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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7회
작성일 : 19-09-27 23:04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7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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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속이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하게 채운 서류들 사이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나왔다. 정신를 몽롱하게 만들 정도의 투명한 빛깔들이 얽히며 만든 신비로운 빛의 조합은 꽤나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녹색 눈동자가 반짝였지만, 주변의 이들은 거무죽죽한 눈을 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 제발 그만......"

  "미안, 미안. 조금만 더 보고."

  "예...?"

 

  신력이 바닥난 키레스가 절망했다. 정말 토 할 것 같았지만 제 상사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부탁하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마나로 체력은 꾸준히 채워주고 있으니 불만을 토해낼 수도 없었다.

 

  체력이 회복되면 신력이 되돌아오는 속도가 빨라지기에 1시간이 넘도록 신력을 내뿜고 있었다. 제발 살려달라는 표정을 지어도, 애원을 해봐도 진희의 호기심은 꺼질 줄 몰랐다.

 

  "신기하구만."

  "전 죽을 맛인데요......"

 

  눈 밑으로 퀭한 피로감이 도드라진다. 키레스의 눈이 도와달라는 요청을 동료들에게 보내봤지만 다들 시선을 피해 서류를 붙잡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은 이미 몇 년치 다 뺀 상태에서 천관 회의에 참석 중인 키미안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 봐, 키레스."

  "차, 차라리 죽여주십쇼......"

 

  언제 오십니까, 키미안 님. 마음 속으로 외친 간절함이 닿길 바라며 키레스가 절망했다.

 

  ***

 

  "......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둥근 안경을 끼고 곱슬거리는 금발에 분홍색 눈동자를 지닌 르레이스비의 천관, 하베스의 말에 나머지 세 명의 천관이 가벼운 인사를 남기며 받은 서류를 갖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미안."

 

  가볍게 서류를 정리하며 일어서려던 키미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베스가 무덤덤히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신가요?"

  "말해야 할 게 있어서요."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하베스가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치며 짙은 녹색 눈동자를 힐끗 흘겨본다. 무슨 용건인 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귀찮을 것 같아 한숨을 꾹 삼킨 키미안이 침착하게 자세를 올바르게 고쳤다.

 

  "이번에 새로 위임된 제 4대 신, 연진희 님 일로 리니아 님, 르레이스비 님께서 꼭 전하라 하신 게 있어서."

  "아, 그렇군요."

 

  르레이스비와 리니아, 연진희의 이름이 들려오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인 키미안이 분홍색 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전달 사항인 지는 알 방도가 없으나, 혹여나 심각한 일일까, 하는 걱정에 긴장한 채로 귀를 기울였다.

 

  "리니아 님께서 정원에 출입 시간을 27시에서 30시로 지정해 두셨습니다. 그 시간 안에만 출입하라고 전해주시고, 또......"

 

  아, 뭐야. 별 거 아니었네. 마음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삼킨 키미안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르레이스비 님께서 조만간 권능 하나 더 줄 것이니 직원을 늘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모두 전달하시고 다음 회의 때 시간 맞춰서 오세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간단히 고개 숙인 키미안이 조심스레 자리를 떠났다. 넓은 회의실 안에 홀로 자리를 지키는 하베스가 아무 말 없이 천장을 올려다 본다.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을 보자니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제 존재감을 뿜어내는 빛들이 주렁주렁 달린 샹들리에가 곧 떨어지기라도 하는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본 분홍색 눈동자가 손바닥으로 가려졌다.

 

  "후우......"

 

  천천히 감긴 눈이 어두컴컴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을 뻗는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옅은 빛, 그 빛으로 뻗은 손이 애처롭게 떨렸다.

 

  ***

 

  "저 왔......"

 

  다들 잘 하고 있겠지, 내심 기대하며 들어온 키미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하고 있어야 할 직원들이 바닥에 힘 없이 쓰러져 있고, 제 상사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키레스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 키미안! 어서와!"

 

  녹색 눈동자가 호기심에 반짝였다. 건물 지었을 때 이후로 처음 보는 밝은 미소에 주춤하며 뒷걸음질하자, 진희가 오도도 달려와선 소매를 붙잡았다.

