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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현명한 레시피
작가 : 이웃집메이
작품등록일 : 2016.7.21

"우리, 사귀어 볼래요?"
"...큽!"
든든한 식사 이후에 챙기는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와 파티쉐.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는 그들의 계약... 연애? No! 36살 파티쉐와 28살 셰프의 달콤살벌 계약연애 스토리!

 
06화. 스파게티 면에 칼국수 국물을 끼얹나
작성일 : 19-09-22 22:22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9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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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스파게티(Spaghetti) : 파스타의 한 종류이며, 가루를 반죽할 때 달걀을 섞어서 하는 이탈리아식으로 만든 국수 요리.

 

 

 

 [ 헤어져. ]

 “뭐?”

 [ 다 알고 있으면서 대놓고 거짓말이라… 딱 봐도 바람둥이야. 질 안 좋아. 헤어져. ]

 “언제는 사귀어 보라며!!!”

 

 

  안 그래도 어제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센 다음 날 아침. 겨우겨우 잠이 들었지만 아침부터 지독하게 울려대는 휴대전화에 겨우 눈을 떠서 받은 전화에서 들려오는 말이 저거라니.

 

 

 [ 굉장히 좋게 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저거라니…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 당장 헤어져. ]

 “야, 현수민!”

 [ 아, 나 바쁘니까 끊는다. 꼭 헤어져! ]

 

 

  뚝.

 

  자신의 의견은 애초부터 필요 없었다는 듯한 이 말투와 태도. 지수는 낮은 한숨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곧바로 던져 놓았다.

 

 

 “…아. 아직도 진정이 안 되네.”

 

 

  분명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휴대폰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는데… 지금은 휴대폰이 너무나도 낯설고 무섭게만 느껴지는 지수였다.

 

  그러더니 애써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씻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섰다.

 

 

 

 ♣

 

 

 

  지수는 지금 앞에 보이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 눈을 몇 번이나 비빅 거렸는지 모르겠다.

 

 

 “하이.”

 “환상인가…”

 “엥?”

 

 

  알 수 없는 찝찝한 마음으로 곧바로 출근할 준비를 하고서 집을 나섰는데. 또깍이는 구두소리를 내며 레스토랑을 향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칫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뒤를 돌자 보이는 익숙한 차와 익숙한 사람의 모습.

 

  처음 그걸 보자마자 지수는 생각했다. ‘왜 저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지?’하고. 그런 생각을 한 수 십 번, 그리고 믿을 수가 없는 마음에 눈을 계속 비빅 거리기를 수 십 번, 겨우겨우 현실을 깨달은 지수는 민망한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왜 왔어요…”

 “어제 집 알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같이 출근하려고.”

 

 

  지수는 잔뜩 피곤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하자, 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그녀는 그게 답답했던 거다. 정말 제멋대로인 모습인 현명의 특유의 모습이었으니까.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지. 그녀는 티 나지 않게 낮은 한숨을 내뱉고서는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니까 대체 왜…”

 “이러다 늦겠다. 얼른 타세요, 자기야.”

 

 

  하지만 그런 말이 통할 리가 만무했던 현명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차 문을 열어주었고, 지수의 말은 곧바로 끊기를 시행하였다. 그녀는 그런 그가 당황스러웠지만, 지각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자, 출발합니다.”

  지수가 타자마자 현명은 개운한 표정으로 차를 출발시켰다.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럼 이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서프라이즈죠, 서프라이즈.”

 “……하아.”

 

 

  이런 상식이 통할리 만무한 현명의 대답에 지수는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서프라이즈도 정도껏이지… 너무 놀란 게 흠이라구! 왜 그걸 몰라, 왜!’

 

  지수는 굉장히 날카로운 신경질을 속으로 부리며 한숨만을 계속 폭폭 내쉬었다. 현명은 그런 지수를 보고, 운전을 하기를 반복. 빨간불 때문에 차를 세우자마자,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눈에 잠이 한가득 이네. 어제 잠 못 잤어요?”

 “아…… 좀.”

 “왜 그럴까. 무슨 일 있었어요?”

 “그냥, 뭐…”

 “음?”

