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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13/자운선
작성일 : 19-09-30 10:50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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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자운선

 

 용신제에서 관군의 습격으로 인해 자운선은 두 몸이 꽁꽁 묶인 채 삭주 관가로 끌려갔다. 자운선 뿐만이 아니라 수십 명의 부족들이 함께 잡혀와 이제 모두 죽거나 성벽공사에 강제로 징용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미 부락은 초토화 되었고 늙고 병든 노인들과 힘없는 아이들만이 부락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자운선은 마음이 아프기보다는 급하기만 했다.

 

 그러기에 하루 속히 억울하게 함께 끌려온 부족민을 구출하여 부락으로 돌아가 다시 예전의 평화스런 마을로 만드는 일이 족장의 딸이며 후계자로써의 사명이라는 것을 자운선은 잘 알고 있다.

 

 그런 자운선은 옥사 앞에 끌려나와 형틀에 온 몸이 묶인 체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운선 뿐만이 아니라 부족들 전체가 형틀에 묶이거나 무릎을 꿇린 채 관졸들의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분도 장군 이시영은 보이지 않고 폭우로 성곽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부실책임으로 곤장 이십대를 맞은 군관이 마치 분풀이라고 하듯 자운선과 부족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다.

 

  ‘너희들은 천한 무자리 주제에 혹세무민을 일삼아 용신제라는 빌미로 억울한 인신을 희생 시키려 했다. 너희들이 자행한 그 무지몽매한 한 사술과 기망이 국법을 어기고 민도를 어지럽히려는 죄상이라는 걸 모른다 하지 않겠지?’

 

 그 추상같은 호통에도 자운선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독하게 눈을 치켜뜨고 부관을 향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고려는 우리 무자리들을 천하고 무식하다 하여 국적이나 호적조차도 주지 않고 우리들을 죽은 사람 취급을 하여 왔소. 산사람에게는 산사람의 법이 있고 우리 죽은 사람들에게도 그 유래와 습속이 있는 법. 그것은 다른 쪽에서 경계를 세워 본다면 아닐지 몰라도 우리는 우리의 오래된 전통을 이어 온 습속임에 그 죄와 벌을 다른 척도로 구별한다는 것은 억측이라 생각하오.’

 

 자운선이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기고만장으로 대들자

 

  ‘이런 버러지만도 못한 천한 것이 뚫린 입이라고 말도 안 돼는 괴변을 늘어놓는구나. 이 건방지고 당돌한 년을 더욱 매우 쳐라.’

 

 군관의 명령에 곤장이 내려 쳐졌다. 벌써 수십 대에 가까운 곤장을 맞고 엉덩이가 살이 터지고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자운선은 그 기세를 좀처럼 꺾지 않는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천민으로 태어나 지렁이처럼 억울하게 밟혀 죽는 것이 억울할 뿐이요. 장군을 부르시오. 날 잡아 온 장군은 어디 있는게요?’

 

 자운선이 장군을 찾자 부관은 뭔가를 감추려는 듯

 

  ‘너 같은 천한 년을 직접 심문할 장군이 아니시다. 장군께서는 다른 임무로 공사다망하시다는 걸 네년이 알바없겠지만..’

 

 하지만 이시영은 관가 자신의 처소에서 어린 관기년의 안마를 받으며 문밖을 주시하고 있다.

 그 문틈 사이로 관청 뜰이 보이고 고문을 받는 자운선과 무자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물론 자운선의 목소리도 다 듣고 있던 참이었다.

 

  ‘고 고년 말하는 품세가 동장군의 고드름처럼 날카롭구나. ’

 

 양수척마을 무자리 중에 요사스런 계집이 있다는 소문은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마치 야생을 뛰노는 한 마리 암사슴처럼.. 아니, 암 표범처럼 야생적 자태는 물론, 그녀의 푸른 눈 속에 감춰진 투명에 가까운 자색의 총채에는 암컷이 내 뿜는 육향이 물씬 풍겨 나와 사내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든다는 소문의 여자를 직접 대면하고서야 과연 대단한 여자로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저런 수많은 유녀들을 상대한 이지영은 일단 이런 독기 오른 살쾡이 같은 계집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우선 요량부터 계산해야 했다. 잘못 건드리면 도리어 곤두세운 발톱에 상처가 날지 모른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자운선이 기고만장 악을 쓰자 더욱 곤장이 내려 쳐졌다.

 

  ‘저 저놈이 지가 못 먹을 사과라고 아주 요절을 내는 구나’

 

 그제야 이지영은 상의를 걸치며 일어나 관헌 마당으로 나섰다.

