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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4회
작성일 : 19-09-21 23:30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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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껄껄껄껄."

 

  두 명의 이상한 눈초리에도 굴하지 않은 호탕스러운 웃음 소리의 주인이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녔다.

 

  동네 사람들 다 여기 와 보시오! 내가 이 건물 주인일세!

 

  하늘까지 치솟은 광대가 진희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낸다. 신 안 하겠다고 한 사람 어디로 갔는지, 신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흥을 주체하지 못 하는 자만이 이곳에서 날뛰었다.

 

  여기서 신나는 음악 하나만 있으면 정말 방방 뛰어다닐 지경까지 올라간 흥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에 얼굴을 찌푸린 르레이스비가 조금씩 뒷걸음 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녹색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주인의 기분에 따라 덩달아 신난 키미안은 얌전히 서 있건만, 신나서 정신 사납게 방을 휘젓고 다니는 진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불투명한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갔다.

 

  "좀 가만히 있어."

 

  보다 못해 한 마디 한 르레이스비가 어깨로 살며시 키미안을 툭툭 건들인다. 지금 아무것도 귀에 안 들어오는 진희에게 르레이스비의 말이 들릴 리가.

 

  "저... 그... 제가 말 한다 해도 소용 없을 것 같은데......"

 

  르레이스비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고는 애처로운 눈동자만을 데굴데굴 굴린다. 확실히 지금 진희는 누가 말해도 말릴 수 없어 보였다.

 

  이미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는 진희가 이곳저곳을 눈으로 뜯어보았다.

 

  캬, 여기가 내 거라니.

 

  건물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내부도 자동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서 아주 흡족한 진희가 장식품들을 구경했다.

 

  "오오."

 

  고개를 들어 천장의 디자인을 목격한 녹색 눈동자가 휘둥그레 떠졌다. 복잡하면서도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 천장에 아주 만족했다. 중앙에 달린 샹들리에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주 근사한 디자인이었다.

 

  영화 촬영지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아 들뜬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아 르레이스비가 당황을 금치 못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일단 후보로 집어 넣었던 르레이스비이기에, 진희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저런 흥은 난생 처음 본다. 필르야티엘에 다닐 때도 쇼핑만 하면 행복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방방 뛰는 건 정말 희귀한 장면이다.

 

  저 정도로 좋아해주니 뿌듯하긴 하지만 과한 흥은 독을 불러오는 법이었다.

 

  "야, 이것아. 신나는 건 알겠는데, 너 지금 해야 되는 거 많아. 여유롭게 콧노래나 부를 때가 아니라고."

  "예?"

 

  그제서야 목소리를 듣고 돌아본 진희가 눈을 조용히 꿈뻑였다. 신이 되고 나서 처음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걸 잠시 망각했지만, 다시 즐기고 싶은 마음에 칭얼대봐도 르레이스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일텐데 키미안만 주구장창 부려먹으려고?"

  "예?"

  "뭔 자꾸 예야, 예는. 다른 부하 직원도 만들어야 될 거 아니야."

 

  진작에 그렇게 말 해주면 어디가 덧 나나.

 

  가끔 보면 자기 혼자 들 떴다가 자기 혼자 화났다가, 짜증내다가. 이중인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변하는 저 감정변화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제 직원들도 만든다니 기분 좋긴 하지만 이 이상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머리가 걱정됐다. 내 마음대로 만드는 거라 좋긴 한데 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일단 다 연두색 머리로 통일시키고는 싶은데.

 

  녹색 눈동자를 굴려 키미안의 찬란한 금발을 힐끔 보고는 연두색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래, 뭐. 머리색이 무슨 상관이야.

 

  ***

 

  "자, 여기다 손 얹고 상상하면 알아서 만들어 질 거야."

  "... ..."

 

  신계는 정성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걸까.

 

  아까부터 왜 자꾸 손를 얹으래. 이번엔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서 갑자기 생긴 둥근 구슬에 손을 얹고 상상하란다.

