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가이드란
작가 : 멜리사
작품등록일 : 2019.9.3

#정령물 #황녀여주 #대공녀여주 #먼치킨 #누가봐도순한황녀 #누가봐도 개썅마이웨이대공녀 #조신한세남자

17년전 실종되었던 황녀가 약 25년간 칩거하던 대공의 손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있는지도 몰랐던 대공가의 공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러의미로 심각한 대공을 여린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딸이.

그리고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두 여인은 제대로 엮이기 시작한다.

"왜 날 도와준거에요?"

더이상 황녀가 아닌 여인이 묻자 맞은편의 앉아있던 사람은 씩 웃었다.

"너라서.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도 더이상 대공녀가 아니게 되버린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 대답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공 역시 즐겁게 웃었고, 둘은 곧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운명의 가이드 때문일까요?"
"글쎄. 그럴지도?"

그 답에 황제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대공은 그런 그녀의 귀여움을 즐겼다,

아니, 즐기려했다.

벌컥, 우당탕.

갑자기 들려온 소음의 근원은 방 문에 세겹으로 쌓인 세 남자였다.

"음, 저 세 사람이랑은요?"
"운명의 가이드때문에 엮인게 확실해. 제정신이면 어울릴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렇죠?"

두 여인은 엉망인 남자들의 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혼란속의 평화였다.

 
3. 한 번 봄은 영원한 봄
작성일 : 19-09-28 16:21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1131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가, 눈 떠보렴."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루이가 눈을 떴다.

 

 "으음..."

 

 갑작스레 들어오는 쨍한 빛에 인상을 찌푸리자 남자가 손짓했고, 그러자 내 주변의 빛이 조금씩 줄어들어 갔다.

 

 "우와...!"

 

 빛이 약해지는 것을 본 루이가 탄성을 터트리자 남자는 살짝 웃었다.

 

 "신기하니?"

 

 귀엽다는 듯한 어조에 루이가 어색하게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네."

 "후후, 앞으로 계속 볼 것이란다."

 "아...네!"

 

 루이는 정말 즐겁다는 듯, 활짝 미소 지었다.

 

 그러던 도중 내 주변이 다시 밝아진 것을 보면 그가 어느새 원래대로 돌려놓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루이는 자신이 이런 것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넌 쿼터니까.'

 

 그 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고, 자신을 데려온 그의 목소리가 아니란 것을 깨달은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네? 누, 누구...?"

 

 놀라 내뱉은 질문이었지만, 더 이상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데려온 남자가 그녀를 신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

 

 "아까 그 목소리가 들린 거니?"

 

 그는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루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의아해진 루이는 그를 향해 반문했다.

 

 "오빠도 아까 그게 들려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들려온 목소리가 조금, 아니 꽤 많이 섬뜩해서.

 

 "후후, 당연하지. 그들은 참..."

 

 그러나 답을 위해 이어지는 그의 웃음과 목소리가 더 섬뜩했다.

 

 루이는 마치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에 제 양팔을 문질렀다.

 

 "참...?"

 

 이어진 것은 그에 대한 진정한 답. 그 답을 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살벌했다.

 

 "시끄럽지. 짜증 날 정도로 말이야. 어릴 때부터 듣는다면 정신이 돌아버릴 수도 있어."

 

 정신이 돈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 된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을 자주 봐온 루이는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단 말에 깜짝 놀랐다.

 

 "헉...정말요...?"

 

 루이의 반사적인 말에 남자는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의 온화한 미소마저도 왠지 모르게 섬뜩했다.

 

 "그래. 특히 너 같이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정말 미쳐버릴 수도 있어. 여태 안 들린 건 오히려 행운이지."

 

 그의 말에 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들렸다면 조금 많이 무서웠을 것 같았기에.

 

 "오빠. 그런데 여긴 어디에요?"

 

 그 질문에 그는 약간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깐 뒤에 이어진 말 때문에 놀라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던 단어가 이제야 인식이 된 것이다.

 

 "이런, 아가. 오빠라니..."

 "네?"

