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들이 절경을 이루는 화사한 정원.
"파파!"
턱까지 간신히 내려오던 짧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와 살랑거린다.
그 새하얀 웨이브 단발의 소녀는 제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한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남자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작은 소녀를 향해 팔을 뻗었고, 소녀는 망설임 없이 그 품에 안겨들었다.
"꺗! 파파아!"
소녀를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남자는 그녀를 제 어깨높이로 내려 안정감 있게 안는다.
"아가. 올해 18살 맞지?"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루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정을 부렸다.
"으읏, 대부님이 매일같이 아가라고 부르니까 진짜 애가 돼버리는 것 같잖아요!"
"후후. 괜찮다. 귀엽기만 하구나, 아가."
그 다정한 말에 루이는 볼을 살짝 붉히며 부- 입술을 내밀었다.
"아가. 삐쳤느냐?"
약간은 장난스러운 질문에 루이는 빽, 소리 지르듯 답했다. 마치 정곡을 찔린 듯.
"읏, 아니거든요!"
"아닌데. 입이 삐쳤는데?"
윽, 아니라니까!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몸을 홱, 돌렸다.
그러자 대공은 얼른 그녀를 따라가선 팔을 붙잡고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지둥 사과했다.
"아, 아가. 미안하다. 장난이었어."
그의 보기 드문 당황한 모습에 루이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흐흣, 아하핫!"
즐겁게 웃는 그 모습에 그제야 루이만이 눈치 없다 생각하는 대공이 뚱한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허, 참. 나이도 어린 것이 아주 늙은 이 놀려먹는 맛에 사는구나."
이제 갓 2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얼굴로 늙은이 운운하는 그의 모습에 루이는 큭큭, 웃으며 장난 섞인 핀잔을 주었다.
"그 얼굴로 늙은이 운운해봤자 웃기기밖에 더해요?"
그 말에 대공은 다시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아가. 참, 갈수록 너무 솔직해지는구나."
그 말에 루이는 새침한 표정으로 톡, 쏘아붙이듯 물었다.
"싫어요?"
그 도도하고도 귀여운 모습에 대공은 피식, 웃었다.
"설마."
"그러니까 하는 장난이죠."
루이가 이 저택에 온 지 벌써 3개월 정도 되었다.
이제 그녀는 대공을 대부님이라 부르기도 파파라 부르기도 하며 전보다 훨씬 친해졌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리고 그녀는 대공에 의해 보관되던 자신의 친모의 초상화도 보고, 그녀가 대공 섬에서 생활하던 때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5월 18일, 루이가 대공과 헤어져 이 대공 섬을 떠나기 바로 전날이다.
어쩌면 대공 저에서 벗어나 이 정원을 보여주는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루이는 생각했다.
"와, 그런데 어쩜 이리 작을까..."
빠직.
어이, 거기 예쁜 대공님? 나도 나 작은 건 잘 안다구요.
루이는 속으로 퉁명스레 말하며 생각했다. 대공 섬에 와서 는 것은 표정과 몸무게, 말 수뿐이라고. 물론 루이 역시 그게 나쁜 것은 아니란 걸 잘 안다.
살의 경우에도 보기 힘들 정도로 바짝 말랐던 전과는 달리 적당히 살이 붙은 것뿐, 그녀가 뚱뚱해진 것은 아니다.
그래. 루이는 뭐든 좋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키가 크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하하, 루이는 자신에 눈에서 마치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또륵.
하, 하하, 하하하.
그녀는 자신의 키가 대부인 대공의 명치까지밖에 안 온다는 사실이 너무하다 생각했다. 제발 키 좀 컸으면, 아무리 소원을 빌어봐도 약 2년째 키가 크지 않고 그대로였으니.
물론 대공이 키가 큰 편이기도 했지만, 그의 말로는 그녀의 키가 나이에 비해 좀 작은 편이긴 하다고 했다.
151cm라니, 웬만한 10살짜리 애들의 키라고 한다.
물론 대공은 나중엔 그게 크리스틴 기준이고 평범한 이들은 13~4살 때의 키라고 다시 알려주었지만.
"아가, 왜 그러니?"
