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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가이드란
작가 : 멜리사
작품등록일 : 2019.9.3

#정령물 #황녀여주 #대공녀여주 #먼치킨 #누가봐도순한황녀 #누가봐도 개썅마이웨이대공녀 #조신한세남자

17년전 실종되었던 황녀가 약 25년간 칩거하던 대공의 손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있는지도 몰랐던 대공가의 공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러의미로 심각한 대공을 여린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딸이.

그리고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두 여인은 제대로 엮이기 시작한다.

"왜 날 도와준거에요?"

더이상 황녀가 아닌 여인이 묻자 맞은편의 앉아있던 사람은 씩 웃었다.

"너라서.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도 더이상 대공녀가 아니게 되버린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 대답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공 역시 즐겁게 웃었고, 둘은 곧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운명의 가이드 때문일까요?"
"글쎄. 그럴지도?"

그 답에 황제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대공은 그런 그녀의 귀여움을 즐겼다,

아니, 즐기려했다.

벌컥, 우당탕.

갑자기 들려온 소음의 근원은 방 문에 세겹으로 쌓인 세 남자였다.

"음, 저 세 사람이랑은요?"
"운명의 가이드때문에 엮인게 확실해. 제정신이면 어울릴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렇죠?"

두 여인은 엉망인 남자들의 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혼란속의 평화였다.

 
5. 루나린과 이상한 사람들
작성일 : 19-09-30 22:37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1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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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 1.5 _ 루나린 (RunaLin)

 

 때는 내가 이 대공 저에 들어온 지 딱 1달째 되는 날이었다.

 

 아직 대부님을 파파라고 부르지 않고 대부님이라 부르던 때.

 

 ***

 

 오늘은 대부님과 만난 지 한 달이 된 기념으로 오전에는 대공 저를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오후부터 군도 안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 중, 몇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차라락.

 

 연분홍빛의 커튼을 걷자 바깥의 정원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창문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왔다.

 

 "으으!"

 

 나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아침 식사하실 시간이세요. 세숫물과 옷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응!"

 

 내 방문 밖에서 내게 이야기하는 차분한 음성에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님이 나를 도울 사람이라며 배정해준 '레몬'과 몇 명의 하녀들이 대야와 옷가지들을 가지고 내 방에 들어왔다.

 

 "아가씨. 오늘은 아가씨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프리지아 향의 세숫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아, 고마워."

 

 차분한 레몬 빛 머리카락의 여인은 이름도...

 

 "레몬. 향이 진짜 좋아!"

 

 '레몬'이었다.

 

 처음앤 그녀의 머리카락을 기준으로 지은 별명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어.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름을 저렇게 지은 걸까, 저 언니의 부모님은 무슨 개 이름 짓듯이!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굉장히 아련한 표정으로.

 

 '당연하지. 저건 인간이 아니니까.'

 

 으응?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목소리였고, 나는 굉장히 놀랐다.

 

 도대체 무슨 목소린 걸까? 대부님은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 하셨지만 난 너무 궁금한걸!

 

 '흐음? 이제 조금은 잘 들리는 모양이네. 하프의 아이라서 그런 걸까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흥미를 가득 담은 채 시끄럽게 말했다.

 

 '설마~ 내가 계속 너의 마음을 깨부순 덕분이겠지. 역시 위대한 나야! 음하핫!'

 

 내 마음을 깨부쉈다고? 그게 무슨 섬뜩한 소리야...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부숴.

 

 내가 깊이 생각하는 중에도 그 목소리는 시끄럽게 떠들었다.

 

 '아, 진짜 옆에서 시끄럽게 구네. 야! 네가 능력이 안 되는 걸 왜 나...'

 

 그 시끄러운 소리는 누군가에게 뭐라 하는 듯 하다 잠시 멎었다.

 

 그 목소리는 정말 어이없게도 본인이 몇 배나 시끄럽다는 사실은 모르는듯했다.

 

 '아! 해치웠지롱~ 음힛! 나한테 반하지는 마셔, 아가씨?'

 

 어...반할일은 없을듯합니다.

 

 내가 저 사람한테 반한다는 건 헤쉬켄이 천국이고 이 대공 섬이 지옥이라는 것과 똑같다.

 

 '흐응? 반은 맞았는걸~ 물론 네 입장에선 아닐 수도.'

 

 그는 묘한 말을 하였다.

