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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4화 - 자살을 결심하다.
작성일 : 19-09-25 07:59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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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창정은 소주 두 병과 만 원 짜리 한 장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손님? 잔돈요."

 창정은 아르바이트생이 건네주는 잔돈을 보면서도 멍하니 서 있었다. 주점에서 마음 놓고 안주를 시킬 형편이 안 된 이후부터는 동네 슈퍼에서 소주를 사는 일이 잦아졌다. 가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한기가 들었다. 일단 깡소주로 몸을 데우고 그 다음에 죽든지 살든지 생각하고 싶었다. 창정은 소주병이 든 검은색 비닐봉투를 들고 아파트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야이 씨발놈아! 빨리 가져와 이 씹새끼야!"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불량한 아이들 몇몇이 담배를 꼬나물고 모여 있었다. 그 중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의 슬리퍼를 장난으로 멀리 던져버리자 거침없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 아이들 중에서 누군가는 괜찮은 제법 살 만한 집안의 자식이겠지? 그리고 어떤 놈은 어른이 된 후에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잘 살게 되겠지?’

 창정은 놀이터의 불량배 같은 학생들을 보며 자신이 저들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지만 결국 가난하고 실패한 루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라는 말이 분명한 듯 했다.

 창정은 학생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단숨에 소주 반병을 들이 킨 창정은 이내 나머지 반병을 마셨다. 쓰고 역겨웠다.

 ‘미친놈!’

 창정은 이 와중에 쓰린 속을 달래줄 안주를 떠올린 자신을 질책했다. 창정은 벤치에 발을 올리고 무릎을 턱에 갖다 댔다. 소주병을 옆에 두고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후~'

 길게 한숨을 내뱉으니 알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차가운 볼 위로 따뜻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에이 씨발! 좃 같은 세상!"

 

 * * *

 

 낮에 설탕물을 발라 놓은 커다란 참나무를 플래시로 비췄다. 플래시 빛이 닿은 곳에는 진한 설탕물을 빨고 있는 암컷 사슴벌레 두 마리가 빛에 놀라 꿈틀댔다. 그 주위엔 쐐기와 이름 모를 작은 풍뎅이들도 같이 설탕물을 빨고 있었다.

 "에이씨! 또 실패가?"

 병식은 창정에게 조용히 물었다. 쪽자에 태워 먹고, 맹물에 타서 먹고, 매번 설탕을 훔쳐 먹을 때마다 엄마로부터 혼쭐이 났던 병식은 엄마의 빗자루 몽둥이질과 바꾼 공들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듯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다! 저 바라"

 창정의 눈이 반짝였다. 설탕물을 발라 놓은 곳 옆으로 엉금엉금 자리를 옮기는 검은 물체는 만호의 '마징가'에 필적할만한 크기의 숫사슴벌레였다. 녀석의 다리와 더듬이에는 둘이 발라 놓은 설탕물을 잔뜩 훔쳐 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넌 이제 내꺼야!'

 양 옆으로 크게 벌린 그 녀석의 매력적인 다리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상체를 곧추세운 위엄은 창정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녀석의 턱은 설탕물이 묻고 플래시 빛에 반사되어 관우의 청룡언월도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창정이 녀석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자 녀석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갔다.

 "병식아! 엎드려봐."

 "어어! 알았다."

 창정은 병식의 넓은 등 위에서 까치발을 하고 있는 힘껏 손을 뻗었지만 녀석은 다시 더 높은 것으로 움직였다. 창정은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드디어 녀석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녀석만 잡으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가 매우 불안했지만 창정은 엄지와 검지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녀석의 가슴을 꾹 눌러 잡았다. 성공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슴벌레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사슴벌레를 쥐고 있는 창정의 손도 점점 차가워졌다. 그리고 이내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병식아 이상하다."

 발아래 엎드려 있던 병식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야! 병식아!"

 "야!"

 "야!"

