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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남녀의 생존이라는 직업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3
작성일 : 19-09-28 11:40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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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원 앞에는 깨끗하지 않은 하천이 흐른다. 하천과 고시원의 사이에는 도로가 하나 있고 하천 앞에는 벤치가 있다. 매일 그곳에 앉아서 요상한 말을 쏟아내는 남자가 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마른 남자는 큰 소리로 원 투 뜨리, 갓차, 만옴, 무기이,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그것이 그 남자가 유일하게 하루 종을 하는 일이다. 남자는 한 시간 정도 혼자서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낸 다음 옆의 벤치로 이동을 해서 다시 한 시간 정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뱉어냈다. 남자는 내가 지내는 고시원의 옆방에 산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도 용케도 생활을 하고 있다. 배가 고프면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 같은 것을 사 먹는다고 했다.

 

 이 도시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사람과 낮에는 잠이 들고 밤 동안 일을 하며 가난하게 지내는 사람이 한 건물에 같이 살고 있는 것이 이 도시다. 그리고 고시원 앞의 장례식장에서는 죽은 사람이 새로운 물건처럼 매일 들어온다. 죽은 것과 새로운 것이 어울리는 묘한 곳이 여기 이 도시인 것이다.

 

 

  어느 날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을 많이 찾아서 보니 23살의 여자가 어젯밤에 죽었다. 어제 낮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일로 죽었을까. 나이로는 정말 죽을 나이가 아닌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병 때문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이 도시에는 죽어야 할 사람은 죽지 않고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죽는다. 그때 누군가 나의 멱살을 잡았다. 검은 상복을 입은 남자였다. 옆에서 누군가 나를 가리키며 어제도 그제도 장례식장에 와서 죽은 사람의 이름이 붙은 곳을 기웃거렸다는 말을 했다.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는 나를 복도에 내팽개치며 죽음이 구경거리냐고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서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상복을 입은 남자의 주먹이 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번쩍하는 순간이 지나갔다. 아프다기보다는 새로운 빛이 시야에 잠시 드러났음에 조금 놀랐다. 빛은 금방 사라졌다. 전혀 보지 못했던 빛이었다. 무지갯빛도 아니고 네온의 빛과도 달랐다.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황홀한 빛의 일종 같았다. 그 빛을, 순간의 아름다운 그 빛을 나는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 남자에게 한 번 더 때려 달라고 매달렸다. 미친 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장례식장에서 쫓겨났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때려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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