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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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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11 화
작성일 : 16-07-11 17:20     조회 : 542     추천 : 0     분량 :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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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인형은 주변 사람들과 무어라 대화하다가, 커다란 칼을 뽑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겁에 질린 듯 뒤로 물러났다.

 잠시 뒤,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인형이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산마루로 사라졌다.

 “이 염병할 놈! 어떻게 여기까지!”

 한재선이 욕설을 내뱉었다. 설마 했거늘 최유찬은 기어이 여기까지 쫓아오고 만 것이다.

 한재선은 재빨리 산길을 타고 올랐다. 아니, 타고 오르려다 말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자신이 가려던 길목에 작은 모옥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저건 또 뭐야.”

 망운봉의 모옥은 하필이면 산길을 제대로 틀어막고 있었다.

 한재선은 모옥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길 아닌 곳으로 가야 하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던 한재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 아닌 곳으로 간다면 방향을 잃거나, 산짐승을 만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아니지, 이 상황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기 사는 사람만 잘 구슬린다면…….”

 한재선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어렸다.

 어쩌면 화가 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하늘이 주홍빛 불빛으로 물들었다.

 산 너머로 해가 져 가는 모습은 천하의 어떤 화공도 그려 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물론, 한재선은 풍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봉우리를 오르느라 죽을 고생을 한 데다가, 언제 최유찬이 쫓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함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억, 허억!”

 노을이 질 때까지 달려 망운봉의 모옥에 도착한 한재선은 힘겹게 숨을 골랐다.

 모옥에 멀거니 서 있는 노인을 발견한 한재선이 최대한 단정한 척 옷차림을 추슬렀다.

 오물은 어쩔 수 없었지만, 학창의에 가득 묻은 흙먼지만은 모두 털어 낸 한재선이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노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주름진 눈가를 들어 한재선을 살펴보았다.

 한재선이 정중하게 질문했다.

 “보아하니 혼자 사시는 모양입니다.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름을 잊었다네. 무명(無名)이라 부르면 족할 것일세.”

 노인이 느릿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한재선은 큰 불안감을 느꼈다.

 ‘이, 이름을 잊었다니? 치매 걸렸나 봐. 그러면 안 되는데.’

 한재선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달복달했다.

 만약 노인네가 치매에 걸렸다면 꿈도 미래도 없는 것이다.

 잠시 그렇게 안달복달하던 한재선은 곧 자신의 추태를 알아차리고서는 다시 고고한 선비 행세를 했다.

 ‘아니지, 치매 걸린 노친네가 이렇게 말이 똑바를 수가 없어.’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어르신. 조금 있다가 저기로 큰 칼을 든 사람이 올 것인데, 그는 필시 학사 한 명을 못 보았느냐 물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쪽으로 갔다고 하셔야 합니다. 사정이 다급하니…….”

 정중하게 읍하는 모양새와 차분한 말투가 영락없는 학식 높은 선비로만 보였다.

 그러나 노인은 조용히 서 있을 뿐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재선이 다시 한 번 설득했다.

 “본래 저는 무한삼진의 학사인데, 운악산에 유람을 왔다가 도적을 만나 이리된 것입니다. 훗날 사례할 터이니, 부디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사람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 불쌍한 이를 보면 돕게 되는 법이다.

 기분에 거슬리지 않게 불쌍한 척을 한다면, 노인은 틀림없이 자신을 도울 것이었다.

 노인이 느릿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자네 말 속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구먼.”

 “예?”

 “아무래도 거짓말 같으이. 사실대로 한번 말해 보게.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는 건가?”

 한재선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허세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난 것은 오랜만인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한번 밀고 나간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자고로 삼 일을 우기면 없던 호랑이도 생겨난다 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도적을 만나 몸을 피하는 중이라…….”

 “허어, 또다시 거짓을 말하는군.”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노인의 시선을 바라보던 한재선이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노인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노라 말하는 듯했다.

 ‘그래도 밀고 나갈 것은 밀고 나가야지.’

 “제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만약 거짓이라면, 이 자리에서 맞아 죽어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한재선이 단호하게 외쳤다. 마치 굳은 대의를 세운 선비마냥 한재선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맞고 시작하세.”

 한재선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맞고 시작하긴 뭘 맞고 시작……?”

 철썩!

 노인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들고 있던 낚싯대를 느릿하게 휘둘러 한재선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 광경을 강호의 무인이 보았다면 깜짝 놀라고 말았을 것이었다.

 후발선제(後發先制)라!

 노인의 낚싯대는 느리기 짝이 없었지만, 그 속에는 쾌를 제압하는 묘리가 숨어 있었다.

 낚싯대가 품은 경력 역시 현기(玄氣)가 깃든 기이한 것이었다.

 물론, 한재선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

 “으, 으억! 제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 아오, 아파!”

 한재선이 맹렬히 머리통을 비비며 노인을 노려보았다.

 노인은 힘도 들지 않는지 평화로운 얼굴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한재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욕설의 본능이 끓어올랐다.

 “야, 이 영감탱이야!”

 철썩!

 노인의 낚싯대가 또다시 한재선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이 미친 영감이!?”

 한재선이 비명을 토해 내며 머리를 비볐다. 근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깡마른 노인네의 힘이 뭐 이리 세단 말인가!

 “그래, 이름이 무엇인고?”

 “영감! 나 가만히 안 있는다? 이러지 마? 아프다고! 때리지 마!”

 철썩! 철썩!

 노인의 낚싯대가 비처럼 쏟아졌다.

 생혈, 사혈(死穴)을 가릴 것 없이 나뭇가지가 날아왔는데, 백회(百會)는 물론, 구미혈(鳩尾穴), 단전(丹田)까지 때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회음(會陰)까지도 때렸다.

