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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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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26 20:00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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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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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물로 세수를 하니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

  아주 조금이라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조금이 어디야, 만약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꾼다면 난 분명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릴 거야. 그 정도로 무섭고 두려운 기분 나뿐 꿈이었다.

 

  이건 불면증이 아닌 악몽이야.

  악몽 중에서도 제일 지독하고 기분 더러운 그런 악몽이라고. 이 생각을 내뱉고 나니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아니, 기분이 매우 몹시 더러워졌다.

  세면대에 침을 뱉었다.

  목에 커다란 묽은 가래였다. 그 묽은 가래는 세면대에서 흘러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물을 가래 위로 뿌렸다. 가래는 저 먼 암흑 속으로 흘러 내려갔다.

 

  나는 이 가래를 뱉음으로서 더러운 기분을 떨쳐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생각에 불과했다. 내 기분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내 방은 말이 아니었다. 책가방은 침대 밑에 쓸쓸하게 던져있었고, 존 선생님께 전해드리지 못 한 편지는 가방에서 떨어져 혼자 외롭게 있었다.

  나는 편지를 집어 들어 가방 안에 넣었다. 읽지 않았다. 읽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슬슬 배가 고파진 나는 방에서 나왔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나 잔건지 모르겠다. 해는 벌써 졌고, 대신 칠흑 같은 어둠이 가라앉았다.

  집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엄마를 불러봤지만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 뿐 이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다. 꿈속에서도 아무도 없었는데 다시 그 꿈을 꾸는 거 같았다.

  나도 모르게 너무 겁을 먹었던 탓일까 오줌이 마려워졌다. 나는 화장실로 행했다.

 

  시원하게 오줌을 빼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 나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죽은 사람처럼 고요하게 눈을 감았다.

 

 

  기분 나쁜 꿈을 꿨다. 정말 기분 나빴다. 그 꿈은 아무것도 없는 세계였다.

 

  무의 세계.

 

  내가 이토록 원했고 갈망했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난 비로소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버렸다.

  그 안에서 나는 아무 존재가 아니었다. 존재가 없는 아주 작은 미생물일 뿐이었다.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것은 내게 사막 위의 오아시스 보다 더 갚진 존재였다.

 

  그 세계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도 없어서 숨어있을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세계 속을 헤매었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흔한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그 흔한 먼지 한 톨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세계엔 오로지 나뿐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뿐인 이 세계에서 내 고막을 파고드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무척이나 듣기 싫은 소음이었지만 날 괴롭게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큰 소리도 아니었다.

  정말 작은 소리였다.

  한 여름 밤, 내 귓가를 맴돌며 달콤한 단 잠을 깨우는 모기의 앵앵거리는 지독한 소리처럼 정말 작은 소리, 내 고막을 괴롭히는 아주 작은 소리.

 

  환풍기 소리였다.

 

  그 세계에서 유일한 소음은 내 목소리와 환풍기 소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목에서 들리는 진동소리와 정체 모를 소리.

  그게 무슨 소리였고, 그 존재가 뭐였는지.

  그저 내 두 귀로 듣기에는 환풍기 소리와 비슷했을 뿐 그게 무슨 소리고 어디서 나는 소리였는지, 어떠한 존재가 내는 소음 이였는지 나는 여전히 모른다.

 

  이곳저곳 신선한 피를 찾아다니는 모기들처럼 소음을 찾기 위해 걷고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이곳이 어디인지 끝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난 계속 걸었다.

  사실 걸었지만 걷고 있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힘들지 않았다.

  다리는 아주 편안했다.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기분처럼.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더 이상해졌다. 내 자신이 이상해진 건지 이 세계가 이상해진 건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정말 기분 나쁜 이상함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상한 기분은 내 발을 지배했다. 정체모를 존재가 내 발을 가지고 장난치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여 발밑을 보니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발 밑에는 벌레가 들끓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벌레가 들끓었다. 내 몸을 이곳저곳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기분이 나빴다.

  보이지 않으니 내쫓을 방법도 없었다. 나는 속으로 빌었다.

  이 세계 속에서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금세 포기해버렸다. 내 발밑에서 시작해 두 다리로 지배하는 이 기분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구역질이 났다. 보이지 않는 벌레가 내 몸 안에 있는 거 같아서 토를 해버리고 싶었다.

  두 손가락을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었다.

  내 목구멍은 내 손가락을 받아들일 만큼 크지 않았다. 토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액의 쓴 맛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 맛에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 나쁜 맛에 가래침을 뱉었다.

 

  나는 상한 음식을 먹고 토를 해버리고 싶었다.

  나는 벌레들이 다 죽으라고 몸에 농약을 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길이 있다면 그 불길에 뛰어 들고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고통스러웠다.

 

  약에 취한 사람 같았다. 벌레가 내 다리를 갉아먹으니 다리에 힘이 나지 않았다. 마치 한 쪽 다리가 팔보다 더 얇은 사람처럼 무게 중심을 잡지 못 해 약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약에 취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약을 먹은 사람도 본 적이 없고, 약을 먹어봤던 사람도 난 모른다.

  내 주변에 약 쟁이 따위는 없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약에 찌들어 버린 사람들처럼 이 세계에 빠져나오지 못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의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의 세계였다. 또 내가 도망가고 싶어 만들어 낸 변명뿐인 세계였다. 어쩌면 내 비겁함을 숨겨줄만한 공간을 내 마음 속에서 찾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 순서와 단계가 있듯, 고통에도 단계가 있듯, 나는 이 무의 세계 속에서의 단계를 느끼고 있었다.

  경험은 아니다.

 

  난 이를 경험으로 삼고 싶지가 않았다.

  무의 세계를 갈망하기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막상 무의 세계를 경험하니, 아니, 느껴보니 다신 느껴보고 싶지 않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은 무의 세계에 도착한 직후 눈치 채버렸다. 하지만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나는 이 세계에 동요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올가미처럼 나를 서서히 조여 오기 시작했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아무도 없으니 더욱 더 그랬다.

 

  이 세계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나는 이 세계에 잡아먹혀 버렸다.

 

  비로소 나는 이 세계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이 세계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고통을 먹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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