루이는 그 물음에 자신이 고민에 깊이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인기준에서) 눈치 없는 대공이 자신에게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파파."
큼, 이건 절대로 내가 어려서 '파파' 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하면 대부님이 좋아하시니까 하는 것뿐이다. 진짜다.
그녀는 애써 자기최면을 걸었다.
"아닌 게 아닌데..."
대공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가, 이내 뭔지 생각났다는 듯,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아, 혹시 내일 네 아비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때문에 그러니?"
그 물음에 루이는 흠칫, 몸을 떨었다.
루이는 솔직히 자신을 버린것으로 추정되는 친부를 만나는 것보단 자신을 찾아준 대부와 평생 사는 게 몇백 배는 낫다고 생각했다.
"나도 헤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네 아비의 품에 돌아가야지 않겠니, 아가."
자신을 결국 친부에게 돌려보내겠다는 단호한 대공의 말에 루이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저절로 굳어버렸다.
'내심 그냥 나를 여기서 살게 하겠다는 말을 기대하고 있었나 봐, 나. 욕심도 많지.'
루이가 속으로 자책하고 있자 대공이 안타깝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가. 난 널 버리는 것이 아니다. 여기보단 네 아비의 집이 훨씬 좋을 거야."
들으면 늘 안정이 되던 따스한 목소리는 오늘만큼은 그녀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자주 만나러 갈게. 응? 기분 풀렴, 아가."
자신을 어떻게든 달래려 애쓰는 목소리에 결국 루이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흑, 헤어지기 싫어요, 파파..."
그녀가 울먹이며 말하자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 덕에, 정원에는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 퍼졌다.
"아가..."
루이가 떼쟁이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씩 그녀가 울 때면 대공은 그녀가 바라는 것을 뭐든 해주었다. 그래서 루이는 '어쩌면...'이라는 기대감으로 울어보았던 것 같다.
"흐, 흐어엉. 난 파파랑 계속 살고 싶어요. 흐윽."
그러나 이번에 대공은 단호했다. 물론 그녀가 계속 눈물을 떨굼에도 그녀를 무시하고 내버려뒀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처럼 울지 말라 다독여 주었지.
그저 그와 함께 돌아온 것은 아주 단호한 거절이었던 것뿐이다.
"미안하다, 아가."
루이는 괜히 대공이 혹시 자신을 싫어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억지로 맡고 있던 것이 아닐까?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며 펑펑 울었다.
[지금 애 울리는 거야? 그거 하나 달래지도 못하는 한심한 사람 같으니.]
그 때, 대공의 머리에 싸늘하고도 고혹적인 목소리가 울렸고, 그 목소리에 대공의 표정은 굳었다.
"으으, 아가가 우는데 어쩌란 것이냐."
대공은 어울리지도 않는 앓는 소리를 내었으나, 목소리는 대공보다도 단호했다.
[그건 너 알아서 해, 이 바보.]
"자, 잠깐만? 얘야. 얘? 얘!"
대공은 당황스럽게 누군가를 부르다가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쥐곤 한숨을 푹 내쉬었더.
"아가... 나도 울고 싶구나..."
"파파?"
그런 그의 의외의 모습에 루이가 울음을 그쳤다는 사실은 그만 모르는 사실이었다.
***
하아.
한 소녀가 봄을 형상화 해놓은 듯한 방 안에 앉아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곤 창가에서 턱을 괴었다.
"그냥 파파랑 살고 싶다..."
그녀가 중얼거리자 그녀의 주변에서 평범한 사람에겐 들리지 않을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는 게 좋을 거야. 네 아빠는 좋은 사람이야, 루이.'
그 밝고 앳된 목소리는 다정했고, 그녀만을 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루이의 반문에 활짝 웃으며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네 엄마한테도 굉장히 잘해주셨어!'
"나도 좋아해 주실까?"
'당연하지! 그자가 널 잃었을 때 얼마나 망가졌었는데... 음, 물론 지금도 살짝 맛이 가 있긴 해.'
이번엔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 그 믿음직한 목소리에 루이는 애써 웃으면서도 하아, 한숨을 내쉬다 다시 밝게 웃으며 반색했다.
