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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9
작성일 : 19-09-22 09:25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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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떡하지…….”

 

  겁에 질린 표정의 지미가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고 꺼낸 첫 마디였다.

 

  지미의 질문은 고요한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그 침묵은 나를 깨워버렸다.

 

  “우리 그냥 자수할까?”

 

  내가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목울대에서는 폭풍우가 치고 있었다.

 

  “말이 돼? 우리 얼굴은 못 봤대. 그냥 우리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 세 명이었대. 우리란 증거는 없잖아.”

 

  패트릭이 말했다.

 

  “그 세 명이 우리잖아. 세 명이서 어울리는 사람도 별로 없어. 딱 우리잖아. 모든 증거가 우리를 가리키고 있는 거잖아.”

 

  내가 말했다.

 

  “그래야 될까……? 우리는……. 우리는 그냥 유리창을 깨트렸다고만 하면 되잖아. 그게 맞는 거고…….”

 

  지미가 말했다. 손톱을 얼마나 물어뜯은 건지 지미의 손톱에는 피가 나고 있었다.

 

  “지미 너 피나…….”

 

  손톱 사이에 피가 약간 흐르더니 이제는 흥건해졌다.

  핏방울이 맺힐 틈도 없이 터져버렸다. 날카로운 종이에 베인 상처에 다시 날카로운 칼로 손을 베는 것처럼 깊어져만 갔다.

 

  “야 너희. 나는 절대 말 안 할 거야. 말 하려면 너희끼리 알아서 해. 나는 곧 죽어도 말 안 해. 아니 못 해. 아빠가 날 죽일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날 사관학교로 전학시킬 거야. 난 죽어도 사관학교에 전학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희 알아서 해.”

 

  신경이 곤두선 채로 패트릭이 말했다.

  패트릭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화 섞인 한숨이었다. 그 한숨 소리는 아주 심하게 떨렸고, 패트릭 녀석의 꽉 쥔 두 손도 심하게 떨렸다.

 

  패트릭은 지금 참고 있다. 겁에 질려 있고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그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그의 행동을 보고 알아버렸다. 나보다 지미보다 더 겁에 질려있다.

 

 

 

  지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지미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내 발걸음은 지미를 따라갔다. 지미의 집 앞에 서서 등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는 내게 지미는 이렇게 말했다.

 

  “데이빗. 놀다 갈래?”

 

  딱히 놀 기분은 아니었다.

  지미도 그럴 거다.

  딱히 놀 기분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혼자 있는 것 보단 둘이 있는 게 낫다는 걸 나와 지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미는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 같다.

  하지만 그 입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날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무슨 할 말 있어?”

  “에디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미가 말했다.

 

  나는 지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와 지미는 에디 형의 얼굴을 사진 속에서 밖에 본 적이 없다. 에디 형의 얘기를 지미의 부모님에게서 밖에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나와 지미는 에디 형이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처럼 느꼈다.

 

  에디 형이라면…… 에디 형이라면……. 하지만 나는 에디 형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에디 형은 똑똑하잖아. 엄마가 에디 형이 뉴욕대 들어갔을 때 정말 기뻐했대. 그런데 전쟁에 취재하러 떠났을 때 정말 슬퍼했었어. 무모했지. 벌써 13년이나 지났는데 에디 형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 전쟁이 끝났는데도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데이빗. 에디 형이라면 일이 커지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냥. 에디 형을 모르는 패트릭을 빼곤 다 형을 보고 싶어 할 거야.”

 

  지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에디 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말로만 좋은 사람이 아닌 마을 사람들 모두가 좋아할만한 사람이었다. 잘생겼고 착하고 똑똑하기까지 해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어렸을 땐 우린 그 점이 가장 부러웠다.

  잘생긴 거.

  지미 또한 형의 얼굴을 가장 부러워했다. 그래봤자 그때 나와 지미는 사진 속 에디 형의 얼굴을 보고 감탄 한 불과 일곱 살 밖에 안 되는 꼬맹이였다.

