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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군주는 없다
작가 : 투형
작품등록일 : 2019.9.11

게임 속 세계에 추락한 남매.
각자 다른 종족의 총사령관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들은 과연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밤은 그대들의 낮보다 추악하다(1)
작성일 : 19-09-30 19:03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5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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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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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여동생은 사이가 꽤 좋은 편이다. 그런 걸 우애가 깊다고 하던가. 다른 남매처럼 툭하면 신경질 부리고 서로를 씹어대지만, 결정적으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의지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는 삶을 살아왔기에 우리의 과거는 한 편의 전쟁이었으므로, 우리가 쌓아온 것을 나는 전우애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전장을 선호했다.

 10년 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남은 건 나와 여동생뿐이었으며 상속받은 재산이라곤 빚을 갚고 얼마 남지 않은 보험금과 조그만 땅 위에 집 한 채가 전부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른들이 넌지시 물어왔다.

 차라리 재산을 전부 처분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는 것이 어떠냐.

 이제 막 성인이 된 나로서 당장 홀로 살기도 막막하지 않겠냐.

 여동생까지 먹여 살리기란 너무 무리한 행동이라 느끼지 않냐.

 몇몇은 걱정 어린 조언을 보냈지만, 대부분 가식이었다. 단지 핏줄이 닿아서 되도록 죽이지 않고 살려보자는 애매한 동정이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었고 예상대로 나와 여동생의 의견은 일치했다.

 우리는 아무런 미련 없이 선택지를 박살냈다.

 어른들은 그러다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했으나,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그때 그 결정을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여동생은 각각의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었기에 불필요한 보호는 오히려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여동생인 백나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입학했다. 그 애는 수많은 관중을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 소유했기에 어렸을 때부터 리더로서의 면모를 비췄다.

 그런 지도력은 군대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육사를 졸업하고 곧장 입대해 잠깐 소대장으로 머물렀다가 참모 쪽으로 전향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나연이는 참모장교라 불린다고 한단다. 계급은 소령이라는데 출신도 좋고 성적도 우수해서 곧 중령을 노린다고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나연이의 전장은 총성이 울리고 화약 냄새가 풍기는 전장이었다. 그 전장을 지휘하는 것은 동생의 몫이었고, 나연이는 그 몫을 남들의 서너 배로 갚아낼 만큼 뛰어나기에 그 애의 행보를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백나연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자라면 오빠인 나는 정상에 머물러 도전자를 기다리는 자였다.

 나는 프로게이머이며 가상현실에서 진행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역대 최강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게임의 이름은 유니피케이션 원(Unification One).

 줄여서 유니원이라고 부르는 이 게임은 옛날 스타크래프트처럼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려 승리 조건을 달성하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종족은 총 다섯 가지로 나뉘며,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의 컨셉상 같은 종족끼리 싸우지 않기에 한사람이 먼저 종족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은 나머지 네 종족 중에서 고르게 된다.

 따라서 한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인원은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다섯 명까지 가능하며, 만약 플레이어에게 선택받지 못한 종족이 있으면 그 종족은 인공지능이 대신 조종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다섯 종족이 전부 전쟁에 참여하게 되므로 사실상 1대1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중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거나 혹은 이용하는 것에 역시 실력의 일부이기에 대결 구도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그건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림에게 식량과 자원을 나눠줄 테니 아크의 후방에서 임시기지를 세우라고 전해.”

 “벵갈은 우리보다 발전이 느려서 상대도 안 될 거다. 슬슬 뿌리 뽑을 때가 됐지.”

 “우리 시아라는 전진한다.”

 

 내가 쉴 틈 없이 지시를 내리자 반쯤 헐벗은 여인들이 명령을 전달했다. 모 게임의 나이트엘프에서 설정을 따온 ‘시아라’는 ‘모든 생물로부터 사랑받는 종족’이란 컨셉답게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덕분에 많은 남성 유저들이 그녀들의 외견을 보고 시이라를 선호했으며 나 역시 시아라가 주 종족이었다. 다만 나는 그들의 외견이 아닌 그들의 성능만을 보고 선택했다.