 

  "확실히 신력이 신기하긴 하더라. 근데 애들이 막 쓰러지길래 체력 회복해주긴 했는데 못 일어나. 왜 그런 거야?"

  "예......?"

 

  키미안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도드라진다. 회의하고 돌아왔더니, 그 잠시 동안, 고작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첫 번째로 경악하고, 직원들 신력을 다 빼버렸다는 사실에 두 번째로 경악했다.

 

  신력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한숨을 푹 내뱉은 키미안이 녹색 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경솔하셨습니다. 괜히 얘기한 제 잘못도 있지만요."

  "엥? 뭐가?"

  "진희 님은 마나를 다 써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진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당연히 그런 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었다. 그에 키미안이 손을 펴 그 안에 포근한 신력을 품었다.

 

  "오오!"

  "감탄하지 마시고 보세요. 신력과 마나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뭔데?"

 

  쫙 펴고 있던 손을 쥔 키미안이 신력을 꺼트렸다.

 

  "다 소모할 시 생명의 위협이 가해진다는 것입니다."

  "신력도?"

  "당연하죠. 자칫하면 소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 다양한 자세로 널부러져 있는 직원들을 한 명씩 쳐다보며 가까이로 다가갔다.

 

  "오직 호기심 하나로 당신의 직원을 소멸시킬 뻔했습니다. 언젠가, 아니, 조만간 진희 님도 신력을 쓸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이런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신 건가요."

  "아니... 난 몰랐어......"

 

  단호하면서도 딱딱한 말투에 진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확실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건 키미안도 느끼고 있었지만, 대충 넘어 갔다가는 다음 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서 강하게 밀고 나갔다.

 

  "... 모두 정신 차리고 일어나면 진심으로 사과해주십시오. 그리고 당분간 진희 님의 업무를 늘리겠습니다. 직원들의 몫도 조금씩 더 하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 진희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마냥 들 떠서 무리한 요구를 했던 제 모습이 한심하기만 했지만, 이렇게 반성한다고 해서 그들이 받았을 고통이 사라지진 않는다.

 

  고개를 푹 떨군 진희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키미안이 쓰러진 직원들에게 다가가 환한 빛을 내뿜었다. 손바닥에서부터 생겨난 빛의 덩어리들이 한 명, 한 명의 심장 부근쪽으로 들어갔다.

 

  "......!"

 

  이내 놀라운 광경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퀭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모두 언제 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사라지고, 거무죽죽한 눈동자 대신 생기 있는 눈동자가 생겨났다.

 

  놀란 녹색 눈동자와는 달리 차분한 키미안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고정되었다. 널부러진 아이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 키미안의 모습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

 

  "아......? 아, 키미안 님."

 

  가장 먼저 깨어난 하웰이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인사하려 하자, 키미안이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이에 별 수 없다는 듯 살며시 웃어 보이고는 제 자리로 돌아가 서류를 붙잡는 걸 보던 진희가 걱정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제 일을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저렇게 해주는데, 자신의 무게를 덜어주는 이들이, 평생 자신을 따를, 어쩌면 불쌍한 이들을 자신이 그렇게 고생 시켰다는 걸 생각하니 땅이 꺼질 듯 아파왔다.

 

  내가 왜 그랬을까, 진짜.

 

  원래 진희는 호기심이 있다 해도 무조건 그걸 알아내야 하는 집요한 성격이 아니었다.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해도 자신이 한 것은 확실했으므로 죄책감이 몰려왔다.

 

  탁-.

 

  제 자리에 앉은 진희가 만년필을 내려 놓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렇게라도 잊고 제 직원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최선의 벙법이었다.

 

  자신이 뺏은 시간만큼 채워야 한다. 자신이 싼 똥은 알아서 치워야 하는 것이고.

 

  "후우."

 

  짧은 한숨을 내뱉은 진희가 서류에 사인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놀라울 정도의 침묵이 내려 앉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알지 못 했다.

 

  여섯 명의 시선이 연두색 소녀에게로 향한다. 처음 보는 집중한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대견하다는 눈빛이 모두 같았다.