 

  그래도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조금은 성의가 있을 줄 알았더니, 고작 구슬 하나라니. 킨볼 정도의 크기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컸다.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운 색들이 형형색색 엮여 아름답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젠 신기하지도 않아서 아무런 감흥 없이 구슬에 손을 얹었다.

 

  천관이... 한 명이랬고... 그 다음이 천소였나.

 

  "후우......"

 

  얘는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게 해야겠다.

 

  이 이상의 고민 없이 눈을 사뿐히 감자, 유리 같았던 구슬에서 쩌적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빠르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일까, 당황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구슬이 산산조각 나며 요란스럽게 바닥에 흩뿌려졌다.

 

  "저, 제가 뭘 잘못......"

  "이게 맞아. 아오, 답답해. 그냥 하면 안 되는 거니?"

  "아, 예."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궁시렁 거리며 다시 뒤를 돌아 깨진 파편이나 주우려 했는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말끔해진 흰 바닥만이 시야에 담겼다.

 

  "아......"

 

  낯설은 목소리가 들려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든 진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제 손을 빤히 바라보다 진희와 마주친 황금빛 눈동자가 말없이 꿈뻑이다 휘둥그레 뜨고는, 제 녹색 머리카락을 잘 정돈하고 바로 침착하게 진희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의 주인 되신 제 4대 신, 연진희 님을 뵙습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연진희 님이 내려주신 하웰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천소의 신분으로 태어났음을 전합니다."

  "반가워."

 

  희고 가는 손이 녹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대충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보이는 하웰이 어슴푸레한 빛을 띠는 하얀 옷을 정돈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이 가득 담긴 녹색 눈동자가 하웰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감았다 떠졌다.

 

  신기하긴 하네.

 

  자신만의 직원들을 만들고 하나의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르레이스비처럼 막 부리진 않을 테지만, 어느정도는 시켜야 할 텐데 그건 진희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이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제 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계에서 태어나 평생 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산다는 건, 꽤나 끔찍한 현실이었다.

 

  잘 해줘야지, 라는 다짐을 뒤로 하고 하웰을 잡아 일으켰을 때 느껴진 따끔한 시선에 뒤를 돌아보자마자 앙 다문 입술이 벌어졌다.

 

  "키미안?"

 

  녹색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키미안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분명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인데 뭔가 묘하게 다른 무표정이다. 입술이 아래로 살짝 축 쳐진 것이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키미안, 왜 그래. 르레이스비 님이 괴롭혔어?"

  "야, 난 가만히 있었는데 왜 들먹여."

  "아니면 말고요."

 

  르레이스비, 라는 이름 하나에 흠칫해서 고개를 저은 키미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독 저기압인 모습은 처음 보는 지라 얼떨떨하기만 한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녹색 눈망울과는 다르게 르레이스비의 표정이 음흉하게 물들었다.

 

  "왜? 우리 키미안이 왜 이렇게 삐져있는 지 궁금한 거야?"

  "네?"

  "신이나 되어가지고 자기 부하 기분도 못 알아주면 어떡해. 어휴, 우리 키미안 너무 불쌍하다."

 

  딱 봐도 비꼬는 말투와 행동에 살짝 울컥했지만 빠르게 포커페이스를 찾은 진희가 살며시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그래도 저는 엄청 부려먹고 그러진 않을 거라서. 일만 시키는 상사는 누구나 싫어하잖아요, 안 그래요?"

  "어머, 얘 좀 봐."

 

  조곤조곤 한 글자씩 곱씹으며 내뱉은 말에 르레이스비가 피식 웃어 보였다. 어린 게 참 많이도 컸다는 듯,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거기서 속상해 할 진희가 아니었다.

 

  "우리 진희 다 컸다. 이제 키미안은 내가 가져도 되는 거지? 응?"

 

  계속되는 르레이스비의 도발에 그저 입술을 앙 다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말은 내뱉지 않았다.