 

 '어쨌든 나는 간다! 날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내 사랑에게! 안녕, 꼬마 봄~'

 

 잘 가요. 제발 영원히 가줬으면.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또한 나는 나중이 돼서야 깨달았다.

 

 그 때는 내가 정말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태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상한 이가 내게 큰 도움이 되었음을.

 

 똑똑.

 

 의문스럽고 시끄러운 목소리가 그치고 얼마 있지 않아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쓸데없는 소리만 듣고 있다 보니 몰랐는데 어느새 난 깔끔하게 외출 준비가 되어있었다.

 

 "누구세요?"

 "나다, 아가."

 "아, 들어오세요!"

 

 나를 아가, 라 불러주는 사람은 오로지 나의 대부님밖에 없다.

 

 물론 크리스틴 제도의 중앙의 크리스틴 섬의 중심부에 있는 이 대공 성의 가장 깊은 곳인 이 대공 저는 나와 대부님 외엔 사용인들밖에 없으니 내게 반말을 하는 사람도 대부님이 유일했다.

 

 "대부님!"

 

 루이는 활짝 웃으며 대공에게 달려갔고, 그는 그런 아이를 기쁘게 안아 들었다.

 

 대공이 안아올린 소녀의 끝에 노란빛과 프리지아 꽃잎들이 달린 예쁜 원피스의 치맛자락이 꽃향기를 풍기며 살랑거렸다.

 

 "아가."

 

 루이를 안아 든 대공은 얼굴을 굳히며 그녀를 불렀다.

 

 나는 굳어있는 대부님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히끅."

 

 너무 놀랐던 나는 깜짝 놀라서 딸꾹질을 했다.

 

 "왜, 흐끅, 부르셨어요...?"

 

 그럼에도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망설임을 가득 담고 물어보았다.

 

 "노, 놀라지 마렴, 아가. 그냥 너무 무게가 가벼워서 밥은 잘 먹나 걱정했을 뿐이다."

 "흐끅, 아, 놀랐잖아요. 그리고 저 많이 쪘는데..."

 

 아무리 봐도 마른 체형인 루이가 말하니 어쩐지 귀여운 소녀임에도 용서가 안 되는 발언이었지만 그녀의 한 달 전 모습을 생각한다면 음, 이해가 되긴 했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빡친다. 누가 봐도 마른 아이였으니까.)

 

 "....아가. 누가 새의 깃털을 손으로 들어서 무게 차이를 느낄 수 있겠느냐."

 

 하, 하하. 이거 그 말이죠, 대부님? 제가 깃털처럼 가볍다는 말이요.

 

 "넌 딱 보기에 두 손가락으로도 들 수 있다, 아가. 너무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 같구나..."

 

 대부님의 음성엔 너무나도 진심이 가득 묻어나와서 왠지 더 비참했다.

 

 '아무리 그래도 날아가지는 않아요, 대부님...'

 

 아무래도 나의 자비로운 대부님의 기준은 일반과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어쨌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저택이나 구경하자."

 "네, 대부님!"

 

 소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부님을 쳐다보았다.

 

 ***

 

 그 날 점심, 루나린 정원

 

 꺄르륵.

 하하,

 

 어둠의 달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이 정원의 이름, '루나린'은 어둠의 달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오직 어둠의 영역에만 있다는 스스로 은은한 빛을 내는 달이다.

 

 그리고 그 달의 바로 아래에 있는 루나린 정원은 유일하게 대공저에서 빛을 내는 도구를 쓰지 않고도 어둡지 않은 곳이며 늘 은은한 빛을 내는 꽃, 루나린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헤헤."

 

 그 곳의 테이블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밝게 미소 짓는 소녀의 모습은 어둡고 서늘한 정원(루나린은 은은한 빛을 내는 것이라 엄청 밝지는 않다. 오히려 어두운 편.)과는 달리 유일한 온기이자 빛처럼 보였다.

 

 "왜 웃느냐. 기분 좋은 건가."

 

 그렇게 말하는 흑발의 남자의 입가엔 은근한 미소가 걸려있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울 듯한 푸른 눈동자에서는 기쁨이 담긴듯하다.

 

 "네! 이렇게 대부님이랑 노는 것도 좋구, 무엇보다 이 정원이 너-무 예뻐요!"

 

 아이는 특히 저 빛이 나는 꽃들이 말이죠! 저 꽃은 여기에만 있다면서요, 라며 조잘조잘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로 혼자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는 더욱 눈꼬리를 휘었다.