 

 그의 말에 루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루아스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기에. 그녀는 현재 핏줄이 아니기 때문에 오빠라는 단어가 안되는 것인지 고민 중이었다.

 

 그렇게, 루이가 고민 중일 떄.

 

 하, 하는 야트막한 한숨이 들려오고, 이어서 그가 명심하라는 듯, 루이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지도록 한 음절, 한 음절마다 힘을 주어 말했다.

 

 절대 루이가 타인이라 오빠란 단어가 걸리는 것이 아니란 것을 기억하라는 듯.

 

 "뭐라 불러도 상관없긴 하다만 오빠는 조금 아닌 것 같구나."

 

 그 말에 루이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네...뭐라고 불러요...?"

 

 그 질문에 남자는 고민하다가 망설이며 선택안을 제시했다.

 

 "음...아저씨? 할아버지? 솔직히 할아버지가 가장 맞긴 하다만..."

 

 아저씨란 말에 움찔하던 루이는 할아버지란 단어에 아예 눈을 크게 떴다. 살짝 경악 어린 목소리였다.

 

 "어째서요?"

 

 그 질문에 그는 어색하게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약간 수줍어 보이기도 했다.

 

 "이래 보여도 내가 올해로 207살이거든. 아직 어린 딸도 있긴 해서 아..저씨란 것도 나름은 맞을지도."

 

 처음엔 단어 자체가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았던 듯, 멍하던 루이가 당황을 넘어서 혼란의 상태에 빠져 간신히 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207살이요?"

 

 그 경악어린 물음에 그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답했다.

 

 "그래. 아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지?"

 "네, 네."

 

 짧은 긍정 후 화제를 돌리려는 시도인지, 그는 웃으며 물었다.

 

 "여기는 크리스틴 대공령이자 대공 성이 있는 크리스틴 제도(諸島)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앙의 크리스틴 섬의 중심부에 있는 대공성, 그리고 그 대공 성의 중심부인 대공 저란다. 당대 가주가 머무는 곳이 바로 이 곳이지."

 

 크리스틴이라면 루이 역시도 루아스에게 들어본 적이 있는 굉장히 유명한 가문이었다. 여러 의미로.

 

 대제국 세예스의 밤의 제황이라고도 불린다는 암흑의 군주의 후손, 크리스틴 일족.

 

 점점 빛의 혈통이 약해져, 이젠 거의 사라져 '금안'이라는 상징성 외에 남은 것이 없는 황가와는 달리 어둠의 피가 그대로 유지되어 불로장생의 축복을 누리는 마법의 창시자이자 유일하게 마법과 정령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그 가문이었다.

 

 중앙의 대공 저는 대공의 허락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줬던 기억이...

 

 '응...? 자, 잠깐...'

 

 거기까지 떠올린 루이는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떠올랐다.

 

 "오빠, 아니 아저...으윽."

 

 루이가 호칭을 두고 고민하자 남자는 가볍게 그녀를 도왔다.

 

 "대공님이라 불러도 된단다."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알려준 그는 잠시 생각하다 아, 하는 탄성을 뱉곤 말을 수정했다.

 

 "대부라 부르렴. 내 너의 대부가 되어주겠다. 어떠니, 아가?"

 

 갑자가 온 제안에 놀랐지만, 왠지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 때문일까...

 

 "아, 가, 감사합니다. 그럼..."

 

 그녀의 긍정에 대공은 활짝, 기쁜 미소를 지으며 전보다 더욱 빛나는 눈으로 행복하게 말했다.

 

 "대부님이라 부르려무나.아빠라 불러도 좋고..."

 "네, 네..."

 

 그가 신나서 하는 말에 루이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어지는 뒷말은 그의 당혹스러운 변화에 놀람과 동시에 수줍음으로 워낙 작았던 목소리까지 더해져 결국 듣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그 제안을 수용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뭔지 몰랐던 뒷말을 물어보지 않은 것만큼은 실수였던 것 같다.

 

 "그럼 대부님..."

