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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여자들 끼리 술 마시면서 하는 말
작가 : 아브락사스
작품등록일 : 2019.9.11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렵고도 험난한 여정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마지막 15화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건
작성일 : 19-09-23 17:26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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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건

 

 

 

 

 

 

 창밖엔 아직도 눈이 한가롭게 흩날리고 있다.

 

 한낱 시골의 한 귀퉁이 지나지 않던 스산한 겨울 들판이 알 수 없는 어느 먼 나라의 풍경처럼 낯설고 풍요롭게 여겨지는 것은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 때문일 것이다.

 

 겨울 들판의 황폐함이나 냉엄함은 잠시 잊어도 좋으리라.

 

 혜숙은 물가방을 열고 빈 페트병 세 개를 담는다. 모처럼만에 광천수로 목욕도 하고 광천수도 받아올 참이다.

 

 오리알 두어 개로 허기를 달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아침을 커피하고 과자 두어 개로 때운 탓이다.

 

 *

 

 - 언니.

 

 놀이터 앞 주차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혜숙을 보고 달려온다. 마치 혜숙이 나오기를 기다린 것 같다.

 

 혜숙은 아이들 손을 잡고 슈퍼에 들어가 과자 하나씩을 사준다.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 언니, 교수님은 왜 안 와?

 

 다정이가 친한 얼굴로 묻는다.

 

 - 응, 그거야 언니도 모르지.

 

 혜숙은 이층 김현부동산연구소를 올려다본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어도 형광등 불빛이 따뜻하게 배어나오고 있다. 어젯밤부터 껴져 있던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밤새 켜놓은 형광등 불빛의 의미를 혜숙은 생각해본다.

 

 불이 켜지기 전에는 어쩐지 이층 상가 전체가 북극 한 복판에 지어놓은 커다란 냉동고처럼 느껴졌다.

 

 내부는 영하 40도가 넘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꽁꽁 얼어붙어 있을 것만 같았다.

 

 하나의 은하에서, 은하의 축이던 태양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한 사람의 부재가 활활 타오르던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혜숙은 상가 이층을 바라보면 줄곧 생각해왔다.

 

 세계가 다시 뜨겁게 활할 타오르던 시절로 회복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이 엄습하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젯밤 일찍부터 이층 전체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세계의 회복을 알리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포근한 광경이었다.

 

 혜숙은 모처럼 아주 편안하게 잠들었고 꿈도 없는 시간을 지나 아침을 맞았다. 하지만 문득 헛것을 본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혜숙은 눈을 뜨자마자 뒷베란다로 달려가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 언니는 교수님 안 보고 싶어요?

 

 예슬이가 혜숙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 글쎄, 보고 싶은 건지 안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혜숙은 예슬이의 맑은 눈을 바라본다.

 

 - 언니, 그럼 보고 싶은 거야.

 

 채린이가 말한다.

 

 - 왜!

 

 - 사람들은 안 보고 싶으면 안 보고 싶다고 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잖아.

 

 채린이가 말한다.

 

 - 응.

 

 혜숙은 채린을 내려다본다.

 

 - 그런데 언니는 보고 싶은 건지 안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으니까 보고 싶은 거지.

 

 채린은 혜숙을 올려다보고 웃는다.

 

 - 언니는 보고 싶은 건지 안 보고 싶은 건지 모른다고 했는데.

 

 혜숙이 말한다.

 

 - 그러니까 내 말은 언니가 마음을 숨기는 거라는 뜻이야.

 

 채린이 말한다.

 

 - 왜 숨기는 걸까?

 

 혜숙이 고개를 갸웃한다.

 

 - 부끄러우니까 그런 거지.

 

 채린이가 말한다.

 

 - 언니가 왜 부끄럽니?

 

 예슬이가 말한다.

 

 - 사랑하니까 부끄럽지.

 

 채린이가 말한다.

 

 - 언니, 교수님 사랑하세요?

 

 예슬이가 혜숙을 올려다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 글쎄, 모르겠는데.

 

 혜숙은 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 우리 엄마가 언니하고 교수님은 보통 사이가 아니랬어.

 

 다정이가 말한다.

