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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10
작성일 : 19-09-22 18:10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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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석환이 부르거나 말거나, 일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가 버렸다.

  “일이 꼬이는 건 아니겠지?”

  희천이 그런 일중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석환에겐 그런 희천의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중은 개운함을 느낀다. 이제 모두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직도 지건이 도린곁에게 씌운 게 완벽히 벗겨진 건 아닌 것 같지만, 한 숨 자고 나면 좋아 질 것이다.

  내일부터 즐거운 학교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일중은 성취감을 느끼며 반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하루가 마감 돼갈 때까지 아무런 사고는 없었다.

  “나 간다.”

  퉁명스럽게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일중이 교실을 빠져 나온다.

  “야, 같이 가!”

  희천이 따라 가려는데, 석환이 옷을 잡아챈다.

  “왜?”

  “우린 거기 가야지.”

  “어딜?”

  “거기 밖에 더 있냐.”

  “설마?”

  가방을 챙기며 석환이 몸을 일으켰고, 희천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뒤따른다. 그 모습을 지건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늦은 밤, 학교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떨어진 동네에 위치한 폐가로 향하는 둘은 의기소침했다.

  기실 마음의 짐이 없다고 하면,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그들의 도덕성은 동급생을 괴롭히는 건, 악이 아니다. 하지만 동급생을 죽이는 것은 감내할 수 없는 악이다. 필요에 따라, 경중이 달라지는 도덕성이 아닐 수 없다.

  동네는 조용했다. 어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도, 크게 변화가 없을 동네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오늘따라 스산하고, 음울해 보인다.

  쌀쌀한 가을바람도 그런 기분을 한 층 배가 시킨다.

  “졸보라고 하더니, 지가 졸보네. 아무런 책임도 안 지겠다는 거야!”

  희천이 상철이 전화를 안 받자 악다구니를 내뱉는다.

  “여전히 안 받아?”

  벌써 10번이나 걸었기에 석환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이거 일부러 안 받는 거야. 자기가 쪽팔린 줄 아는 거지.”

  희천이 스마트폰을 상철의 얼굴처럼 툭툭 쳤다.

  “진짜 아플 수도 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그 새끼, 걔한테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해놓고 조퇴했어. 천하의 이상철이 도망갔다고!”

  “너, 좀 신난 것 같다.”

  “내가?”

  희천이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이 새끼 또 안 받네.”

  전화를 안 받을수록 희천의 입 꼬리는 올라간다. 아마도 자신의 열패감을 상철을 욕하는데 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말이야….”

  전화를 계속 걸며 희천이 말했다.

  “응?”

  “따라오긴 했는데, 대체 뭘 하려는 거야?”

  희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확인.”

  “확인?”

  “하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석환이 폐가를 코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양쪽 관자노리를 꾹꾹 누른다.

  “어제 사건에서 지건이는 살아 돌아왔어.”

  “너 꼭 남의 일처럼 말한다. 정확히는 네가 살해한 거잖아.”

  석환이 눈을 날카롭게 뜬다.

  “왜,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내가 그런 하찮은 장난을 친 것은 분명히 실수야. 그 단단한 소주병이 깨질 줄 누가 알았겠어?”

  “한심했지.”

  “너무하네! 너는? 내가 본 것 중에서 최악이었어.”

  석환은 아무도 없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보이지는 않지만 지건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맞아. 내가 자초한 일이기도 해.”

  별달리 반박하지 않고 석환이 인정하자, 희천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타인이 들으면 끔찍한 소리를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건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들의 죄책감은 조금씩 옅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지건이 가만히 있어서 더 불안했다.

  석환은 그가 복수하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석환이라면 복수해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남을 판단할 때 자신에게 먼저 묻고, 결과물을 유추하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

  그래서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이라고 자주 오판한다.

  지건의 생존은 그의 상식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리고 목에 상처가 깨끗하게 없어졌다는 것 자체가 주는 괴리는 공포의 정점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음에서 기어 올라온 지건이 가만히 있다는 게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죽었더라면 좋았을 걸. 왜 살아 돌아와서 괴롭히는 것인가!!

  모호함.

  그 단어가 가진 흐릿함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그를 괴롭힌다. 죄짓고 발 뻗고 못 잔다더니, 석환이 딱 그런 경우였다.

  지금 사건 현장을 되찾아가는 것은 결단코 죄책감의 발로 따위가 아닌 것이다.

  모호함을 떨쳐 내기 위해선 폐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고 인정하게 된다면, 지건 따위가 아무리 위협한다고 해도 두려울 게 없다.

  그의 생각은 슬프면서도 가볍다.

  “그만하자. 침묵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냐? 서로 욕하는 것 같네. 쯧!”

  희천이 농담도 못하겠다는 듯이 주절거렸다.

  “그래, 우리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갈 일이었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는 게 됐어. 지건의 생각은 몰라? 상철이 말마따나 우리에게 더는 덤비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로 된 걸까?”

  “되지. 안 될 건 또 뭐야? 허구한 날 맞으면서 살아 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거 아냐!”

  “너 꼭 대변인 같다.”

  “대변인 해도 되지. 지금은 내 키가 190에 육박하지만 중학교 때는 162였다. 그리고 말라서 덩치 큰 애들한테 놀림당하고, 빵셔틀하고! 지옥이 따로 없었어. 그 때마다 내 꿈이 뭔 줄 알아?”

  “뭔데?”

  “이 세상 빵을 전부 없애는 거.”

  거창한 계획처럼 희천의 얼굴은 비장함으로 물든다.

  “그런데 190 가까이 돼보니 빵을 없애면 안 되겠지?”

  석환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물었다.

  “당연하지! 그 좋은 걸 왜 없애. 약한 건 항상 나쁜 거야. 좋은 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인정하지.”

  “오랜만에 통하네.”

  둘은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다. 그리고 석확은 한껏 진지해진다.

  “나 말이야, 아직도 그 결정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아.”

  대뜸 던진 석환의 말에 희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난데없이 무슨 말 하냐?”

  “지건이가 원피스를 일중이에게 넘긴 거 말이야.”

  “아!”

  “만약 학교생활의 안정을 위해 그랬다면, 그걸 가지고 우릴 협박해야지. 안 그래?”

  석환은 지건의 오늘이 전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의 피로 물든 원피스를 아무렇지 않게 넘겼고, 일중이 태우는데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모습에 질려버렸다.

  분명히 폐가에서 사용된 원피스였다. 하지만 지건에겐 중요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말이 안 돼.”

 
작가의 말
 

 태풍이 오네요. 모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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