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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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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26 20:00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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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교실로 들어가자 나를 다급히 찾는 존 선생님이 보였다. 존 선생님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존 선생님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이후 선생님이 날 불러서 혼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난 앞으로 펼쳐질 내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상하고 있었다.

 

  “데이빗. 선생님 따라 와.”

 

  예상했지만 난 존 선생님의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아마 내 안에서 전쟁이 일어난 거 같다.

  이곳저곳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전투기에선 폭탄이 떨어지고 마치 내 몸 안에서 에디 형이 전쟁을 겪고 있는 거처럼 말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집에 가 보거라.”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찾던 모습과는 달리 침착한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건네는 존 선생님이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허풍덩어리였다.

 

  “제임스에게 큰 일이 생겼어.”

 

  존 선생님이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은 내 편지 속 내용 보다 더 두려웠다.

 

  “데이빗.”

 

  존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저 땅 끝까지 처박았다. “할머니 얘기는 내일 하자구나.” 그대로 존 선생님은 나를 보내버렸다.

 

  난 가방도 챙기지 못 한 채로 학교를 뛰쳐나갔다.

  내 뒤로 사나운 개가 쫓아오는 거처럼 무작정 뛰었다. 만약 내가 마라톤을 한다면 지금 이 심정일까?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이상하게 발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존 선생님이 흘렸던 땀 보다 더 많은 양의 땀이 내 얼굴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집 앞에 도착하자 나를 발견한 로사아줌마가 내게 다가왔다.

 

  “큰일 났어!”

  “네? 무슨…….”

  “제임스가 끌려갔어!”

  “네? 아빠가 끌려가요?”

  “탄광 노동자들. 지금 제인은 탄광에 있을 거야! 얼른 가 봐 데이빗!”

 

  로사 아줌마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나는 탄광으로 달려갔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터질 거 같은 심장이었는데 이제는 심장이 너무 아프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날씨가 너무 나빴다.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내게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를 타야 되는데 내가 가진 돈으로는 버스비를 내지도 못한다.

  탄광까지 걸어가면 적어도 30분은 걸어가야 되는데 난 지금 그 시간도 용납할 수 없어 탄광까지 힘껏 달렸다. 발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신발이 터져 발가락이 삐죽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뼈마디가 부서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한참을 뛰었을까 저만치 멀리에서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곧바로 엄마의 뒤통수를 찾을 수가 있었다.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서서히 내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엄마!”

 

  나는 목 놓아 통곡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사실은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엄마…….”

 

  엄마는 내 부름에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시뻘게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저 가냘픈 몸으로 지탱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 같았다.

  그 정도로 엄마는 위태롭다.

 

  “법무장관이 석탄 파업 노동자들을 배에 태워 소련으로 추방했대요. 어떡하니, 제인 봐. 아주 통곡을 하고 있어. 데이비드도 어린데, 어떡하니…….”

 

  위태로운 엄마를 지키고 있던 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현실을 깨달아 버렸다.

  나를 부축하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었다.

  내가 힘을 내야 엄마를 지킬 수가 있기 때문에 내 모든 정신력을 두 다리에 쏟아 부었다. 뼈마디가 으스러질 고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는 엄마한테 아빠, 돌아올 수 있냐고, 언제 돌아 오냐고,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목울대 안의 자물쇠로 영원히 잠가버렸다.

  엄마는 나 보다 백배 천배 아니면 백만 배로 더 슬프고 힘들다. 나는 슬프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슬퍼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슬픔을 거부했다.

 

  나는 어리지만 성숙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어리석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건지도 알고 있다. 절대 돌아오지 못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고, 다른 나라도 아니고 소련으로 추방당한 것도 알고 있다.

  아빠는 이미 예견을 하기라도 한 듯 지난 밤 내게 찾아와 말했다.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아빠는 끝까지 엄마를 사랑했다.

 

  “어이구, 제임스랑 댄이 노동 파업 시작했다며, 다른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하니.”

 

  작은 목소리였지만 데이빗의 귀에는 확성기를 댄 마냥 크게 들려왔다. 앵앵 거리며 날 괴롭히는 모기 소리 보다 더 지독했다.

 

  아빠와 댄 아저씨가 먼저 시작했다니.

  사실 이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정말 끔찍한 사실이었다.

 

  저 멀리 댄 아저씨의 부모님이 보였다. 그들이 나와 엄마를 먼저 발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 자리를 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주저앉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일단 가요. 일단 집에 가서 생각해요.”

 

  난 바로 상황을 판단했다. 이건 우리에게 독이 될 상황이었다. 계속 탄광 앞에 있다간 독이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걸 난 깨달아버렸다.

 

  엄마는 힘없이 내게 끌려가듯 걸었다. 아빠가 소련으로 끌려가는 모습도 엄마처럼 처참할 거 같아 끔찍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엄마를 안방에 모셨고 안방에서 나온 내 발걸음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마의 모습은 살만 붙은 시체나 다름없었다. 눈물로 인해 몸 안 속 수분이 모두 증발해 버린 거처럼 얼굴은 그새 말라버렸고, 귀신을 본 사람 마냥 넋이 나가 있었다.

  아름다운 엄마는 불과 세 시간 만에 끔찍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아주 작은 미세한 크기의 죄책감이 이제는 눈 녹듯 퍼져 커다란 원이 되어버렸다.

  내 죄책감은 눈처럼 순백색이 아니었다. 피 보다 더 붉었다. 빨간색 볼펜으로 미친 듯이 한 곳에 그린 것처럼 아주 붉고 까다.

  기분 나쁜 색이었다.

  나의 죄책감은 어느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죄책감을 끝낼 방법을 찾고 싶지 않았다.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라.

 

  내 방에 들어오자 곧바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난 이불로 머리끝까지 내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대로 침대가 깊숙이 저 땅 끝 마을 까지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무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아니, 사람들이 들끓은 저 땅 끝 마을로.

 

  쥬디 할머니와 아빠는 나를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또 다시 올가미가 조여 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답답함에 이불을 걷어버렸다. 아주 힘껏 이불을 발로 찼다.

  이불은 어느새 침대 밑으로 떨어져 버렸고, 내 몸을 덮는 건 오로지 차디 찬 공기뿐이었다.

 

  고작 열 두 살짜리 꼬마가 겪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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