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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군필 마법소녀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19.9.27

충성! 군필 마법소녀, 스토리야 연재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예쁘고 강력하고 멋진 마법소녀
헌데 그녀가 군생활 다 마치고 단기하사로 연장복무해 예비역 중사?
도대체? 왜? 어째서?

궁금하면 연병장 집합하시지 말입니다!

 
2화 - 우연
작성일 : 19-09-30 17:41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9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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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일 내리는 비는 밤새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원도 관서지방에서는 시간당 약 7mm의 비가 내리고 있으며...”

 이미 해가 져 버려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는 한 자동차가 있었다. 작고 네모난 경차는 헤드라이트를 활짝 켠 채로 비 내리는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에휴...”

 그 차의 운전자인 남자는 일기예보를 꺼 버렸다. 비가 쏟아지며 차 천장을 때리는 소리와 와이퍼의 박자 젓기가 정적을 깨고 있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남자는 창문을 조금 내려 비가 새지 않을 정도만 열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라이터를 이용하여 불을 붙였다.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남자의 입에 문 담배의 재가 조금씩 떨어졌다. 그에 맞춰 남자의 목에 매달려 있는 직원증 역시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직원증에는 ‘대한민국 프라모델 No.1, TDD-1’이라는, 마치 UN 평화유지군 마크를 닮은 회사마크와 ‘팀장’이라는 직함과 남자의 증명사진, 그리고 ‘김유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 지난번에 지켜 본 남자가 바로 이 남자다.

 

 남자 김유진, 그는 ‘공대 아름이’이자 그의 눈에 든 천사에게 차인 후,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매진하고자 했다. 학교 갔다가 일하러 가고, 과제 하고 시험공부 하고 잠들면 다시 학교 가서 수업듣고... 그렇게 학업과 용돈벌이에만 몰두하며 두 학기를 마친 후 군에 입대했다. 남중 남고를 나와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후, 여친을 만들 새도 없이 일과 공부만 하다 군복무를 마친 인생의 눈물나는 남자다.

 

 “난 나라에 큰일을 하고 싶어.”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그는 군 생활을 시작으로 새롭게 시작하리라 다짐했다. 그리하여 끌려왔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투덜대고 의욕 없는 훈련병과는 전혀 다르게 본인이 나서서 중대장 훈련병, 소대장 훈련병도 해 보는가 한편, 동기들에게 농담도 하고 독려도 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자 했다.

 고교생 1학년 때부터 프라모델 건을 만지고 놀아 총포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탓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밀리터리 오타쿠가 되었던 탓인지, 김유진은 군 생활에 굉장할 정도로 재미를 느껴 훈련소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특히 사격 실력은 조교들도 놀랄 정도로 처음부터 각 잡고 만발을 기록해버렸다.

 “가끔 훈련병이 예비역 병장의 실력을 내는 경우가 있더라... 말만 들어봤지만...”

 참고로 김유진 훈련병의 사격 실력을 본 조교와 탄약교관들이 중얼거린 말이었다.

 훈련소 교육을 수료하고 자대배치를 받는 날, 김유진은 1군단 예하 사단으로 차출되었으며, 사단 인사과의 추천으로 사단 직할 수색대대에 차출되었다.

 수색대대에 전입한 그는 3일 만에 중대원 서열 암기 및 체력검정 최우수, 사격 만발이라는 기록을 세워 ‘S급 이병’이라는 칭호를 획득하고, 호국훈련에서 분대장과 함께 차단선을 뚫고 적 대대장에게 총을 겨누어 최고의 일병을 뜻하는 ‘일선’ 칭호를 획득하였으며, 다음 해에는 특급전사 선발에 당당히 금장으로 합격하고, 타 사단 연합훈련에서 소대장과 두 명의 후임과 함께 대항군으로 나서서 2박 3일간 체포되지 않고 은신하는 최장기록을 세워 ‘다크템플러’라는 칭호를 획득했다. 상병이 되고 분대장을 물려받기 위해 파견된 분대장교육대에서는 아쉽게도 종합성적 2등을 하였지만 필기에서 조금 밀린 것이지 체력에서는 1등이었다. 그렇게 우수 분대장까지 달게 된 김유진은 전군 통틀어 보기 드물다는 모범병사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유진 병장님 계십니까?”