 

 * * *

 

 창정은 무서움에 떨며 잠을 깼다. 놀이터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사라져서 사방이 조용했다. 9월말인데다가 얇은 라운드티만 하나 걸치고 나왔더니 정말 추웠다. 숨을 쉴 때마다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 조금 전 기억을 더듬어보던 창정은 자신이 엄청난 일을 저지른 후 대책 없이 여기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근면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해 왔으나 그 동안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느라 이제 두부 한모도 여윳돈 계산하며 사야 되는 사람이 되었다. 딸 수영은 파티쉐의 꿈을 이루고자 2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호주의 요리학교에 합격했다. 수영이가 유학생활을 하려면 2년간 6천만 원이 넘는 학비와 생활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부모가, 엄밀히 말하면 아이 엄마가 준비할 수 있는 돈은 1,500만원이 전부였다. 그 돈을 굳이 창정 자신이 유학원에 입금하겠다며 가로채서는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창정은 도대체 아내가 왜 그 돈을 자신에게 맡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당했으면서도.

 사업을 하면서 궁지에 몰릴 때마나 마지막엔 항상 아내가 있었다. 참고 참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아내 앞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앉았다. 아내는 고맙게도 그 때마다 ‘무슨 일 있구나?’ 라며 물어주었다. 창정이 먼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아내는 눈치껏 먼저 말을 건넸다. 창정은 그렇게 아내가 통장에 꽂아준 돈으로 겨우 사업을 유지해 왔는데 결국 이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창정은 매 순간 아내가 자신에게 단호히 안 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 독하게 쏘아붙이고 외면했다면 자신은 지금 벤치가 아니라 평범한 가장으로 따뜻한 방에서 가족과 함께 잠을 청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창정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창정은 아내의 지갑이 요술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일어난 엄청난 사건을 아내에게 고백한다면 이내 아내의 몸속 어딘가에서 암세포가 돋아나 버릴 것 같았다. 수영에게 용서를 구하는 순간 수영은 아까 그 불량배들과 술담배를 나누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죽음을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지금처럼 절실하고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내려놓아야 할 것이 꿈이고, 욕심일 때는 차라리 행복한 순간이었다. 지금 창정이 놓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했으니 자신이 사라져버리면 모든 게 다 정리될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자신이 떠나온 직장도 아무 일 없듯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크게 이름을 남긴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남들에게 사기를 치지도 않았다. 단지 죄라면 돈을 버는 재주가 없었다는 것뿐이었다. 도시에는 빌딩들이 즐비하고 대기업은 분기마다 몇 십조씩을 벌어들인다. 국민들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 예금이 수백억이 넘고,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도 그 동안 수 없이 많이 생겼다. 길에는 외제차가 넘쳐나고 기발한 상품과 아이디어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자주 보았지만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올 돈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단 1억만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뿌듯한 아빠이고 남편 일텐데…….

 창정은 남은 소주 한 병을 마저 열었다. 그리고는 될 대로 되란 듯이 입안으로 쏟아 부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저장된 연락처를 하나씩 검색했다. 예전 거래처 전화번호들, 아내, 수영, ……. 자신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멍청한 새끼, 넌 항상 그랬지.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니가 제대로 해낸 게 뭐가 있어. 친구들은 자갈밭에 가짜 묘목을 잔뜩 심어서 10억, 20억 보상도 잘 받던데 너는 사업하면서 아내한테 돈 백 만원 갖다 줘 본적 있냐? 진실은 이기게 되어 있고, 성실하게 살면 하늘이 도운다고? 그래서 이꼴로 사냐?'

 어지러웠다.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그만 하자. 나도 다 안다. 누군 씨발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냐? 아! 씨발 눈물 난다 정말. 나 공부도 많이 했고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지만 열심히 살았단 말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정말 억울하고 분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창정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팔뚝으로 훔치고 일어섰다.

 '그래! 구차하게 살아봤자 또 이런 일 반복될 거야. 늘 그랬잖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고비를 넘겼지만 똑같은 고통이 항상 다시 찾아 왔어. 이제 깨끗이 정리하자. 남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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