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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달빛의 주인 샤린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7
달빛의 주인 샤린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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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소매치기 삶을 살았던 류다인.
억울하게 죽은 동생들의 복수를 마치고 첫 번째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새로운 세계.

술과 돈의 향기가 넘쳐 나는 달빛 거리의 주인이 될 샤린!
새로운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유쾌한 이야기!

 
제 12 화
작성일 : 16-07-11 17:11     조회 : 492     추천 : 0     분량 : 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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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샤린은 순간 빠르게 눈을 뜨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아… 또 그 꿈인가.”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것을 느낀 샤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안 꿨는데, 몸이 많이 지치니 또 바로 그 꿈이다.

 작은 빛조차 없는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두 아이. 바로 전의 삶에서 자신의 아픔이었던 죽은 두 동생의 모습이었다.

 살려 달라며 부르짖는 두 아이에게 달려가고 달려가도 다가가지 못하는 꿈은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여긴 어디지?”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낸 샤린은 주변을 살피며 여기가 어딘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낯선 공간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신이 자는 동안 여관으로 옮겨진 것이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좀 씻으면 좋겠는데.”

 식은땀을 흘려 찝찝했는지 그녀는 밖으로 나가 욕실을 찾기 시작했다. 방에 욕실이 딸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아 공동으로 쓰는 곳이 있을 듯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샤린은 곧 욕실 표시가 되어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하아…….”

 손님을 위해 항시 올려놓는 듯 샤린은 따뜻한 물이 담긴 통에 몸을 담그면서 나른함에 긴 숨을 토해냈다.

 물속에 몸을 담그니 꿈에서 느낀 그 괴로움과 아픔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

 “…….”

 언제쯤 이 고통에서, 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에, 샤린은 언제나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찾고 있는 두 동생의 모습과 마주해야만 했다.

 “잊고 싶어……. 아니, 잊고 싶지 않아.”

 그리고 지금도 두 가지의 마음이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이제 그만 그 아이들을 잊고 싶은 마음과, 자신까지 그 아이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마음.

 “하아…….”

 샤린은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끝까지 통 속에 푹 담갔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

 

 “맛있게 드십시오.”

 샤린이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쯤 먼저 목욕을 끝낸 리오와 샨은 식사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잠시 후, 그들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점원 맥은 조금 전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는 샨의 부탁대로 금세 몇 가지 음식을 가져와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

 아마도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듯 자신들 말고도 식당 안의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한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샤린은 안 깨워도 될까?”

 “삼십 분 후쯤 내려올 겁니다.”

 “응? 삼십 분?”

 이들과 함께한 지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샨은 샤린이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에 깨워야 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리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에 샨은 의아한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런 샨의 궁금증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 리오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흐음…….”

 샨 역시 그가 원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벌써 깨달은 뒤였기에, 리오와 마찬가지로 말없이 앞에 놓인 음식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지금쯤 깨어났겠군.’

 그제야 식사를 멈추고 고개를 든 리오는 샤린이 있을 2층을 바라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마도 악몽을 꾸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피곤하거나 뭔가 고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였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그녀를 다독여 주고, 다시 잠들 때까지 지켜 줬지만 커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샤린 본인이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자신이나 스승 마셀에게 보여 주기 싫어했던 것이다.

 그것은 악몽에 시달리는 그녀를 보고 나면 며칠 동안 걱정 어린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자신과 스승 마셀 때문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걱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녀였으니깐.

 그때부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은 채 나오는 그녀를 볼 때도, 자신들이 걱정할까 봐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오는 그녀에게 괜찮냐는 질문조차 건넬 수 없었다.

 그렇게 모른 척해주는 게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탕!

 “어서 오십……!”

 “뭐야! 이런 거지 소굴 같은 곳에서 나보고 자라고?”

 “죄송합니다, 엘라이님.”

 그때였다. 여관 입구 문이 강한 소리와 함께 열리며 4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선두에는 샤린의 나이대로 보이는 10대 후반의 여자가 서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건네던 점원 맥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불만을 토해내는 여자의 음성에 급히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나마 이곳에서 가장 좋은 여관입니다.”

 “말도 안 돼! 당장 다른 곳을 찾지 못해!”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차림에다 연방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는 어딘가의 귀족 자제인 듯 주변에 시중드는 이들도 데리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다른 곳을 찾으라는 여자의 말에 그녀의 주변인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치바루 영지 안에서 이곳의 시설이 가장 좋다고 들었기에, 다른 곳은 더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야! 당장 다른 곳……!”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여관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여자는 찌푸린 미간을 더욱 깊게 만들며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피오스 백작의 딸인 자신이 이런 후진 곳에서 절대 잘 수는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순간 말을 멈추며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온 것이다.

 “……?”

 그에 그녀의 호위 기사와 시중을 들던 이들이 덩달아 그 시선을 좇았고, 그들 역시 잠시 멍한 표정으로 눈을 고정시켰다.

 그곳에 있는 이들은 바로 리오와 샨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엘라이 그녀의 시선이 박힌 곳은 리오였고, 남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는 바로 샨이었다.

 “방을 준비해드릴까요?”

 그 모습을 옆에서 숨죽이고 지켜보던 점원 맥은 역시 눈치가 빠른 이라는 걸 증명하듯 조심스럽게 엘라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흥!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엘라이는 이곳에 머물 마음이 생겼는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부터 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점원 맥은 눈치 있게 리오와 샨의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엘라이는 간단히 식사를 주문한 후, 식당 안을 살피는 척하며 리오의 모습을 뚫어져라 살피기 시작했다.