 다섯 종족 중 최약체라고 불림에도, 오히려 가장 약하기 때문에 모든 종족을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연이는 어떻게 나오려나.”

 

 전황을 살피는 동안 나연이가 어떤 방식으로 대비할지 예상해보았다. 걔는 중세시대 인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아크’를 선택했다.

 아크의 특징은 순식간에 쏟아지는 막강한 화력과 끊임없이 생산되는 번식능력. 따라서 아크의 플레이는 대부분 특징을 더욱 살릴 수 있는 인해전술로 밀어붙이게 된다. 그리고 나연이 역시 그런 형식의 전투를 선호하기에 아크를 선택했으리라.

 

 “내가 자림을 회유하는 동안 나연이는 가장 귀찮은 니를 몰살시켰지. 그럼 남은 건 벵갈인데... 벵갈이 우리 쪽 진형 근처에서 은신하고 있다는 게 거슬리네.”

 

 벵갈은 이족보행이 가능한 반인반수다. 특징은 어떤 전장에서도 몸을 숨기는 은신 능력과 그 은신 능력을 살릴 수 있는 함정 기술이다.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아 전면전에선 시아라보다 약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함정 하나하나가 전황을 단숨에 뒤집어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많아 은근 인기가 많은 종족이었다.

 특히 한국인이 벵갈을 많이 고르곤 하는데 은신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컨셉이기도 하고 수인 자체가 하도 귀엽게 생겨 많은 여성 플레이어가 벵갈을 먼저 플레이한다.

 하나 안타깝게도 이번 판에서 벵갈은 내 먹이가 될 운명이었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벵갈과 싸워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나연이가 카리스마를 더불어 타고난 직감으로 경험의 차이를 단번에 좁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모든 요소로부터 답을 구해내는 재능이 있었다. 그러한 재능을 십분 발휘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함정을 간파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것임을 안다. 누구누구는 나보고 중증망상병환자라며 놀리곤 하니까. 그런 놀림을 받을 때면 나는 그저 웃어넘기곤 했다.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내가 그 과정을 언어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천재 수학자가 온 세상이 숫자로 보인다는 속설이 있듯이, 내게 있어 전장은 과거의 흔적이며, 내가 걸어가는 현재는 그들의 미래였다.

 직감으로부터 얻어내는 예측 능력. 나는 이 예측 하나로 유니원의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으음, 귀찮아.”

 

 그래서 벵갈을 처리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만. 진짜 문제는 애매한 위치였다.

 시아라와 아크는 지도의 정반대에 있으며 중간에 자림과 벵갈이 껴있었다. 덕분에 벵갈과 부딪치지 않으려면 빙 돌아서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자림과의 합류가 늦어질 테고 합류가 늦어 자림이 죽게 된다면 아크가 자림의 자원을 흡수해 더 강력해질 것이다.

 게다가 제시간에 도착한다고 해도 앞에서 아크를 상대하는 동안 뒤에서 벵갈을 상대하게 될 경우를 생각하면 벵갈을 먼저 치우지 않는 이상 우리 시아라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시간 싸움이네. 어차피 나연이도 우릴 치려면 자림 먼저 치워야 하니까.”

 

 누가 먼저 제3세력을 무찌를지. 먼저 쓰러뜨린 사람이 먼저 합류할 테고, 늦게 쓰러뜨린 사람이 먼저 협공을 당할 것이다.

 나는 그러한 판도가 다가올 것을 짐작해 미리 자림과 동맹을 맺고 최전방에 시아라를 붙여 버티기 조합을 만들어두었다.

 자림은 빼빼 마른 오우거에 해골로 만든 가면을 뒤집어쓴 종족이다. 특징은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운용이 가능한 중장비와 자연의 힘을 이용해 진형 자체를 엎어버리는 정령술이다.

 다섯 종족 중에서 가장 기동성이 떨어지는 자림이지만 힘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아 전략보다는 전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주로 선택한다. 그런 자림의 사이에 마법으로 보조가 가능한 시아로 받쳐주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방어선이 만들어졌다.

