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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9회
작성일 : 19-09-30 23:21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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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안개 자욱한 숲, 깊게 뿌리를 박고 단단히 서 있는 나무들이 우거진 이곳에서 두 명이 찬란한 빛을 무의식 중에 내뿜고 있었다.

 

  "오오, 이런 곳이 있었네."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주변 풍경을 이리저리 뜯어보던 진희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디서 나는 건진 몰라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폭포 소리 덕분에 귀가 심심하진 않았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빛들이 폭포 소리에 맞춰 천천히 흔들리고, 뿌리가 박힌 곳 주변으로만 유독 움푹 파인 구덩이엔 은은한 빛이 떠오르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인 숲을 가로지르며 키미안과 함께 걷다보니 얼굴이 차갑게 식어갔다.

 

  "어우, 여기 진짜 춥다."

 

  따스한 광망이 닿지 않는 곳이라 서릿바람이 슝슝 불며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중앙에 있던 거처에만 머물다 북부 지역에 오니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조금만 참으... 아, 여기에요."

 

  찾았다는 뉘앙스의 말에 진희가 환한 미소를 품었다. 키미안의 말대로 어디론가 이동하는 작은 포털이 눈에 들어왔지만, 터무니없이 작은 크기에 말문을 잃은 진희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여길... 들어간다고......"

  "네. 왜요?"

 

  왜요? 왜요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키미안의 표정에 황당함을 금치 못 했다. 여길 들어가려면 생쥐가 되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이 쥐구멍에 어떻게 들어가."

  "네? 아. 가까이 가면 알아서 크기 바뀌어요. 보실래요?"

  "뭐?"

 

  싱긋 웃어보인 키미안이 포털로 가까이 다가가자 강렬한 빛을 내뿜은 포털이 그의 키만큼 커졌다. 지금 자신이 뭘 보는 건지, 제 눈을 의심한 진희가 불현듯 이곳이 신계라는 걸 깨닫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보란듯이 방긋방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포털을 가리킨 키미안이 검은 소매를 붙잡았다.

 

  "이제 들어가면 돼요."

  "아... 응, 그래."

 

  나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아마 적응하려면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 진지하게 걱정하며 이끌림에 포털로 들어간 진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아, 헐?"

 

  푹신한 흙을 밟은 진희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에 당황한 건 진희뿐만이 아니었다.

 

  "여긴... 필르야티엘 입구 아닙니까?"

  "맞는 거 같은데......"

 

  필르야티엘로 가는 포털이 있는 숲에 도착했다는 거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사람들의 눈에 발각되지 않도록 여기에 포털이 연결되어 있던 건 아닐까, 라고 고민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신이 이곳으로 온다 해도 인간의 눈에는 보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왜 여기에 포털이 있어?"

  "그건 저도 잘... 원래라면 제주도 중심지에 도착해야 합니다만......"

 

  빛바랜 종이를 내려다보던 키미안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쓰여있던 목적지가 달라서 혹시 오차가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었다.

 

  "뭐, 어디에 도착하건 상관은 없으니 일단 출......"

  "어! 키미안, 잠깐만."

 

  발걸음을 옮기려던 키미안을 붙잡은 진희가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킨다. 필르야티엘에 들어가기 위해 문에 가까이 다가간 낯익은 얼굴에 반가움이 먼저 앞섰다.

 

  밤하늘 같은 흑발에 끝부분에 맺힌 네이비색,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남색 눈동자가 진희의 입가에 미소를 피워냈다.

 

  "문희야!"

 

  주위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불렀지만 문희의 반응은 없었다. 그제서야 불현듯 자신이 신이라는 걸 떠올린 진희가 실망하며 고개를 푹 떨구자, 키미안이 흑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친구인가요?"

  "친구? 친구인가? 몰라. 맞을걸?"

 

  그 말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키미안이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려보냈다.

 

  "... 친구 맞는 거 같으니 진희 님을 임시로 인간화 해 두겠습니다. 전 확인해 볼 것이 있어 잠시 가보겠습니다."

  "진짜 고마워... 어, 잘 다녀오고!"

 

  나는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이렇게 좋은 천관이 어디있어. 다 나와보라, 그래. 우리 키미안이 최고야.

 

  감동했다는 눈빛으로 키미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짙은 녹색 눈동자에서 어색함이 도드라졌다. 손바닥에 신력을 모은 채 진희에게 미리 인사를 건네고 연두색 머리에 집어 넣은 키미안이 수풀 사이로 조용히 사라진다. 그에게 감동하는 것도 잠시, 문희가 곧 문을 열 것 같아 소리치며 달려갔다.

 

  "문희야!"

  "......? 진희?"

 

  게슴츠레 뜬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한동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진희가 뜬금없이 제 앞에 당당히 모습을 보인 게 황당하면서도 반가웠다.

 

  "우리 문희 잘 있었어? 언니 없어서 서러웠지? 다 알아, 다 알아."

  "언니는 개뿔."

 

  피식 웃어보인 문희가 제게 달려든 이를 열심히 떼어낸다. 귀찮게 달라붙는 건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 귀찮음을 감수해 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딜 싸돌아다녔어."

