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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 마
작가 : 이른
작품등록일 : 2019.9.18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순간 유령이 된다.
악마들에 꼬임에 빠져 유령이 된 소녀는 악마들이 창궐하는 천사들의 세계로 불려가 그들의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어떤 예언을 이루어주게 되는데. 그 예언의 결과는.....

 
7. 늑대들의 직업
작성일 : 19-09-27 07:3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8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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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늑대들의 직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인이 단골손님인 리바이를 발견하고 반갑게 새해인사를 한다.

 

 토마에 산 지 18년인데 리바이는 아직도 인간들과 나누는 인사가 어색하다. 그는 ‘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이 세워진 진열대 앞에 줄은 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가게 안에는 빵과 커피를 사려는 손님이 제법 많다. 대부분 일출을 기다리는 젊은 커플들이다.

 

 리바이는 진열대 안에서 대충 단 맛의 케잌 몇 개와 갓 구운 빵, 샌드위치와 샐러드 팩 하나를 고른다.

 

 “마실 건 어떻게 드릴까요?”

 

 점원이 묻는다.

 

 “젊은 인간여자들은 뭘 마십니까?”

 

 리바이의 질문이 이상한지 여자 점원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글쎄요. 아메리카노 많이 드시고, 단 거 좋아하시면 카라멜 마키야또나....순하게 라떼 같은 것도 많이 드시는데....”

 

 “그럼, 그거 전부 다 하고 아메리카노 하나 주십시오.”

 

 리바이가 퉁명스럽게 말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그가 잘 아는 냄새가 짙게 풍긴다. 유령의 향기다.

 

 “문이 또 그냥 열리네.”

 

 주인은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의 허리춤 정도 키의 소년이 보이지 않는지 투덜댄다. 찌들대로 찌든 꼬마 유령이다.

 

 아이는 별이 새겨진 손바닥을 조물거리며 빵 주변을 빙빙 돌다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계산대 위의 빵 하나를 입에 꾸깃꾸깃 쑤셔 넣는다.

 

 “빵이 하나 없어졌는데요?”

 

 점원과 한 커플이 계산을 하다말고 사라진 빵 하나를 두고 실랑이를 한다. 유령에 손에 닿으면 물건들이 사라진다. 내놓으면? 다시 나타난다.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을 놀래 킬 수 있다. 꼬마 유령에게 그건 재밌는 놀이가 된다. 꼬마는 여기저기서 빵을 들었다 놓으며 장난을 친다.

 

 그걸 알아챈 어떤 여자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손님, 왜? 왜 그러세요?”

 

 “저기....저게 막 없어졌다가 사라졌다가...”

 

 “예? 유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그럴 리가요.”

 

 “진짜예요. 제가 봤어요.”

 

 여자가 우기자 가게 주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진땀을 뺀다. 입에 빵을 가득 넣은 꼬마 유령이 그 옆에서 배를 잡고 킥킥거린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소동이 재밌을 나이다. 창 밖에서 한 여자가 갓난아이를 안고 소년의 철없는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네가 인도자인가?”

 

 리바이의 기습적인 질문에 여자가 아이를 소중히 끌어안으며 뒤로 물러선다. 당황한 여자의 동공은 붉고 그녀가 안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는 아직 검다.

 

 아이에게선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분명 계약을 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의 아이다.

 

 리바이가 다가서자 여자가 겁먹은 얼굴로 아이를 자신의 품속으로 숨긴다. 죽음을 거부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 때는 대개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저 아이의 영혼을 장사꾼에게 바치고 네가 얻는 게 뭐일 거 같나?”

 

 여자는 아이를 더 세게 끌어안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그 계약을 하면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잃는다. 그러니 무엇을 얻든 넌 가장 소중한 걸 잃을 거다.”

 

 리바이는 진심을 담긴 저주를 퍼붓는다. 반인협약 때문에 그녀를 죽일 순 없지만 그녀를 용서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죽일 것처럼 노려봐준 다음, 곧장 왔던 길을 돌아간다. 그러다 인적이 조금 드물어지자 골목길로 몸을 숨긴다. 그는 바닥에 빵과 커피를 내려놓고 단검을 꺼내든다.

 

 유령이 너무 어려 마음이 찹찹하지만 라겐의 표식을 받기 전에 소년의 영혼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다.

 

 리바이는 미간을 깊게 구기고 카페 쪽을 주시한다. 멀리 빵 하나를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오는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뒤로 아이를 안은 여자가 먹이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하이에나마냥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따라오고 있다.

 

 “신이여. 언약의 힘으로 생과 사를 주관하소서.”

 

 리바이는 짧게 기도하고 검에 입을 맞춘 뒤 코너에 접어든 소년을 단번에 낚아챈다.

 

 “언제나 죽음을 기억하라. 그리하면 너에게 생이 있으리라.”

