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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가이드란
작가 : 멜리사
작품등록일 : 2019.9.3

#정령물 #황녀여주 #대공녀여주 #먼치킨 #누가봐도순한황녀 #누가봐도 개썅마이웨이대공녀 #조신한세남자

17년전 실종되었던 황녀가 약 25년간 칩거하던 대공의 손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있는지도 몰랐던 대공가의 공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러의미로 심각한 대공을 여린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딸이.

그리고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두 여인은 제대로 엮이기 시작한다.

"왜 날 도와준거에요?"

더이상 황녀가 아닌 여인이 묻자 맞은편의 앉아있던 사람은 씩 웃었다.

"너라서.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도 더이상 대공녀가 아니게 되버린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 대답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공 역시 즐겁게 웃었고, 둘은 곧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운명의 가이드 때문일까요?"
"글쎄. 그럴지도?"

그 답에 황제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대공은 그런 그녀의 귀여움을 즐겼다,

아니, 즐기려했다.

벌컥, 우당탕.

갑자기 들려온 소음의 근원은 방 문에 세겹으로 쌓인 세 남자였다.

"음, 저 세 사람이랑은요?"
"운명의 가이드때문에 엮인게 확실해. 제정신이면 어울릴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렇죠?"

두 여인은 엉망인 남자들의 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혼란속의 평화였다.

 
2. 영원한 이별은 아닐걸?
작성일 : 19-09-26 23:30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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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주인님!!!"

 

 '주, 인님? 그럼 저 기괴한 시체가 이번대 헤쉬켄이라고? 날 불렀다는?'

 

 "널 부른 건 저게 아니다, 아가."

 

 그때, 아까 베일 속에서 들려왔던 것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발음한 단어는 마치 루이의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의 싸늘하기 그지없던 목소리와는 달리 부드러움이 가득한 목소리에 같은 목소리인지 헷갈렸다.

 

 "아, 같은 사람이 맞단다, 아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듯한 말에 루이는 혼란에 잠기었다.

 

 "아, 맞다. 니들 주인..."

 

 휘이잉.

 

 남자의 말이 멈추고, 베일 밖에서 작은 검은 안개가 휘몰아치며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단정하게 정돈된 짧은 흑발과 짙은 바다 빛의 눈동자, 새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을 가진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턱선의 매혹적이면서도 소름 돋는 분위기의 사내였다.

 

 반짝이는 흑색 실로 수놓아진 기묘한 달의 문양은 망토의 색과 동일한 흑색임에도 눈에 띄었다. 카라 부분에 붙어있는 검은 털은 남자가 입은 검은 로브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고귀해 보임과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이 섬뜩했고, 두려운 느낌이었다.

 

 굉장히 짧은 기묘한 침묵이 상대방의 목을 옥죄어 숨이 벅차오르던 순간,

 

 꿀꺽.

 

 명백히 겁에 질려있는 듯했던 사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정체 모를 남자가 그림같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얘 맞지?"

 

 아름다운 호선을 그린 남자의 입술에선 꿀처럼 달콤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악마 같은 목소리에 사내들은 이유도 모른 채,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얘가 그 쓰레기구나? 아직 70밖에 안되가지고 빌빌거린다는 새끼. 노인 망신은 얘가 다 시키네. 잘 죽었어."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게 식은 시체를 바라보다 이내 싱긋, 웃으며 중얼거린다.

 

 "아가야."

 

 이 방 안에서 유일하게 '아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가녀린 루이를 바라보며 그녀를 부른다. 그러나 루이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바르르, 떨고 있다.

 

 남자는 곧 그녀를 살피다 은근히 피의 향이 느껴지는 그녀의 등과 멍이 든 그녀의 팔을 바라보곤 인상을 완전히 구긴다.

 

 "내가, 분명히, 조심하라고, 했어, 안 했어?"

 

 남자는 어느새 살기가 가득 담긴 시퍼런 눈으로 사내들을 바라본다.

 

 "히, 히익!"

 "죄, 죄송합니다!"

 "이 정도면 조심히인 줄 알았..."

 

 공포감 속에서 공황에 빠진 사내들이 두서없이 소란스레 말을 잇던 중 갑자기 소리가 멈추었다.

 

 급작스레 조용해진 주변에 놀란 루이가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뭐, 뭐야?

