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6회
작성일 : 19-09-24 23:06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38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까맣게 칠한 하늘에 콕콕 박힌 별들이 빛을 품에 안고 지평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어느덧 저녁이 찾아온 신계에선 지친 이들만이 주변을 서성였다.

 

  "와......"

  "수고하셨어요."

 

  이게 되긴 하는 구나.

 

  정말 하루 안에 이걸 다 끝낼 줄은 몰랐다. 이 많은 걸 다 해 놓고는 아직도 약간의 체력이 남은 듯한 직원들을 보며 진희가 책상에 그대로 엎드렸다.

 

  고작 이걸로 지치냐는 듯, 생글생글 웃던 키미안이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돌아와선 진희의 어깨를 조심스레 토닥였다.

 

  "이제 돌아가셔야죠."

  "으응... 그래야지."

 

  일어날 힘도 없다. 책상에 제 머리카락을 물결치듯 흐트려놓은 채, 어떻게든 힘을 줘가며 몸을 겨우 일으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어째서 마나를 써도 이 졸음과 피로는 달아나지 않는 걸까. 보통은 바닥난 체력이 돌아와야 하는데, 체력 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운동장만 마흔 바퀴 뛰고 쉬지 않은 채로 근력 운동을 한 느낌이다.

 

  키미안의 부축을 받아 겨우겨우 일어나서 방에서 빠져나가는 순간까지도 숨 쉬는 것 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

 

  녹색 눈동자에 담긴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총총 무리 지어 움직이는 별무리도, 흐드러지게 핀 각양각색의 꽃들도, 신비로운 음색으로 지저귀는 귀여운 새들도, 오로라가 흘러나오는 강도 모두 버릴 것 하나 없이 아름다웠다.

 

  신계 한 곳에 자리잡은 커다란 정원엔 늘 알 수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꼭 놓여 있었는데, 그 주인을 본 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미안, 저기에..."

  "네?"

  "이 밤에 차 마시면서 꽃구경하는 사람이 있어."

  "할 수도 있죠. 누구길...... 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키미안이 창밖을 힐끔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 리니아 님이시네요."

  "저게 리니아라고?"

  "존칭 붙여주세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어차피 내 건물인데 누가 있어."

 

  쟤가 리니아란 말이지?

 

  달이 떨어뜨린 조각이 녹아져서 그런지 더 신비로워 보이는 은발이 유독 눈에 밟히긴 했다.

 

  아까 서류 제출하러 갔을 땐 분명 리니아가 아니라 리니아의 천관이 받아서 외형을 보지 못 했는데, 머리통이라도 보니 정말 신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은 대충 봐서 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신 특유의 위압감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강에서 흐르던 오로라처럼 뿜어지고 있는 신비한 힘을 이제서야 목격했다는 것도 놀랍긴 했다.

 

  "그러고보니 리니아 님이 웬일로 저녁에 나와 계시네요."

  "응? 평소엔 안 나와?"

 

  진희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담하게 답변했다.

 

  "네. 저녁엔 쌀쌀하다면서 안 나오시죠."

  "너도 나랑 비슷하게 신계 와 놓고는 엄청 잘 아네."

  "뭐... 만들어질 때부터 웬만한 정보는 다 머릿 속에 자동적으로 입력 되니까요."

 

  그래? 건조한 말을 남긴 진희가 창가에 엎드린 채 은발의 남자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머리밖에 안 보이긴 하지만 쓸쓸해 보이는 것만 같아 마음에 걸렸다.

 

  "키미안."

  "네."

 

  멀뚱멀뚱 서 있는 키미안의 소매를 붙잡고는 무작정 계단 쪽으로 뛰었다.

 

  "지, 진희님......?"

  "구경 가자."

  "네?"

 

  키미안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지금 저가 잘 못 들은 걸까, 라고 얼굴에 대놓고 써져 있어, 입꼬리를 올린 진희가 구태여 대답했다.

