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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일. 안개는 곧 걷힌다 5. 주유소
작성일 : 19-09-29 16:31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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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안개는 곧 걷힌다

 

 5. 주유소

 

 “딩동댕동 동댕딩동.”

  시험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무거운 교실의 공기를 밀어냈다. 지원자 대부분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끝까지 답안을 써냈다. 일단 이 시험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를 도전할 수 있었다.

  은지는 답안을 제출하고 교실을 나오면서 기지개를 폈다. 아, 후련하다. 시험만 통과되면 수업 시연과 면접은 백 프로 자신 있었다. 비정규직 교사 경력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아까 명함을 주고 갔던 남자는 종 치기 조금 전에 답안을 내고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지나 주차장으로 나간 은지는 남자의 마티즈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저 인간이 그냥 가네. 전화기를 꺼내들고 씩씩대며 명함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받지 않았다. 또 눌렀다. 신호가 거의 끝날 무렵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운전 중입니다. 메시지 보내시면 안 될까요?”

  “아니. 그냥 가면 어떻게요?”

  은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소리 질렀다.

  “아까 그 분이시구나. 아직 자유로 진입 안했어요.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있을 테니까 오세요.”

  뉴비틀이 엄청난 속도로 학교를 빠져 나가 주유소를 향했다. 마티즈 차량이 주유기의 노즐을 꽂고 있었다. 옆에 아까 봤던 남자가 서있었다. 그리고 다가가는 뉴비틀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아니 저게 미쳤나. 은지는 차를 대고 내려서 걸어갔다.

  “잘 걸으시네요. 다행이다. 시험은 잘 보셨나요?”

  이 남자. 첫마디부터 기분 잡치게 하네. 순간 은지는 남자의 반지르르한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는 장면을 상상했다.

  “다 필요 없고요. 사과를 어떻게 하실 건데요?”

  “사과는 아까 했잖아요. 병원에 가셔서 진단 받으시고 병원비를 저에게 알려주세요.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그게 사과였어요? 그럼 전 못 받아들이겠는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근데 전 진짜 몰랐어요. 차에 부딪힌 게 맞긴 한 거죠?”

  “아까 한 얘기를 왜 또 하는 거죠? 부딪혔으니까 넘어졌죠.”

  “알겠어요.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전 사과했으니까 그 쪽은 사과 받아주시고 병원비 청구하시면 끝납니다.”

  “그냥 병원비만 주신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뭘 더 원하세요? 위로금을 더 달라 이 말씀이세요?”

  “그게 아니잖아요.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란 말이에요,”

  잠시 망설이던 성훈이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자, 이렇게 하면 되겠죠? 용서해 주세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사과 받아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은지는 순간 망설였다.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는 이 남자. 처음 보았던 뻔뻔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행동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하는 사과는 사실 처음이었다.

  “알았어요, 일단 사과는 받아들입니다. 조심하셨어야죠. 욕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 않았어요.”

  “욕하는 걸 보시고 정지한 거였나요? 대단하시네요. 욕도 사과드릴게요.”

  여기서 다 없었던 걸로 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면 너무 싱겁잖아. 은지는 정말 한 직장에서 근무하게 될 수도 있다면 이 사건이 무기가 될 수 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 용서하고 없었던 걸로 하기에는 제 무릎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절반만 용서합니다. 경찰에 뺑소니로 신고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아세요.”

  순간 성훈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분노를 참는 표정이 두드러졌다. 이 여자를 더 이상 상대하기 싫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분노를 참게 만들었다. 애쓴다. 은지는 성훈이 잠시 말없이 쏘아보는 표정을 짓자 화를 더 돋게 만들어 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장난기가 섞인 심술보였다.

  “치료비와 위로금은 제가 병원 가서 치료 받고 생각을 정리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결국 위로금을 받겠다는 얘기구만. 성훈은 돈을 얼마를 요구할지 전혀 예상이 안 되서 짜증이 났다.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돈은 충분히 있었지만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아냐. 돈 달라고 하면 얼마나 많이 달라고 하겠어. 그냥 돈 주고 끝내버려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알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여자는 이 말까지 듣고 쌩하고 주유소를 떠나 버렸다. 그새 주유는 끝나 있었다. 그 때 캐딜락 한 대가 주유소에 들어왔다. 육중한 몸집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성훈의 마티즈 바로 뒤에 차를 정차하였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비교가 되었다. 난 언제나 저런 거 타보나. 평상시 성훈은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막상 남자들의 드림카를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탐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이성의 힘으로 비싼 소비는 참곤 하였다.

  “아까 시험장에 계셨었죠? 어떠셨어요?”