  "어.... 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이거 말하면 안 되겠지.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지만 문희의 진지한 눈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필르야티엘에 다니며 연기 실력을 갈고 닦은 진희라지만 어째서인지, 저 남색 눈 앞에서는 진실만을 고하게 됐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한 건 맞으니까, 뭐.

 

  "그래, 그러시겠지.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아, 아니. 지, 진짠데......"

  "어, 그래. 그렇다고 치자."

 

  무덤덤하게 받아친 문희가 문으로 마나를 훅 불어넣는다. 문희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나도 많은데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쉬운 나머지 소매를 꼭 붙잡았다.

 

  "왜."

  "지금 등교하는 거야?"

  "어. 너도 갈래?"

 

  그 물음에 고개를 휘휘 내저은 진희가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너무나도 도드라져 보이는 진희의 진심에 남색 눈동자가 잠시 꿈뻑였다.

 

  "그래, 어디라도 가서 얘기하자."

  "헐?"

  "헐은 무슨 헐이야. 할 얘기 있는 거 아니야?"

  "맞긴 맞는데......"

 

  얘 독심술 쓰는 거 아니야?

 

  눈을 휘둥그레 뜬 걸 보던 문희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몇 년을 봤는데 모르는 게 더 신기할 정도로 티가 많이 났다.

 

  "어... 그런데 너 학교는 어쩌고."

  "하루 빼지, 뭐. 랭커니까 봐줄 게 뻔한데."

  "문희야......"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진희가 감동 받음을 대놓고 드러낸다. 이미 불어넣은 마나는 어쩔 수 없었지만, 망설임 없이 문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문희가 발걸음을 옮겼다.

 

  "뭐 해. 빨리 와."

  "어... 어? 응."

 

  이미 격차가 벌어진 문희를 따라 잡으려 부랴부랴 뒤를 쫓았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라떼를 한 모금 마신 진희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문희가 빨대만 휘휘 저으며 입을 열었다.

 

  "많이 좋아보이네."

  "어, 어? 내가?"

 

  턱을 괴며 내뱉은 말에 진희가 당황하며 경련 일어난 것 마냥 어색하게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보일 리가 없다. 산더미 같은 서류랑 싸우기만 했던 것 같은데 좋아보이면 이상한 것이었다.

 

  "눈 밑이 퀭한 거 보니까 그래도 고생 좀 한 모양인데, 그래도 좋아보여."

 

  당황함을 진정시키려 한 번 더 말을 내뱉은 문희가 녹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늘 불행해보였던, 불안에 갇혀 살던 어두운 눈빛이 아닌 무언가로 채워진 밝은 눈빛이 되었다. 정성 가득한 사랑을 온 몸으로 받은 것처럼.

 

  "내가 좋아보인다고?"

  "어. 엄청."

 

  그럴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린 진희가 눈을 꿈뻑이다 구태여 녹차라떼를 목으로 넘겼다.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은 저 남색 눈동자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단호한 말투 때문인지 정말 괜찮아 보이는지 의심 됐다.

 

  어디보자...... 렌나한테 끌려 갔다가 르레이스비 비위 맞춰주고, 누구 덕분에 방 찾으러 하루 종일 걷다가 키미안 만나고... 다짜고짜 일해야 된다 해서 다른 애들도 만들어다 업무 보고... 리니아한테 죽을 뻔했고.... 그 후론 그냥 다 일, 일, 일.

 

  나 왜 이렇게 불쌍하게 살았니.

 

  되돌아보니 참 고난의 반복이었다. 자신의 고통에 눈물을 삼키며 심취해 있는데 문희가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뭐야, 왜 웃어."

  "이젠 웃는 거 갖고 트집이야."

  "아, 미, 미안."

 

  무서워라...

 

  딱딱한 말투에 몸을 웅크린 진희가 시야를 밑으로 내렸다. 평소와 늘 같은 문희의 태도에 오히려 고마웠다.

 

  별 거 아닌 잡담, 정말 쓸데없는 잡담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걸 왜 몰랐을까. 복잡한 곳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 마음이 놓였다.

 

  제 주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들도 부랴부랴 서류 정리를 하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품었다.

 

  이 일상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라 생각한 진희가 마음 편히 대화에 집중했다.

 

  ***

 

  "흐음......"

 

  인파가 많이 몰린 곳, 인적이 드문 곳까지 다 날아다니며 확인한 키미안이 잠시 벽에 기대어 빛바랜 종이를 내려다 본다. 아르멜리사, 이 이름을 지녔을 리는 없고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가졌을 확률도 적었다.

 

  그나마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은 목격했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당시 있었던 물품들을 몰래 현상화 해 주변에 떨어뜨려 보아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그냥 포기할까......"

 

  제 주인의 몸에 공존하는 또다른 존재를 내쫓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그 요정의 말이 떠올랐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천관 님이 염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설령 일어난다 해도 오히려 나중에 좋은 걸과를 낳을 거예요.'