 

 루이가가 그때, 목격한 것은 마치 투명한 물에 검은 물감이 물들어,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녹듯, 검게 물든 부분이 스르르 사라져가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핸 팔짱을 낀 채 나른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이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아, 그러네. 실수했어. 얼굴부터 녹이면 신음을 못 내잖아? 아쉬워라~"

 

 혼자 정말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사내의 모습은 그저 섬뜩했다.

 

 "아, 아가가 있었지?"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해 보였다.

 

 "미안하다, 아가. 널 생각 못했어. 놀랐니?"

 

 남자는 아까의 살벌하던 분위기와는 딴판인 부드러운 분위기를 냈다. 자신을 향한 시선에 엉거주춤 일어나던 소녀는 놀라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가 웃으며 손을 뻗어왔다.

 

 그가 나를 향해 뻗은 손에 나는 놀라 주춤했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차마 거역할 수 없다는 듯, 홀린 듯이 그의 손에 내 손을 얹었다.

 

 그의 커다란 손에 얹어진 내 손은 너무나도 작고 볼품없었다. 앙상하게 말라 부르트고 생채기가 가득한 내 작은 손과 크고 하얗고 가늘고 긴 남자의 예쁜 손.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우웅.

 

 무언가 진동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땅이 살짝 떨리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듦과 동시에 루이의 손에 갈색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 기운이 그녀에게 스며들어 헤집는 느낌이 들던 중, 손의 상처들이 모두 사라지고 완전히 깨끗해졌다.

 

 얼마 후에는 등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사라졌다.

 

 "뭐, 뭐지...? 안 아파..."

 

 루이는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음성을 내뱉었고, 그 사실을 깨닫자 두 눈을 크게 뜨고 제 입을 가렸다. 가려지지 않은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안 아프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아직도 아파 보이네."

 

 그는 나를 향해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아직도 아파 보인다니, 루이는 속으로 자조하며 의아해했다. 그가 왜 아직도 아프다는 말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엔 그의 도움으로 모든 상처가 사라져 아픈 곳이 없었다.

 

 "아가, 이제 가자."

 

 그가 한 말에 루이는 자신조차 자신이 낼 수 있다고 생각 못 할 싸늘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어디로요? 안 가. 우리 언니 두고 난 못 가."

 

 마치 고슴도치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곧추세우듯 한 어조에 남자가 사르르 웃으며 단호한 말을 꺼냈다.

 

 "네가 있어야 했던 곳이자 앞으로 네가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게, 아가."

 

 그 말에 루이는 다시 한 번 자조했다. 자신이 있었어야 했던 곳이라니, 그런 곳이 있기나 했던가,

 

 "내가 있어야 했던 곳은 모르지만 있어야 할 곳은 언니의 곁..."

 "아니,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섬도, 저택도 아니란다, 아가."

 

 그는 루이의 부정에도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으며 그녀의 부정을 부정하였다.

 

 루이는 아까 녹듯이 사라지던 사람들과,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남자를 생각하곤 두려움을 가졌으나, 침을 한번 꿀꺽 삼킴으로써 두려움도 함께 삼키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그러자 그가 야트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재차 입을 열었다.

 

 "이런, 아가. 네가 언니라고 부르는 이가 루아스라는 아이라면 그 아이는 널 내게 맡기기로 했단다."

 

 뭐...?

 

 "그럴, 그럴 리가. 언니는 나랑 평생 살기로 약속했어요!"

 

 루이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고, 목소리에는 불신이 담겨있다.

 

 "진짜다, 아가. 내가 너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하나도 없단다."

 

 그의 말에 루이는 불과 몇 분 전 루아스가 한 말 한마디가 생각났다.

 

 '루, 우리가 만약 헤어질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절대 내가 널 버리려는 게 아니야.'

 

 라는 말이.

 

 '언니는 저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 생각이 루이의 마음을 지배하며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혼란을 눈치챈 남자가 빙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반강제적인 질문을 했다. 아마 그는 이 정도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그 아이가 네게 무언가를 말하긴 한 모양이구나. 그럼 이제 나와 같이 가겠니?"

 

 그러나 루이는 바로 따르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그녀로선 최선책을 제시했다. 그나마 가장 나은 것 같은.

 

 "언니한테 확인만 받고요. 언니가 맞다고 하면 따라갈게요."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괜찮다. 언니가 허락했다면 좋은 사람일 것이다. 적어도 괜찮은 사람일 거야.'

