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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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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13 화
작성일 : 16-07-11 17:35     조회 : 585     추천 : 0     분량 : 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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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남궁창천의 얼굴에서 못마땅한 기운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놀라움이었다.

 남궁창천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설마 그 진이 천문금쇄진이란 말이오?”

 “천문금쇄진?”

 남궁창천의 말에 대답한 것은 제갈혜가 아니라 무진이었다. 무진 역시 경악한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제갈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진이 떨떠름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천문금쇄진이라…… 제갈세가의 재주는 그야말로 하늘에 닿았구려. 천문금쇄진을 부활시킨 것으로 모자라 운악산에 펼쳐 두기까지 하였으니. 이보시오, 제갈 시주. 진법을 펼치는 데는 많은 재물과 자재가 필요하다 알고 있는데, 제갈세가는 어찌 이 모든 것을 비밀로 할 수 있었소?”

 제갈혜가 살포시 웃으며 답하였다.

 “천문금쇄진은 뛰어난 진법이기는 하나, 많은 재물과 자제가 필요한 진법은 아닙니다. 사람을 살상케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법이 아니었던 까닭입니다.”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사람을 살상케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법이 아니었다?”

 “천문금쇄진의 본래 이름은 구환진(九幻陣)으로, 방향을 상실케 하는 효능만이 있는 간단한 진법이었습니다. 기관도 없고 지력(地力)을 바꿀 만한 효능도 없었지요. 천문금쇄진으로 바뀐 후에도 그것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문금쇄진은 지금도 그저 환상만을 보여 줄 뿐입니다.”

 제갈혜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여 년 전 혈마가 준동할 당시, 당대 최고의 천재였던 제갈수범(諸葛秀範)은 구환진을 천문금쇄진으로 바꾸어 혈마를 제압했다.

 그는 창조한 스스로조차도 파훼하지 못한 기진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무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어! 믿을 수가 없구려. 무릇 무인이라면 부동심(不動心)을 가지게 마련이오. 천문금쇄진이 고작 환상만을 보여 주는 진법이라면 당대 천하제일인이었던 혈마가 파훼하지 못할 이유가…… 어흠, 무례했구려. 용서하시오, 제갈 시주.”

 무진이 당황한 얼굴로 읍하여 머리를 숙였다. 제갈세가는 진법과 지략으로 흥한 가문. 그런 가문의 장녀 앞에서 진법을 폄하했으니, 큰 무례를 저지른 셈인 것이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진법을 진법이라 하신 것을요.”

 무진은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갈혜가 화를 내는 대신,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이다.

 제갈혜가 말을 이어 나갔다.

 “천문금쇄진은 환상을 보여 주는 진법일 뿐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도 파훼할 수가 없습니다. 참람한 말이오나, 백의검성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이 한 점이라도 남아 있다면 환상에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제갈혜가 혼잣말처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신선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백여 년 전, 천문금쇄진을 창조했던 제갈수범은 그 효용을 실험코자 직접 진 안에 들었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진법에 빠진 제갈수범을 구한 사람은 어느 노인이었다.

 그는 진법 안에 대수롭지 않게 들어간 다음, 제갈수범에게 선기(仙氣)라 할 만한 기운을 불어넣어 그를 구출했던 것이다.

 구함 받은 제갈수범은 노인을 일컬어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사람이다. 검을 들면 검선(劍仙)이, 노래를 부르면 악선(樂仙)이, 그림을 그리면 화선(畵仙)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한다.

 “그게 무슨 뜻이오, 제갈 소저?”

 남궁창천이 생각에 잠긴 제갈혜에게 질문했다.

 제갈혜가 싱긋 웃으며 농담처럼 답했다.

 “신선이라면 못할 일이 없지 않겠어요?”

