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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11
작성일 : 19-09-24 22:19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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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석환이 고개를 내젓는다.

  “나도 이해가 안가. 그리고 목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걸까?”

  희천의 말에 두 사람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쓰지 않던 머리를 갑자기 쓰려고 하니, 오작동 한다.

  “으아, 진짜 미치겠네! 이럴 때 일중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안 돼!”

  석환이 잘라 말했다.

  “놀래라! 애 떨어질 뻔 했네. 나도 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알았으면 일중이 앞에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마.”

  “걱정 마세요. 내 죄를 고하고 싶진 않으니까.”

  “항상 조심해.”

  “너나, 조심해. 불알친구라고 다 불지 말고.”

  둘이 투덕거리며 폐가 앞에 도착했다. 집은 변화가 없었다. 녹슨 철문이 내는 소리도 똑 같았다. 마당의 잡초들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둘 다 집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는 못했다.

  “들어가자.”

  “그래, 앞장서. 난 뒤따라 들어갈게.”

  희천이 멀찍이 서며 말했다. 석환은 탐탁지 않은 시선을 뿌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스마트폰의 라이트를 켜고 거실을 살핀다.

  거실은 어제 떠난 그대로였다. 상철과 희천이 빠져나가기 직전까지 정리를 열심히 한 것 같았다.

  솔직히 석환은 마지막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제대로 정신을 차린 다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석환은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릎을 꿇고 탁자 아래를 본 석환의 얼굴이 굳는다.

  “뭔데?”

  “깜짝이야!”

  희천이 발소리도 내지 않고 접근해 말을 거는 바람에 석환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겁쟁이 새끼. 이 정도에 놀라면 쓰냐? 비켜봐.”

  희천이 희희낙락거리며 석환을 발로 툭툭 치며 밀어냈다. 그리고 탁자 아래를 확인 한다.

  “장난치지 마. 씨!”

  “말도 안 돼!” 석환의 짜증이 희천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붉은 피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지건이 쓰러진 모양이 판화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이 정도 피를 흘렸는데 살아남았다고?!”

  희천의 말에 경악하는 것은 석환도 마찬가지였다.

  “그 녀석 우리가 알던 지건일까?”

  석환이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면?”

  희천의 물음에 입안에서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잖아?’ 라는 말이 맴돌았으나, 끝내 뱉지 못하고 삼켜 버렸다.

  “뭐, 쌍둥이 같은 거. 하하하… 그래서 형이나, 동생이 복수를 하려고 학교에 온 거 아니냔 말이야.”

  그래서 석환이 어설프게 웃으며 농을 쳤다.

  “쯧쯧쯧… 드라마나, 영화가 사람을 망쳐요.”

  희천이 농을 드라마로 받아들인 것만 빼면 나쁘지 않았다.

  “죽을래?”

  “죽지 않을 거야!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서 화석이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누가 걱정 했다고 그래. 그런데 겁나긴 하나 봐?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

  “그게 뭔 소리야? 나 목소리 원래 커!”

  희천이 집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말했다. 그도 핏자국을 보고 겁이 난 것이다. 그래서 석환의 입에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쌍둥이면 더할 나위 없지. 암!

  “좋네. 봐!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저거잖아!”

  석환도 일부러 목소리를 카랑카랑하게 돋웠다.

  “맞아! 오길 잘 한 거 같아!”

  희천이 있는 힘을 다해 석환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흐흐흐… 바보 같다.”

  “하하하…동의.”

  얼굴은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만약 지건이 석환의 말마따나 쌍둥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그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계획을 짜고, 함정을 파더라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한계라는 건 명확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건은 뭐지?

  “덜그럭!”

  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둘은 동시에 한 곳을 응시했다. 그것은 안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들었냐?”

  석환이 물었다.

  “어. 뭐지?”

  희천이 방금 전과 다르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낸다.

  “이런 거 안 좋은데. 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상황에서 저기 들어갔다가는 개죽음이라는 거?”

  희천이 안방을 응시하고 있는 석환을 보며 말했다.

