들고 싶은 빛도 강해지겠지.

 

 

 미친놈. 겨우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놈이 균형의 수호자 팔라딘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달고 있다니. 역겹다. 그 녀석이. 라그나라는 녀석이.

 

 

 그리고 역겹다.

 

 

 내가.

 

 

 나도 점점 재밌어진다. 그 녀석과 내가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그림이. 나는 라그나에게 복수를 하고자하고 라그나는 그것을 이용해먹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함정임을 알고 있음에도 빠질 수밖에 없다.

 

 

 내 몸은 점점 검은 알갱이가 되어간다. 다리, 팔, 가슴, 목, 그리고 머리. 그 마지막 순간, 나는 보았다.

 

 

 달빛에 비춰진 그 녀석의 눈. 그 녀석도 웃고 있었다.

 

 

 역시 너도 재밌는 거지? 라그나. 역겨운 폐륜아 자식.

 

 

 물론, 그 물음의 답은 오직 방을 채우고 있던 달빛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

 

 

 란슬롯과 내가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크 성의 성문 밖. 이제는 진짜 바로크 산맥을 떠나 헤겔이라는 도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 사는 곳이 뭐 다르겠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란슬롯. 가자. 수도 헤겔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글에 대하여 2019 / 10 / 10 441 0 -
50 후기 2019 / 11 / 9 278 0 836   
49 48.결전(6) 完 2019 / 11 / 9 242 0 4018   
48 47.결전(5) 2019 / 11 / 8 213 0 4785   
47 46.결전(4) 2019 / 11 / 7 234 0 4984   
46 45.결전(3) 2019 / 11 / 5 219 0 7306   
45 44.결전(2) 2019 / 11 / 3 225 0 6261   
44 43.결전(1) 2019 / 11 / 2 245 0 5686   
43 42.반격(2) 2019 / 10 / 30 230 0 3749   
42 41.반격(1) 2019 / 10 / 29 219 0 5071   
41 40.참전(5) 2019 / 10 / 27 223 0 2338   
40 39.참전(4) 2019 / 10 / 27 225 0 4688   
39 38. 참전(3) 2019 / 10 / 24 225 0 4554   
38 37.참전(2) 2019 / 10 / 24 197 0 3804   
37 36.참전(1) 2019 / 10 / 24 215 0 6398   
36 35.준비(5) 2019 / 10 / 21 230 0 4468   
35 34.준비(4) 2019 / 10 / 18 231 0 4632   
34 33.준비(3) 2019 / 10 / 18 221 0 5105   
33 32.준비(2) 2019 / 10 / 16 216 0 4754   
32 31.준비(1) 2019 / 10 / 14 235 0 4213   
31 30.발트하임(2) 2019 / 10 / 11 229 0 6750   
30 29.발트하임(1) 2019 / 10 / 10 215 0 6732   
29 28.수도로(7) 2019 / 10 / 9 222 0 5538   
28 27.수도로(6) 2019 / 10 / 7 221 0 4916   
27 26.수도로(5) 2019 / 10 / 5 230 0 6373   
26 25.수도로(4) 2019 / 10 / 5 218 0 5326   
25 24.수도로(3) 2019 / 10 / 4 247 0 5750   
24 23.수도로(2) 2019 / 10 / 2 210 0 3956   
23 22.수도로(1) 2019 / 10 / 1 237 0 3696   
22 21.수도로(0) 2019 / 9 / 30 236 0 3894   
21 20.현자(4) 2019 / 9 / 29 214 0 384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