 

 

  그는 진심으로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뭔가 그 말이 나오자마자 시선을 점점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파란불이 되어 차를 출발 시켜 그 다음에 대화를 잇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가 오늘 따라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

 

  하지만 복잡한 요인에 따라 현명은 모른 척 하고 레스토랑을 향해 운전했다.

 

 

 

 ♣

 

 

 

  정신없이 차를 몰고 도착한 레스토랑. 현명이 차를 세우고 나란히 그녀와 같이 출근을 할 계획을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그녀가 있던 쪽을 바라보았는데.

 

 

 “…지수씨?”

 

 

  이미 그의 옆에 있던 지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차를 세우는 동안 먼저 내린다고 하더니, 벌써 레스토랑 앞에 도착해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부터 뭐지? 이상하네….’

 

  어제와는 확고하게 다른 그녀의 모습에 그는 계속 궁금증이 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리도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인지.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우선은 그녀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어요 셰프님.”

 “안녕하세요!”

 

 

  현명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자마자 미리 와 있던 준수와 주변에 있던 다른 여자 웨이터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동시에 파티쉐 후배인 유미도 그를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는 걸 보고, 현명은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매일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현명은 생각하며 마침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해준 유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아, 유미씨. 나 물어볼 거 있는데.”

 “뭔데요?”

 “혹시 지수씨 어디 갔는지 아세요? 같이 왔는데 먼저 들어가서…”

 “팀장님요? 방금 탈의실에 가셨어요!”

 “그렇구나. 고마워요, 유미씨. 오늘 하루도 파이팅!”

 “네, 셰프님도요!”

 

 

  유미에게 지수의 행방을 알아보고선, 기분 좋게 미소 짓자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다들 설레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역시 남자는 잘생기고 봐야 된다니까!’

 

  그녀들은 현명을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명은 자신도 옷을 갈아입기 전, 오늘따라 불안하고 평소와는 많이 달라 보이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있을 주방으로 다가갔다. 주방에는 효주와 유미도 없었고, 주방 안쪽에 있는 탈의실 쪽에서 소리가 조금씩 나고 있었다.

 

  ‘오늘 분명 평소와는 다르긴 했지?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진심으로 그녀의 표정이나 태도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계약연개건 뭐건, 우선은 그런 표정을 짓는 여자를 가만히 보고 만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현명은 지수가 나오기까지 기다리길 약 5분. 주방 안 쪽에 있는 탈의실을 문이 덜컹 열리더니 하얀색 복장을 한 그녀가 주방에 나타났다.

 

 

 “지수씨.”

 “…아.”

 

 

  그의 등장이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지수가 몸을 살짝 움찔거렸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서 뒷걸음질 치는 것 같기도 했고.

 

  하지만 그는 못 본 건지 생긋 웃으며 지수를 봤다는 기쁜 마음에 손 인사를 먼저 했다.

 

 

 “아까 그냥 그렇게 가서 조금 서운했어요, 저.”

 “아… 죄송해요. 그… 일이 바빠서…”

 “아니에요. 그럼 일 열심히 하고, 이따 봐요.”

 

 

  현명은 이제 자신도 준비해야 된다며 인사를 하고 나서 주방으로 가기 위해 뒤돌아섰다. 그 모습을 본 지수는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전 영업 준비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아, 참. 지수씨.”

 “네, 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하얀색 옷,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

 

 

  순식간에 고갤 돌려 그녀를 향해 말하는 현명 탓에, 지수는 어깨를 최대한 움츠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 고맙습니다… 음… 아, 아까 뭘 놓고 왔네… 하하.”

 

 

  고맙다는 말을 내뱉고서는 갑자기 어색한 표정과 말투를 보이던 그녀. 그리고는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는 거다.

  이로써 그는 확신했다. 그녀에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에게는 얘기하기 싫어하는 것. 수상쩍은 마음이 들었지만, 솔직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괜찮을까.”

 

 

  현명은 진심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아침 영업이 시작되면, 가장 바쁜 사람은 셰프들이 아니라 파티쉐와 바리스타이다. 주로 오전에 오는 손님들은 음식들 보다는 커피와 브런치, 디저트 등을 먹으러 오기 때문이다.

 

 

 “효주야, 나 이거 먼저 만들었는데 커피 먼저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아, 노력해 볼게요.”

 “응, 고마워.”