 

  그는 아이의 목을 그으며 속삭인다. 저항할 틈도 없이 소년의 붉은 피가 그의 손을 타고 흐른다.

 

 비릿한 피 냄새가 풍기자 여자는 자신의 먹잇감이 쓸모없어진 걸 알고 자신의 아이를 뺏길세라 품 안에 끌어안고 허겁지겁 뒤돌아 도망친다.

 

 반대쪽에서 오던 젊은 커플이 달아나는 여자를 보고는 골목길에 있는 리바이를 흘깃 쳐다본다.

 

 리바이도 그들을 쳐다본다. 아까 계산대에서 없어진 빵으로 점원과 실랑이를 하던 바로 그 커플이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눈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바이는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손으로 죽은 소년을 안은 채 피 묻은 손을 들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연인들은 중년 남자의 엉뚱한 새해 인사에 입을 가리고 낄낄대더니 인색하게 겨우 살짝 손을 흔들어 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신호로 리바이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하며 아이의 피가 흥건한 보도 위를 다정하게 지나간다.

 

 그들에게는 리바이만 보일 뿐 죽은 소년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리바이는 지나는 사람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죽은 아이를 반듯하게 눕히고 시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신께서 너의 죽음과 함께 하셨노라.”

 

 리바이가 마지막 애도를 하고 아이의 눈을 감겨준 뒤 품 안에서 작은 주수병을 꺼낸다.

 

 그는 주수병 안에 담긴 신탁의 성수를 아이의 이마에 몇 방울 떨어뜨린다.

 

 아이의 이마에 떨어진 물은 고운 이마의 곡선을 따라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눈꺼풀사이에 스며들었다가 눈물처럼 볼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내 아이의 텅 빈 육신은 가루가 되어 어둠 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소년이 있던 자리에는 짙은 초록색의 작은 원석만이 남는다. 꼬마 유령이 남긴 마지막 유품, 케론이었다.

 

 리바이는 그 원석을 집어 들어 잃어버리지 않도록 소중히 품에 넣는다.

 

 *

 

 리바이가 돌아오는 동안 마리는 거친 숨을 쉼 없이 몰아쉬며 꿈속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 보고 있다. 마리는 웃지 않는데 거울 속의 마리가 홀로 웃는다.

 

 게다가 섬뜩한 미소다. 마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곤두서서 고슴도치의 털처럼 뻗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라.’

 

 마리는 그 이름을 되뇌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혹시 날 기다렸니?”

 

 거울 속의 소녀는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태연하게 묻는다. 마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다만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증발 사건의 정보들이 정신없이 열거된다.

 

 ‘증발 사건의 피해자들 중 일부는 느닷없이 돌아와 자신을 제3의 종족이라 주장한다. 그들은 반인세상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돌아온 증발자들의 말에 따르면 세상은 세 개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차원들과 접촉하는 유일한 방법은 증발이다. 그들은 증발을 통한 다른 차원과의 접촉이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는 위대한 과정이며....’

 

 “넌 날 기다리지 않았구나.”

 

 소녀의 말에 머릿속의 휴즈가 잠시 나가고 멍해진다. 마리는 춥고 소름이 끼쳐 몸이 덜덜 떨린다. 거울 속에서 그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던 소녀가 등을 돌려 현관문의 벨을 누른다.

 

 “누구세요?”

 

 거울 너머로 혜란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왔어.”

 

 마리는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도어락이 풀리며 혜란이 문을 열고 나온다.

 

 “라마리. 너 이지지배. 고양이처럼 들어왔다가 이 시간에 네 맘대로 어딜 나갔다가 오는 거야? 너 진짜 이렇게 ...”

 

 혜란은 성난 잔소리를 퍼붓다가 두 명의 마리를 보고 입을 틀어막는다. 기괴한 만남에 모두가 말이 없다.

 

 마리는 1년 전 바로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 것 마냥 식은땀을 흘리며 비틀거린다.

 

 “여, 여...보!!!”

 

 기괴한 만남의 충격에서 벗어나 혜란이 그렇게 외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뒤다. 아내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에 허겁지겁 달려 나온 태호가 소녀를 알아본다.

 

 “아라야!”

 

 아라. 그 이름이 큰 소리로 불리자 마리는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몸을 잘게 떤다.

 

 “아라야! 우리 아라야.”

 

 혜란과 태호가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소녀의 이름을 불러댄다.

 

 ‘...... 아라!’

 

 마리의 머릿속이 그 이름이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쇼크가 온 것처럼 몸에 기력이 없어지며 머리가 백지가 되더니 발끝에서부터 그녀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다.

 

 현실과 과거가 어지럽게 뒤섞인 감정. 마리는 그 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빙빙 돈다.

 

 “마리야. 우리 아라가 돌아왔어!”