 승산은 있었다.

 

 “쭉 밀어라. 쭉쭉.”

 

 부대를 지정하고 공격 명령을 내리자 나의 시아라가 벵갈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벵갈은 숲속에서 은신한 상태로 원거리 사격을 시도했으나 지금은 달이 뜬 밤이었다.

 시아라는 달빛에서 마나를 생성하기 때문에 밤 한정으로 끊임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화력에서 밀리는 벵갈은 자연스레 후퇴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함정이다.

 후퇴하는 길목에는 몰래 설치된 함정으로 가득할 테니 나는 세세하게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인공지능. 함정의 종류가 수십 가지라 해도 그들은 최선의 수밖에 두지 않는다.

 숲속. 그것도 어두운 밤에 가장 효과적인 함정은 기껏해야 서너 가지뿐이며 여태껏 보여준 행동 패턴을 파악했기 때문에 어디에 무엇이 설치되어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아라는 아무런 피해 없이 함정을 파훼하면서 조금도 추격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친 벵갈과 그 본진을 발견하자 아무런 주저도 없이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렇게 벵갈의 모든 건물을 부수자 벵갈의 모든 유닛은 넋을 놓은 채 모든 행동을 중지했다.

 유닛을 뽑을 수 있는 건물이 모두 파괴되었으니 자동 패배당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놈들은 시체나 다름없다. 어서 빨리 북진해라.”

 

 시아라와 벵갈의 전투는 끝났으나 자림과 아크의 전투는 아직 한참이었다. 화면에서는 자림이 확연하게 밀리고 있었으나 이제 아니었다.

 내 주력 부대가 도착했다.

 

 “최대한 흩어져라. 자림을 중심에 두고 좌익과 우익을 나눠 간격을 넓혀. 그렇다고 너무 빠르게 움직이지 말고. 진형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명령이 전달되자 곧바로 유닛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본부에 가만히 앉아 있지만, 눈앞에 화면이 떠 있어 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화면은 드론이 찍는 것처럼 시야에 닿는다면 어떤 각도로도 볼 수 있어서 보통 나처럼 창을 여러 개 띄운 상태로 전투를 지휘한다.

 

 “적이 도망친다. 도망친다고 해서 쫓지 마라. 도망쳐봤자 본진이다. 쫓을 시간에 차라리 앞마당을 쳐라. 병력이 거의 비었을 테다.”

 

 NPC의 인공지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알아듣는 정보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나는 최대한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시아라와 자림이 힘을 합쳐 아크의 앞마당을 무너뜨리자 아크의 유일한 자원줄은 본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보고 나연이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항복 선언을 내렸다.

 그러자 플레이어는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아 자동으로 나는 승자가 되었고 화면엔 ‘승리’라는 두 글자가 나를 반겼다. 게임이 끝나고 나는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 겨우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소파 위에 누워있는 상태였으며 곧 나연이도 헬멧을 벗은 상태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비웃어주었다.

 

 “우리나라 전쟁 나면 어떡하냐. 명색이 작전참모가 프로게이머보다 작전을 못 짜는데.”

 “응, 방구석 게임 폐인에 신검 6급 판정받은 공익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아.”

 “그리고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프로게이머지. 아서라. 나 연봉 억대로 받는 몸이거든?”

 “오빠, 오빠는 그대로 십 년만 지나면 퇴물이 돼서 그럴듯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하고 기초장애연금 받아 겨우 하루를 살 테고 나는 군인연금으로 땅 사고 빌딩 사서 건물주가 되어있을 텐데 그런 태도로 나한테 밥 한 끼나 얻어먹을 수 있겠어?”

 “하하, 이 오빠도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서울에 땅을 사뒀지.”

 “시골에 한없이 가까운 서울 땅 말이지? 애썼네. 대출받았을 텐데 다 갚을 순 있겠어?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죽을 때 다 갚고 죽어야 해?”

 “...”

 

 우린 사이가 꽤 좋은 편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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