 

  "리니아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잖아."

 

  단순한 답변에 키미안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지만, 그것에 굴할 진희가 아니었다.

 

  부모님 몰래 놀러 나가는 꼬마 아이들처럼 개구진 표정을 지은 진희가 계단을 통해 빠르게 내려갔다.

 

  ***

 

  "확실히 예쁘긴 예쁘다."

  "아, 예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서 어슬렁 거리던 진희가 연달아 감탄사를 내뱉었다. 인간계에선 보지 못 했던 한 폭의 그림같은 꽃들이 널리고 널렸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그윽한 향들도 무언가에 취하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누가 꾸민 건지 정말 향을 잘 맞춰서 심었다며 칭찬을 반복할 때, 키미안이 진희의 손목을 잡았다.

 

  "저... 진희님, 이제 그만 가야 됩니다."

  "왜? 나 조금 더 늦게 자도 돼. 마나 쏟아 부으니까 체력 좀 채워지더라."

  "아니... 그게 아니라."

  "됐다. 냅둬."

 

  얘가 왜 이래.

 

  유독 식은 땀을 흘리던 키미안이 이상해 고개를 갸웃거리다, 낯설으면서도 날이 선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시야를 위로 들었을 때.

 

  "헉......"

 

  아까 봤던 그 은발의 남자가 살벌한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가까이서 보니 묘하게 곱슬거리는 은발에 독특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왼쪽 눈은 분홍색이 위, 금색이 아래로 층이 져 있었고, 오른쪽 눈은 붉은색이 위, 시리듯 차가운 옅은 하늘색이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조용히 보다 들어가라.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

  "아... 네."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살기에 몸을 움츠린 진희가 뒷걸음질 쳤다. 리니아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저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제 상사가 겁 먹었다는 걸 바로 느낀 키미안이 은발의 남자가 유유히 떠나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괜찮으세요?"

  "어, 어? 응."

 

  괜찮을 리 없었다. 아직까지도 파르르 떨리는 손이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겁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인 지라 얼떨떨하고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아, 녹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아닐 거라 믿었다.

 

  1대 신인 르레이스비보다 더 위압감이 느껴지고 훨씬 두려운 대상이다.

 

  "정원 구경은 내일 마저 하시고 일단 올라가요."

  "응... 그러자."

 

  애써 침착한 척하며 대답하는 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짙은 녹색 눈동자엔 걱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

 

  ***

 

  "왜 그랬어, 리니아."

  "......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금발을 정갈하게 올려 묶은 르레이스비가 깔깔 웃으며 카나페를 집어 먹었다. 통쾌하다는 듯한 미소가 입가에서 잔뜩 묻어났다.

 

  "뭐긴 뭐야."

 

  말을 하다 말고 소파에 풀썩 기대어 앉고는 와인을 집으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하늘색으로 물든 불투명한 눈동자가 반달처럼 접히자, 리니아가 한숨를 푹 내쉬며 입을 뗐다.

 

  "문제 있습니까."

  "으응. 없지. 있을 리가 있어? 그냥 놀려본 거야. 표정 풀어, 이 자식아. 좀 웃으라고."

 

  르레이스비의 바람과는 달리, 리니아의 안면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입꼬리를 억지로 들었다간 정말 누군가를 비웃는 것처럼 오해 사기 쉬웠다.

 

  그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기에 침묵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리니아가 말 없이 뒤돌아선다. 이 이상 이곳에 머물렀다간 르레이스비의 놀음에 맞춰줘야 할 것이 분명했다.

 

  허나 르레이스비는 그렇게 멋대로 떠나도록 냅둘 자가 아니었다.

 

  "나가려고?"

  "...... 아직 못 다한 업무가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가소롭다는 듯 비웃은 르레이스비가 와인잔을 협탁에 내려놓으며 턱을 괴었다.

 

  "그래, 그러시겠지."

  "죄송합니다."