 제갈혜의 미소 덕택에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무진과 남궁창천은 한결 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제갈혜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천하의 누구도 파훼할 수 없는 진법이니, 저절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유월 보름이 되면 비로소 천시(天時)에 이르는데, 그때를 이용한다면 한 시진이나마 진법을 멈출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무림맹은 매해 유월마다 운악산으로 사람을 보내어 신단비고의 안위를 확인한다.

 남궁세가의 소가주와 소림의 일대제자, 제갈세가의 장녀가 운악산으로 향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제 곧 운악산에 당도할 터, 자세한 것은 그때 가서 보기로 해요.”

 제갈혜가 고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2

 

 

 

 천문금쇄진은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평범한 잡초마저 요기를 흠뻑 머금은 사이한 식물로 보이게 만드는 섬뜩한 안개였다.

 한 명의 학사가 고요한 안개 속을 걷고 있었다. 깡마른데다가 봉두난발, 수염도 제멋대로 자라난 추레한 몰골의 학사는 다름 아닌 한재선이었다.

 그는 칡뿌리나 야생 열매 등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수확이 없구나.”

 한재선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가끔 이렇게 먹거리를 하나도 구하지 못하는 날이 있었는데, 그런 날은 굶주리다 못해 아픈 배를 움켜쥐고 끙끙 앓아야 했다.

 “물이라도 마셔야지…….”

 한재선이 한 달 전쯤 발견한 작은 암굴로 향했다.

 한재선은 그곳을 집 삼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 모를 잡초를 뜯어 잠자리를 봐 두고, 버려진 나무토막으로 그럴듯한 의자까지 만들어 두었다.

 의자 위에는 그가 입고 있던 학창의가 걸려 있었다.

 “나 왔다, 창의(□衣)야.”

 빗물을 모아 둔 것을 꿀꺽꿀꺽 마신 한재선이 퀭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뼈밖에 없는 팔을 흔들었다.

 학창의가 마치 인사하듯 바람에 흔들렸다.

 “그래, 너도 반갑지?”

 한재선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비참한 몰골로 한숨을 내쉬었다.

 투박한 의자 위에 놓인 학창의에는 핏물이 묻어 있었다.

 얼마 전에 나뭇가지에 등짝을 쓸리며 피가 튀었는데, 그것이 학창의에 묻은 것이다.

 나뭇가지에 찢어진 부분은 마치 입 모양처럼 보였고, 튄 핏방울들은 눈과 코처럼 보였다. 기이한 우연이었지만, 학창의에 얼굴 하나가 새겨진 모양새였다.

 한재선은 학창의에 ‘창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의식중에 벗을 만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공포감을 이겨 내려는 무의식의 발동이었는지도 몰랐다.

 한재선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돌멩이를 쥐어 들고는, 암굴의 벽면에다 정(正) 자를 새겼다. 바를 정 자는 벌써 열두 개가 넘어 있었다.

 “오늘이 두 달하고도 이틀이 되는 날이로구나. 창의야, 창의야. 우리 오늘 두 달하고도 이틀 기념으로…….”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어려 있던 한재선의 안색에 먹구름이 잔뜩 깔렸다.

 “굶기 놀이나 해 보지 않으련?”

 학창의는 바람에 나풀거리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한재선은 제가 말하고도 제 말에 비참함을 느꼈다.

 “크흑! 굶기 놀이…….”

 한재선은 모로 누워 팔베개를 하고는 우울하게 땅을 내려다보았다.

 매실밖에 먹은 것이 없었던 까닭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참, 이상한 일이지 않느냐? 예전엔 배가 고프면 뒈져 버릴 것 같았는데.”

 예전에는 굶으면 죽을 듯이 배가 아팠는데 요즘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왠지 모르게 몸에 활력이 남는 느낌이었다.

 “익숙해진 건가?”

 한재선이 자신의 깡마른 팔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나날인데 팔다리에 남은 근력은 여전했다.

 마치 수행 중인 고승이나 도사처럼 맑은 기운이 몸속에 들어 있는 듯했다.

