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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06. 시험
작성일 : 19-09-27 01:57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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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은오의 방에 갔다. 하지만 은오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나도 나갈 준비를 했다.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영어 학원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캐리어 가방에 있는 원피스를 챙겨입었다. 방에는 옷장이 없어서 내 모든 옷은 여전히 가방 속에 있다. 마치 언제라도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죽을 수도 있어요.

 

 그때는 도망쳐요.

 

 느닷없이 은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더불어 어제 내 손을 잡아채던 은오의 모습도. 언제 도망치는 게 가장 적당한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결국, 어제 그렇게 방으로 들어간 은오는 한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내 손의 작은 상처에 강렬한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그 정도만 짐작해볼 뿐이었다. 사실 나는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별로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미련도, 없었다.

 

 *

 

 읍내에 있는 작은 학원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골목기를 한참 따라 걸어가야 나오는 낡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일하셨던 학원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네요."

 

  "네."

 

  "그런데 왜 그 학원은 그만두게 됐어요?"

 

  학원 원장이자 면접자가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붉은 안경테가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과 잘 어울렸다.

 

  "답답해서요."

 

 내 성의 없는 대답에 그녀는 의문 가득한 눈길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내가 이 일자리를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원장의 뒤편에 있는 창밖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웠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원장도 넋이 나간 듯한 내가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 같지 않았다. 무의미한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결국 학원을 나서게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기분은 더욱 이상해졌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걷다못해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질주했다. 멀리서 집의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연씨,"

 

  "꺅!!!!!"

 

 뒤에서 내 팔을 잡는 누군가의 손길에 나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괜찮아요?!"

 

 은오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놀랐잖아요!"

 

 나는 그를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떨어요."

 

 그의 말대로 내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누가 날 쫓아오는 것 같아요."

 

 그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내가 돌아볼게요. 먼저 들어가 있어요."

 

 그의 말에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두려움이 다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집을 힐끔 쳐다봤다. 어쩐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나는 가버리려는 은오의 팔을 얼른 잡았다.

 

  "우리 집으로 가요. 무서워요."

 

 그가 나를 빤히 보다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안 무서워요? 흡혈귀인데."

 

  "은오씨는 안 무서워요. 좋은 흡혈귀니까."

 

 잠시 멍하니 있던 은오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믿어주니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들어가요.”

 

 내가 팔을 꽉 붙들고 말하자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함께 나란히, 걸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은오는 내가 방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다.

 

  “방에는 혼자 있을 수 있죠?”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라구요.”

 

  “저를 너무 막 시키시는 거 아닙니까?”

 

 은오가 팔짱을 낀 자세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럼 어떡해요. 무서운데. 제가 부르면 막 달려오고 절 지켜주고, 그러세요. 나 진짜 무섭단 말이에요. 진짜 진짜 무서워요. 말할수록 더 무섭네... 그냥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요?”

 

 내 마지막 말에 은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절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안지 얼마나 됐다고, 낯선 남자에게 같은 방에서 자자고 합니까?”

 

  “은오씨는...그냥 흡혈귀잖아요.”

 

  “그냥 흡혈귀?” 그가 눈썹을 찡그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를 빤히 봤다.

 

  “저는 그냥 흡혈귀 아닙니다. 딱 봐도 모르시겠어요? 저는 일단 성별이 남자고, 그것도 아주 잘생긴 남자 흡혈귀잖아요.”

 

  “....”

 

  “허 참!”

 

 그는 스스로 그런 말을 한 게 쑥스러운 듯 헛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갔다.

 

  “좀 귀여운 것 같기는 하네요.” 나는 그의 귀에 안 들리게 중얼거렸다.

 

 

 *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군것질이 너무 하고 싶어서 은오를 조르고 졸라서 슈퍼로 왔다. 은오는 귀찮은 듯 보였지만 그래도 안 따라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가씨, 그 얘기 들었어?"

 

 슈퍼 아줌마가 과자를 고르던 내게 말을 꺼냈다.

 

  "무슨 얘기요?"

 

  "아가씨가 산다는 집 뒤쪽에 산에서 시체 발견된 거."

 

  "...뒷산이요? 언제요?"

 

 아줌마는 과장되게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오늘 새벽쯤인가…? 이 옆집에 세탁소 아저씨가 약수터 가다가 발견했다지 뭐야. 어우 끔찍해. 경찰들 왔다 가고 소란스러웠을 텐데 못 들었어? 아무튼, 조심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아주 잔인하게 살해됐대. 거기다가…."

 

 아줌마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몸속에 피가 다 빠진 상태였다는 거야. 그게 무슨 귀신이 벼락 맞을 일이야."