"그래? 믿을게, 레시."
그녀는 머리에 화사한 벚꽃이 달린 자그마한 요정과 대화를 나누었다.
똑똑.
"어, 누구지?"
'파파인가?'
대공 말고는 들어올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루이는 웃으며 생각하곤 방문을 바라봤다.
"들어오, 꺗!"
그녀가 문을 향해 말하고 있을 때, 창문에서 온통 검은 복장의 사람이 솟아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그녀의 비명에 한 금발 정장의 여성이 벌컥,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누, 누, 언니?"
그녀는 당황하여 문쪽과 창문 쪽을 번갈아 보던 중 문으로 들어온 여성을 보고 놀라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창문으로 들어온 이가 소녀를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단숨에 두 여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으, 으아악!"
기세넘치게 들어와 칼을 휘두르던, 정확히는 휘두르려던 남성이 꼴사납게 창문을 향해 끌려갔다. 물론 보이는 늤낌이 그랬고, 실제로 그를 끌어내는 사람은 없었다.
"뭐, 뭐야..."
'저 이상한 남자는 뭐야...? 모, 목소리가 엄청 굵었으니까 남자는 맞겠지? 근데 나 방금 죽을 뻔 한 거야?'
루이는 갑자기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그러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루아스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 눈동자와 그녀와 똑같다 할 수 있을 만큼 닮은 얼굴, 그녀와 비슷한 목소리까지.
물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던 장발에서 숏컷으로 짧아지긴 했다만, 루이는 제 앞의 상대가 자신을 언제나 보호해주던 루아스 라는 것을 확신했다.
"언니...? 왜 아가씨라고 불러?"
하지만...
"언니, 라니요?"
"언니...?"
'이상하다, 왜 날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언니?'
그녀는 마치 루아스가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루, 루아스 언니!"
다급하게 부르는 루이의 목소리에 그녀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루...아스, 라니, 그게 누구입니까?"
그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것처럼, 외려 루이를 향해 물어왔다.
"루아스 언니잖아. 왜 그래?"
그녀의 말에 금발의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루아스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제 이름 또한, 루아스가 아닌 로티네아입니다. 대공녀님께서 보낸 사람이죠."
'대공녀님...?'
대공녀님이라는 호칭에 대해 고민을 하던 루이가 다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을 땐, 이미 그녀가 사라진 후였다.
"어, 어?"
분명 그녀는 자신을 로티네아라 소개했다. 하지만 루이가 생각하기엔 누가 봐도 틀림없는 루아스였다.
루이의 눈동자엔 혼란이 가득 찼다.
***
휘이익, 쿠당탕.
"으어어억! 아, 아파..."
어떤 창에서 돌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온통 검은색투성이인 마른 몸매의 사람에게선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야! 누가 감히 날..."
잔뜩 성난 채, 울부짖듯 소리치는 그가 인기척 없이 나타난 그림자에 소스라치게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어디서 개가 짖니?"
잔뜩 당황한 목소리의 남성의 말을 차디찬 목소리가 끊어냈다.
"도대체 누, 흐어억!"
어두운 밤, 보이지 않던 형상이 때맞춰 드리운 달빛에 의해 드러났고, 그 모습에 남자는 기겁을 하며 슬금슬금, 뒤로 기었다.
"나다, 이 새끼야."
달빛이 비치자 드러난 모습은 긴 흑발을 가지런히 늘어트린 아름다운 외모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붉은 입술로 산뜻하고 가볍게 약한 욕설을 뱉어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기...저택에서 분명 못 나온다고..."
피식.
공황상태에 빠져 중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여인은 싸늘한 조소를 터트렸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니?"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동시에 상대방을 향한 무시를 가득 담고 있었다.
"아, 그 같잖은 네 보호자인 또라이가 알려줬니?"
가소롭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비틀린 증오가 담긴 미소가 가득했다.
"윽, 너, 너어!"
무시받는듯한 느낌에 얼굴이 새빨개져 소리 지르던 남자는 어느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오래전 본 가주와 그의 옆에 들러붙어 있던 정부보다도 서늘했기에.