 이지영이 나타나자 관졸들은 더욱 매질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 저기 곡소리가 들려오며 부족들이 이지영을 향해 울부 짖는다.

 

  ‘장군 나으리!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미물 같은 존재들에게 선정을 배푸시 옵소서.’

 

 이지영은 일단 손을 들어 매질을 멈추게 하고 자운선에게 다가서며 크게 호통을 친다.

 

  ‘네 이년! 네 년이 한 짓을 국법으로 다루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날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

 

  ‘날 잡아 왔으니 죽이든 살리든 끝까지 결론을 내는 게 장군의 책임이 아니요?’

 

  “그러면 죄가 없다는 건가?’

 

  ‘죄라면 천대 받는 양수척을 태어난 게 죄요.’

 

  ‘너희들 무자리들은 그 괴상한 습속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신을 물속에 수장시켜 귀한 생명을 죽이지 않았더냐?’

 

  ‘그건 단지 눈 치례였소? 우리는 매년 거행하는 의식을 치룬 것뿐이요. 인신공양은 단지 눈으로 보는 연극이고 그냥 눈으로 즐기는 굿판이었소. 장군도 직접 그 인신이 죽지 않고 강가로 나온 것을 보지 않았소? 도리어 그 인신을 도망친 노역 노비라 하여 추포하여 생포하거나 죽이라고 한 것은 도리에 장군이었소? 안 그렇소이까?’

 

 그렇게 말하며 자운선은 때 마침 못난이가 그 남자를 구한 것이 천만다행이요 천우신조라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천병을 앓아 천대 받고 조롱당하며 골방에 격리된 생활을 하였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그 누가 뭐래도 해내고 마는 성격이라는 걸 자운선은 잘 알고 있었고 요행 관군을 습격을 해 온 시간에 그 남자를 구해 변명한 구실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못난이에게 감사 했다.

 

 그렇듯 그 사실 역시 분명 이지영도 목격한 것이었다. 그 인신공양에 걸려 든 자는 강물에 빠져 든 후 누군가에 의해 구조 되어 강가로 나와 도망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들이 말한 용신제란 단지 연극이고 굿판이 맞는다면 이 자들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이시영에는 이 빌미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어떡하든 억지를 부려서라도 이자들을 벌하거나 성곽 공사 노비로 보내야 한다. 또한 오늘밤 이 요사한 년의 궁금(宮禁)한 깊고 깊은 속살 맛을 맛보아야 한다.

 

  ‘좀 전에 네년은 스스로 너희 무자리들을 죽은 자라 일커렸다. 그렇다면 이 곳 산천초목은 물론 하늘에 나는 새조차도 그 생사일탈권을 쥐고 있는 나에게 그 버러지만도 못하 네년의 목숨을 내게 맡기는 게 영광이고 다행이 아니겠느냐?’

 

 이지영은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정도 혼 줄을 냈으니 이제 그녀를 순순히 꼬랑지를 감추리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또한 군관이 슬며시 이지영에게 아부를 떨 듯 자운선에게 한마디 한다.

 

  ‘뭘 그리 지네 만난 암탉처럼 조아대느냐? 그저 살려 주십사 한 말씀만 올리면 될 것을..’

 

 군관의 말에 자운선은 배시시 웃음이 세어 나왔다. 역시 네 놈들 본색이 이제야 나오는 구나.

 그러나 쉽게 승낙에 응한다면 그 돌아오는 값어치 역시 싸구려가 될 수 밖에 없다.

 

  ‘나 같이 천한 여자의 정조를 어디다 쓰려고 그러시오?’

 

  ‘천할수록 귀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더냐?’

 

  ‘천한 것이 귀하다면서 어찌 이리 함부로 다룬다 말이요?’

 

  ‘그럼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

 

  ‘당장 날 풀어주고 여기 내 부족들에게도 자유를 주어 다시 양수척 마을로 귀속하게 하여 주시오.’

 

  ‘그렇다면 내 말을 듣겠느냐?’

 

  ‘한번 버리고 더럽히려면 차라리 날 죽이시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날 첩으로 인정하여 곁에서 장군을 모시게 해 주시오.’

 

  ‘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로구나. 좋다! 어차피 죄가 없으니 너와 너희 부족들을 방면 하도록 할 것이다.’

 

 그제야 哭(곡)소리 나는 고문이 끝났다.

 

 그날 밤, 객사의 안채에는 붉은 황초가 불타올랐다.

 자운선은 곤장으로 살이 터지고 피투성이의 몸으로 이지영과 마주 했다.

 비단 금침위에 자운선의 몸은 풀어 진 듯하나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로 독한 눈은 여전 했다.