 “어 CP. 잠깐만 뉴스 좀 보고. 이거 재밌는 기사다.”

 “속보입니다. 충청남도 계룡시 신도안면 용동리의 동제봉에서 수십 개가 넘는 폭발흔적과 매우 훼손된 다수의 시신이 발견되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경찰당국은 시신의 상태가 날카로운 도구로 매우 예리하게 난도질되어 있는 점, 폭발흔적이 여기저기에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인근 조직폭력배들간의 싸움이 있었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와... 요샌 조폭들도 화끈하게 싸우는가 봅니다?”

 “영화 이야기 같지 않냐?”

 “그러게 말입니다. 폭발 흔적도 있었다는 거 보면 사제총기나 사제폭발물도 있었겠지 말입니다. IED(급조폭발물) 같은 거 말입니다.”

 “웬일이래. 너 IED가 뭔지 아냐?”

 “병 기본은 암기의 기본 아닙니까.”

 “그거 병 기본에 있는 내용은 아니야. 아무튼 무슨 일로?”

 “예, 대대장님께서 병장님 부르십니다.”

 “대대장님이?”

 “그렇습니다. 전문하사 내지는 단기하사 건으로 면담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편하게 운동만 하며 분대장 겸 병장 시기를 지내던 그는 전역 한 달 전에 대대장의 요청을 받게 되었다. 우리 대대에는 네가 꼭 필요하다, 나가서 할 거 없으면 적어도 전문하사로 6개월만 더 근무를 해 달라, 만약 하사 박으면 내가 책임지고 2년 안에 중사 달아준다 등등 장장 두 시간에 걸친 기나긴 대대장의 면담 후에 김유진 병장은 단기하사로 지원하였다.

 “김유진 병장.”

 “병장 김유진! 말씀하십시오 대대장님!”

 “단기하사, 하지 않겠는가?”

 “대대장님...”

 “뭔가?”

 “가능하다면 육군 주임원사까지 가겠습니다! 육군 주임원사가 되어 대한민국 육군의 최선임 사병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내 대대원답지!”

 그렇게 군 생활 적응 최우수, 전투능력 최우수, 전투감각 최우수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김유진 하사는 대대 보안담당관으로 배치되었다가 2년 만에 중사로 진급하여 군기강담당관이 되어 대대 병사들을 관리하고 교육시키는 자리에 배치되었다. 모난 성격 없이 털털하고 해맑은 그의 모습과 운동이든 사격이든 훈련이든 앞장서서 보여주는 특급전사 출신의 모습에 모든 병사들이 존경하고 따랐고, 대대 최고 인기스타가 되었다.

 참고로 육군 주임원사는 대한민국 전군의 주임원사라는 직책으로서는 육군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이다. 육군에서는 단 1명만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으며, 의전으로는 사단장과 같은 대우를 받는, 아주 높은 자리다. 그러한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큰 꿈을 가지는 사병은 드물다.

 

 아무튼 그렇게 하사로 임관하고 중사로 진급하여 4년의 시간이 흐르고 장기 부사관으로 전환하려는 시기가 오게 되었다.

 헌데 무난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김유진 중사의 군 생활에 처음으로 위기가 닥쳤다. 그 위기는 바로 하극상이자 살인사건이자 훈련사고였는데, 대대에 막 전입 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 증세를 보이던 이병 하나가 헬기 강하훈련 중 선임을 밀어 떨어뜨려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물론 이병은 체포되어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내무실에서 해당 이병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동기, 선임들과 마찰이 있었다는 상태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았던 소대장과 김유진 중사는 군기강담당관으로서 직무유기라는 명목으로 징계를 받았으며, 징계로 인한 후폭풍으로 장기복무신청에서 탈락하였다.

 결국 해당 소대장은 중위로 전역을, 김유진 역시 중사로 전역을 마치게 되었다.

 “씨발...”