 ‘뭐, 다행인 일이지.’

 한재선이 몸을 돌려 바로 누워 암굴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바위에서 흙먼지가 조금 떨어져 한재선의 얼굴로 떨어졌다.

 문득 쓸쓸해진 한재선이 학창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삶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에게 말하듯 친숙하게 읊조리는 한재선이었다.

 학창의가 암굴 속에 들어온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흔들렸다.

 “삶은 돼지고기 맛있지. 나도 좋아해.”

 한재선이 눈을 지그시 감고 행복한 미소를 떠올렸다.

 머릿속에 돼지고기의 먹음직스런 모습이 떠올랐다.

 “구운 오리도 맛있고 말이다.”

 말라붙은 입술이 이빨 다 빠진 늙은이마냥 쪼그라들었다. 나름대로 웃는 것이다.

 한재선이 계육면, 동파육(東坡肉), 소룡포(小籠包) 등의 요리들을 읊조렸다. 그럴수록 굶주림은 더욱 심해져만 갈 뿐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왜 이딴 곳에 들어왔던가…….”

 한재선의 머릿속에 문득 두 달 전의 일이 떠올랐다.

 

 처음 진법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재선은 행복했었다.

 갑자기 낀 안개 덕택에 최유찬의 추적을 따돌렸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행복감은 일다경도 가지 않았다.

 한재선은 뒤늦게 자신이 들어와 있는 공간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나의 대해(大海)와 같이 넓은 지식에 따르면 여기는…….’

 안개 속을 떠돌던 한재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진법.’

 갑자기 안개가 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최유찬을 따돌렸다고 안도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낀 안개를 수상하게 여겼어야 했다.

 하지만 한재선은 그러지 못했다.

 ‘진법이라는 것이 실존한단 말이야?’

 강호의 무부라면 진법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세간에서는 진법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는 했다.

 제갈량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일단 진정하자.’

 한재선은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다스리려는 듯 심호흡을 했다.

 진법이 실재할 줄은 미처 몰랐지만,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으니 의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부터는 ‘여기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옳았다.

 ‘다행히 진법에 관한 서책을 읽어 본 적이 있지. 이것이 어떤 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중궁(中宮)이 어디인지만 안다면 풀지 못할 것도 없다.’

 먼저 중궁을 찾은 다음, 구궁(九宮)과 팔괘(八卦)의 이치를 쫓아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을 계산해야 했다.

 한재선은 손가락을 두드려 가며 열심히 무언가를 계산했다.

 자평한 것처럼, 한재선의 지식은 대해와 같이 넓었다.

 한재선은 어떻게든 호구해 볼 요량으로 진법이나, 의술(醫術) 같은 잡학(雜學)도 공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지식은 습자지처럼 얇았다.

 진법에 관한 서책은 군문(軍門)의 병진(兵陣)에 관한 것으로 애초에 강호의 것과는 달랐고, 그나마도 서른 장쯤 읽다 잠들어 버렸었던 것이다.

 ‘좋아, 다 됐다. 이쪽으로 가자.’

 계산을 마친 한재선이 흡족하게 미소를 지으며 사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기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 뒤를 쫓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지형지물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며 걸어가는데, 안개 너머에서 무언가 작고 네모난 것이 보였다.

 한재선은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네모난 것으로 다가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네모난 것이 자연적으로 들어질 리는 없는 법, 필시 누군가가 만든 인위적인 물건일 터였다.

 ‘물건이 있으면 만든 사람도 있겠지. 나는 운이 참으로 좋구나.’

 한재선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물건을 만든 사람을 만나면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어라?”

 가까이 가서 보니 작고 네모난 것은 요람(搖籃)이었다. 갓난아기를 누일 수 있을 만한 작은 침상.

 한재선은 의아한 얼굴로 요람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요람 안에는 갓난아기가 저 홀로 앉아 있었다. 새빨갛기 짝이 없는 눈을 빛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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