 

 - 우리 엄마도 언니하고 교수님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어.

 

 채린이가 말한다.

 

 - 언니, 맞아요?

 

 예슬이가 혜숙을 바라본다.

 

 - 글쎄, 나는 모르겠는데. 어쩌면 너희들 엄마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혜숙이 말하는데 스마트폰에서 수신음이 울린다. 신자 씨 전화다.

 

 *

 

 - 응, 언니.

 

 혜숙은 아이들에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전화를 받는다.

 

 - 가서 놀아.

 

 아이들에게 말하는데 언젠가 신자 씨와 한 약속이 떠오른다.

 

 신자 씨는 남편 장례식 이후부터 교회에 나가자고 혜숙에게 졸랐다. 그래서 혜숙은 만약 일요일 아침에 눈이 오면 교회에 따라 가겠다 약속을 했다. 그건 교회에 가지 않으려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신자 씨는 아직도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는 걸 보고 혜숙과 한 약속을 기억해낸 모양이다.

 

 - 웬일로 일요일에 전화 했어?

 

 혜숙은 아파트 현관으로 사라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치미를 뗀다.

 

 - 데리러 가고 있으니까 빨리 내려와.

 

 - 나 지금 약수터에 가는 길인데.

 

 - 어딘데! 일요일에 눈이 오면 나하고 교회 가기로 약속했잖아.

 

 - 내가 그랬나.

 

 혜숙은 상가 현관으로 몸을 숨긴다. 어떻게든 교회에 따라가지 않을 심산이다.

 

 - 응큼 떨지 말고 얼른 내려와. 내가 일요일에 눈이 오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알아!

 

 - 그건 반칙이잖아.

 

 혜숙은 상가 층계참에 올라가서 2층을 올려다본다.

 

 - 무슨 반칙이야. 잔소리 말고 내려와.

 

 - 눈이 많이 와서 못 갈 텐데.

 

 혜숙은 신자 씨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다.

 

 - 지금이 어느 땐데, 도로는 벌써 재설이 다 돼 있어. 하나님이 천당 가는 길은 확 뚫어 놨다고.

 

 - 언니한테 졌다. 나 물가방 메고 그냥 가도 되지.

 

 상가 현관에서 보니까 신자 씨 차가 벌써 아파트 현관 앞에 서 있다.

 

 - 괜찮아. 어딘데!

 

 - 차 문이나 열어줘.

 

 혜숙은 신자 씨가 타고 온 자동차 동승석으로 가서 문을 두드린다.

 

 - 아휴 난, 오늘도 못 데리고 가는 줄 알았네.

 

 신자 씨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앉는 혜숙을 향해 반갑고 기쁜 앙탈을 부린다.

 

 - 언니, 안녕하세요.

 

 뒷자리에는 베트남 새댁이 이미 타고 있다.

 

 - 베트남댁도 교회 다녀?

 

 혜숙이 동승석에 앉으며 물어본다.

 

 - 권사님이 전도해서 다닌 지 꽤 됐어요.

 

 베트남댁이 말한다.

 

 - 언니가 권사야!

 

 혜숙은 신자 씨를 돌아보며 비아냥댄다.

 

 - 교회 가면 권사 같아져.

 

 신자 씨가 말한다.

 

 - 그럼 난 장로 같아 보이는 거 아냐.

 

 혜숙이 말한다.

 

 - 사장님이 장로님이야.

 

 신자 씨가 말한다.

 

 - 어머, 정말. 난 몰랐네.

 

 혜숙이 말한다.

 

 - 세상에선 다 사장이고 직원이고 그냥 그렇게 되는 거야. 세상을 교회에서처럼 살면 바보 취급 받아.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대주면서 살 수는 없잖아.

 

 신자 씨가 말한다.

 

 - 그럼 성경말씀은 뭐야.

 

 혜숙이 말한다.

 

 - 믿는 사람끼리는 그렇게 해야 돼.

 

 신자 씨가 말한다.

 

 - 알았어요, 권사님. 운전이나 조심하세요.

 

 혜숙이 말한다.