 

  조금은 원망스러워 모른 채 하려 했던 키레스도 감정을 읽고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 나갔다.

 

  그런데.

 

  "......?"

 

  키미안이 다른 이들은 알아채지 못한 이상한 감정의 흐름을 느꼈다. 진희의 온전한 감정이 아닌듯, 진희의 온전한 육신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익숙한 제 주인의 느낌은 어디가고 낯선 이의 느낌이 묻어났다. 자신이 착각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이게 진실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수십가지의 감정이 얽히고 섞인 녹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진희의 심연을, 진실이 무엇인 지를.

 

  앞으로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었고, 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열람 시간은 2시간입니다. 열쇠는 나올 때 다시 카운터로 가져와 주세요."

  "허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미안의 손에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열쇠가 쥐어졌다.

 

  신계 정중앙, 모든 신이 함께 쓸 수 있고 신족들이 드나들 수 있으며, 죽은 자들도 어떻게든 노력해서 찾아오는 곳. 다양한 종족들이 꼭 들르는 수피아 궁에 간만에 진귀한 손님이 찾아와 한껏 시끌벅적 해졌다.

 

  신과 신을 보좌하는 직원들이 이곳에 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해야 할 업무도 굉장히 많았고, 굳이 들르지 않더라도 신의 거처에 대부분의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으니까.

 

  이곳을 관리하는 리니아의 천우, 천하들을 제외하면 직원들을 볼 수 없었는데 갑자기 천관이 등장하니 저도 보기 위해 다양한 이들이 몰려들었다.

 

  "진짜 천관이구만."

  "그거 들었어? 이번에 새로 온 신의 천관이래."

  "잘생겼다......"

  "천관이 여긴 무슨 일이람."

 

  숲을 가꾸는 요정들도, 들판에서 뛰어놀던 짐승들도, 봉사하며 모은 포인트로 겨우 찾아온 죽은 인간들도 강한 위압감에 감탄했다.

 

  목욕탕, 도서관, 쇼핑몰, 트레이닝센터, 노래방 등이 존재하는 수피아 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카시오페이아 도서관에 키미안이 찾아 온 이유는 단순했다.

 

  신들의 거처에 마련된 도서로는 찾을 수 없는 지식을 얻기 위함이다.

 

  "손님들, 천관 님 보셔서 들뜬 건 알겠는데, 서로 밀치지 마세요! 괜히 키미안 님 심기 건들지 마시고 돌아가셔서 자기 할 일이나 하세요."

 

  도서관 사서 레일리의 말에 모두 투덜거리며 물러났다. 정작 장본인인 키미안은 신경 조차 쓰지 않았지만, 괜한 불행을 불러올까 염려된 레일리아 개인실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 걸 지켜보았다.

 

  "흐음."

 

  키미안의 발걸음이 내부에 닿자, 조금은 어두웠던 내부가 빛으로 환히 밝혀졌다.

 

  덕분에 짙은 녹색 눈동자에 커다란 규모의 도서관 내부가 들어왔다. 유리로 이루어져 밖이 훤히 보이는 천장과 고급스럽게 꾸며진 책장들은 꽤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허나 눈의 즐거움은 뒤로 했다.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걸어갈 때마다 거대한 도서관 안에서 울려퍼졌다.

 

  개인실은 모두가 함께 쓰는 도서관을 그대로 복제해 둔 공간으로, 신족들만 사용 가능했다. 덕분에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로이 책을 관람할 수 있게 된 키미안이 가벼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건가."

 

  《제 2의 자신》 이라 써진 책을 조심스레 꺼낸 키미안이 빠르게 종이를 넘긴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것들로 수북하게 적힌 글들만이 빼곡히 차 있어 바로 책장에 꽂아 넣었다.

 

  "그게 어딨지?"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

 

  짙은 녹색 눈동자 앞에 바로 불쑥 나타난 작은 요정의 등장 때문에 소리 없이 놀란 키미안이 몸을 움츠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공손히 모은 키미안을 보던 요정이 개구진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왜 그렇게 놀라요. 요정 처음 봐요, 천관 님?"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허메... 이상한 천관 님이네. 아까도 그렇고, 왜 천관 님보다 낮은 이들한테 존댓말을 쓰세요?"