 

 그렇게 그들이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끝내자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아가, 다 먹었으면 이리 오렴."

 "?"

 

 왜 부르시지?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대부님께 다가갔다.

 

 그녀가 자신에게로 오자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손으로 쓰윽, 허공에서 훑어 내렸다.

 

 "어? 뭐하신 거에요?"

 

 대부님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 이던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내 짧은 머리카락이 점점 길게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색은 완전한 연분홍색이었다.

 

 "어, 어어?"

 

 나는 내 허리까지 내려온 분홍빛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이, 이게 뭐예요?"

 

 나는 당황하여 물었고 대부님은 무심하게 아까와 같이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손으로 내 눈앞의 허공을 쓸었다. 그러자 대부님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선 투명하고 깨끗한 거울이 생겨났다.

 

 "우, 우와아!"

 

 거울에는 내 모습이 비쳤는데 신기한 것은 내 눈과 머리카락의 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끝에만 살짝 있던 색이 전체에 퍼지고 웨이브 져 있던 머리카락은 쫙 펴진 채 허리까지 내려왔다. 눈동자의 색은 금색에서 지금 머리 위에 떠있는 루나린과 비슷한 은색으로, 왼쪽의 독특한 동공은 오른쪽과 똑같은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마음에 드니?"

 

 대공은 음성에 따스함을 가득 담고서 물었지만, 루이는 그저 제 뺨을 더듬으며 멍하게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쳐다보고는 한쪽 손으로는 기계적으로 자신의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아...가?"

 

 그가 그런 그의 대녀를 멍하게 부르자 아이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그를 보았다.

 

 "아,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어요?"

 "아가, 괜찮으냐?"

 "네? 아, 네!"

 

 미심쩍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머리카락이랑 눈 색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앗, 너, 너무 예뻐서 멍때렸어요!"

 

 으아...이건 나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것 같잖아!

 

 나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홧홧해져서 황급히 뒤에 말을 덧붙였다.

 

 "무, 물론 긴 머리카락이 꿈이기도 했고!"

 "..."

 "무엇보다 색이 너무 예뻐요...특히 눈 색이 말이에요. "

 

 말을 다 하고 나니,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으으, 정신차려, 루이!

 

 "그...러니?"

 

 그러나 내게 대답하는 대부님의 음성이 이상하게 살짝 떨렸다.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 몰랐지만 일단 활짝 웃으면서 긍정했다.

 

 "물론이죠! 마치 여기 위에 떠 있는 루나린같은 색이라서 마음에 들어요!"

 "루나린..."

 "아, 제가 너무 과했나...?"

 

 루나린의 이름을 뱉어내는 대부님의 표정은 너무나도 씁쓸해서 나는 머쓱하게 뺨을 긁적이며 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중얼거렸다.

 

 "아니다, 아가. 일부러 그 색을 너의 눈에 담은 것이니 그리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그저 저 어두운 달을 보니 씁쓸할 뿐이구나."

 

 물론 그 아이가 강하지 않다면 이 정도 밝기도 나오지는 않았겠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대부님의 목소리는 씁쓸하면서도 구슬펐다.

 

 "너의 눈과 머리색이 독특하지 않니. 그래서 바꾸었단다."

 

 다시 다정한 미소를 띠는 대부님의 말에 나는 확신했다, 분명 내 동공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아니, 대부님? 지금 색도 만만치 않게 눈에 띌 거 같은데요?

 

 "아, 하하하. 그으, 그, 그렇군요."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한 목소리를 굉장히 어색하게 흘렸다.

 

 그것을 눈치챈 대부님은 그저 예쁘게 웃어주셨다.

 

 "가자, 아가. 이 크리스틴 제도를 돌아보러. 예쁜 섬을 보여줄게."

 

 그 말은 마치 그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이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말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 때 그 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가 날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말은 정말로 들어맞았다.

 

 "네. 예쁜 섬이 빨리 보고 싶어요, 대부님."

 

 나는 활짝 미소 지으며 나를 향해 뻗어진 하얗고 큰 손에 내 손을 얹었다.

 

 내 손은 전처럼 상처투성이도, 삐쩍 마르지도 않고 하얗고 예쁘게 살이 붙어있었다.