 ‘흥!’

 하지만 이내 불만 어린 눈빛을 띠었다. 그가 식사에만 열중할 뿐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어디를 가든 아버지의 권력과 타고난 미모로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온 그녀는 그런 리오가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더불어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샨의 모습 또한 불만이었다.

 자신 못지않게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그가 리오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식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잠시 후 엘라이가 주문한 음식이 탁자에 놓여지고, 그녀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음식만 달고 산 그녀의 입에 이런 변두리 여관의 음식이 맞을 리가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맛이 좋든 나쁘든 처음부터 이런 후진 여관에서 만든 음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는 그녀에게는 눈앞에 놓인 음식이 아무리 산해진미여도 소용없을 터였다.

 “엘라이님, 입에 맞지 않으셔도 조금 드셔야…….”

 “저리 못 치워!”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엘라이의 모습에 전속 시녀인 루사가 그나마 맛나 보이는 음식을 접시에 조금 담아 건넸다.

 하지만 성질을 내며 접시를 손으로 강하게 쳐내는 엘라이의 손길에 루사는 들고 있던 접시를 놓치고 말았고, 그러자 접시의 음식은 그대로 엘라이의 옷에 쏟아지고 말았다.

 “아아!”

 “아악!”

 “너… 너!”

 “에, 엘라이님! 죄, 죄송합니다.”

 “이… 감히!”

 짜악!

 엘라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루사의 뺨을 강하게 내려쳤다.

 “자, 잘못했습니다! 엘라이 님! 용서해주세요!”

 루사는 무릎을 꿇은 채 엘라이를 향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이 고개를 숙였다.

 “흥!”

 하지만 엘라이는 루사의 사과에도 전혀 용서할 생각이 없는 듯 머리를 조아리는 그녀를 비웃음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는 약자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강자의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주르륵!

 그녀는 먼저 자신의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그대로 루사의 머리에 천천히 따랐다.

 “차가워? 그럼 따뜻한 걸 부어줄게.”

 그리고는 다음으로 아직까지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는 수프를 들어 그녀의 머리에 부었다.

 아니, 부으려 했다.

 “……!”

 그녀의 손을 잡아끄는 손길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넌 뭐야!”

 엘라이는 자신을 막는 누군가의 행동에 처음엔 어이없어하다가, 이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돌변해 그 상대를 노려보았다.

 “식사하러 내려온 사람이요.”

 엘라이의 화가 난 음성에도 빙그레 웃으며 여유 있게 대답하는 이는 바로 샤린이었다.

 그러자 엘라이는 더욱 얼굴을 찌푸리고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소리쳤다.

 “이거 못 놔!”

 “못 놓겠습니다.”

 “감히!”

 “제가 놓으면 이 음식을 저분에게 부을 거잖아요.”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 녀석 편을 들겠다는 거야?”

 “아뇨. 전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음식 편을 들려고 하는 건데요.”

 “뭐?”

 “혹시 배고파 본 적 있으십니까?”

 “뭐라고?”

 “배고픔에 쓰레기통을 뒤져 본 적 있으세요?”

 “무슨 헛소리야! 지금 나와 장난해?”

 “장난은 당신이 하고 있잖아. 먹는 음식 가지고.”

 “너… 너! 지금 감히 날 훈계라도 하겠다는 거야!”

 “네.”

 “이… 이익!”

 샤린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처음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샤린이 세상에서 가장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가 돈을 우습게 여기는 것, 두 번째가 음식을 우습게 여기고 음식 가지고 장난질하는 것이었다.

 전의 삶에서 돈 때문에 배고파 봤고, 배고픔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개가 먹던 음식을 훔쳐 먹으려다 물려 본 적이 수도 없이 많았던 샤린에게는 음식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은 상종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다.

 “음식은 먹으라고 있는 거지, 버리라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거 못 놔!”

 “뭐, 그렇게 원한다면.”

 “어어… 어! 꺄악!”

 엘라이가 계속해서 소리치자 샤린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손을 그대로 툭하고 놓아주었다.

 그러자 팔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주고 있던 엘라이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물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수프는 어느새 샤린에게 구출되어 무사히 탁자 위에 안착한 후였다.

 “엘라이님! 괜찮으십니까!”

 “이… 이!”

 엘라이는 지금 바닥에 넘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뭐하고 있어! 당장 저년을 내 앞으로 끌고 오지 않고!”

 “아, 네!”

 자신에게 급히 다가와 부축하는 호위 기사들의 손을 강하게 쳐내며, 엘라이는 분노로 붉어진 얼굴로 샤린을 지금 당장 자신의 앞으로 끌고 오라고 명했다.

 스릉!

 엘라이의 명을 받은 호위 기사 메슈와 로트는 샤린을 겁주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검을 천천히 뽑아 그대로 그녀의 목에 가져갔다.

 하지만 샤린은 자신의 목에 검이 놓여 있음에도 오히려 미소를 띤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제멋대로 설치는 이유가 혹시 이들 때문인가요?”

 “허억!”

 “윽!”

 그 순간, 오히려 검을 뽑아든 호위 기사 메슈와 로트의 입에서 흠칫하는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샤린의 입가에 맺혀 있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미안하지만, 저 역시 믿는 이들이 있어 설치는 거였거든요.”

 “……!”

 메슈와 로트의 목에도 역시 차가운 빛을 발하는 날카로운 검이 놓여 있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검의 용도도 모르는 일행이군. 검은 여자에게 휘두르라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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