 전역하는 날, 그의 전역을 아쉬워하던 이들과 눈물 섞인 포옹을 나누며 이를 간 김유진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김유진. 딱히 대학생활을 하며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고, 수업 외의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모임과 파티에 자주 빠져 아는 이도 없어 조용히 복학하게 되었다.

 대신 밀린 공부를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술 마시자고 하는 친구도 없었고, 공부로 지친 마음을 달랠 여자 친구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다(물론 이건 슬픈 일이지만). 그저 수업 끝나면 군 복무 전 일했던 프라모델 전문점에 아르바이트 갔다가 일마치고 집에 가서 인터넷개인방송 여자 BJ의 보이는 라디오를 보며 맥주 한 캔 마시고 잠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나 착실하게(?) 공부 한 결과 전공은 모두 이수하여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운 좋게도 아르바이트하던 프라모델 전문점의 본사에서 팀장이었던 이가 퇴사하게 되면서 김유진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본사 정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헌데 김유진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전역 한 이후에 학교에 복학하면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자 하려 했지만 그 누구도 친해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에 입대하기 전에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천사에게 차이고 나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처럼 굳어졌고, 그 역시 수업과 아르바이트에만 몰두했기에 사실상 친해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6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다가 사실상 살면서 여성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상큼 발랄한 여대생 후배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졸업 할 때까지도 그는 인터넷개인방송 여캠 방송을 보는 것이 여가생활로 낙이었으며, 그녀는 유일하게 소통하는 여성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녀가 김유진하고만 대화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만 29살이 된 김유진. 태어나서 연애 한 번, 여자 손 잡아 본 적도 한 번 없는 아주 싱싱한 모태솔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친구 따라 선배 따라 갔던 교회에서 예배할 때나 기도할 때에 잡은 적은 있지만 이걸 이성의 손을 잡았다고 표현하면 오히려 비참해지기에 그냥 없는 것으로 쳤다.

 

 “아... 빨리 가고 싶다...”

 그렇게 밝게 빛나고 영원할 것 같았던 군 생활이 곤두박질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나자 그저 이끼마냥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인생을 살아 온 김유진. 오늘은 점장님이 부탁해 남양주에서 받아 올 것이 있어서 공용차량을 직접 몰고 가는 중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줄기로 인해 속도를 낼 수 없어 느릿느릿 가고 있기에 매우 답답하고도 짜증이 밀려오는 상황이다.

 “왜 하필 이런 날 저녁에 보내가지고... 업무 시간에 보내지 좀...”

 해는 이미 진지 오래라 어두컴컴하고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와이퍼 소음 속 중얼거리는 하소연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유진은 깊은 한숨 한 번 쉰 후에 창문을 다시 조금 내린 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뱃불을 붙이려고 잠시 시선을 아래로 깔았을 때!

 “으악!”

 눈앞에 피 칠갑이 된 노년의 남성이 헉헉대며 서 있었던 것이다. 김유진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추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노인을 칠 뻔했다. 노인은 가로등을 짚은 채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입은 양복은 여기저기 칼과 같이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이 예리하게 잘려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허억... 허억...”

 김유진은 차를 멈춘 상태에서 얼어붙어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귀신이라도 본 듯,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피투성이의 노인을 보고 얼어붙어 버렸던 것이다. 입에 문 담배가 한 치의 미동도 없을 정도로 얼어붙어 버렸다. 한편, 길 위의 노인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김유진이 탄 차의 헤드라이트를 응시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세 번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무릎부터 천천히 풀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뭐, 뭐야 저 할아버지!”

 그제야 김유진은 귀신이나 환각이 아닌, 실제로 상처를 입어 다친 노인이 쓰러졌음을 인지하고 급하게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놓은 채 우산을 펼쳐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차 박은 역시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르신! 어르신?!”

 김유진은 급히 쓰러진 노인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천천히 돌아 눕히고 하늘을 쳐다보게 하였다. 노인은 기침으로 피를 토하며 거친 숨과 함께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피해... 여긴 위험해... 피해야.. 해... 위험...”