 

 

  특히나 아침에는 주방에 3명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바쁠 때가 많았다. 효주와 유미가 주문 들어온 순서가 아닌 가끔은 헷갈리는 탓에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날도 있었고 말이다. 그때마다 최대한 지수가 수습하거나 먼저 나서서 처리를 해주곤 하는데, 오늘은 뭔가 좀 이상했다.

 

 

 “팀장님! 지금 쿠키 다 타는 것 같은데요.”

 “…….”

 “팀장님!”

 “……어, 어어?!”

 “쿠키요, 쿠키.”

 “어? …헉! 미, 미안해!”

 

 

  뭔가 아까부터 지수가 조금 멍해보여서 걱정은 했지만, 일이 바쁜 탓에 신경을 못 써줘서 그랬나. 지수는 이번에 나가야할 쿠키를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아까 바빠서 돕질 못했는데… 방금 음식도 저렇게 해서 나간 건 아니겠지?’

 

  문득 유미와 효주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쁜 건 바쁜 거지만, 우선은 자신들을 총괄하는 팀장인 지수가 저러고 있으니… 무슨 일이 터지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설마라는 녀석은 항상 사람을 잡기 마련이었다.

 

 

 “여기 사장 대체 누구야!! 얼른 나오지 못해?!”

 

 

  주방 밖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거칠하고 큰 소리. 탁자를 세게 치며 온갖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 대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와 효주는 깜짝 놀라 그곳으로 다급하게 뛰어왔지만, 지수는 오히려 불안한 마음에 나가질 못했다.

 

  ‘뭐, 뭐… 지?’

 

  여기까지도 지수는 여전히 멍을 때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듯 했지만, 반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으니까. 천천히 지수가 효주, 유미를 따라 홀이 있는 쪽으로 나왔는데, 그곳의 모습은 꽤나 가관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손님.”

 

 

  레스토랑에 소리가 울리자마자 곧바로 오너인 우민이 나와 그 손님의 앞에 서 있었다. 평소에 고참 웨이터나 웨이터리스, 셰프들이 아니면 잘 볼 수 없는 그의 모습과 얼굴이기에 모든 손님들과 직원들의 시선은 그 곳을 향해 있었다.

 

 

 “니가 이 레스토랑 사장이냐?”

 “아, 네 그렇습니다 손님. 무슨 문제 있으신지?”

 “문제? 문제는 엄청 많지. 여기 빵에 머리카락이 같이 있다고! 이걸 나더러 먹으라고 내놓은 거야?!”

 

 

  엄청나게 크게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옆에 같이 있던 일행도 조금 당황해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딱히 말리지는 않은 건지, 그 일행은 아무 말 없이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우민이 그가 먹고 있던 빵을 보았다. 그곳에는 명백하게 긴 머리카락이 빵과 같이 구워졌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민은 알겠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그의 앞에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측에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환불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들어드릴 테니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흥, 진작에 그렇게 나와야지! 당장 환불하고 새로 만들어 와!”

 “네, 알겠습니다.”

 

 

  날카로워 보이는 우민의 인상과는 달리 손님이 만들어 놓은 난장판을 순식간에 자신이 유리하도록 만들고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에 모든 직원들과 손님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봤어, 봤어?”

 “응. 역시 사람은 됨됨이가 되어야 한 다니까.”

 “먹는 음식에 머리카락 나왔다고 저렇게 난리라니… 조용히 타이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그의 행동에 오히려 손님을 비난하는 목소리까지도 손님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우민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했던 것이다.

 

  직원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사이, 우민은 익숙하게 지수가 있는 주방으로 다가가 그녀를 찾았다.

 

 

 “아, 지수씨.”

 “네, 네?”

 “밖에 일 대충 끝난 것 같은데 잠깐 얘기 좀 해요. 유미씨, 미안한데 저 손님 빵 다시 만들어 주세요. 부탁할게요.”

 “아, 네! 사장님!”

 

 

  우민은 유미에게 뒷일을 맡기고선 지수에게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지수는 몸을 살짝 움찔거리더니 유미와 효주를 한 번 보고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한참 바쁠 텐데 죄송해요, 유미 씨. 효주 씨.”

 “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사장님.”

 “고맙습니다.”