 

  저거 관심 받고 싶어서 계속 저러네.

 

  진희의 기분과 생각을 읽어들인 키미안 역시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하웰 역시 진희의 기분을 읽어 냈지만, 반지가 없기에 진희의 생각까진 읽을 수 없어 눈치만 살살 보았다.

 

  탄생하자마자 보게 되는 것이 두 신의 기싸움이라니.

 

  "야. 내 말 무시하냐? 키미안 내가 가진다고."

 

  아, 유치해서 미치겠네, 진짜. 초등학생도 아니고 뭐야.

 

  목까지 올라온 한숨을 집어 넣고 다시 생긴 구슬에 손을 얹은 진희가 나비날개처럼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진정시켰다. 모든 도발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이윽고 진지한 고민 끝에 눈을 살며시 감고 새로운 천우의 탄생을 기다렸다.

 

  솨아아-......

 

  옅은 바람이 살랑 지나가는 소리가 나더니 구슬 파편이 허공으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이내 중앙에 뭉친 빛덩어리가 다시 한 번 옆으로 흩어짐과 동시에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흑발에 천천히 뜬 붉은 눈동자가 한참 아래를 내려다보다 녹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키미안도 하웰도, 이 아이도 제게 예의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저의 주인이 되신 제 4대 신, 연진희 님을 뵙습니다. 천우로 태어난 루키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해."

 

  루키아 역시 20대의 외형을 지녔지만, 키미안과 같이 남성의 모습이었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녹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올려다 보다 바닥을 시야에 품는다. 하웰과는 달리 무뚝뚝한 모습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고운 손이 동등하게 흑발을 쓰다듬었다.

 

  "......!"

 

  갑작스러운 손길에 당황한 것도 잠시, 받아들이겠다는 듯 두 눈을 살며시 감은 루키아가 손이 거둬지자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전 하웰 님과 함께 거처로 미리 가 있겠습니다."

  "어, 어어? 어딘 지 알아?"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머리에 들어옵니다."

  "오오. 신기하네."

 

  자신의 말을 끝낸 루키아가 짙은 녹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이에 잠시 놀란 키미안이 시선을 피하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옅은 미소를 띄운 채로 하웰과 함께 빛을 품고 사라졌다.

 

  "와... 뭐야, 신기해."

  "아, 어. 신기하시구나. 우리 잘 나신 진희 님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왜 트집 안 잡나, 싶었던 르레이스비의 시비에 이젠 익숙해졌다는 듯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입 아프게 대답해 줄 필요는 없었다.

 

  갓 데뷔한 신이라는 놈이 감히 1대 신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군다고 혼쭐을 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을까. 천하의 르레이스비도 자신이 고의로 놀렸다는 걸 알기에 화를 내긴 어려웠다.

 

  ***

 

  "에구구... 힘들다."

 

  제법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진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 말이 울리며 키미안의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하웰과 루키아 외에도 도스, 키레스를 만들고 나니 머리가 아프다 못해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도스는 푸른 머리카락에 호박빛 눈동자를 지녔고, 키레스는 곱슬거리는 붉은색에 가까운 주황빛 머리색에 검은 눈동자를 지녔다.

 

  천우인 도스도 무뚝뚝했지만, 천하인 키레스는 유독 장난끼가 많았다. 제일 활발하게 웃으며 진희와 악수까지 했으니 말 다 했다.

 

  "이제 진짜 힘들 거예요."

  "야아... 그런 말은 내일 해 줘......"

 

  몸을 벌떡 일으켜 키미안을 응시한 녹색 눈동자가 그의 자리 뒤로 보이는 창가로 향했다.

 

  "진짜 예쁘긴 예쁘다."

 

  신계에도 밤은 있었다. 다만 인간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밤이었다. 도시를 밝히는 수많은 빛들로 인해 별들을 볼 수 없었지만, 신계에서는 별이 떨어지고 서로 부딪히며 얽히는 모든 게 시야에 담겼다.