 

 계속 불안하게 수런거리는 마음을 잠재우려 그녀는 끊임없이 똑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루아스가 자신을 버리려는 게 아니라고.

 

 "많이 불안한가 보구나, 아가. 너의 뜻대로 하자."

 

 루이스의 옅은 하늘색의 눈동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깊은 그의 눈동자가 알 수 없이 푸르게 빛났다. 루이는 그 푸른 눈동자가 빛나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왜...?'

 

 영혼이 파헤쳐지는 듯한 원인 모를 기분에 루이는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흐음...역시 쿼터라는 건가? 귀엽네."

 

 또한 이어지는 턱을 쓰다듬으며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흘린 말에 루이가 의문을 품었다.

 

 "네?"

 

 그러나 그녀의 반문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아가. 잠시..."

 

 잠시, 에서 끊긴 말에 루이가 의아해하던 중, 갑자기 허공으로 붕 뜨는 느낌에 짧은 비명을 지른다.

 

 "꺗!"

 

 루이가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자 그녀의 눈동자엔 자신의 등과 다리를 받친 채,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올린 남자의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는 아름다운 미소만이 보였다.

 

 "실례, 공주님."

 

 '공주...님?'

 

 그가 자신을 부르는 뜬금없고,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단어에 의아함을 품던 중, 갑자기 밀려오는 압박감에 속으로 비명을 삼키며 사고를 정지했다.

 

 '으어어어억!'

 

 ***

 

 "아가. 눈 좀 떠보렴. 아가야?"

 

 깜박깜박.

 

 들려오는 목소리에 꽉 감고 있던 눈을 조심스레 뜬 그녀는 이내 앓는 소리를 냈다.

 

 "으으으, 속이 울렁거려요."

 

 그 말에 남자의 눈동자엔 당혹스러운 기운이 비쳤다가 살라졌다.

 

 "이런, 다음엔 더 확실하게 보호해 줘야겠구나. 아직 면역이 하나도 없어."

 "면...역?"

 

 그의 중얼거림에 루이가 의문을 품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때가 되면 스스로 깨달을 거야."

 

 그 말에 루이르네아는 속으로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각이 스스로 깨닫는다는 말이었기에,

 

 "밤이 아니라 조금 아쉽네..."

 

 밤이 아니라 아쉽다는 말에 그동안의 생활의 안 좋은 기억들이 스쳐 가듯 떠오르며 루이가 저절로 경직했다.

 

 "아가. 여기가 너와 루아스, 라는 아이가 머물던 방이 맞지?"

 

 예상됐던, 하지만 아니었으면 했던 질문에 루이는 겁에 질려 반문했다.

 

 "그, 그건 왜...?"

 "아, 들어가려고. 그 아이에게 물어보자 하지 않았니."

 

 그러자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마치 저녁이 됐으니 저녁 식사나 하자는 듯한 말투로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저, 정말 그것만 물어보려고요?"

 

 그러나 그런 친절하게 뒤통수를 치며 오늘 저녁 메뉴는 너희들이다, 라고 말하는 인간상을 많이 봐온 그녀는 떨면서도 간신히 질문했다.

 

 "그것 말고 뭐가 또...아, 설마 남자로서 들어가려는 것이라 생각했니 아가?"

 

 남자는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눈동자를 크게 뜨며 질문했고, 루이는 속으로 '맞다.'라는 생각만 든 채, 긴장으로 굳어졌다.

 

 "나는 죽은 내 연인 말고는 성생활을 즐길 생각이 없단다, 아가. 걱정마렴."

 

 푸스스, 웃으며 안심시키는 말에 루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민망하고 죄스럽다는 표정으로 오해에 대한 사과를 했다.

 

 "네, 네에...죄송해요."

 

 그 사과에 남자는 정말 신경 안 쓴다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아니야. 이런 걸 보니 여기서 어떻게 살았을지 잘 알겠네."

 

 그리고 그는 부드럽게 아니라고 답하고는 뒷말을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더 작게 중얼거린 말에는 은인의 ···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루이가 움찔 떨자 남자에게서 은근히 어른거리던 검은 기운이 끊겼다.

 

 남자는 루이를 한 팔로 조심히 안은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분명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너, 뭐야?"