 

 그녀가 처음 말해본 아버지라는 의미가 담긴 '대부님'이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같은 피가 흐르는 친부는 아니었지만.

 

 "응?"

 

 대공 역시, 대부라는 부름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에 걸었다.

 

 "대부님이 크리스틴 대공 전하세요?"

 "맞아."

 

 그녀의 질문에 산뜻하게 긍정하는 대공의 모습은 루이가 보기에(비록 다른 이었어도 아마 몇 명을 제외하곤 모두 이렇게 느꼈으리라.) 너무나도 예뻤다.

 

 그와 동시에 대공이 왜 자신의 대부를 해주는지 이해되지 않는 루이는 대부와 대녀라는 관계에서 주는 묘한 안정감 덕에 용기내어 그에게 이유를 물을 수 있었다.

 

 "그, 저어...왜 대부님을 해 주시는...?"

 

 그러나 여태 살아온 환경과 여태 봐온 그의 이중적 모습에 물어도 될지 망설이다 결국 더듬더듬 묻자, 그녀가 망설이던 게 우습게도 대공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살짝 불안정해 보이긴 했지만, 그건 루이의 문제가 아닌 그 자신의 문제인 것 같았다.

 

 "내가 널 딸로 삼길 원하니까. 정확히는 내 딸에게 그 아이의 딸인 널 동생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것뿐이지만."

 

 뭐, 그 아이도 대모가 되어줬으니, 라고 중얼거리는 대공의 말을 루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누굴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대공이 그의 딸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딸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왠지 모를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있었기에.

 

 "그럼 절 입양하시...아, 죄, 죄송해요."

 

 그저 갑자기, 저도 나오게 나온 말에 루이는 깜짝 놀랐다. 굳이 대녀로 삼은 것은 핏줄이 아닌 자신을 족보에 올리는 것은 싫다는 것이었겠지.

 

 루이는 자신의 실수에 속으로 자책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돌아온 것은 곤란한 표정으로 당황스럽게 말하는 대공의 모습이었다.

 

 "그, 그런 게 아니다, 아가. 너에겐 널 아끼는 친부가 있거든. 그 아이는 늘 널 그리워하고 있었단다."

 

 대공은 그녀가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듯, 자책하는 목소리에 급히 부정하며 이유를 알려주었다.

 

 '내, 친부...? 친부라면 내 아빠...'

 

 "아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만 계속 생각하던, 생각 할 때마다 원망스러우면서도 묘한 기대감으로 그녀의 기분을 씁쓸하게 만들던 그 이름을 밖으로 뱉어냈다.

 

 "그래, 네 아빠. 난 그 아이에게 널 돌려줄 생각이다. 너의 가족과, 너의 이름과, 너의 신분과, 너의 권리를. 너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네게 돌려줄게, 아가."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내 것...'

 

 "정말 이 세상에 그런게 있나요?"

 

 믿기지 않다는 듯, 이미 그런 것을 체념한 목소리에 대공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선은 너의 눈을 돌려놓을까?"

 

 '내 눈?'

 

 "?"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느낀 대공은 옅게 웃으며 허공에서 손을 살짝 휘저었다.

 

 그 행동에 루이는 저절로 눈을 꼭, 감았다.

 

 "아가, 여기 보렴. 너의 아름다운 진짜 눈이란다,"

 

 그 목소리에 감은 두 눈을 뜬 루이는 허공에 둥둥 떠있는 거울을, 정확히는 거울 같은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 거울 또한 대공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루이는 이번엔 그에 대한 의문도 품지 않고 거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까맣게 죽은 암적색 눈동자가 아닌, 찬란한 빛을 품은 아름다운 금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의 왼쪽 눈동자의 동공은 굉장히 독특했다.

 

 동그란 모양이 아닌 벚꽃의 형상이었고, 색은 검은색이 아닌 그녀의 흰 백발 끝에 살짝 물들어 있는 것 같은 연분홍색과 같은 빛깔을 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루이는 그저 자신이라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예쁜 빛을 품은 눈동자에 자신의 것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탄했다.