  캐딜락의 운전석에 앉은 채로 창문을 열고 귀여운 인상의 아가씨가 말을 걸어왔다. 순간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귀여운 여자 분과 사귀게 되면 어떨까. 매일 웃음이 나겠지. 아까 그 여자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순간적으로 수만 가지 장면이 동시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캐딜락 옆자리를 보는 순간 모두 와장창 깨져버렸다. 냉철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 있었다. 분명히 둘은 커플이겠지. 성훈은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시험 망친 거 같아요. 그래도 면접까지는 가야 될 텐데요. 시험 어떠셨어요?”

  “전 그럭저럭 본 거 같아요. 이제 수업시연과 면접 준비해야죠. 걱정이네요.”

  “걱정 마세요. 몇 번만 연습하고 들어가도 될 거 같아요. 잘하실 거 같은데요. 저처럼 직장 다니고 있는 사람이 문제죠.”

  성훈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대화할 때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편인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을 깨닫고 살짝 민망했다.

  “직장 다니시는군요. 근데 오늘은 어떻게 나오신 거예요?”

  “연가 썼어요.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부담스럽더라고요. 너무 바빠서 공부도 거의 못하고 시험은 안 될 거 같아요.”

  진심이었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없었다. 떨어지면 내년에 또 도전해야지. 성훈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 그러셨구나. 경쟁률이 세서 저도 모르겠어요. 사립에서 한꺼번에 정규직을 이렇게 많이 뽑는 건 처음 봐요.”

  “그러게요. 아까 들으니까 명퇴하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공립 특채에 합격하신 분들도 있고.”

  “아 그랬군요. 시험 통과 되서 다음 주에 또 뵈었으면 좋겠네요.”

  예리가 방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도형은 자리에 앉아 멍하게 마티즈 옆에 서있는 남성을 보았다. 표정이 예리의 애교 섞인 말투에 벌써 넘어간 표정이었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안 수많은 남자들이 예리를 꼬드겨 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 누구와도 제대로 만나지 않는 예리를 보며 연애에는 관심이 없구나 생각했다.

  마티즈를 탄 남자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먼저 주유소를 떠났다.

  “시험 잘 못 봤대?”

  “응. 그런 가봐. 난 그럭저럭 썼는데. 오빠는 어때?”

  “난 잘 쓴 거 같아. 통과 했을 거야. 넌 그럭저럭 썼으면 안 됐을 가능성이 높은 걸. 나 없어도 도서관 잘 지켜라. 알았지?”

  “뭐야? 오빠랑 안 놀아. 진짜 못됐어.”

  예리 놀리기에 푹 빠진 도형은 피식 새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아무리 봐도 귀여운 예리는 화난 표정을 지어도 역시나 귀여웠다. 도형과 예리는 티격태격하며 주유소를 떠났다.

  “그나저나 오빠도 차사라. 내가 언제까지나 태워 줄 순 없잖아.”

  “그럴까? 취업하면 돈 생기니까 할부 멋지게 끊어주지. 뭐.”

  “뭐 살 건데? 비엠? 아우디? 아니면 벤츠?”

  “얘는 뭐래니? 독일 차는 너무 비싸.”

  “할인 받으면 괜찮을 거야. 살만해.”

  “안돼. 난 국산차 중형차 정도 살거야. 쏘나타 정도가 좋을 거 같아.”

  “쏘나타는 좀 그런데...... 그랜저 사라. 그랜저. 그래도 사람이 품위가 있어야지.”

  “아이고. 아냐. 쏘나타 보다 작은 거 사야겠어. 쏘울 같은 차가 좋을 거 같다. 튼튼해 보이잖아. 너 뒤에서 콱 박아줘야겠다.”

  “뭐야? 태워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네. 당장 내려.”

  “못 내려. 서울까지 데려다 주셔야죠.”

  “아유. 약 올라. 쏘나타 사면 내 차는 절대 탈 생각 하지 마.”

  “당연하지. 너야말로 내 차 절대로 타지 마라.”

  티격태격 싸우다가 보니 서울로 돌아오는 자유로에는 안개가 모두 걷혀 있었다. 도로 옆 강가의 어스름한 풍경에 취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풍경이 들어오는구나. 후련한 마음에 예리는 창문을 모두 열고 소리를 질렀다. 도형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 이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
 

 취업 시험을 다 보고 나온 주인공들이 대견합니다. 너무 힘들었겠죠. 박수를 쳐줍시다. 첫번째 장의 제목인 '개는 곧 걷힌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생인 주인공들의 처지를 낙관적으로 보는 상징적인 의미가 들어있는 거였군요. 주인공들의 미래를 가리는 안개가 과연 곧 걷힐지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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