 

 방의 문이 열리자 선명한 선홍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반 나신인 채로 셔츠를 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흑발 남자의 품에 안겨온 루이를 보고 놀라 삿대질하며 소리친다.

 

 "저년이 왜 여기 있어! 너 누구야? 못 보던 사람이잖아. 그 색은 우리 헤쉬켄의 눈 색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여기 들어와!"

 

 거의 경악에 가까운 혼란스러움이 담긴 눈동자로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남자는 루이를 향해 다정하게 물었다.

 

 "아가. 저거 어떻게 할까? 시끄러운데."

 

 물론 내용은 딱히 다정하지 않았다. 아, 어쩌면 루이에게만큼은 다정했다.

 

 어쨌든 그는 루이가 짧은 시간 동안 본 그의 미소 중 가장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정작 그 미소의 상대인 루이는 반 나신 상태의 남자를 쳐다보지 못하며 두려움에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이런...우리 아가가 겁을 먹었구나? 저게 큰 잘못을 했나 봐? 흐음..."

 

 그는 한 팔로 루이를 품 안에 푹, 파묻은 채 남은 한 손으로 제 턱을 쓰다듬었다.

 

 "아가야. 저거 없애줄까? 아까 그것들처럼."

 

 그는 활짝 웃었다. 그가 하고 있는 말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해사한 미소를.

 

 "그,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서웠던 루이는 죽이지만 말아달라 말했고, 그러자 남자의 입술은 호선을 그렸다,

 

 "착한 아가구나. 알았어."

 

 그는 제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헨슨의 발을 잡아 올라선다.

 

 "씨발, 이거 뭐...으윽!"

 

 검은 연기와도 같은 이상한 기운은 빠르게 욕설을 뱉는 남자의 몸 위를 뱀같이 스멀스멀 기어 목을 옥죈다.

 

 "으, 으윽..."

 

 털썩.

 

 그의 힘없는 신음이 이어지다 그의 몸이 털썩, 쓰러진다.

 

 "죽진 않았단다."

 

 남자는 루이를 안도시키려는 듯, 다정하게 일러주었다.

 

 "루아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루아스의 이름을 불렀다. 아까부터 '언니'라는 단어에 반응했으니, 전에 만났던 적이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 루이는 살짝 우울해졌다.

 

 남자는 그런 루이를 품에 안은 채, 방 안쪽의 침대를 바라봤고, 그를 따라 루이의 시선 역시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같이 침대 위에 축 늘어진 채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금발 여인의 모습이었다.

 

 "어, 언니...!"

 

 생기따윈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마치 부서진 인형 같은 모습에 루이가 놀라 그녀를 불렀다.

 

 "눈이 까맣게 죽었구나. 불쌍한지고."

 

 남자는 그녀를 향해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봐, 당신...빨리 루이 데리고 꺼져."

 

 루아스는 쩍쩍 갈라지는 메마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가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다더구나, 그래서 확인시키러 데려왔어."

 

 남자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고 루아스는 떨리는 시선으로 루이를 보며 사실을 알려주었다.

 

 "며칠 전, 저 남자가 날 찾아와서 말했어. 널 이 지옥에서 빼주겠다고."

 

 그 말에 루이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언니. 그럼 아까 한 말은..."

 

 망설이듯 말하는 것은 아까 루아스가 헤어짐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었고, 루아스는 그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그래, 맞아. 오늘 험한 일 당할까 봐 걱정했는데 저 남자가 잘 구해준 것 같네."

 

 여전히 거친 목소리로, 서늘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루이가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

 

 "언니..."

 "어서 가. 너라도 이 헤쉬켄에서 나가."

 

 그러나 루아스는 루이의 생각보다 훨씬 단호했다.

 

 

 그녀는 사실 어떻게 해서든 이곳, 루아스의 곁에 남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을 당했을지 뻔한, 한마디로 지금 입 한번 떼기 힘들 그녀인데도 너무나 간절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루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이 남자를 따라가는 게 언니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언니는 내가 있으면 방해가 아닐까?'

 

 라는, 어쩌면 계속하고 있었을, 하지만 계속 무시해 왔었을 생각을.

 

 "언니..."

 

 아슬아슬한 느낌의 목소리에 루아스는 움찔할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태연하게 말했다.

 

 "말해."

 "난 언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잖아요. 그렇죠?"