  "어어. 죄송하면 빨리 이리와."

  "그건 안 되겠습니다."

 

  리니아의 대답은 끝까지 단호했고, 내심 기대하며 두 팔을 벌린 르레이스비가 실망했다는 듯 팔짱을 꼈다.

 

  "돌아와."

  "......"

 

  구태여 돌아오라 말하는 르레이스비의 말이 들리지 않는듯, 리니아가 끝내 방을 나갔다.

 

  쾅!

 

  "저거저거... 문 세게 닫고 나가는 거 봐."

 

  꽤나 기분이 상한듯 미간을 찌푸린 르레이스비가 와인잔을 손에 올린 채로 천천히 일어났다. 제 1대 신인 제게 저렇게 대하는 건 리니아, 그리고...

 

  "연진희 그 계집애도 문젠데... 에휴."

 

  어제 처음 신이 된 신입뿐이었다.

 

  방 안에서 그녀의 수발을 들기 위해 대기하던 천우들이 살벌한 기운을 느끼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르레이스비의 감정 변화는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기 힘들었으니까.

 

  "저 귀여운 것들을 내가 어떻게 할까. 구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 응? 얘들아, 어떻게 할까."

  "그, 그건 저도 잘......"

  "누가 말하래."

 

  르레이스비의 물음에 응답한 천하 한 명이 몸을 움츠렸다. 이에 다른 천우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속으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죄송합니다."

  "말하지 말라니까?"

  "......"

 

  어느새 사슴 같은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천하가 입을 꾹 다물었다. 붉게 물든 불투명한 눈동자에 잔뜩 겁을 먹으면서도, 말 안 듣는 눈물은 눈치도 보지 않고 뚝뚝 떨어졌다.

 

  르레이스비가 보지 못 하여 다행이지, 하마터면 죽을뻔한 천소를 보며 타 직원들이 위로의 눈빛을 보냈다.

 

  "시셀리아."

  "네, 르레이스비님."

  "지금 내 아가 뭐 하고 있는 지 확인해보고 와."

  "네."

 

  그녀의 말에 빠르게 응답한 천우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모두가 긴장하면서도 부러워하고 있는 그 속에서, 홀로 검은 침묵에 쌓인 르레이스비가 입매를 비틀었다.

 

  ***

 

  "드세요."

  "아, 고마워."

 

  키미안이 다과가 담긴 작은 식탁을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신족들만 먹을 수 있는 과일로 이루어진 조각케이크와 녹차의 조합은 이상하다 해도, 제 취향에 맞게 가져와 준 키미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최대한 밝게 웃어보였다.

 

  아직까지도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느 정도 차분했다. 이제 리니아라는 신이 어떤 놈인지 알게 되었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는 결론이 지어졌기 때문이었다. 허나 놀란 근육들은 아직까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 안 드셔도 되니, 마음 진정되시면 적당히 소화시키고 주무세요."

  "응. 고마워."

 

  떨리는 입술과는 다르게 눈은 차분히 미소를 지었다. 걱정되는 마음은 커도, 혼자 있는 것이 진정하는 데 더 도움 될 것이라 판단한 키미안은 나갈 수밖에 없었다.

 

  "......"

 

  녹차에 비친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진희가 눈을 살며시 감았다. 신계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다.

 

  인간계가 그립지만 신계에 빠르게 적응한 몸은 떠나길 거부했다. 아니, 어쩌면 신계에서 못 나가도록 제 정신을 조작한 걸 수도 있다.

 

  오직 저만을 생각해 주는 직원들과 늘 옆에서 지키며 보호하는 키미안, 심신의 안정을 찾아주는 아름다운 풍경은 버리기 꽤나 아까웠다. 신도 인간계에 찾아갈 수 있다는 걸 얼핏 듣긴 했으니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에 안았다.

 

  막 졸라보지, 뭐.

 

  큰 눈망울을 조용히 꿈뻑이다 말라가는 케이크를 보며 포크를 집어 들었다.