 

  웨이브 진 민트색 머리를 지닌 소년의 모습의 요정이 보라색 눈을 꿈뻑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놀란 탓에 구겨진 옷을 정리하며 그에 대한 답을 전했다.

 

  "모든 생명은 존중 받아 마땅하니까요."

  "진짜 어디 나사 하나 빠진 거 아녀?"

  "예......?"

  "옴마, 내 정신 좀 봐. 못 들은 걸로 칩시다. 알겠죠?"

 

  참 이상한 요정이네.

 

  가볍게 한숨을 내쉰 키미안이 마저 책을 찾으려 발걸음을 돌리자, 개구진 요정은 다시 한 번 키미안의 시야에 불쑥 나타났다.

 

  "그래서 뭐 찾는데요?"

  "...... 좀 불쑥불쑥 나타나지 좀 마세요."

  "아, 알겠으니까 뭐 찾는 지 말해요. 내가 능력 없어 보여도 여기 서고는 다 내가 정리하거든요."

 

  그렇군요. 짧고 가볍게 대답한 키미안이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몸을 돌려 길고 긴 책장 사이를 걸어나갔다.

 

  "정말 고집 한 번 세구만, 그래."

 

  키미안이 듣지 못하게 나지막이 투덜거린 요정이 주변에 날아다니던 먼지를 잡아 뭉친 걸 타고 몰래 따라갔다.

 

  "아니야."

  "......"

  "이것도 아니야."

 

  보라색 눈동자엔 정말 한심하다는 듯한 진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냥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뭐가 그렇게 중요하고 비밀스럽길래 저렇게 고집일까.

 

  "아, 좀 말 해 봐요! 지금 내가 요정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바쁩니다. 1시간 48분밖에 안 남았으니 방해하지 마세요."

  "아오, 답답해, 정말. 뭐 찾냐고요."

 

  끈질기게 되묻는 요정의 말에 키미안이 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

 

  "... 한 사람의 몸에 여러 개의 자아가 공존할 수 있는지. 그거에 대해서 찾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한 키미안의 말에 요정이 깨달았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꾹 닫았다.

 

  "아하, 그거? 그거라면 여기 말고 저쪽, 저기 8번 보이죠? 저기에 있어요. 왜 여기서 찾고 있담. 그, 뭐시기. 변이 생물 4번 책에 있습니더."

  "아, 감사합니다."

 

  무덤덤하던 키미안의 얼굴에 드디어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8번 코너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저렇게 신날 수가 있었나, 신기해하던 요정이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

 

  《변이 생물에 관하여 -4권(인간)-》

 

  요정이 말했던 책을 뽑아 들어 황급히 종이를 넘긴 키미안이 집중하며 한 자씩 곱씹어 보았다.

 

  [ 드디어 그 위대하신 신의 실수가 있었던 걸까. 황제의 딸, 황녀 아르멜리사가 미쳤다. 혼자서 중얼대기도 하고, 갑자기 신났다가 갑자기 우울해지는 증상을 계속해서 보였다. 그 당시 모두가 조울증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거울을 보며 혼잣말 하는 아르멜리사의 행동에 무언가가 씌인 게 분명하다며 황가에 미치광이로 불리게 되었다. 제 명성에 흠집이 갈까, 염려되었던 그녀의 어머니인 황후 테르사는 아르멜리사를 몰래 끌고가 절벽에서 떨어뜨렸다.

 

  그 이후론 모든 게 다 순조로웠다. 허나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을 황제가 다시금 떠올리며 사건은 다시 시작되었다.

 

  황녀 아르멜리사는 어린 시절 성녀로 지목 됐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귀재로 추종 받으며 교육을 받던 날, 대신관 토르만이 아르멜리사의 그릇이 작아 위태롭다며 성력을 절반 정도 빼내어 봉인했다.

 

  미친 황녀의 행동은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일에 대해서 제 1대 신인 르레이스비는 입을 열지 않았다. 리니아도 침묵했으며, 렌나는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답은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 멜리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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