  “동의해. 나도 죽고 싶진 않아. 나가자.”

  석환이 스마트폰 라이트를 끊다. 그리고 그들은 안방을 응시하며 뒷걸음질 쳤다.

  “빠드득!”

  이번에는 조금 전 보다 더 강한 소리가 났다. 마치 거인이 이를 가는 것 같았다. 둘은 마른 침을 삼키며 더 빨리 뒷걸음질 쳤다.

  “쿵! 쿵! 쿵! 쿵! 쿵…!”

  그러자 이번에는 집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것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둘은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문이 보인다.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문을 열어 젖혔다. 쾅!

  “으악!”

  둘이 비명을 지르며 동시에 쓰러졌다. 붉은 벽돌로 된 벽이 문 뒤에 있었다.

  골이 울리고 어지러웠다. 정신은 누군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알았으나,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때, 뭔가가 그들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으아아아!”

  석환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절규를 내질렀다. 하지만 울려 퍼지던 메아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끔찍한 일을 기대한 건 아니다. 허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공포는 배가 된다.

  벗어나고 싶다. 석환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떨리는 손으로 목덜미를 간신히 만져 본다.

  있다! 손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잡혔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있지?”

  희천이 두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어!”

  석환은 극심한 공포에 이가 부딪혀 그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둘은 서로를 쳐다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었다. 석환은 그 손이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여전히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다.

  답은 금방 나왔다.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살인마들은 먹잇감을 그냥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살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고, 그것마저 처참하게 짓밟아 버린다는 걸 다큐멘터리에서 본적이 있었다.

  등 뒤에서 살인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자식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기회는 만용을 부리는 지금 뿐이다.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을!

  순간 뇌리에 스치는 한 가지. 희천과 자신의 목을 잡고 있다면 다른 팔은 없는 게 된다.

  석환이 결심을 굳힌다.

  “누구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뒤돌아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정확히 명치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다. 분명히 손이 목을 잡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착각인가?

  설마 하는 마음에 부산스럽게 다시 목덜미를 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휴….”

  “으… 어떻게 됐어? 응?!”

  희천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 볼 용기는 없었다.

  “없어?”

  “뭐가?”

  “우릴 잡고 있던 사람이 없어.”

  그것뿐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거실은 사라졌다. 아니 더는 폐가가 아니다.

  대신 불투명한 유리문이 그들 뒤에 서 있었다. 문손잡이는 없는 것이 유리벽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으나, 왠지 문 같았다.

  유리문에는 공들인 음각으로 꽃을 새겨놓았다. 하지만 화려한 꽃이 아니었다. 단아한 꽃 아래 거친 줄기와 이파리가 보인다.

  쾅! 석환은 복잡한 감정을 담아 유리문을 주먹으로 쳤다.

  “으악! 무슨 일이야? 제발 이러지 마!!”

  희천은 그 소리에 질겁하며 울부짖었다. 석환은 그러거나 말거나, 뒤돌아 사라진 출입구를 확인했다. 갑자기 나타난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벽은 그들이 갇혔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런 짓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건일까? 말도 안 되는… 궁지에 몰리자 지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악귀처럼 괴롭히던 자신들이 떠오른다.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석환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는 살인마에게 감정이입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러자 반대로 측은해졌다. 지건이는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석환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괴로워한다.

  “철컥!”

  일순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둘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잠시 동안의 정적.

  마른 침을 삼키며 석환이 뒤돌아본다.

  “까꿍!”

  “헉!”

  “엄마야! 잘못했어.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쇠가 긁는 듯한 목소리에 희천이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래서 오롯이 석환만이 불투명한 유리문 저 편의 두 눈에 이채를 띄는 존재를 맞이한다.

  어디까지나 불투명한 유리문을 가운데 두고 보는 것이라 확신이 서진 않지만, 그것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족히 3미터는 돼 보이는 피를 뒤집어 쓴 것처럼 새빨간 사람이었다.

  그의 두 눈만 하얗다.

 
작가의 말
 

 1장 한 편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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