 

  "이게 뭐람."

 

  이건 포크가 아니라 미니어처잖아.

 

  생김새는 포크임이 틀림없었지만, 터무니없이 작은 사이즈였다. 특히 머리 부분이 아주 작아서 이걸로 먹을 수 있긴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한참을 포크만 보다 드디어 케이크에 손을 가져갔다. 물론 포크는 쟁반에 내려다 뒀다. 고작 조각 케이크 먹는데 포크는 사치였다.

 

  모든 요리는 손맛이여, 손맛.

 

  새로운 맛을 느낄 준비를 마치고 들떠서 한 입 와앙 베어 문 진희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오오......!

 

  "더럽게 맛 없네."

 

  퉤. 입맛만 버렸어.

 

  왜 케이크에서 건강한 맛이 나는 지 의문을 남긴 채 조용히 내려놓았다. 익숙한 향이 어째 한약 같기도 해서 인상을 와락 찌푸린 진희가 녹차를 집어 들었다.

 

  "캬으."

 

  누가 보면 한 잔 한 듯한 리액션과 함께 한껏 밝아진 미소가 찾아왔다.

 

  후, 다행이다. 미각을 잃어버릴 뻔했어.

 

  제 건강을 생각해 가져와 준 것 같지만 이건 심각하게 쓰고 맛이 없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전한 진희가 조용히 케이크를 버리려 쓰레기통을 열었다.

 

  내가 웬만한 건 다 먹는데 이건 못 먹겠다.

 

  "무슨 일 있으시......!"

  "와악?!"

 

  갑작스레 어두워진 진희의 감정을 느껴 헐레벌떡 달려온 키미안이 쓰레기통을 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다 안 드셔도 된다고 했지, 버리라는 소리는 안 했습니다만."

  "어... 어어......"

  "오늘 정 먹기 힘드시면 내일 드세요."

 

  이... 이 잔인한 놈 같으니라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키미안을 바라보며 녹색 눈동자가 원망을 담았다. 그럼 그렇지. 이 케이크는 분명 건강함을 잔뜩 담았을 것이다.

 

  "키미안... 이거 진짜 못 먹겠어... 아니, 맛 없다는 게 아니고. 내 혀가 거부 해."

  "몸에 좋으니 드세요."

 

  내 이럴 줄 알았다.

 

  "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저니까 이렇게 해드리는 거죠."

 

  야이, 나쁜 놈아.

 

  어떻게든 건강한 걸 먹이려는 키미안과 거부하는 진희 사이에서 팽팽한 기싸움이 오고 갔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더라니, 어린 시절 엄마와 약 먹는 걸로 싸우던 자신을 떠올린 진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목격한 키미안이 버려질 뻔한 케이크를 들어 올리며 살며시 입을 열었다.

 

  "이거 드시면 인간계 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 업무는 새로운 직원 만들어서 대신 하고."

  "진짜?"

 

  거무죽죽하게 쳐져 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키미안의 달콤한 말은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것이 거짓일 수도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케이크를 집어 한 입 베어 문 진희가 오만상을 지으며 고개를 푹 떨궜다.

 

  너... 너는... 너는 미끼를 던진 것이고... 나는 그것을 확 물어버린 것이여...

 

  "씹으셔야죠."

  "아이. 이이 띠끼응 어우아으 어 어헉하!"

  "...... 네?"

 

  아오.

 

  대충 조각조각 씹은 다음 꿀꺽 삼킨 진희가 울분을 토해냈다.

 

  "아니, 입이 씹기를 거부하는 걸 어떡하냐고!"

  "이제 씹을 수 있네요. 자, 남은 것도 마저 먹읍시다."

  "와... 와아......"

 

  리니아 무섭다는 거 취소. 얘가 제일 무섭네.

 

  키미안의 단호한 말에 당황한 진희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케이크를 집자, 키미안이 다른 손에 포크를 쥐어주었다.