 

 루이의 툭, 건들면 부서지다 못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해버릴 듯한 미소에 루아스는 옅은 미소를 간신히 입가에 걸었다.

 

 루이는 절박하게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팔을 붙잡으며 울며 애원하고 싶었다. 제발 같이 살자고. 하지만 지금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녀의 모습은 루이로서 입을 떼지 못하고, 괜찮다는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루아스는 루이의 마음을 진작에 눈치챘지만 외면했다. 그녀는 루이를 더는 이 섬에 두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뒷배가 어느 정도 되어주던 헤쉬켄이 이제 자신의 뒷배가 아니게 되었으니, 루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애초에 그녀는 헤쉬켄에 와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 이렇게 순결한 아이는 더러운 섬과 더러운 사람들 사이에 있어선 안 된다.

 

 늘 이렇게 생각하던 루아스는 자신이 뼈에 사 묻히도록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온기를, 그녀의 따스한 미소를,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언니'라는 밝은 목소리를 그리워할 것을 알면서도 루이를 구해줄 사람을 반겼다.

 

 루아스는 예전처럼 더러워질 자신이 두려웠고, 늘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망가질 것보단 자신이 자기 자신을 바쳐 간신히 보호하던 루이를 보호하지 못하게 되어 앞으로 망가질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루아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우리 루이는 착하지."

 "그러니까, 나중에 찾으러 올게. 몸 조심히 기다려."

 

 나는 애써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언니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가늘게 떨었다.

 

 "그래. 우리 루이 많이 컸구나..."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단단한 목소리로 루이를 향해 당부했다.

 

 "루이. 이것만 기억해 줄래?"

 

 그 목소리에 루이는 이 대화가 그녀와 하는 마지막 대화일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차오르려는 눈물을 간신히 내리눌렀다.

 

 "응. 말 해."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떨림에 루아스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그 눈을 뜨며 맑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로 단호하게 말했다.

 

 "난 영원히 널 기억할 거고, 언젠가 만나러 갈 거야. 난 널 버리는 게 아니야."

 

 그 단호한 말에 루이는 저절로 눈물이 왈칵 새어나오려는 것을 느꼈지만, 간신히 그 고비를 참아내고 루아스를 향해 환히, 하지만 너무나도 애처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 또한 고백했다.

 

 "알아. 어쩌면 내가 언니를 버리는게 될 수도 있지.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야."

 

 그 말에 루아스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별을 고했다.

 

 "...응. 그럼 됐어. 어서 가."

 

 그렇게 헤쉬켄의 자매는 서로와의 작별 인사를 마쳤고, 동시에 벽에 나른히 기대서 발밑에는 헨슨의 목을 깔고 지켜보던 그는 한창 서로에게 작별을 고할 때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목을 세게 짓밟음으로 그를 완전히 죽이고선 그녀들을 향해 다가왔다.

 

 정확히는 루아스를 향해.

 

 "이제 된 건가."

 

 평이한 어조의 질문에 둘은 동시에 답했다.

 

 "네."

 

 그러자 남자는 손을 들어 언니의 몸 위에 얹었다,

 

 루아스에게 얹어진 손등에서는 연푸른빛의, 마치 루아스의 눈동자를 닮은 색의 문양이 빛나며 빛이 흘러나왔고, 손바닥에서는 검은 안개 같은 빛이 흘러나왔다. 그 두 색의 빛은 서서히 루아스의 몸을 향해 들어갔다.

 

 그러자 점점 루아스의 상처가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어, 어?"

 

 루아스는 제 몸을 파고드는 특수한 기운이 제게 활력을 불어널는것을 느끼고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힘이 넘쳐나는 제 몸과 어렸을 때부터 생겼던 마음속의 상처는 물론 지금 감정적으로 힘든 것까지도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아가를 잘 보호해준 네게 주는 선물이다."

 "아, 감사, 감사합니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소녀를 향해 다가가 다시 그녀를 안아 들었다.

 

 "이제 가자, 아가. 이 지옥에서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러."

 "아, 네에."

 

 딱.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안개가 그들을 감싸고, 그 검은 안개가 허공에서 흩어지자 그들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잘, 가. 루이."

 

 혼자 남은 여인은 완전한 이별에 눈물을 터트렸다.

 

 휘이잉.

 

 그때, 흑발의 무심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

 

 루아스에게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작가의 말
 

 저 동아줄 썩은 동아줄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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