 

 여전히 내 손은 작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바다 위에 살짝 드러난 달빛의 울퉁불퉁한 둥글고 넓다란 암석과 그 위에 유일하게 평평한 땅 위에 세워져 있는 은은한 달빛의 탑과도 비슷한 성이 있었고 그 주위로는 작은 돌들이 둥둥 뜬 채로 성벽의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그 성벽은 삭막했지만 약간의 틈새로 은은한 은빛이 새어나왔다.

 

 그 성벽의 주위로는 밤하늘이 담아져 있는듯한 폭포수와 강줄기가 바다까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섬을 벗어나 바다로 흘러들어 간 물은 원래의 물색으로 저절로 바뀌었다.

 

 그리고 섬의 주변에는 분명 대공 저의 루나린 정원에만 있다는 루나린 꽃들중 검은 루나린과 하얀 루나린이 알맞게 배열되어 피어있었다.

 

 "루나린이 여기도 있네요?"

 

 나는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러자 대부님은 지긋이 그 꽃들을 바라보다 무심함으로 둔갑한 슬픈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응. 루나린을 피울 조건은 두 가지거든. 어둠의 힘이 미치는 곳과 달, 또는 루나린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는 땅,"

 

 그들의 영역에서도 어둠과 달을 제외하면 루나린은 그 어느곳에서도 없어. 루나린의 공동주인은 어둠과 달이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작게 자조적으로 덧붙였다.

 

 "루나린은 첫 달이 자신이 처음 만난 그의 첫 어둠에게 바친 선물이지. 꽃 또한 마찬가지고. 그래서 루나린의 주권은 어둠이, 피울 권한과 능력은 달이 가지고 있어."

 "아, 그렇군요."

 

 첫 달과 어둠이라... 추상적인 표현인 걸까?

 

 "그리고 어둠의 핏줄인 크리스틴 일족의 수장의 집인 대공성의 대공저는 어둠의 영역을 이 세계에 그대로 구현해 놓았지."

 "어둠의 영역?"

 

 그러고 보니 언니에게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밤의 제황, 밤의 일족, 마법의 창시자이자 마법의 일족이라 불린다는 크리스틴의 또 다른 별칭은 어둠의 일족, 어둠의 핏줄이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내 직감은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 속삭였다.

 

 전자는 추상적이고 사람들이 멋대로 붙여논 것이지만 후자만큼은 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또각또각.

 뚜벅뚜벅.

 

 그렇게 슬픈(?) 대공님과 뭔가 이해한(?) 내가 잠시 침묵하던 도중에 두 명 정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이 돌이라서 그런걸까? 구두 소리가 잘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철저하게 절제된듯한 소리.

 

 "오랜만이야, 대공. 여기서 다 만나네?"

 

 서늘하지만 매력적인 하이톤의 우아한 목소리가 섬을 울렸다.

 

 "어머, 저게 누구야. 대공이 이번에 들였다던 대녀, 맞지?"

 

 갑자기 나타나서 대부님께 하대를 사용하는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대공님과 닮아있었으나 무지 서늘해서 닮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주인공은 대공님과 똑같은 완벽한 흑색의 머리카락을 허벅지까지 길게 늘어트린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달을 그대로 담아 논듯 은은한 빛을 품고 있었고, 굉장히 아름다웠다. 정말 달을 눈 속에 품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큭. 야, 그리우스.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여인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여인과 대공, 두 사람과 똑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또한 그 머리카락과 똑같은 동공의 경계가 없는 완전히 새카만 흑안의 사내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넌 닥치고 있어."

 

 싸늘하게 말한 여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리고 떨어져, 라고 덧붙였다.

 

 "아이 참~~ 우리 자기는 나한테만 너-무 차갑다니까? 뭐, 그런 게 우리 자기의 매력이지만~"

 

 꺄륵, 웃는 그의 목소리는 전에 내 머릿속에 들려왔던 것과도 비슷한 목소리였다.

 

 "누가 네 자기야, 개새끼야."

 "아잉~ 입 험한 건 싫어용~"

 "너 되게 토 나와."

 "으응? 자기야, 왜애?"

 

 남자는 큰 키에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지만 밝은 미소와 자연스러운 애교는 그의 일상과도 같아 보였다.

 

 물론 그 애교의 대상인 여인과 대공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니, 구겼지만 사실 그들이 그의 본모습과 정체를 알고 있어 나온 반응일 뿐이지 의외로 그의 애교는 그와 잘 어울렸다.

 

 "고생이...많구나. 여긴 무슨 일이니."