 

 "우, 우와...이게 진짜 제 눈동자에요?"

 

 그 감탄 어린 질문에 대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에 드니, 아가?"

 "네!"

 

 그 어떤 색이었더라도 그 죽은 핏빛의 눈동자보단 훨씬 예뻤겠지만, 이 찬란한 빛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헤쉬켄은 잔혹하고 약육강식의 법칙과 집단 자본주의가 강했다.

 

 그런 곳에서 살다 보면 자연히 돈, 그 자체인 금과 부요의 상징인 고기와 단 것에 집착하게 되는데 루이의 눈 색은 금 같기도, 꿀 같기도 했다.

 

 "아가."

 "네?"

 

 왠지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루이는 거울로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던 것을 마치고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올려다볼 필요 없이 그가 한쪽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춰왔다.

 

 "네 아비의 생일이 3달 뒤인 5월 19일이다."

 

 그가 갑자기 꺼낸 말에 루이는 왠 친부의 생일 얘긴지 의아해했다.

 

 "아, 그렇군요."

 

 그러나 티 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진지한 무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난 그 아이의 생일선물로 17년 전 잃어버린 첫째 딸인 아가, 너를 그 아이의 품에 다시 안겨주려 한다."

 

 그 말에 루이는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 그럼 전 이제 대부님과 있을 수 없나요?"

 

 그녀는 오늘 처음 만난 자신의 대부가 본능적으로 좋았고, 굉장히 의지가 되었기에. 또한, 이 공간 역시 이유 모를 거부감과 깊은 안정감이 동시에 드는 이상한 익숙함이 드는 공간이었다.

 

 "그건 아니란다, 아가. 물론 내가 이 섬에서 잘 나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만..."

 

 툭, 투둑.

 

 소녀의 금빛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흐, 흐아앙. 싫어요. 흐엉, 대, 흐윽, 대부님이랑, 어헝, 헤어지, 기, 싫어요."

 "아, 아가."

 

 대공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제 앞의 자그마한 소녀를 달래려 하였다.

 

 사실 루이는 울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처음 만나 그저 잠시 자신을 맡아 제 아비의 생일선물로 자신을 보내겠다는, 한마디로 그녀를 물건취급 한다고도 볼 수 있는 그를 어쨰서 이렇게까지 극도로 신뢰하고,어째서 이렇게까지 그에게 매달리는지를.

 

 "아가, 아가? 아가야. 이, 일단 진정해 보아라. 아, 아가!"

 

 대공은 우는 그녀에 당황했다. 애초에 크리스틴은 이렇게까지 펑펑 우는 종족이 아니었다.

 

 "흐, 흐어어엉!"

 

 그것은 루이가 태어나서 처음 부려본 투정이었다. 몇 년이나 자신을 챙기고 아껴준 루아스에게조차 부려본 적 없는 투정,

 

 그 것은 그녀가 그와 함께 있을 때 깊은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도 같았다.

 

 물론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육아 초보, 아이 초보 대공은 그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절, 절,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 애원하는 루이의 안쓰러운 모습에 대공은 저절로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아가, 내..."

 

 쾅.

 

 "전하!"

 

 그 때, 문이 세게 열리고 베이지색 머리카락과 투명한 빛을 띠는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청순하고 가련한 인상의 미녀였다.

 

 그녀가 들어오자 꿇어앉아 루이를 달래던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제 뒤로 숨겼다.

 

 "전하... 요 근래 한동안 저택을 비우셨다 들었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나요...?"

 

 그녀는 생김새와 비슷한 청초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울망울망하게 대공을 바라보며 망설이듯 물었다.

 

 그러나 대공은 그 어떤 때보다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헤쉬켄 섬에서 루이를 세게 붙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죽인 사내들을 바라볼 때보다도 더 차갑고 살벌한 눈빛으로.

 

 그의 눈에선 멀쩡한 사람을 수천 갈래로 찢어 산산조각을 낼 수 있을듯한 살기 어린 분노가 일렁거렸고, 그와 동시에 짙은 혐오감이 느껴졌다.

