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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오솔길
작가 : 엔보이
작품등록일 : 2019.9.2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이 걸어온 길.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갈등과 폭력의 역사.
태초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러한 갈등과 폭력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원 4. 복수. (2)
작성일 : 19-09-25 23:13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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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금까지 우리 군현에서는 단 한 차례도 검계의 활동이 보고된 바가 없어 제 나름으로는 그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바로 며칠 전, 보리울에서 일어난 사건이 검계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영금위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검계들은 미사의(야만인)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로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이웃을 가장하여 생활하고 있는 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구서라는 사람도 바로 그중 하나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관에서 그의 집을 살펴본 바, 그의 집에서 하늘님을 부정하는 이단의 증거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런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이 오늘날 보리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또한 집안에 액운이 꼈을 때는 제대로 인가받은 무자들에게 찾아가 의논하여야지, 아무 공신력 없는 동리무자들을 찾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사기꾼이고 풍속을 헤치는 검은무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리울에서 실종된 청년들을 데려간 영산무녀 또한 바로 그러한 검은무자였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보리울 청년들에게 접근하였고, 사악한 의식을 실험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몹쓸 짓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본 군수는 오늘부로 군현 내에서 무허가로 영업 중인 무자들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며 여러분 역시 그런 자를 보거든 청사나 가까운 단테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수상하거나 의심 가는 사람이 있어도 거리낌 없이 신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것이 군현의 치안을 높이고 여러분 가족을 보호하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마을을 떠나기 며칠 전, 다미군수가 수유리 광장에서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읽었다는 연설문이다. 나는 옥사에 갇혀 있어 당시 그 현장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있던 촌장님 말에 의하면 그가 연설문을 읽는 동안 보리울 사람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몇 번이나 받아야 했다고 하였다. 그의 연설문은 묘하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보리울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어, 안 그래도 배척받는 보리울의 사정이 이번 일로 인해 얼마나 더 나빠질지 나는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무슨 고민을 그리 하는가?”

 

  영서군 수안리. 요석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한탄강 나루터에서 신 씨가 홀로 사색에 잠겨있는 내 상념을 일깨웠다. 그는 전국을 떠도는 장돌뱅이 보부상으로 다미군을 벗어날 제 군현 관문 앞에서 만나 함께하게 된 일행이었다. 험한 세상에서 여행길 동무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 군현의 출입을 담당하는 관문 앞은 언제나 그렇듯 만남의 장이었다. 지금 신 씨를 비롯한 다른 세 명의 일행들도 모두 그렇게 함께하게 된 인물들이었다. 고향땅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게 그들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고향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지?”

  “...... 예.”

  “사람 마음이 다 그렇다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나도 처음에 고향을 떠날 제에는 그토록 고향을 벗어나고 싶더라니 관문을 한 발짝 벗어난 순간, 그새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니까.......”

  “형님도 그랬소?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제 머리를 태어난 곳으로 둔다지 않은가.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농군들은 흔히 발붙일 새 없이 돌아다니는 우리 같은 장돌뱅이들을 더러 부러워하지만, 사실 우리야말로 그들이 부러울 따름이지.”

  “그건 그렇긴 하오.”

  “자네는 어디로 간다고 하였지?”

 

  신 씨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요석으로 갑니다.”

  “그래, 맞아. 토벌군에 자원하러 간다 하였지.”

 

  그가 나를 자못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사실 잠시 함께하는 길동무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한데 그들은 이미 관문 앞에서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 나에 대한 소문이 인근 마을은 물론 군현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있었기에 가는 곳마다 나에 대한 소문이 내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시에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나는 그것이 몹시 불쾌하고 신경이 쓰였지만 그것은 당장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만큼 내가 겪은 일이 조용했던 다미군에서는 유례가 없을 만큼 크고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 관문을 나서고도 싶었지만 초행길에 그런 객기를 부리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나마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일행들은 제법 속이 깊은 사람들인지, 내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심 고마웠다.

 

  “강을 건너 하사기령에 들어서면 우리는 거기서 헤어지게 될 걸세. 내가 알려준 길은 잘 숙지하였는가?”