 

 *

 

 예배가 시작 되면서 혜숙은 코를 훌쩍인다. 신자 씨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준다. 옆에 앉아 있던 베트남 새댁은 연신 혜숙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예배를 마치고도 혜숙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 한참을 훌쩍인다.

 

 - 장례식 땐 울지 않더니 이제 눈물이 나! 그래 실컷 울어, 그때 울지 못한 거 지금이라도 실컷 울어.

 

 신자 씨가 말한다.

 

 - 언니, 이거 좀 마셔 봐.

 

 베트남댁은 컵에 물을 받아와 내민다.

 

 - 자매님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물을 마시고 일어서려는데 목사가 다가와 갑자기 혜숙의 정수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한다.

 

 -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어린양에게 한없는 은혜와 성령을 내려주신 걸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넘어지고, 상처 입고, 지치고, 병들고, 소외당하고, 길 잃고 헤매던 어린 양이 이제야 아버지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 어린 양의 고통과 아픔을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어린 양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며 위로해 주시옵소서.

 이 어린양의 슬픔은 오늘로서 끝이 나고 지금 이 순간부터는 행복만 깃들게 하여 주시옵소서. 눈물은 걷히고 즐거움만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저의 애통하는 기도를 들어주신 줄 믿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기도가 끝나도 혜숙은 고개를 책상 위에 파묻고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는다.

 

 - 목사님, 혜숙 씨가 몇 주 전에 사고로 남편을 잃었는데 이제야 실감이 나는 가 봅니다. 제가 달래서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걱정 마시고 볼일 보세요.

 

 신자 씨가 말한다.

 

 - 아 그랬군요. 자매님. 지금이라도 실컷 우십시오. 그리고 이제는 세상의 남편이 아니라 영원히 죽지 않는 만물의 주인이시고 우리 모두의 주인이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를 남편으로 모시고 사십시오.

 

 목사가 말하자 신자 씨와 언제 왔는지 모르지만 김치공장 사장, 그러니까 장로가 아멘 하고 동시에 대답한다.

 

 순간 혜숙은 책상에 엎드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친다.

 

 사실 혜숙은 목사가 기도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울음을 멈추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는 것인데 다행히 사람들에겐 혜숙이가 대성통곡하는 것처럼 보인다.

 

 *

 

 - 언니, 목사님 왜 그렇게 웃기시냐.

 

 모두 다 돌아간 걸 확인 한 뒤에야 혜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자 씨 어깨에 기댄다.

 

 - 뭐가 웃기다고 그래. 원래 교회에서는 그렇게 하는 거야.

 

 - 나 너무 웃겨서 죽을 뻔 했어.

 

 - 니가 웃긴다. 뭐가 그렇게 우습다고. 울다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 언니, 그만 웃겨.

 

 혜숙은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간신히 참는다.

 

 - 혜숙이 언니, 웃음보가 터졌나 봐요. 저도 가끔 그럴 때 있어요. 남들은 웃기지도 않은데 나 혼자만 막 웃음이 나와요. 그럴 땐 저도 미친 것 같아요.

 

 - 그래 그래. 그거야. 내가 지금 그래.

 

 혜숙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

 

 혜숙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언젠가 김현과 함께 걸었던 길이고 가끔씩 물가방을 등에 지고 오가던 길이다.

 

 혜숙은 길을 가다 말고 서서 사진을 찍는다. 뒤로 들판이 보이고 저 끝 멀리 뽕나무 밭이 보인다. 혜숙은 만족스러운 듯 그 사진을 카스에 올린다.

 

 김현에게 결별 선언을 한 후로 처음 올리는 사진들이다.

 

 얼마쯤 가다가 또 사진을 찍고 또 카스에 올린다. 이번에 올린 사진 속엔 아파트가 저 멀리 서 있다. 한 귀퉁이에 김현부동산연구소가 있는 상가 건물도 보인다.

 

 혜숙은 뽕나무밭으로 들어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사진들을 카스에 올린다.

 

 ‘평범했던 시골 한 귀퉁이도 눈이 쌓이면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이 되네!’

 

 글도 남긴다.

 

 *

 

 - 혜숙씨!

 

 눈을 헤치며 걸어가는데 뽕나무 숲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김현의 목소리다.