 

  "손으로 드시지 마세요."

  "이걸로 어떻게 먹어."

  "잘."

 

  야, 지금 싸우자는 거지. 그렇지? 야, 싸워. 싸우자고.

 

  얌전했던 우리 키미안이 달라졌어요. 이젠 놀려 먹을 줄도 아는 키미안을 보며 꾸역꾸역 케이크를 씹으니 인상을 찌푸릴 수도 없었다.

 

  "으윽......"

  "잘하셨어요."

 

  겨우 삼키자 키미안이 방긋 웃으며 어린이집 선생님의 톤으로 칭찬했다. 묘하게 기분 나쁜 것이 이것도 장난일 것이었다.

 

  "너무 그러진 마세요. 그거 안 드셨으면 쓰러지셨을 거예요."

  "엥? 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걸 안 먹었으면 쓰러졌을 거란 소리에 황당함을 금치 못 했다. 과로사로 쓰러지는 건 아닐텐데.

 

  "리니아 님 정도의 살기와 신력이면 가까이 가기만 해도 타격이 있거든요. 똑같이 신력으로 방어하면 상관 없긴 하지만."

  "신력? 그게 뭔데. 나도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키미안이 말을 이어나갔다.

 

  "신으로 임명 받고 나서 일주일이 지나면 자유자재로 다루실 수 있을 거예요. 진희 님이 만드신 직원들은 다 다룰 줄 아니까, 신력 쓰는 거 보면서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오오... 그렇... 아, 잠깐만. 그러면 너도 쓸 수 있다는 소리잖아."

  "그렇죠."

 

  당연하다는 듯이 바로 대답한 키미안이 보라는 듯이 신력을 이끌어 내어 보여주자,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녹색 눈동자가 커졌다.

 

  "오늘 나 깨울 때 부신 거, 그거지!"

  "맞아요."

 

  오호. 신기하구만.

 

  키미안의 손 위에서 덩실덩실 춤추던 신력을 물끄러미 바라본 진희가 입가에 음모를 꾸미는 듯한 미소를 품었다.

 

  내일부터 구경해야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임시적 요일 변경 2019 / 10 / 4 391 0 -
24 2부- 2회 2019 / 10 / 21 266 0 4886   
23 2부- 1회 2019 / 10 / 18 242 0 4385   
22 1부- 14회 2019 / 10 / 16 229 0 5397   
21 1부- 13회 2019 / 10 / 14 231 0 5658   
20 1부- 12회 2019 / 10 / 5 209 0 4990   
19 1부- 11회 2019 / 10 / 2 224 0 7241   
18 1부- 10회 2019 / 10 / 1 222 0 7569   
17 1부-9회 2019 / 9 / 30 227 0 6857   
16 1부- 8회 2019 / 9 / 28 214 0 6773   
15 1부- 7회 2019 / 9 / 27 226 0 7439   
14 1부- 6회 2019 / 9 / 24 237 0 7383   
13 1부- 5회 2019 / 9 / 23 244 0 7521   
12 1부- 4회 2019 / 9 / 21 232 0 7314   
11 1부- 3회 2019 / 9 / 20 244 0 7837   
10 1부- 2회 2019 / 9 / 18 231 0 9713   
9 1부- 1회 2019 / 9 / 17 244 0 9012   
8 [서장] 7회 2019 / 9 / 17 218 0 9529   
7 [서장] 6회 2019 / 9 / 16 225 0 7482   
6 [서장] 5회 2019 / 9 / 15 238 0 8138   
5 [서장] 4회 2019 / 9 / 14 230 0 6505   
4 [서장] 3회 2019 / 9 / 13 236 0 10377   
3 [서장] 2회 2019 / 9 / 12 269 0 9178   
2 [서장] 1회 2019 / 9 / 11 250 0 9868   
1 prologue 2019 / 9 / 10 379 0 36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