 

  미심쩍은 이 말을 믿기 힘들어 인간계까지 내려와놓고는 이제와서 후회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진희를 데리러 가야하나, 시간을 확인하며 벽에서 멀어졌을 때, 키미안의 귀에 낯설은 목소리가 들렸다.

 

  "... 천관이 왜 여기에?"

  "......?"

 

  천관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뒤를 돌아본 키미안의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낯설지만 제 기억 속에 주입된 인물이었다.

 

  "아, 최근에 위임하신... 숲의 관리자 님이시군요."

  "네. 반가워요, 천관 님."

 

  온통 에메랄드 빛인 진화를 본 키미안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누가 자신의 존재를 아는지, 정말 당황했지만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 황당하기도 했다.

 

  어색해서 애꿎은 곳만 바라보는 키미안과는 달리, 진화의 표정은 안심되다는 듯이 펴져 있었다.

 

  "이름을 몰라 죄송합니다, 천관 님."

  "아, 아닙니다."

  "그리고......"

 

  말을 잠시 끊은 진화가 고개를 숙였다 들며 다시 이어갔다.

 

  "진희 잘 부탁해요."

 

  상상하지도 못한 말에 눈을 잠시 휘둥그레 뜬 키미안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에 답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

 

  '진희님, 이제 가야 합니다.'

 

  진희의 머릿속에서 키미안의 목소리가 울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었나,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이미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직 할 얘기는 산더미 같은데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이젠 떠나야 한다는 듯이, 이제 그만하라는 듯이, 얄짤없는 하늘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저, 문희야."

  "말 해."

  "나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아. 미안해."

 

  진심 어린 말에 문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왜 미안해 하는데? 미안해 할 이유가 없잖아. 얼른 가. 늦겠다. 나도 갈 거야."

  "아, 응."

 

  둘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진희의 손엔 이곳에서 구입한 케이크와, 카페에 오기 전 들러 구입한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딸랑-

 

  어쩐지 서글픈 종소리를 들으며 문희와 헤어진 진희가 초저녁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예전부터 참 이상하다고 느낀 게 있었다. 주황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하늘과 적당히 선선한 바람, 따뜻한 온기를 느낄 때면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울렁거렸다.

 

  "진희님."

 

  녹색 눈동자에 주황색을 덧칠할 때, 반가운 목소리가 뒤를 돌아보게 한다. 유독 후련해 보이는 키미안의 표정을 보며 진희가 입꼬리를 부드럽게 휘어올렸다.

 

  "키미안, 돌아가기 전에 내 집 잠깐만 들러도 괜찮지?"

  "네. 그러려고 조금 더 일찍 부른 거예요."

 

  키미안이 살며시 웃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신력으로 인해 잠깐 멈춘 그 시간 속에서, 이곳에 있던 사람들, 이 둘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이 기억만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 영원히.

 

  ***

 

  "엄마!"

 

  익숙한 집냄새를 맡으며 따스한 품에 달려든 진희가 밝게 웃었다. 진희의 어머니는 갑자기 찾아온 딸을 보며 잠시 당황한 것도 잠시, 진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신 된다더니, 좋아 보이네."

  "뭐가 좋아! 하나도 안 좋아요! 진짜!"

 

  왜 둘 다 똑같은 말만 해.

 

  문희에게서 들은 말을 또 들으니 살짝 울컥한 진희가 단호한 말투로 소리친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업무들을 하루종일 하며 지냈는데, 같지도 않은 신들 비위 맞춰 주며 지냈는데 좋아 보인다는 얘기는 꽤나 실례였다.

 

  허나 진희는 평생 깨닫지 못할 것이다. 제 눈동자에서 비치던 어두움이 사라졌다는 것을.

 

  "아, 맞다. 엄마, 이거......"

 

  잠깐 잊고 있다 불현듯 떠올린 선물들을 대뜸 품에 안겨준 진희가 활짝 웃어보였다.

 

  "이게 다 뭐냐."

  "꽃이랑 케이크랑... 아, 그리고 백화점 상품권이랑 돈 넣어둔 통장."

  "이게 제일 고맙네."

 

  진희의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상품권과 통장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진희가 다시 한 번 그리운 품에 달려든다. 어쩌면 다시 느끼기 힘들 온기를 마음껏 느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 사기꾼들한테 휘말리지 말고, 밥 잘 챙겨 드시고, 딸 그립다고 막 울면 안 돼요."

  "그립다고 울 일은 없을 것 같다, 야."

  "아, 좀 그렇다고 해주면 뭐가 덧나나."

 

  입을 비죽 내민 진희를 보며 별 수 없다는 듯이 주름진 눈가가 곱게 휘어졌다.

 

  "그래, 너무 그리울 것 같다."

  "헤헤."

 

  이제야 만족한다는 웃음을 지은 진희를 벽에 기댄 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짙은 녹색 눈동자가 말없이 꿈뻑였다.

 

  진희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뭉클한 기분이 든다. 알 수 없는 따스함에 당황하면서도 금방 취한 키미안이 행복해 보이는 제 주인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조금 더 함께 있도록 놔두자고, 모녀가 얘기를 나눌 동안 눈을 붙이는 게 가장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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