  일곱 살짜리 꼬맹이들이 여자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얼마 전 까지 엄마 젖을 먹었던 녀석들인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궁금해졌다. 지미는 왜 내게 에디 형 얘기를 하는지.

 

  “지미. 네가 하려던 말이 뭐야?”

 

  내가 물었다. 목에 낀 매실 씨앗이 내 목을 눌러 버리는 거처럼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에디 형 얘기 말고. 진짜 나한테 하려고 했던 말.”

  “음……. 그러니까, 데이빗…….”

 

  지미에게 망설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미는 입을 뗐지만 그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심하게 망설이고 있으며 심하게 겁먹어버렸다.

 

  “그러니까 뭐.” 내가 말했다. 아주 단호했다.

  “난 말할 거야.”

  “뭘. 사실을?”

  “응. 안 되겠어. 에디 형이라면 이미 말 했을 거야.”

 

  지미가 말했다.

  나는 지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경청했다.

 

  “난 널 믿어. 하지만 패트릭은…… 패트릭은 믿지 못하겠어.”

 

  배신은 아니다.

  하지만 감정이 커져 때로는 파멸을 이르게 될 때가 있다. 지미 또한 그렇다. 패트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커져 의심에 치닫게 되었다.

 

  “나는 패트릭 믿어. 말 할 녀석이 아니야. 우리가 할 일은 서로 믿고 잘 못된 걸 바로 잡아야 돼. 나중에 들킬 때가 더 무서운 법이잖아. 그러니까 우리라도 말해야 돼.”

 

  내 말에 지미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돌을 먼저 던진 건 나니까 내가 책임질게.”

 

  내 등에는 총이 없었다. 내 등은 총을 멜 정도로 넓은 등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일생 한 번도 보지도 못한 그 총대를 메 버렸다. 어쩌면 지금 내가 정의를 지킨답시고 에디 형이 돼버렸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글재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내 안에 에디 형이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가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건 말이 전혀 되지 않는다.

  무슨 유령 쓰인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에디 형이 유령이라는 건 아니었지만, 내 기분이 그냥 그렇다는 거다.

 

  내 글은 그 날 딱 한 장으로 멈췄다.

  그 이후엔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지금 이 자리에 앉기 전까진 일기를 썼다는 기억도 생각도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기는 오래 된 종이 마냥 색이 바라지도 먼지가 쌓이지도 않았다. 그냥 핏자국이 있는 누런 종이에 언뜻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한 보기 힘든 글씨뿐이었다.

  타자기라도 있으면 그래도 멋있어 보일 텐데.

  타자기는 아빠 물건이라고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쉽게 고장 나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돈 벌어서 가장 처음으로 사고 싶은 게 게임기가 아닌 타자기였을까.

  지미는 에디 형이 쓰던 타자기가 있다고 자랑하는데 별로 쓰지 않는다. 에디 형의 온기가 사라진다나 뭐라나.

  그러면 그 타자기 날 줬으면 좋겠다. 이건 진심이다. 난 딱히 에디 형에 관한 걸로는 거짓말 할 생각이 없다. 이 또한 진심이다.

 

 친애하는 존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존 선생님. 저는 데이비드입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쥬디 할머니 사건 때문이에요.

 사건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제가 그 유리창을 깨트린 범인이에요.

 죄송합니다.

 존 선생님에게도 죄송하고 쥬디 할머니에게도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유리창만 깨트렸어요.

 다른 나쁜 짓은 하지 않았어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존 선생님.

 -데이비드 리버 벡스터-

 

  변명뿐이다.

  모든 게 변명뿐이었다. 변명처럼 보이지 않아도 내 눈에는 그저 한 명의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믿어달라며 발악하는 거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존 선생님께 이 편지를 드리고 난 후의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분명 엄마와 아빠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요즘 엄마는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그런 엄마를 더 이상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게 너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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