 

 혜숙은 환청인 줄 알고 주위를 살피다가 다시 눈을 헤치며 걷는다.

 

 - 혜숙씨!

 

 다시 들리는 김현의 목소리다. 혜숙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 저, 왔습니다.

 

 - .......

 

 - 혜숙씨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

 

 -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혜숙 씨.

 

 혜숙은 다가가 김현의 목을 껴안는다. 김현도 혜숙의 허리를 힘껏 잡아당긴다.

 

 - 참 잘했어요.

 

 혜숙은 김현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누르며 도장을 찍듯이 지그시 누른다. 김현의 입술이 열린다. 혜숙은 김현을 받아들인다.

 

 *

 

 - 어제 제가 온 걸 알고 있었죠! 일부러 연구소 불을 환하게 켜두었는데.

 

 김현이 혜숙의 물가방을 뺏어 들고 말한다.

 

 - 안 무거워요. 빈 가방인데........

 

 - 카스에 올린 사진을 보고 생각했어요. 이제 가도 되겠구나. 혜숙 씨에게 가도 되겠구나. 혜숙 씨가 나를 부르는 구나.

 

 김현은 혜숙의 가방을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걸친다.

 

 - 참 잘했어요.

 

 혜숙은 다시 김현의 목을 껴안고 입술 도장을 찍는다. 김현은 입술을 열어 혜숙을 받아들인다.

 

 - 같이 일하는 언니가 졸라서 교회에 갔는데, 왜 김현 씨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콧물 흘리면서 울었어요. 예배가 끝날 때까지요.

 

 혜숙이 말한다.

 

 - 아, 아름다운 여자. 혜숙씨는 증류수보다 더 순수한 여자예요. 엉뚱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김현은 혜숙을 힘껏 껴안고 속삭인다.

 

 - 그동안 몸무게가 3키로나 빠졌어요. 제 몸무게는 일생동안 거의 변함이 없었는데.......

 

 - 그러게 결별 선언은 왜 해요.

 

 - 제가 너무 뻔뻔스러운 것 같아서.......

 

 -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세요.

 

 - 도장 찍을 게요.

 

 혜숙은 김현의 입술을 덮친다.

 

 - 이제 물 받아서 가야죠. 제가 혜숙 씨 좋아하는 파전 만들어 놨습니다.

 

 김현은 혜숙의 손을 잡는다.

 

 - 어머, 고마워요.

 

 - 슈퍼에서 막걸리 한 병 사갈까요?

 

 - 아니요. 이젠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손을 잡았으니까 오작교는 필요 없어요.

 

 혜숙은 손사래를 친다.

 

 -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요?

 

 혜숙은 김현의 손을 꼭 쥔다.

 

 - 실은 거의 매주 왔었습니다. 하지만 혜숙 씨 눈에 띄지 않으려고 밤늦게 와서 아파트 단지 뒤에 차를 세워놓았습니다. 연구소에 들어가서도 항상 커튼을 치고 방에 있는 스탠드 등만 켜고 지냈습니다. 그러니 혜숙 씨는 제가 왔는지 안 왔는지 알 수가 없었겠죠.

 

 - 왜!

 

 - 혜숙 씨 가까이에 있고 싶었습니다.

 

 - 그게 아니라 왜 불을 끄고 몰래 숨어 지냈냐고요.

 

 - 자가면역치료라는 말 들어 보셨죠?

 

 - 예.

 

 - 그러니까 혜숙 씨는 그동안 자가항체를 만들고 있었던 거죠. 혜숙 씨가 상처 난 자존심을 자가면역치료 중인데 제가 너무 일찍 연구소에 불을 켜놓으면 상처 난 혜숙 씨의 자존심을 치료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오히려 상처가 더 깊어져서 영영 저를 보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병원에서도 장례식장에서도 인사만 하고 돌아선 거고요.

 견디기 힘들었지만 저는 오랜 시간 동안 혜숙 씨의 상처받은 자존심이 치유되기를 숨죽이고 기다린 겁니다.

 

 - 참 잘했어요.

 

 또 다시 혜숙은 김현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춘다.

 

 

 

 끝

 
작가의 말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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