 “위, 위험하다구요?”

 “ㄱ, 그너...가 오면... 죽어... 피해야...”

 김유진은 순간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무리 봐도 이 노인은 칼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로 난도질 하다시피 공격을 당했다. 예리하게 잘려 나간 양복과 그 안의 상처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노인이 나타난 곳과 방향으로 미루어보아 아무래도 도로 옆에서 온 것이 분명했다. 도로 옆에 펼쳐진 공터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인을 이렇게 만든 범인이 저기 어딘가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일어설 수 있으시겠어요?”

 “미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김유진의 물음에 노인은 중얼거렸다. 김유진이 봐도 노인의 상처로 인해 꽤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김유진은 우선 노인을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도수 운방법을 이용하여 일으켜 세웠다.

 축 쳐진 노인을 뒤에서 가슴 아래로 끌어안아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일으키는 것으로, 운반 시에는 어깨 및 다리근육을 이용하며 끌어당길 때 팔과 어깨를 사용하고 환자의 양 손과 팔꿈치를 잡아 인도하는 기초적인 운반법이다.

 하지만 노인이 질질 끌리면 안 되게 김유진은 어깨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는 부상자를 단독으로 운반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두부, 복부, 척추, 흉골손상, 호흡장애 환자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김유진이 보기에 노인은 베인 상처가 많은 것이지 뼈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바로 노인을 일으키자마자 노인 왼팔을 잡아 어깨동무를 했다. 이어서 자신의 왼손으로 노인의 오른손목을 잡은 채 어깨를 노인의 사타구니 쪽에 밀착시킴과 동시에 오른손을 노인의 다리사이에 넣어서 노인의 우측 무릎관절 뒤를 감쌌다. 김유진이 허리와 목을 세우고 하체 힘으로 일어서자 노인은 그의 어깨 위에 눕게 되었다. 이어서 김유진은 재빠르게 왼손을 풀고 오른손으로 노인의 오른손목을 붙잡았다. 이제 문제는 없다.

 김유진은 빠르게 차로 돌아와 조수석에 노인을 앉혔다. 그리곤 자신도 운전석에 타 잽싸게 사이드브레이크를 해제하고 엑셀을 밟아 발진했다.

 “지니지니!”

 “네?”

 김유진이 소리치자 차 안의 내비게이션이 응답했다.

 “가까운 응급실!”

 “가까운 응급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요즈음 세상이 참 좋아졌다. 내비게이션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알아서 해주니 말이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김유진은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빠르게 빗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어르신, 한 15분 정도 걸린다네요. 조금만 버텨보세요!”

 “허허... 끅, 이거 참... 고맙구먼... 날 버리고 가도... 될 텐데...”

 “그런 말씀 마세요! 주무시지 마시고 조금만 버텨보세요!”

 “끅, 그래... 알겠네 젊은이...”

 노인은 그대로 기침을 참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김유진은 그런 노인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빗속을 달렸다.

 “젊은이...”

 노인이 중얼거렸다. 김유진이 고개를 살짝 돌려 보니 노인은 어떤 붉은 시약이 담긴 작은 유리병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왜요?”

 “가지고 있어주게... 혹시라도 나에게... 쿨럭!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어르신!”

 “쿨럭! 일단 받아 두게... 숨기고..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고...”

 “아.. 일단 알겠어요!”

 김유진은 노인의 손에서 붉은 시약이 담긴 작은 유리병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노인은 말없이 조용해졌다. 숨을 몰아쉬느라 가슴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돌아가시진 않은 거 같다 생각하며 김유진은 빗속을 내달렸다.

 

 그렇게 내비게이션이 인도한 곳은 청평호 근처의 국제병원이었다. 김유진은 응급실로 곧장 향해 차를 대고 반대쪽으로 건너가 노인을 다시 어깨에 들쳐 올렸다. 노인은 미동도 없이 기절한 듯 했다. 하지만 옅은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안심하며 응급실을 향해 달렸다. 빗줄기는 여전히 쏟아지는 상황에 바로 앞 응급실까지 달려가는 게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응급환자! 응급환자!”