 

 혜란이 눈물범벅된 얼굴로 외치며 거울 반대편에 서 있는 마리를 손으로 부른다.

 

 그녀는 당장 그들에게서 ‘우리 아라’를 떼어놓고 싶지만 거울 밖으로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안 돼! 그 아이한테서 떨어져!”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거울을 미친 듯이 두들긴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아라가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피에 굶주린 맹수처럼 위협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악마!”

 

 마리는 온 힘을 다해 외치며 기습적으로 일어났다가 어깨의 통증을 느끼고 심하게 비틀거린다.

 

 주위는 어둡고 몸에 멍한 기운도 느껴진다. 마리는 자신의 몸에 감긴 붕대도 발견한다.

 

  ‘살아있구나.’

 

 그녀는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감정에 오래 취해 있지는 않는다.

 

 그녀는 통증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렸다가 힘들게 자세를 잡고 벽을 더듬는다. 손끝에 스위치 같은 게 만져진다.

 

 마리는 그걸 켜는 게 좋을지 망설이지만 어둠 속에 있는 것보다 빛이 있는 쪽이 유리할 것 같아 스위치를 누른다.

 

 불이 켜지기까지의 그 짧은 찰나에도 눈앞에 늑대나 붉은 눈동자의 인간들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 그러나 불이 켜지고 눈에 보인 건 남자가 살 것 같은 투박하고 심플한 집이다.

 

 ‘작은 침실하나....쇼파와 TV뿐인 거실, 쓰지 않은 주방, 낡은 냉장고에는 물 2병뿐이다. 그리고..... ’

 

 총이다. 마리는 총을 본 순간 불안하게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그녀는 빠른 시선으로 혹시나 인기척이 있는지 집 안을 다시 훑는다. 다행히 환하게 불이 켜진 집은 몇 번을 둘러봐도 텅 비어 있다.

 

 ‘누구의 집일까? 누가 날 구한 거지? 혹시, 그 남자일까?’

 

 마리는 훈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게 누구든 단단하고 야무지게 감진 붕대를 보면 그녀를 성의껏 보살펴 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게 과연 안심해도 좋다는 뜻일까?

 

 그녀가 속한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란 없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게다가 그녀를 구한 게 뭐든 사람은 아니다. 사람은 그녀를 볼 수 없다.

 

 ‘그럼 역시 붉은 눈의 인간들?’

 

 마리는 놈들이 마리와 늑대들을 향해 총을 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 붉은 눈의 인간들은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

 

 ‘아니면 나처럼 유령일까?’

 

 그들은 남을 도울 여유가 없다. 모두가 마리처럼 겁에 질려서 늑대들과 숙주들을 피해 다니기에 급급하다.

 

 ‘그럼 대체 누구지?’

 

  마리는 초조하게 손을 주무르며 문손잡이를 돌려본다. 이상하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창문을 조금 열어 밖을 내다본다. 그녀가 있는 곳은 대략 4층 정도 되는 높이다.

 

 창 바로 아래 나무가 너무 높게 자라있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것 같다.

 

 ‘달아나야 하는 걸까? 저 총을 들고? 이 창문으로.’

 

 마리는 자신이 과연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을지 걱정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총을 바라본다. 그게 있으면 훨씬 유리할 것도 같다. 마리는 엉성하게 총을 들어본다.

 

 ‘그런데 내 옷..내 옷은 어디 있지.’

 

 마리는 자신이 속옷 바람인 걸 깨닫고 혹시나 총이 저절로 발사될까봐 조심하며 집을 뒤지기 시작한다.

 

 *

 

 리바이는 집으로 돌아오다 자신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잽싸게 주위를 둘러본다.

 

 창문이 조금 열려있긴 하지만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늑대의 그림자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게 보인다.

 

 그는 익숙한 동료들의 그림자가 별 동요 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확인하자 긴장을 푼다.

 

 ‘깨어난 모양이로군.’

 

 그는 묵직한 봉지를 고쳐 잡고 허름한 아파트 현관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

 

 바짝 긴장한 채 집 안을 뒤지던 마리는 쓰레기통 속에서 자신이 찾던 걸 발견한다. 피범벅이 된 옷들.

 

 ‘아무래도 이걸 다시 입기는 어렵겠군.’

 

 게다가 소지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호주머니를 뒤져도 작은 종이 조각하나 나오지 않는다.

 

 힘들게 모은 자료들이 보이지 않자 마리는 뭔가 단단히 손해를 본 기분이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붕대와 맞바꿨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몸을 일으킨다.

 

 입을 만한 걸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찾은 건 너무 크거나 불편해 보이는 남자 옷 들 뿐이다. 그나마 몇 벌 안 된다.

 

 마리는 결국 옷장에서 리바이의 커다란 겨울 티셔츠를 꺼내 뒤집어쓰듯 입는다. 입고 보니 가슴에 ‘멋쟁이’라고 적혀있다. (대체 누가 이런 옷을 입지?)