 

 등 뒤로 소름이 쫙 돋았다. 무심코 슈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은오 쪽을 보자, 아줌마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아주 잘생겼는데, 둘은 무슨 사이야?"

 

  "아...그냥...먼 친척이에요."

 

 나는 얼버무리듯 말하고 과자 코너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다 샀어요?"

 

  은오가 내가 든 봉투를 힐끔보며 말했다.

 

  "오늘 우리 집 뒷산에서 시체가 발견됐대요. 슈퍼 아줌마가 알려줬어요."

 

 은오가 발걸음을 멈추며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피가 다 빨려 나갔대요. 은오씨 어제저녁에 기억나요? 내가 누가 쫓아오는 것 같다고 했잖아요."

 

 은오는 얼굴을 굳히고 산 쪽을 바라봤다.

 

  "혹시...준현씨를 그렇게 만든 살인자가..."

 

  "그럴지도 몰라요."

 

  "그럼 어떡해요.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하는지도."

 

  "도대체...그 자가 은오와 어떤 관계인 거죠?"

 

 은오가 나를 내려봤다.

 

  "불안해요?"

 

 나는 그를 올려보며 느리게 답했다.

 

  "불안해요…."

 

 은오는 내게서 시선을 천천히 거뒀다.

 

  "겁나면 언제든지 떠나요. 그럼 돼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확인해보러 산에 가봐야겠어요. 이연씨는 곧장 집으로 가요."

 

  "저 혼자서요?"

 

 은오는 어제와는 달리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서 멀어졌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아닌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걸었다. 좀 전 은오가 한 말에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은오는 내게 그 어떤 틈을 주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식으로. 자신은 전혀 붙잡을 마음이 없다는 듯. 흡혈귀에게는 감정이란 게 없나?

 

 

  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싸한 공기가 나를 휘감았다. 나갈 땐 분명 창을 다 닫았는데, 창이란 창은 다 열려서 바람이 집 안에 맴도는 것이었다. 일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다시 집에서 나갈까 망설였다. 뒷걸음질 치며 현관문 손잡이 쪽으로 손을 뻗는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내 입을 눌러 막았다.

 

  "조용히 해. 착하지?"

 

 귓가에 차가운 숨결이 닿았다. 내 몸을 팔로 힘주어 안은 정체불명의 남자는 나를 부엌으로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 점점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옆에 서 있는 그가 잘 보였다. 그의 붉은 눈은 특별히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온몸이 두려움으로 떨렸다. 그가 위험한 사람인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은오와 비슷한 창백한 피부의 붉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지만, 훨씬 거친 느낌이 있었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과도 같았다. 그의 긴 머리카락은 정돈되지 않았고, 눈썹도 짙었다. 넓은 어깨와 두꺼운 팔다리가 위압감을 줬다.

 

  "은오는 아직 밖인가 봐?"

 

 남자가 식탁 위에 앉으며 말했다.

 

  "당신 누구예요."

 

  "내가 누구인지 그게 뭐가 중요해?"

 

 남자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마치 이 모든게 그저 즐거운 장난같아보였다.

 

  "네가 지금 죽을 것인지 죽지 않을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닌가?"

 

  "....혹시....준현씨와 어제 뒷산에서 사람을 죽인 게 당신 짓인가요?"

 

 남자는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능청스럽게 모르는 척 구는 걸 수도 있었다.

 

  "은오씨와는 무슨 관계죠?"

 

  "그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인데?"

 

  "..."

 

 남자는 식탁에서 내려와 내 앞에 바짝 다가왔다.

 

  "너 말이야. 은오와 무슨 관계냐고."

 

  "..."

 

  "아껴뒀다 먹으려고 하는 건가?"

 

  "은오씨는 인간 피를 싫어해요."

 

 눈을 동그랗게 뜬 남자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불쾌한 웃음소리가 귓속에 울렸다. 한참 웃고 난 뒤에 그가 말했다.

 

  "인간의 피를 싫어하는 흡혈귀가 이 세상에 어디있어."

 

  "은오씨는-"

 

  "은오씨는 안 그래요. 은오씨는 특별해요."

 

 남자가 내 목소리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며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노려봤다.

 

  "지금 당장은 참는 거겠지.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하루에도 수만번씩 네 목덜미를 물어 뜯어서 달콤한 피로 목을 적시는 상상을 할 거야."

 

 남자는 부엌에 있던 칼을 집어 들더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움찔했다

 

  "우리...시험해볼까? 은오가 얼만큼 참을 수 있는지."

 

 미처 피해보기도 전에 남자가 내 팔을 잡고 칼로 살을 베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붉은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칼을 바닥에 떨어트린 남자가 내 팔을 더욱 세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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