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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달빛의 주인 샤린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7
달빛의 주인 샤린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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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소매치기 삶을 살았던 류다인.
억울하게 죽은 동생들의 복수를 마치고 첫 번째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새로운 세계.

술과 돈의 향기가 넘쳐 나는 달빛 거리의 주인이 될 샤린!
새로운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유쾌한 이야기!

 
제 15 화
작성일 : 16-07-11 17:13     조회 : 498     추천 : 0     분량 : 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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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심하긴.”

 “이익!”

 뭔가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이 모두 맞기에 엘라이는 딱히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게다가 지금은 부탁해야 할 것도 있어, 엘라이는 분한 마음을 꾹 참고 말을 건넸다.

 “호위를 해줬으면 해.”

 “호위?”

 “그래. 피오스 백작가까지 호위를 해줘.”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오늘 있었던 일로 지금도 미약하게 가슴이 떨려 왔다.

 그들이 자신에게 손을 뻗어오던 그 순간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그들이 다시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대로는 도저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움을 구할 이들은 눈앞의 샤린 일행밖에 없었다. 그들을 너무도 손쉽게 해치우던 리오와 샨의 모습을 떠올리자, 이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자신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듯했다.

 “야영할 때의 식사비 포함해서 하루에 십 골드. 그 밖에 들어가는 모든 개인적인 비용은 각자가 알아서 부담.”

 “하루에 십 골드?”

 “네. 두 사람 다 실력으로 따지면 S급 용병 값은 줘야 하지만, 앞에 지급할 돈도 제법 되니 봐줘서 A급 용병 값으로 측정해준 겁니다.

 뭐, 불만 있으세요?”

 “…아니.”

 “그럼 잘 읽어보고 여기에 사인하세요.”

 샤린은 다시 품에서 새로운 서류 종이를 꺼내 그곳에 지금 말한 내용을 꼼꼼하게 적은 뒤 엘라이에게 내밀었다.

 “…….”

 엘라이는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그곳에 사인을 해 다시 샤린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손님~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서류를 다시 받아든 샤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서류를 품에 넣은 그녀의 말투와 음성 또한 어느새 정중하게 바뀌어 있었다.

 계약을 한 이상 그녀는 이제 샤린에게 있어 손님의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은 샤린입니다.”

 그리고 그제야 처음으로 엘라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는 샤린이었다.

 “…….”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어버린 샤린의 모습에 엘라이와 그의 일행은 한참 동안 멍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도대체 그녀의 본모습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귀족 앞에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이나, 돈을 못 주겠다는 말에 기사를 향해 검을 뽑아들고 배를 째겠다는 모습이나, 음식을 건네며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하나같이 분위기가 너무도 달라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후! 피오스 백작가라면 미스트 산 가는 길목에 있으니 땡잡았군. 이래저래 여행 경비가 팍팍 줄겠네~’

 하지만 단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짓는 여러 가지 미소 중 가장 밝은 미소는 현재 품 안에 든 돈을 주겠다는 계약서를 바라볼 때라는 것을 말이다.

 

 

 

 제7장. 카야뮤 영지의 전염병

 

 

 

 “왜 또 야영이야!”

 따뜻한 날씨는 계속되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만간 여름이 시작되리라는 걸 다들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세 시간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온다며! 그 마을에서 쉬면 되잖아!”

 엘라이는 아직 해가 남아 있음에도 벌써부터 야영 준비를 하는 샤린 일행의 모습에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

 벌써 며칠째 제대로 된 침대가 아닌 마차 안에서 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더 길을 가자며 마을을 지나쳐 갔고, 또 어느 날은 다음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해가 질 거라며 지금처럼 이른 시간에 야영 준비를 하는 샤린으로 인해 며칠째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결국 참다못한 엘라이가 샤린을 향해 불만 어린 외침을 내뱉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참은 것도 엘라이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마을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샤린을 향해 야영은 죽어도 못한다고 소리쳤던 그녀였다.

 “감히 내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야! 난 오늘 여기서 쉬어야겠어!”

 하지만 그 순간, 자신에게 성큼 다가와 품 속의 서류 한 장을 꺼내 자신의 얼굴에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에 서명하신 거 잊으셨습니까?”

 “그게 뭐!”

 “계약서 자세히 안 읽어보셨나요?”

 “……?”

 “여기 마지막 줄에 적힌 글 안 보셨습니까?”

 “……!”

 그녀가 내민 서류를 가까이에서 읽어본 엘라이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대충 훑어보고 서명했던 서류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모든 결정은 샤린의 의견에 무조건 따른다. 만약 그것을 어길 시 계약 파기로 여기고, 위약금 천 골드를 샤린에게 지급한다.>

 

 “마, 말도 안 돼! 난 못 봤어!”

 “쯧! 서류에 사인을 할 때는 내용을 꼼꼼하게 잘 읽으셨어야죠.”

 “이익! 이건 사기야!”

 “사기라니요. 전 분명 잘! 읽! 어! 보! 고! 사인하라고 말했습니다.”

 “윽!”