 

  검은 비단을 하늘에 덮고 그 위에 자유로운 반딧불이들을 풀어놓은 것만 같다. 움직이는 별들 뒤로 보이는 수십 개의 은하수들은 더욱 더 장관이었다.

 

  보석 같이 반짝이며 제 빛을 뽐내는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그 빛들이 떨어지며 부숴져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밝혔다.

 

  어느새 진희의 발은 발가락을 간지럽히던 보드라운 카펫을 밝고 지나가 창문으로 향해 있었다. 창가에 턱을 괴고 몸을 기댄 채 녹색 눈동자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다. 왜 사람들이 밤하늘을 보며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지 이제서야 알 것 같은 진희가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

 

  인간계에서 잠시 혼란스러워 할 제 가족들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렌나가 미리 언질을 해 두었다 하니 안심이었다.

 

  "그렇게 예뻐요?"

  "응."

 

  진희의 옆에 서서 함께 지켜보던 키미안도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둘 다 신계는 오늘이 처음이라 지치고 바빴지만, 그만큼 새롭고 즐거웠다.

 

  건물도 짓고 직원들도 만들었다. 앞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들과, 신이 가지는 고유의 권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의해야 할 점들을 2시간 동안 들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계는 인간계와 다르게 하루가 36시간이라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아침까지 그 설명을 들은 것이 되어 잠도 못 자고 업무를 진행할 뻔 했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해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구기자 키미안이 옅은 미소를 띄웠다.

 

  "분명 힘들 거예요. 하루 종일 해도 못 끝내기로 유명한 권능이니."

  "아, 그니까! 르레이스비 그 양반은 왜 나한테 생명을 줘서!"

 

  울화통을 참지 못해 터트린 진희가 창가를 손으러 쿵쿵 친다. 진희가 받은 권능은 생명의 권능. 가장 많은 업무이기로 유명했기에 세 명의 신이 나눠서 할 정도의 고난이도였다.

 

  허나 세 명의 신들은 그것 외에도 수많은 권능들이 있었으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진희는 오직 하나이니 가능할 것이라는 흐레이스비의 생각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루에, 아니, 몇 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다른 생명이 태어난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관리하며, 이들을 모두 확인하여 심판의 권능을 지닌 신에게 전달한다. 심판의 권능은 생명 다음으로 많은 업무를 자랑하지만, 생명의 권능에 비하면 한참 적었다.

 

  생명은 동식물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천국 혹은 지옥으로 갈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환생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동식물은 그런 것 없이 바로 환생을 하기에 빠른 일처리를 필요로 했다.

 

  "아, 그러면 진희님."

  "응?"

 

  말 끝을 흐린 키미안이 잠시 고민하다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한 명만 더 만들까요? 천우로....."

  "으음...... 몇 시쯤."

  "한 5시?"

 

  네? 선생님, 뭐라고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것도 버거운데 5시에 일어나는 건 어떻겠는가. 이곳저곳으로 방황하며 굴러가는 녹색 눈동자가 애처로웠다.

 

  이런 진희의 반응을 예상 했다는 듯 키미안이 피식 웃어 보였다.

 

  "일어나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새벽까지 일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그건 그래."

 

  키미안의 빠르게 수긍했지만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예쁜 광경을 보고 있어도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멀리 있는 아름다운 분수도,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도, 울창한 나무 위에 앉아 꿈나라로 날아간 난생 처음 보는 새들도 모두 너무 좋지만 눈에 확 들어오진 않았다.

 

  힐링이라면 힐링이지만 내일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금방 지쳤다. 신계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도, 유독 잠이 올 것처럼 나른해지는 선선한 바람도, 신계를 밝히는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도 머릿속을 잠시 비워주긴 했다.

 

  "후우......"

 

  거처에서 보이는 신계 풍경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키미안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녹색 눈동자가 천천히 감겼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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