"저 아이를 어쩌려한거야."
그 서늘한 질문에 남자는 떨면서도 센 척을 했다.
"뭐, 뭔 상관이야,"
"궁금해하지 말고 불어. 내일이면 떠날 아이에게 뭔 짓을 하려한거야."
여인의 목소리는 고저 없이 낮았다. 그 목소리에 남자는 지레 겁먹어 드문드문 말했다.
"그, 그냥 칼로 한, 한번 찌르려고 했, 어. 죽을, 지, 안 죽을, 지 모르, 잖아."
그 말에 여인은 키득, 웃었다,
"이게 뒤지려고 작정했나. 뒤지고 싶으면 알아서 눈에 안 띄게 뒈질 것이지 왜 기분 더럽게 내 앞에서 죽여달라고 지랄은 지랄이야."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에 달고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며 한 말에 남자는 차마 무시한다고 발끈할 수도 없이 겁을 먹었다.
그러자 곧바로 여인에게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것은 온기 한 점 없는 서늘한 눈동자였다.
"멍청한 새끼. 네가 만난게 지금의 나라서 다행으로 생각해."
그 뜻 모를 말에 남자는 저절로 반문했다.
"무, 무슨 소리야!"
그 말에 여인은 고개를 나른히 기울였다.
"대가리가 텅텅 빈 새끼한테 내가 뭘 기대해? 난 아직 세상에 나에 대해 알릴 생각이 없으니까 눈에 띄는 짓도 안 해. 널 죽이는 일 따위로 내 결심을 무너트리지 않는단 소리야."
그 말에 남자는 숨을 헉, 크게 들이켰다. 그도 알고 있었다.
제 앞에 있는 그녀는 '발현'을 한 자신과도 충분히 겨뤄 이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지금의 자신은 손가락 한 번 까닥이면 금세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들었니?"
매혹적이지만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킴과 동시에 물어보는 여인의 모습에 남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여인은 등을 돌린 채 고개만 돌려 싸늘히 쳐다보곤 말하였다.
"왜, 왜..."
남자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잔뜩 흔들리는 눈으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흑발의 여인을 쳐다보았다.
"멍청한 새끼.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눈깔이 삔 거야."
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하였으나 타칭 멍청한 남자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아, 꺼지라고, 씨발."
'너가 언제 꺼지랬냐, 이...'
여인은 짜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살벌하게 말하였고, 그 말에 남자는 여인을 욕하고 싶어도 겉으로는 차마 티 내지 못하며 허공에 검은색의 무언가를 그려나갔고, 그것에서 빛이 나자 어느새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딱.
그리고 그가 사라지자마자 여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바로 옆, 바닥에 독특한 수식들이 떠오르더니 그곳에서 검은빛이 나며 한 금발의 여인이 솟아올랐다.
"말은 했니?"
"하긴 했어요."
"그럼 가자. 네 고집을 들어주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야."
여인은 아까보다는 훨씬 풀어진, 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수긍하려던 금발의 여인은 망설이며 무언가를 물었다.
"...오늘 그 애, 아니, 그분이..."
아니, 물으려 했다.
"죽을 뻔 한거 아니야."
그녀가 묻던 도중, 그 질문을 듣고 있던 여인이 그 내용을 대충 눈치채고 질문을 끊으며 답을 해 줬기 때문이다.
"내가 말해둔 게 있는데 보호마법 하나 안 걸어놓았을 리가."
그녀는 금발의 여인이 궁금해하기 전 이유까지 설명해주었다.
"전적도 있는 걸."
이 말을 작게 중얼거리는 여인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살벌했다.
"예?"
"궁금해하지 마."
"예."
금발의 여인은 흑발의 여인의 말에 의문을 품었으나 이내 그 호기심을 속으로 삼켰다. 그녀는 너무나도 무서운,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이제 가자."
그녀의 말이 끝나며 전과 같이 금발의 여인에게 하얀 손이 뻗어져 나왔다.
그리고 금발의 여인 역시 고개를 숙이며 전과 같이 그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예, 주인."
전과 같은 답을 하며.
- Chapter 1 - 1, Fini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