 

 안쓰럽다는 듯이 말한 대부님은 약간은 애절하고 약간은 미안한 표정과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보는 그녀에게선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대부님과 비슷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나 원래 여기 자주 와. 너는 저 애를 여기 구경시켜주려 한 거지?"

 

 착하네, 여인은 덧붙였다.

 

 그 여인의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에 대부님은 볼을 살짝 붉혔다.

 

 "얘, 루이. 넌 여기가 마음에 드니?"

 "앗, 제 이름을 어떻게...?"

 "궁금하니?"

 

 내가 의문을 품자 그녀의 입가가 아름답게 휘어 올라갔다, 그러나 그런 그녀는 왠지 모르게 무서워 나는 황급히 부정했다.

 

 "아, 아니욧!"

 "풋, 귀엽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은?"

 

 그녀의 재촉에 생각해본 나는 그녀의 질문은 이중적인 느낌이 든다는 판단이 섰다.

 

 크리스틴 령의 최남단이자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틴 제도 전체가 마음에 드냐는 물음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섬이 마음에 드냐는걸까.

 

 어떤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답은 둘 다 마음에 든다는 대답이리라는 것이다.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정말이야, 이곳이 너무 좋아.

 

 "그래?"

 

 재차 물은 그녀는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다시 질문했다.

 

 "그럼 질문을 바꿀게. 이곳에서의 생활이 행복하니?"

 

 행복? 음, 솔직히 말하자면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네. 여기에서의 생활이 너무 행복해요!"

 

 행복이란 장소가 있다면이 곳이 아닐까?

 

 그런데 그 말을 끝마치기 전까지 어쩐지 불안해 보이던 대부님의 표정에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왤까?

 

 "그리 느꼈다니 다행이구나, 루이."

 

 어?

 

 대부님이 날 이름...으로 부른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왜지?

 

 대부님은 날 늘 '아가'라고 부르셨는데 말이야...

 

 "그럼 난 갈게. 애 잘 봐, 대공."

 "아, 저...얘야!"

 

 여인은 살짝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서늘했지만 아름답고 우아했다. 그 상태로 그녀는 대공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런 그녀에 대공은 황급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이미 전에 대공이 이동할 때 나타났던 것과 같은 검은 안개의 소용돌이에 갇혀 사라진다.

 

 "아, 아아...."

 

 대부님은 사라져버린 흑발의 여인이 남긴 검은 안개를 부여잡는다.

 

 "성장, 했구나..."

 

 그렇게 말하는 대부님의 얼굴에서는 후회가 뚝뚝, 떨어져 내린다.

 

 "대부님 아까 그분은 누구에요?"

 

 소녀는 의아함으로 가득 차 대공에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대공의 첫 거절이었다. 그것도 아주 단호하고 칼같은.

 

 "아, 미안하구나. 그건 내가 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 그렇군요..."

 

 나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 가슴을 꾹, 움켜쥐었다.

 

 가지지 않았을 때엔 몰랐는데 가지고 나니 너무도 놓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의 애정이. 그저 거절 한번에 이렇게 마음이 안 좋다니...

 

 "여- 그리우스."

 

 그 떄, 있는지도 까먹고 있었던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불량하게 손을 흔들며 대부님을 불렀다. 아니, 정확히는 '그리우스'라는 이름을. 그리고 그 이름에 반응한 사람은 내 대부님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대부님이 존대하는 것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억누르는 듯한 서늘한 목소리에 남자는 윙크를 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왠 되지도 않는 공대야? 오랜만이라 그런가~"

 "당신을 죽이고 싶은 걸 억누르느라 그러는 것이니 이해하십시오."

 "아잉~ 둘이 너-무 닮았는걸? 리스 너두 참 귀.엽.당~ 누님이 왜 그리 너한테 약했는지 이해되는 기분인걸~"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에 내가 경악을 하며 대부님을 돌아보자,

 

 세상에...

 

 대부님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싸늘했다.

 

 "워워~ 진정해, 진정. 사실 원래 우리 자기를 바로 따라가려 했는데!"

 "그냥 따라가지도 남지도 말고 다른 데로 꺼지는 걸 추천해."

 "아이 참~ 인내심 없기는. 일관성두 없구 말야~ 근데 이번 말은 네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해야겠거든!"

 

 점점 살기가 피어오르는 대부님의 상태는 신경도 안 쓰고 그는 더욱 해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위험한 빛이 감돌았다.