 

 집주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옷 고르는 센스가 형편없는 남자라는 건 확실하다. 그때 현관 쪽에서 심장을 떨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덜커덩. 홀더가 풀리고, 삐삐삐삐삑. 도어키를 누르는 소리다!

 

 ‘젠장...’

 

  마리는 쏠 줄도 모르는 총을 두 손으로 틀어쥔다. 영화에서 총을 그렇게 잡는 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

 

 ‘어떻게 쏘는 거지? 어떻게 쏘는 거야?’

 

 마리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문이 활짝 열린다. 그녀는 당황스럽지만 일단 잽싸게 뒤돌아서서 1초 만에 리바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큰 덩치,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 투박한 턱. 거친 손.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남자다.

 

 “움직이지 마!”

 

 마리는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다. 빵과 커피를 든 리바이가 뚱한 얼굴로 마리를 쳐다본다.

 

 “저기, 이봐.”

 

 그 총은 그런 용도가 아니다.

 

 “그건 다른 놈들한테나 겨눠라. 난 그저 널 위해 먹을 걸 사왔을 뿐이니까.”

 

 리바이가 빵이 든 봉투와 커피가 담긴 종이박스를 천천히 들어서 보여준다. 마리가 그것들을 눈으로 흘깃 살피고 다시 리바이를 노려본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폼은 거의 스나이퍼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샀다.”

 

 리바이는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는 천성을 가졌거나, 온갖 일을 다 겪은 나머지 모든 것을 초월한 것처럼 손에 든 것들을 주섬주섬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한다.

 

 “커피는 하나는 내 것이고 나머지 세잔은 네 것이다. 뭐든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마셔라. 하나는 아메리카노, 하나는 카라멜... 뭐라고 하더군. 또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뭐, 이름이야 뭐가 됐든....”

 

 그는 넉 잔의 커피가 담긴 종이 트레이를 현관 안으로 밀어 넣더니 허리를 펴고 마리를 똑바로 쳐다본다.

 

 “...중요한 건 커피가 식고 있다는 거다. 아! 그리고 그 총에는 총 알이 없다.”

 

 리바이가 태연이 총을 가리키며 말한다. 마리가 놀라 순간적으로 총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리바이가 갑자기 번개처럼 움직인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틀어서 제압하고 총을 빼앗는다.

 

 “어차피 넌 총잡는 법도 틀렸다.”

 

 그가 마리의 손을 힘껏 꺾어 넘어트린다. 하지만 어깨에 무리가 갈까봐 얼른 풀어준다.

 

 “예상보다 실력이 더 형편없군.”

 

 리바이는 혀를 차며 커피 박스를 들고 오더니 커피 하나를 꺼내서 건넨다.

 

 “이거 들고 저리 가서 앉아라. 일단 뭘 좀 먹으면서 얘기하자.”

 

 “수작 부리지마!”

 

 마리는 겨우 몸을 일으키더니 그가 건네는 커피를 손등으로 쳐서 바닥에 쏟아버린다.

 

 “성질이 보통이 아니로군.”

 

 리바이는 빈손을 거두고 티슈를 마구 뽑아 커피로 흥건한 바닥에 대충 집어 던진다.

 

 초조하게 어깨를 주무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는 리바이의 손에 별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

 

 “넌 뭐야?”

 

 마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리바이가 커피를 닦다말고 마리를 쳐다본다.

 

 

 

 

 “증발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날 보는 거지?”

 

 “넌 네가 속한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군. 그렇지?”

 

 리바이는 티슈 몇 장을 더 뽑아 손을 닦으며 말한다. 그는 티슈 뭉치들을 발로 차서 구석에 모아놓고는 빵과 커피를 챙겨 거실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마리를 빤히 쳐다본다.

 

 이리와 앉으라는 뜻이었지만 마리는 현관에서 멀어질수록 무사히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지는 것 같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린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네가 그 선을 넘었지. 그 별을 가진 대가로 말이야. 결국 난 널보고 넌 날 볼 수 있게 됐지.”

 

 “알아듣게 말해.”

 

 마리가 자신과 문까지의 거리를 제며 말한다.

 

 문까지의 거리는 네 발자국. 리바이와의 거리는 세발자국 쯤 된다. 그럼 그를 따돌리고 그 집을 빠져 나갈 확률은? 제로다. 리바이가 차분히 총을 들어 그녀를 겨눈다.

 

 “대화를 원하면 앉아라.”

 

 리바이는 총구를 저으며 마리에게 쇼파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마리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뚜렷이 들린다.

 

 “총알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나는 총을 쏠 줄도 알지.”

 

 마리가 마지못해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이래야 말을 듣는군.”

 

 그는 마리가 잘 볼 수 있게 무릎 위에 총을 버젓이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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