 

 

  지수가 우민의 옆으로 오자, 우민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이런 시간에 팀장을 데리고 가서 정말 미안하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괜찮다는 말에 그는 답인사로 미소를 짓고선 지수의 손을 잡고 사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뭐야, 사장실로 데리고 가서 뭐하려는 건데!’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현명은 차마 나서지는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을 뿐 이었다.

 

 

 

 ♣

 

 

 

  우민을 따라 들어온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사장실. 웬만해선 잘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라며 ‘마의 공간’이라고 직원들끼리 속삭여댔던 곳…… 이긴 한데.

 

 

 “거기 편한 곳에 좀 앉을래요?”

 “네? 네… 고맙습니다.”

 

 

  그곳에 지금 자신이 들어와 있다니! 지수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부, 분명히 내가 아까 잘못한 것에 대해 타이르려고 하시나…? 나 월급 깎이는 거야? 아, 아니… 자, 잘리는 건가?!’

 

  지수는 온갖 불안한 생각이 자신을 덮고 있다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자신이 어떻게 쌓아놓은 커리어인데… 지수는 우민이 어떤 말을 할지도 모른 채로 좌불안석으로 앉아 있었는데.

 

 

 “여기서 좀 쉬다 가요.”

 “…네?”

 “많이 피곤해 보여서. 그러니까 여기서 자도 좋고, 어떤 일을 해도 좋으니까 오전 영업 끝날 때 까지 만 여기서 쉬어요.”

 

 

  우민의 뜻밖의 따뜻한 말에 지수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레스토랑에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혼내거나 무어라 말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식의 그의 태도는 정말이지 놀랍고도 고마웠다.

 

 

 “혼낼 마음 전혀 없어요. 지수 씨가 우리한테 얼마나 잘 해 줬는데. 지수 씨 없었으면 우리 레스토랑 이렇게 잘 되지도 않았어요.”

 “사… 장님……”

 “나는, 항상 지수 씨한테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 어?”

 “…흐읍.”

 

 

  그의 조곤조곤하게 말해주고 달래주는 말에,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물론, 처음 우민과 레스토랑을 작게 시작했을 때에는 굉장히 힘든 일도 많았다. 이제 만들어진지 반 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레스토랑. 그 가게를 크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많지도 않은 나이에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어, 우민의 말을 들으니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울고 싶으면 울어요.”

 “사장……”

 “괜찮아요, 괜찮아. 다 괜찮아요.”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는 지수를 우민은 그대로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아 주었다. 그리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는 달콤한 말을 귓가에 속삭여 주었고, 그와 동시에 지수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그 동안의 힘들었던 모든 일이 다 정화되는 것 같아….’

 

  지수는 생각하며 자신을 안아 토닥토닥 달래주는 그의 모습에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

 

 

 

 “얘들아, 오늘은 특히 더 예약이 많으니까 빨리 설거지 하고 오후 영업 준비 하자!”

 “네, 셰프!”

 

 

  오전 영업이 끝나고 난 후, 셰프들이 있는 주방. 막내들과 나머지 멤버들이 설거지를 하면서 오후 영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맏형인 호성이 큰 소리로 그들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며 아까보단 더 빠른 설거지 솜씨를 보이는데, 그에 호성은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역시, 착한 아이들이군.”

 “과찮으십니다, 셰프!”

 “내가 애들을 잘 키우긴 잘 키웠어.”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끄덕이며 만족해할 즈음, 꼭 보여야할 사람이 한 명 안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호성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서현명 어디갔냐?”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새끼 지금 설거지하기 싫어서 도망간 거 아니냐?”

 

 

  셰프 사이에서 맏형이자 2순위인 호성은, 다른 것도 아니고 가장 싫어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요리를 하다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러도 금방 해결을 하고 수습을 할 수 있기에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이런 사소한 일에 하기 싫어서 빠지는 것! 그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것이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거, 이거… 안 되겠구만.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얼른 마무리 해.”

 “네, 셰프!”

 

 

  호성은 분명 그가 일을 하기 싫어서 몰래 빠져나갔음을 확신하며 곧바로 주방을 나섰는데. 의외로 멀리 도망치지 않고 사장실 앞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현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이 녀석?’

 

  자신이 확신했던 바와 조금 다른 모습의 현명을 보자니 그는 괴리감을 느꼈다. 현명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음에도 그는 전혀 몸을 꼼짝하지 않는다.