  “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는 무언가 다른 할 말이 있는 듯 말끝을 흐렸다.

 

  “이런 말 하면 오지랖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자네가 마음을 바꿔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싶네. 말했지만 불령자들은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니야. 평생을 관군에 쫓겨 산 사람들이란 말이네. 그런 자들의 내공이 오죽한 줄 아는가?”

 

  나는 그들과 함께하면서 불령자가 검계를 칭하는 또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나라의 법과 체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라 하여 그렇게 불린다는 것을....... 전국을 떠돌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들은 검계들에 대해서도 제법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것이 보리울이란 궁벽한 마을에 갇혀 살다시피 한 내가 가진 한계였다. 때문에 나는 그들과 함께하는 동안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그들에게서 얻기 위해 노력하였다.

 

  “대체 그들은 무슨 연유로 이 나라에 반기를 드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을 얻고자 함이 아니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삶과 법칙이 있어. 굳이 말하자면 자신들의 역사를 지키려 하는 것이지.”

  “지킨다고요?”

  “그래. 그들은 단순한 화적떼가 아니야. 그들의 역사는 이 나라의 역사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단 말이네. 본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소수민족이 바로 그들의 전신이니까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다수의 부족들이 연합하여 만들어진 부족연맹국이 아닌가. 오늘날 검계들 역시 한때는 그 범주 안에 들었던 사람들이야.”

  “.......”

  “초대 잇산께서 환국을 세우고 이 나라의 법과 제도를 바로 세우는 시기에 많은 부족들이 그 개화의 바람에 동참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부족도 있었네. 그들이 바로 오늘날 검계의 시초가 되는 것이지. 그 세월이 장장 사십년이라네, 사십년. 십년 이십년도 아니고 사십년 말이야. 이제 자네가 상대하려는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감이 오는가?”

  “법과 제도가 바로 선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거늘, 왜 거기에 반기를 든단 말입니까?”

  “그건 우리들 생각에나 그런 것이지. 동아민족이라 불리던 소수민족이 오늘날까지 미사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이상하리만치 미신이 발달하고, 또 그것을 숭배하던 민족이야. 단순한 돌멩이 하나도 그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신과 같은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이지. 하늘님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이 나라에서 어찌 그들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씩 검계들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한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왜 이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그들을 뿌리 뽑지 못한 겁니까?”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지. 애초에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게야.”

  “정책이요?”

  “그래. 아예 처음부터 그 미사들을 싹 제거했다면 모를까, 은혜 깊은 잇산께서 그들에게도 개화의 기회를 주려고 하였던 것이지. 해서 누군가는 개화되었다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쫓아냈으니, 지금에 와서는 그 둘을 어찌 구분하겠는가? 말로는 하늘님과 잇산을 섬긴다고 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는지 누가 아냔 말이야. 그뿐이 아니라 이 나라에 산맥이 얼마나 많고 또 깊은지 아는가? 그들 민족 대부분이 산에서 나고 자란 산에 대한 전문가란 말일세. 그런 이들이 일단 깊은 산속에 숨어들면 그것을 찾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지.”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내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 토벌군에 자원해 들어가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야. 내가 군부에 아는 다간이 하나 있는데 그가 하는 말이 자원군들은 대부분 일선에 투입되어 칼받이 노릇을 하게 된다더군. 물론 그중에도 공을 세워 출세하는 자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야 정말 운 좋고 실력 있는 자들이 가뭄에 콩 나듯 이뤄내는 업적인 것이고, 나라에서는 그런 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부풀려 퍼뜨리다 보니 자네 같은 청년들이 꿈에 부풀어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야. 이보게. 내 정말 보기 안타까워하는 말인데 정 군부에 투신하려거든 차라리 나랏군에 자원하게나. 토벌군은 정말 아니야. 수자리 사는 것이 비록 옥살이나 다름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곳은 허망하게 죽을 일은 없지 않은가. 자네도 가족이 있을 터인데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고쳐먹게나.”

 

  그는 보기와 달리 정이 많은 사람이었는지 그의 충고에서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고맙다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은 하였지만 실제로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은 그의 말처럼 정말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설령 그리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것은 떳떳한, 사내다운 죽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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