 

 그의 섬뜩한 분위기에 루이는 살짝 떨었다.

 

 "네가 여기 왜 와. 내가 신경 쓰지 말라 했잖아, 분명. 내가 뭘 하든, 뭘 먹든, 어디에 있든."

 "저, 전하아..."

 

 그녀는 두 눈 가득 커다란 눈물방울을 달았다.

 

 "저, 저기이...대부님? 대...부님!"

 

 알 수 없는 둘의 묘한 분위기와 누군지 모를 사람의 등장, 섬뜩한 대공의 눈빛에 루이는 진작에 울음을 그치고 자신의 대부인 대공을 불렀다.

 

 그러나 분노에 잠긴 대공은 차마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 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그녀의 뇌리에 스쳐 갔다.

 

 '아빠- 하고 크게 불러봐. 좋아할걸?'

 

 키득키득.

 

 그 말 뒤로 울리는 장난스런 웃음소리, 루이는 그 소리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그가 시킨 대로 했다.

 

 "아빠!"

 

 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공을 크게 불렀다. 그리곤 곧 얼굴을 감싸 쥐고 양 볼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자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의미로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빠, 아빠래...귀여워...우리 대녀...아가..."

 

 대공은 감격하여 주저앉으며 제 두 손으로 입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까의 청순한 여인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지다 못해 일그러졌다.

 

 "아빠? 대녀?"

 

 경악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더이상 가련해 보이지 않았다.

 

 "대녀라니요, 전하! 저딴..."

 "유레니카."

 

 루이를 폄하하려는 듯한 여인의 말에 대공이 날카로운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

 "그 입. 닥치는 게 어때."

 

 대공의 입에서는 아까 그렇게 붉은 얼굴로 중얼거리던 이와 동일인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한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독기어린 분노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받아쳤다.

 

 "전하! 전하께선 저희의 아이를 한 번도 품어주신 적 없는 잔인한 아비십니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대녀를..."

 

 그녀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믿었던 남편이 첩을 들였을 때 충격받는 본처의 모습이었다.

 

 "유레니카."

 

 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싸늘하게 담았고, 그와 동시에 그의 한쪽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그것들은 너의 아이지 내 아이가 아니야. 네가, 그리고 네 아이가 루시와 '우리' 딸의 자리를 뺏은 것 뿐. 그리고 내 아이를 내가 품지조차 못한 것 또한 모두 네가 꾸민 일이 아니냐. 이제 와서 내게 너 따위의 아이를 돌보란 건가."

 

 그의 말 싸늘한 비수를 품고서 상대의 가슴을 후볐다.

 

 "당신은 처음부터, 내가 그런 짓을 하기 전부터 날 보지 않았잖아. 우리 아들들을 보지 않았잖아..."

 "처음부터 알고도 사랑에 눈이 멀어 요구를 수락한 건 너였어."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그녀를 향해 대공에게서 자비 없는 진실이 쏟아졌다.

 

 "전하..."

 

 그녀는 비틀비틀 뒤로 물러나며 주저앉았다. 그러길 잠시, 빠르게 대공에게 다가간 그녀는 그의 발치에 매달렸다.

 

 "제발, 제발 날 봐줘. 나와 당신이 낳은 아이들을 봐주라고. 정신병에 걸려 죽은 그 여자의 허상이 아니라 날 봐! 얼굴도 안 비추는 그 고고한 계집이 아니라 내 아들들을 보라고!"

 "시끄러워."

 

 남자의 표정은 더 차가워질 수 없을 만큼 냉랭했고, 아름답던 여인의 표정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내가 왜 잊었을까. 네게 그 어디도 아닌 예티카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한탄스러운 목소리였다. 후회가 가득 묻어나는.

 

 "그리우스..."

 

 애처롭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의 입에서 기분 더럽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경고하는데 그따위 더러운 입에서 내 이름 꺼내지 마."

 

 그의 경고에도 유레니카는 그를 부르며 옛 추억, 대공은 진작 버렸을 그 추억을 꺼내 들었다.