 

 

 “너 뭐하냐?”

 “아! 놀래라… 뭐… 아무 것도 아니에요.”

 “네 녀석은 물건 훔치고 있는 걸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그냥 갈 사람이냐? 인마!”

 “아, 물건 훔친 건 아니잖아요!”

 

 

  호성이 짜증난다는 듯이 현명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자, 그는 호성을 한 번 째리고선 다시 사장실에 귀를 기울인 채로 집중하고 있었다.

 

  ‘저, 저 미친 놈……. 저 녀석 생각은 당최 알 수가 없다니까.’

 

  자신의 응징에도 여전히 미친 짓을 하는 듯한 현명의 모습에 호성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곤 나중에 일을 더 시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방으로 돌아갔지만, 현명은 여전히 지금 이 순간이 세상 진지했다.

 

  ‘뭐야, 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바람 피는 건 아니겠지? 애초에 사장은 결혼 했는걸? 사장과의 러브스토리를 꿈을 꾼다면… 에라이,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지!’

 

  현명은 입술을 꽉 깨문 채로 답답함을 몸소 표현하고 있었다.

 

 

 

 ♣

 

 

 

 “팀장님, 혹시 울었어요?”

 “어, 어?”

 

 

  결국 한참이나 사장실 앞에서 붙어 주방으로 들어오지 않던 현명은 호성의 힘에 강제적으로 끌려왔고, 그로부터 몇 분 지나지 않아 지수가 사장실을 나왔다. 너무 눈물을 흘렸는지 눈이 퉁퉁 부은 것 같은 마음에 지수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주방으로 들어왔는데, 그것을 발견한 유미가 먼저 물어 보았다.

 

 

 “많이… 혼나셨어요?”

 “어? 아니, 뭐…”

 “그것 때문에 왜 울고 그래요!”

 

 

 “맞아요, 우리 팀장님이 왜!” 생각보다 얼굴이 많이 부은 것 같은 지수의 모습에 효주와 유미가 전적으로 그녀를 달래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음을, 그녀들에게 말해주어야 하는데 그녀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더욱 흥분해서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아, 정말 그런 거 아닌데…….’

 

  지수는 잔뜩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향해 입을 떼려고 하던 그때.

 

 

 “어? 호성 씨.”

 “아, 드디어 나 봐주네.”

 

 

  지수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호성이 나타나자, 지수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부은 얼굴로 웃기는 조금 뭐해서 최대한 얼굴을 가렸지만, 그는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았다.

 

 

 “호성 씨가 여긴 무슨 일이에요? 예약 요리 때문에 바쁘지 않으세요?”

 “이따가 준비해도 안 늦어.”

 “아, 그렇군요.”

 “그러는 지수 너는 예약 준비 안 하고 뭐해?”

 “그냥, 좀…”

 

 

  솔직히 호성과는 오랜만에 만나는 탓에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늘 밝고 활기차게 지수를 맞이해주는 그였기에 굉장히 호감이라면 호감이었다.

 

  지수가 그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는 무언가 흠… 하며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마음을 굳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지수를 향해서.

 

 

 “너 혹시… 서현명이랑 연애해?”

 “네?”

 “네!”

 

 

  그의 뜻밖의 물음에 지수는 분명 의문형으로 대답을 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긍정형 대답에 놀라 뒤를 돌았더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유미와 효주가 동시에 호성의 질문에 대답을 했던 것이다.

 

 

 “…너희 둘, 진짜 잘 맞다?”

 “그럼요! 저희는 천생연ㅂ… 아니, 이게 아니라! 팀장님과 서 셰프님 사귀는 거 맞아요!”

 “야, 야!”

 “아… 그래?”

 

 

  그녀들의 대답에 호성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수는 그저 난감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3개월 계약 연애라고… 3개월! 이후에 계약이 끝나면 이 소문들은 어떻게 할 건데! 아, 정말 답답해라!’

 

  지수는 차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계약연애라는 것을 말하면 어떤 반응들이 들려올지 안 봐도 뻔했으니까.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 지수는.

 

  그녀가 잔뜩 난감해 하며 유미와 효주에게 조심스럽게 따지고 있을 때, 호성은 뒤에서 옅게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난 안 되겠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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