 “뭐, 마음에 안 드시면 계약을 파기하셔도 좋습니다. 저야 천 골드 받으면 파기해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요.”

 “너… 너!”

 결국 엘라이는 샤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 했기에, 계약 파기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계속되는 야영에 지친 엘라이는 참다 참다 결국 샤린에게 다시 소리치고 말았다.

 더 이상 야영은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이다. 지금 당장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푹 쉬고 싶었다.

 “왜 자꾸 밖에서 자려고 하냐고!”

 “몰라서 묻습니까?”

 “모르니까 묻지!”

 샤린은 진짜로 몰라서 묻는 거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다가 아주 명쾌한 대답을 들려줬다.

 “돈이 안 드니까요.”

 “…….”

 “…….”

 순간, 주변에 있던 이들이 동시에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로지 리오와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샨만이 이미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돈… 때문이라고?”

 “네.”

 엘라이의 되물음에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뒤, 샤린은 다시 야영 준비를 서둘렀다.

 “낼게.”

 “네?”

 “내가 너희 몫까지 다 내면 되잖아!”

 결국 엘라이는 샤린의 덫에 걸려 버렸다.

 “정말로요?”

 “그래!”

 “앞으로도 계속?”

 “그, 그래!”

 “뭐해요? 짐 싸!”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영 준비를 하던 이들을 향해 샤린이 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짐을 싸더니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

 “…….”

 그 모습을 본 일행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샤린이 그동안 죽자고 야영만 한 이유를 말이다.

 엘라이가 여행하는 동안의 여관 경비를 모두 지급하겠다는 말을 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악하다…….’

 ‘무, 무섭다.’

 다시 한 번 어이없는 눈빛으로 샤린을 바라보던 일행은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었다.

 

 ***

 

 “어서 오세요.”

 그날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드는 시간에 샤린 일행은 ‘카야뮤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곧바로 여관으로 향한 그들은 자신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여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하아!”

 평범해 보이는 여관. 깔끔하기는 했지만,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엘라이는 아무런 투정도 하지 않은 채 여관 안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며칠째 밖에서 지내다 보니 이런 여관도 최고급처럼 보이는 그녀였다.

 ‘흐음…….’

 고급 여관이 아님에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엘라이의 모습에, 샨은 어쩌면 샤린이 한동안 야영만 고집한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떠나서 그녀의 까다로운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여행 경비 절감이었겠지만 말이다.

 “뭐하는 거야! 안내하지 않고!”

 “네? 아… 아! 네!”

 여점원 루나는 여관 안으로 들어서는 샤린 일행을 향해 인사를 건네다가 리오에게서 시선이 고정된 채 쉽게 돌리지 못했다.

 “아! 이쪽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흥!”

 그 모습에 와락 미간을 찌푸린 엘라이가 소리쳤고,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여점원 루나는 급히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너 지금 어디 들어가는 거야!”

 “왜? 뭐가 잘못됐나?”

 “그 방에 왜 들어가냐고! 너희 둘이서 왜 같은 방을 써!”

 잠시 후, 샤린 일행은 각자 알아서 방을 정하고 안으로 들어서다가 비명처럼 소리치는 엘라이의 음성에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그녀가 소리치는 방향에는 같은 방으로 들어서는 리오와 샨이 보였다.

 아직까지도 샨이 여자인 줄 아는 엘라이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리오와 함께 방으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에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왜? 몰랐어?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

 순간, 샨이 피식 웃으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리오의 목을 뒤에서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엘라이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 게 아닌가.

 엘라이는 그대로 뒤로 넘어갈 듯 순간 비틀거렸다. 설마 설마 했지만, 진짜로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저렇게 남자처럼 키만 크고, 목소리도 남자보다 더 허스키한 여자 어디가 좋다고!

 엘라이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얼굴이 조금 예쁘기는 하지만, 도대체 자신이 저 여자보다 못한 게 뭐냔 말이다.

 따악!

 “너와 리오 오라버니가 무슨 사이인데?”

 “아앗!”

 그때였다. 엘라이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작게 웃음을 터트리던 샨의 머리를 그대로 가격하는 이가 있었다.

 “난 리오 오라버니가 남자랑 사귀어도 좋다고 허락한 적 없거든.”

 바로 샤린이었다.

 있는 힘껏 샨의 머리를 가격한 그녀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농담인 걸 알면서 진짜로 때리기냐.”

 “농담인 줄 아니깐 이 정도지.”

 머리를 매만지며 투덜거리는 샨의 음성에도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가며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지, 진담이라고 생각했으면?”

 “알고 싶어?”

 도리도리!

 자신의 되물음에 잠시 걸음을 멈춘 후, 뒤돌아보며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에 샨은 열심히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알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자, 잠깐!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나… 남자?”

 “정말요?”

 “헉!”

 한편, 곁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엘라이 일행은 놀란 눈빛으로 샨을 바라보았다.

 방금 샨과 샤린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샨이 남자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도 쉽게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 뭐가 잘못됐나?”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지!’

 엘라이 일행은 자신들을 향해 웃으며 건네는 샨의 물음에 다들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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