 다행히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간호사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이에 곧바로 안쪽에서 들것을 끌고 간호사 둘이 더 달려 나왔다. 김유진은 젖 먹던 힘까지 써서 비를 뚫고 달려갔다. 이윽고 들것에 다다르자 간호사들이 김유진으로부터 노인을 받아 들것에 눕혀 빠르게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김유진 역시 간호사들과 같이 뛰어 들어갔다.

 “보호자분은 잠시 여기서 계셔주세요.”

 상태가 겉으로 봐도 자상이 많은지라 곧바로 시술에 들어가려는지 간호사들과 들것은 수술실로 향했다. 그리곤 한 간호사가 김유진을 붙잡았다. 김유진은 그 말에 멈추어 차오른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으세요?”

 간호사는 서류를 품에 안은 채로 김유진에게 물었다. 김유진은 그 때까지 본인의 옷이 비와 노인의 피로 다 젖은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 이거 제 피 아니에요.”

 김유진은 어깨와 팔 등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혹시 다치신 곳은 있으신가요?”

 “아뇨.”

 “환자분과 어떤 관계세요?”

 “처음 봅니다. 길에 비를 맞으며 피투성이로 계시기에 모셔 온 거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지만 저쪽에서 서류 작성만 도와드려도 될까요? 신분증 주시구요.”

 “아.. 네.”

 김유진은 그대로 카운터로 가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병원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선생님 차 키입니다. 나가서 왼쪽에 대 놨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김유진은 그렇게 차 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 비로 젖은 머리칼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생각해보니 노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김유진은 본인에 대한 사항만 적었다.

 “감사합니다. 신분증 받으시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네...”

 김유진은 그대로 두 세 걸음 뒷걸음쳐 텅 빈 의자에 앉았다. 멍 하니 불 켜진 천장을 응시했다. 이게 갑자기 뭔 난리야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CPR시작하고! B형으로 준비해 주세요!”

 간호사가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어렴풋이 안쪽 상황이 들려왔다. 김유진은 아무래도 노인의 상처를 씻기고 심폐소생술 실시와 더불어 피를 많이 흘렸으니 수혈을 하려고 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신기한 게 혈액형을 금방 알아내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김유진은 문득 주머니 속에 있는 노인이 남긴 유리병이 생각나 꺼내들었다.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 두께의 작은 유리병. 코르크로 막힌 유리병 안에는 조금은 걸쭉한 형태의 붉은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병을 이리저리 흔들어보기도 하고 기울여보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액체는 병에 담겨 있긴 하지만 완전히 따로 노는 듯 했다. 유리병 벽면에 잔상을 남기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기울임에 따라 움직이는 희한한 액체. 마치 판타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또 다른 물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선생님?”

 언제 다가왔는지 한 간호사가 김유진 바로 앞에서 불렀다. 유리병 안 붉은 액체 때문에 정신을 팔려 있어서 간호사가 다가왔는지도 몰랐다. 김유진은 바로 유리병을 다시 주머니 안쪽에 넣었다.

 “네?”

 “환자분 주머니에서 신분증 등을 찾았습니다. 신상정보는 저희 측에서 알아냈습니다. 환자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김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호사는 할 말 다 했으니 카운터로 돌아가고자 돌아섰다.

 “그럼...”

 “아 잠시만요!”

 “네?”

 “혹시 저 계속 있어야 하나요? 실은 제가 남양주에 볼 일이 있어서요.”

 김유진의 질문에 간호사는 손가락을 턱에 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 본래라면 보호자분이 계셔야 하는데, 환자분 가족들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중이시라고 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류는 작성 하셨으니까요.”

 “아, 네 그럼 잠시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김유진은 다시 차로 돌아왔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혹은 선행에 대한 하늘의 은총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와 보니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렇게 김유진은 차에 올라 타 아직도 젖은 머리를 두어 번 털어낸 뒤, 차의 시동을 걸고 빠르게 본래 들려야 했던 것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물론 창문 조금 열고 담배 한 개비를 문 채로.

 

 
작가의 말
 

 충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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