 

 이지영은 그런 자운선을 위로하기 위해 방안 가득 귀한 물품들을 가져다 놓았다.

 

 귀한 술과 떡, 기름진 음식과 남만에서 온 과일 그리고 비단이며 진기한 보석과 화장품, 고려에서 보기도 힘든 서화에 이역의 장난감까지 모두 그녀를 위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자운선은 그런 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의 생각은 풀려 난 부족들이 무사히 부락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물론 장군은 무자리들을 방면하며 식량과 옷가지들을 챙겨 주었다.

 

 이지영은 하얀 속치마 차림의 늘씬한 몸매의 자운선을 보며 애가 탔다.

 그녀는 속으로 울고 있다. 일단 그런 그녀를 달래야 한다.

 

  ‘그리 아프고 억울했더냐?’

 

  ‘.........’

 

  ‘네 몸에 상처가 너무 많구나. 팔하며 어깨하며 등하며 모두 칼자국이고 고역을 당한 상처가 분명하구나. 어디 그뿐이겠느냐? 네 몸에 안 보이는 상처는 또 어떻고?’

 

 이지영은 올바르게 자운선을 보고 있었다. 힘없는 무자리 마을에 족장의 딸로 태어나 그녀가 겪은 삶의 고초가 어떻 하리라는 걸 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우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늘 침략과 약탈을 당하며 여자로써 당한 수모를 손에 꼽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당했다. 하다못해 가난을 이기려고 창우 패를 꾸려 전국을 떠돌 때 권력과 돈푼 게나 있는 지방 토호들의 거친 손길을 거부 할 수 없었다.

 

 이제 호기가 왔다. 지금은 비록 삭주 분도 장군이라는 한직에 머물고 있지만 이 자는 당대 최고의 권력가이며 고려의 왕도 벌벌 떤다는 대장군 신도재상 이의민의 자식이 아니더냐?

 

 자운선은 흐느끼듯 이지영의 품에 안겼다. 그렇게 자운선은 이지영의 세 번째 첩이 되었고 얼마 후 임지의 임무를 끝낸 장군을 따라 개경으로 왔다.

 

 개경에 온 이지영은 분도 사령관 시절보다 더 바쁘고 공사가 다망했다. 아침에 입고나간 새 갑옷은 밤이면 피로 물든 채로 돌아왔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이지영에게 도륙 당한 재상들과 장군들의 목이 저자거리에 걸렸다. 정적들이 수 없이 죽어 나 갈수록 이지영과 형제들, 그리고 아버지 대장군 이의민의 권력은 하늘을 치솟는 형국이었다. 그 반면 정세는 험악하고 민심은 흉흉했으며 백성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했다.

 

 그렇게 권력에 골몰하는 이시영은 자운선을 홀로 놔 둘 수 밖에 없다.

 고래 등 같은 집에 산해진미가 넘쳐 났으나 홀로 독수공방이 예사이니 자운선은 외롭고 심심하기가 짝이 없다.

 눈을 뜨나 감으나 압수 강가에 양수척 마을이 생각날 뿐이었다.

 

 고향에서 몸종 겸 말벗으로 유화와 삼월이를 데려다 놓았지만 강가를 말을 달리던 추억에 늘 몸이 허전하고 찌뿌둥하다.

 

 그런 외롭고 무료한 시간에 공연히 입술연지만 바르고 지운다. 마침 장마당 구경을 나갔던 유화와 삼월이가 돌아와 들뜬 수다를 늘어놓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유화 였다.

 

  ‘언니! 기쁜 소식이야’

 

  ‘기쁜 소식이라니?’

 

  ‘개경에서 제일 큰 쌍화점이 개업을 한 대. 그날 고려의 멋쟁이 들이 다 모인다는데 우리도 놀러 가요?’

 

 이어 삼월이가 보충설명을 했다.

 

  ‘개업 첫날에는 모두 가면을 쓰고 무도회를 한데요. 우리가 작업하기 얼마나 좋아요?’

 

  ‘한탕할 참이냐?’

 

  ‘용돈이야 언니 덕분에 충분 하지만 통 심심해서..’

 

 어느새 유화는 손가락 사이에는 예리한 삭도(면도칼)가 번쩍였다.

 유화는 안창따기(상대방 안주머니의 돈을 터는 기술)의 전문가이다. 삼월이 역시 알아주는 바람잡이로 둘이 짝짜꿍을 이루면 세상에 못 터는 게 없다.

 

  ‘그럼 나도 오래 만에 손 좀 풀어 볼까나?’

 

 자운선도 두 여자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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