 

 "리스... 나한테 왜 그래? 난 너의 유일한 친구였잖아. 너의 인생에서 유일한 여자잖아..."

 

 그러나 대공은 싸늘하게 부정했다.

 

 "아니. 내 유일한 여자는 내 스승이자, 내 영혼의 주인이자, 내 연인인 그녀뿐이야. 그리고 네가 그 짓을 저지른 순간, 내 인생에 있던 유리는 사라졌어."

 

 그 말에 여인은 비틀거린다.

 

 "아가. 이리 오렴."

 

 그러나 냉랭하던 그의 표정은 단발의 아이를 눈에 담자마자 따뜻하게 녹아들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 여인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고, 남자가 소녀를 안아 들자 그녀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네가 말도 안 되는 기적적인 방법으로 루시를 건들고 그 아이를 지경으로 만들기 전까진 적어도 친구였을 거야. 그러나 그 위치조차 버린 건 너다."

 

 마지막으로 경멸을 가득 담은 채 말하는 그의 모습에 여인은 그의 경멸을 눈치채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가. 저것은 늘 피하거라. 가까이해선 좋을 것 없을 테니."

 

 그는 부드럽게 아이를 향해 속삭이곤 냉랭한 표정으로 여인을 돌아보았다.

 

 "다신 대공 저에 발들이지 마."

 

 끝까지 냉랭한 사내의 표정에 여인은 제 얼굴을 감싸고 무너져 내렸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서글픈 절규가 방안 가득 울리다, 이내 끊겼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원래 있을 곳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놀란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이의 눈빛에 대공은 지친 표정으로 웃으며 알려주었다. 그리곤 중얼거렸다.

 

 "정말 고통스레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지만, 부탁이 있었으니..."

 

 그렇게 말하는 대공의 목소리는 고통스럽게 들렸다.

 

 ***

 

 백금발의 미인 - 유레니카와 헤어진 채, 루이는 대공에게 안겨 어딘가로 옮겨지는 중이다.

 

 "대부님."

 "..."

 "대부님?"

 

 불러도 답이 없는 그의 행동에 루이가 슬쩍 그를 훔쳐보니 굉장히 살벌했다.

 

 그러나 예전이라면 기가 팍, 죽어서 부들부들 떨었을 루이는 그러지 않고 오히려 대공을 더 빤히 쳐다봤다.

 

 아무리 영향을 받는다고 그래도 이렇게 하루 만에 변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을 품자 어떤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왜?

 

 '넌 쿼터니까. 하프에 가까운 동족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하프? 쿼터?

 

 "..."

 

 무심하게 들려오던 조용하지만 날카롭고, 날카롭지만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던 루이는 결국 대공에게 물어보는 것을 택했다.

 

 "대부님."

 "..."

 

 그러나 여전히 대공은 살벌한 표정으로 걷고 있을 뿐이었다,

 

 "대. 부. 님!"

 "...!"

 

 그녀가 그를 크게 부르며 셔츠를 쥐고 살짝 흔들자, 그제야 대공이 흠칫 떨곤 루이를 바라보았다.

 

 "아, 부, 불렀니, 아가?"

 "엄청요."

 

 입술을 쭉 내밀고 말하자 대공은 안절부절못하고 루이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던 찰나, 루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흣, 장난이에요. 왜 이런 거 하나, 하나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세요?"

 "...줘서."

 

 루이가 웃으며 반쯤 장난으로 묻자, 대공에게선 암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많이 사랑하는 내 딸에게 애정을 못 줘서, 만나주지도 못해서. 그래서 너에게 약해지나 보구나, 아가."

 "네?"

 

 루이는 놀라서 되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며 계속 어딘가로 걸어갔고,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어느 순간 멈춰선 대공이 어떤 방의 문을 열었다.

 

 "우, 우와아!"