 

 "어? 검은 아지랑이네. 이걸 내 앞에서 피우면 내가 좀 짜증 나지 않을까? 내가 관대한 건 그 애지 네가 아니야 그리우스."

 

 그는 웃으며 말했고 정말 대부님에게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말에 오히려 그 아지랑이는 더 크기를 키웠다.

 

 그러나 허공을 한 번 휘젓는 그의 손에 아지랑이가 단번에 사라졌다. 하나도 남김없이.

 

 "날 짜증 나게 하지는 말자~ 알았지? 후후."

 

 그 장면에 난 깜짝 놀랐고, 흘끔 쳐다본 대부님의 얼굴은 굉장히 무시무시했다.

 

 "알겠어. 말해. 빨리."

 

 차가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 남자는 이상하게도 활짝 웃었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저 남자는 싸늘하게 대하며 반말하는 걸 좋아하는 걸까?

 

 내가 그렇게 딴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그는 말을 계속했다.

 

 "좋아좋아~ 내가 할 말은 이거야."

 

 그 다음 말을 꺼내려 하는 남자의 눈빛은 기묘하게 번뜩였다.

 

 "'그 아이'가 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 너와 저기 작은 봄의 아이의 대화를 들었거든, 어쩌다."

 "..."

 "벌써 그렁그렁인데? 후후, 아마 곧 어느 정도는 가까워지지 않을까? 마침 그 애도 밖에 나갈 타이밍인걸."

 

 나긋하고 가벼운 어조로 산뜻하게 말한 그는 한 쪽 눈을 찡긋이며 내게 말했다.

 

 "귀여운 대부님 잘 달래드리라고, 내 신하의 귀한 후손 아가씨?"

 "신하의 후손..."

 

 '언젠가는 알게 될거란다.'

 

 의뭉스런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그 목소리는 전에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였고, 나는 직감했다.

 

 아, 마음을 깨부쉈네, 뭐네, 하는 이상한 말을 한 사람이 저 남자였구나, 라는 것을.

 

 "그럼 난 간다~ 눈물 맺힌 거 예쁜걸, 그리우스?"

 

 그렇게 말한 그는 검은 안개로 변하며 사라졌고, 내가 돌아본 대부님은 멍하게, 하지만 매우 복잡한 표정으로 서서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었다.

 

 "대, 대부님?"

 "아, 가..."

 

 그는 소녀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 아이를 세게 끌어안고는 아이의 어깨에 눈물을 잔뜩 쏟아냈다.

 

 "대부님?"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대부님의 모습에 잔뜩 당황했다.

 

 "아아, 루시아나...나의 달...아아아, 너무도 닮았구나..."

 

 그는 오열하며, 하지만 조용히 소리를 터트렸다.

 

 중얼거리듯, 고요히...

 

 "고맙구나, 아가. 아아, 엘리자벳... 네가, 그리고 네가 남긴 아이가 또다시 나와 그 아이를 구원하는구나."

 

 대부님은 전에 내 어머니의 이름을 '엘리자벳'이라고 알려주셨다.

 

 돌아가셨다는 어머니와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걸까?

 

 "아가, 고맙다...그리고 미안하다. 엘리자벳에게도, 네게도. 내가 조금 더 잘 살폈어야 했어."

 

 그리 맣하시고 대부님은 한참 동안 구슬프고 조용하게 오열했다. 그렇게 그날의 밤이 되어갔고, 대부님은 그 날 저녁, 대공저에서 내게 말씀하셨다.

 

 "미안하구나. 안 좋은 모습만 보였어. 그리고 계획한 오늘 여행이 다 취소된 것도 미안하다."

 

 귓볼이 빨개진 채 사과하는 대부님의 모습은 너무나도 웃겼다. 꼭 개 같기도 했다. 완전 대형견!

 

 "푸흐흣,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그녀는 밝게 활짝 웃으며 말하였고 어느새 고개를 든 대공에는 잔잔한 호수 같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래, 다행이구나."

 

 앞으로도 널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 너와 네 어미가 가져다준 '우리'의 행복을 위한 씨앗의 대가로라도.

 

 대부님은 뒤에 이렇게 덧붙이셨고 나는 그 의미를 한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대부님의 말씀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가끔씩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적어도 대부님과 관련된 일에서 내게 불행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Chapter 1 - 1.5, Finish

 
작가의 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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