 “부, 불알은 안 돼!”

 철썩!

 “끄어윽!”

 회음과 함께 불알에 큰 충격을 받은 한재선이 저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한재선은 노인의 낚싯대에 얻어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등허리를 두드렸다.

 “영감? 살려 줘! 영감? 영감!”

 한재선이 처절하게 비명을 토해 내었다.

 노인은 신선 같은 표정으로 인자하게 웃으며 손주 머리통 후리듯이 한재선을 때려 갔다.

 “이름이 뭐냐고 묻질 않던?”

 “하, 한재선! 으오옥!”

 이상한 비명을 토해 내며 한재선이 바닥을 뒹굴었다.

 “다시 선하다[再善]? 이름자 하나는 좋구나. 선한 성품이 다 사라졌으니, 다시 선해져야겠지.”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던 욕설의 본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재선은 세상에 다시없는 애절한 목소리로 빌었다.

 “영감! 아니, 어르신! 살려만 주십시오!”

 “관상 역시 기이하구나. 아침은 유비와 먹고 점심은 손권과, 저녁은 조조와 먹을 팔자로다. 원치 않아도 인연이 꼬여드는 관상이니 기이할 수밖에.”

 “그게 무슨 개소리…… 허으윽!”

 “그래, 너는 무얼 하는 놈이더냐? 이곳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는고?”

 노인이 낚싯대를 휘두르며 질문했다.

 한재선은 처참하게 맞아가며 자신이 학사라는 사실과, 무림맹과 마교에서 동시에 글을 의뢰해 왔다는 사실, 어떻게 마감을 해 보려다가 잘 안 풀려서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 등을 말해 나갔다.

 “그렇구나, 그래. 그렇게 해서 내게 오게 된 것이로구나.”

 노인이 낚싯대를 멈추고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하늘이 원망스러워졌다.

 하늘의 그물은 성기어 보여도 놓치는 것이 없다지만, 이건 성기어도 너무 성기지 않은가!

 “어, 어르신?”

 겁에 질린 한재선이 조심스럽게 노인을 불렀다. 엎어진 채로 조금씩 기어 노인에게서 멀어지면서 말이다.

 노인이 다시금 낚싯대를 휘둘렀다.

 “일단 더 맞고 보자.”

 그때부터 노인은 말이 없었다. 그저 마구잡이로 한재선을 후려칠 따름이었다.

 회음부를 세 번이나 맞은 한재선은 그만 정신 줄을 놓을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를 맞았을까.

 때린 데를 집요하게 골라 때리던 노인이 마침내 낚싯대를 멈추었다.

 “이만하면 되었구나.”

 노인이 조용히 한재선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신선 같은 풍모였지만, 한재선은 공포감을 느꼈다. 이러다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제야 내 마지막 소임이 너를 사람 만드는 것임을 알겠노라.”

 “어르신, 저는 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때리느라 힘드셨을 텐데 좀 쉬, 쉬십시오.”

 한재선이 재빨리 일어나며 말했다.

 노인이 흘끔 한재선을 돌아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관상을 보아하니 횡액(橫厄)이 껴 있구나. 머지않아 죽음의 위기가 찾아올 것인즉, 그때 내게 맺은 매가 도움이 되리라.”

 “쳇, 염병하고.”

 순식간에 노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한재선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쿵-!

 머리끝에서 화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노인이 낚싯대를 허공으로 슬며시 던졌는데, 그것이 한재선의 머리에 적중한 것이다.

 “이만 가 보아라.”

 노인은 더 때릴 생각이 없는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노인을 협박해 최유찬의 추적을 꼬이게 만들려다가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은 한재선이 원망 가득한 시선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매에 무슨 효능이 있다고 큰 자비를 베푼 것처럼 도움이 되니, 안 되니 하는 헛소리를 한단 말인가!

 성질 같아서는 영감에게 욕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한재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끝도 없이 맞을 것 같아서 겁이 덜컥 났다.

 “아, 안녕히 계십시오. 기왕이면 다시 보지 맙시다.”

 한재선이 꾸벅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바람처럼 모옥 너머로 달려갔다.

 뒷짐을 지고 서 있던 노인이 헛웃음을 머금었다.

 “허허허.”

 또 맞을까 봐 두려웠던지, 한재선의 몸놀림은 전광석화처럼 쾌속했다.

 노인이 물끄러미 한재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내게 시간이 남아 있으니…… 또 보게 될 게다.”

 노인이 뜻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마치 천하의 모든 일을 다 아는 것처럼 말이다.

 

 3

 

 

 

 한재선은 그야말로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었다.

 모옥에서 만났던 미친 노인네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 노인이라면 최유찬을 만나자마자 ‘저쪽으로 갔다’고 친절하게 말해 줄 것이 분명했다.

 한재선은 결국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최유찬에게 잡히느니, 차라리 산을 헤매더라도 길 아닌 곳으로 가는 편이 나았다.

 ‘설마 죽지는 않겠지.’

 한재선이 수풀을 양팔로 헤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름 모를 잡초들과 우람하게 자란 거목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숲 속에 있다 보니 조금씩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나, 앞으로 가고 있긴 한 거야? 엄마, 무서워.’

 한재선은 울상을 지었지만, 어쨌든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일이 이리되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 뒤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라?”

 바람 끝에서 왠지 모를 익숙한 냄새가 났다. 피 냄새를 닮은 듯도 하고, 쇠 냄새를 닮은 듯도 한 향기였다.

 한재선은 그 향기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이런 개똥같은 일이 있나! 그 영감탱이가 마침내 꼰지르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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