 

 루이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연분홍빛의 방을 둘러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가짜인 듯하지만 마치 진짜 같은 벚꽃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에 있는 마차 모양의 연 분홍빛 침대, 하얀빛의 깔끔하고 귀여운 가구들이 너무나도 예뻤기에, 그리고 동시에 편안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그 아이가 나올 때쯤에 맞춰 준비해놓은 방이다. 물론 나올 때가 되었음에도 그 아인 칩거를 선택했지만."

 

 대공이 갑자기 뜻 모를 말을 중얼이자 루이의 눈동자엔 물음표자 떠오른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제 능력으로 더 완벽한 저택도 가지고 있더라고. 미안했다."

 

 루이는 당황스럽게 금빛 눈동자를 떨며 그를 쳐다봤다.

 

 "자그마치 24년째구나. 그 아이가 벌써 25살이니."

 

 '그 아이'리는 말에 루이는 그제야 대공이 말하는 사람이 그의 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닫고 사실을 확인하려 바라본 대공은 자조적이면서도 후회가 가득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파 보였다. 마치 부서지기 직전의 루아스를 보는 기분이었기에.

 

 "그래서 너에게라도 내 아이에게 못 해줬던걸 하고 싶어지는가 보다. 불편했다면 미안하구나. 만약 불편하면 언제든 다른 방을 줄 테니 말하렴, 아가."

 

 루이는 별것 아닌 일로 자신에게 사과하는 다정하지만 상처 많고, 나이는 더 많은 자신의 대부에게 이 한마디밖에 해줄 수 없었다.

 

 "괜찮아요, 저도 대부님이 제 아빠 같으니까 그렇게 대할래요."

 

 그 말에 대공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러나 곧 그는 사르르 미소지었다.

 

 "고맙구나, 아가. 너도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 역시 봄은 봄이구나."

 

 그렇게 말한 그는 뒤에 작게 덧붙여 중얼거렸다.

 

 "하하, 난 이제 그 아이에게 죽을 것 같구나."

 

 라고...

 

 그 말에 맞춰 살짝 열려있던 창 밖으로 가짜 벚꽃잎들이 나가고 그 사이로 연분홍빛의 예쁜 진짜 벚꽃잎들이 들어왔다.

 

 나는 몰랐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를. 그리고 대부님이 내게 얼마나 감사해 할 만 했는지도.

 

 ***

 

 깊은 한밤중.

 

 "정말 예쁜 아이야. 마음에 들어. 내 소년보다도."

 

 흑발의 여인이 높은 창문틀에 걸터앉아 싱긋,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금빛. 이 아이의 붉은 눈이 그리 찬란한 빛을 품고 있을 줄 몰랐어요."

 

 그녀의 옆에는 숏컷의 금발을 가진 여인이 서 있었다.

 

 "당연하겠지. 어찌 되었든 그들도 '어둠'의 힘을 계승 받은 이들이야."

 

 양이 하찮긴 해도, 여인은 장난스러운 듯 살벌하게 덧붙였다,

 

 "그들을 살려두실 건가요?"

 

 그 질문에 흑발의 여인이 활짝 웃으며 답을 해주었다.

 

 "아니. 평생 호의호식하며 행복하게 살았어야 할 이 애의 17년을 망친 장본인들이야."

 "그럼 부탁드려요. 그들이 죽기 전 제가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끝이 연분홍빛으로 물든 백발의 소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금발의 여인이 중얼거리듯 부탁했다.

 

 "좋아. 그들의 목숨은 네가 거두렴."

 

 그 허락에 금발의 여인은 흑발의 여인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나의 주인."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6. 돌아온 황녀 2019 / 10 / 1 164 0 9904   
6 5. 루나린과 이상한 사람들 2019 / 9 / 30 182 0 10481   
5 4. 떠나기 싫어. 2019 / 9 / 29 175 0 7317   
4 3. 한 번 봄은 영원한 봄 2019 / 9 / 28 187 0 11311   
3 2. 영원한 이별은 아닐걸? 2019 / 9 / 26 187 0 9173   
2 1. 너무 좋아. 난 너 사랑해 2019 / 9 / 25 198 0 7903   
1 0. Prologue 2019 / 9 / 25 324 0 69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