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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10. 천국과 지옥
작성일 : 19-09-21 18:07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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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마력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말도 안 되는 소리!"

 

  철무는 약간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나한테 말 한 마디만 했으면 오천만 원이 아니라 오억 원이라도 뚝딱 만들어 줄 수 있었다고! 그 놈 성격이 워낙 고지식해서 나한테도 그런 아쉬운 소리 이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놈인데, 그런 놈이 삼십 년 동안 친구로 지낸 나한테 말도 없이 다른 놈한테 뇌물을 받았다고?”

 

  철무에 앞에 마주 앉은 효령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탐지꾼님께서는 남들이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 때문인지, 한 길 사람 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십니다, 그려. 어떻게 장담하십니까? 꽃길을 걷다가도 한 길이 아니라 한 치 앞이 별안간 낭떠러지인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꽃길인 줄 알고 룰루랄라 걸어왔는데 뒤돌아보니 아예 처음부터 꽃길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백골사체들을 짓밟고 걸어온 길이었던 경우도 많아요. 신발에 흥건하게 배인 다른 사람들 피 냄새를 자기 인생의 성취라며 꽃향기로 여기는 사이코패스도 많고. 인간은 누구나 다중인격적인 면이 있어. 상식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많고. 삼십 년을 성직에 몸담은 성직자가 알고 보면 뒤에서 파렴치한 짓을 일상적으로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꾸준히 불우이웃을 도와 온 친근한 이웃집 연쇄살인마 아저씨 이야기도 흔하지. 자기 애가 옆에서 굶어 죽어가는데 게임에 빠져 있는 아빠엄마가 논리와 상식으로 설명이 되나? 그 친구 이마에 ‘이 사람은 뇌물을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전광판이 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 놈은 그런 놈이 아니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철무가 외치듯 말했지만, 효령은 그리 납득하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뭐, 그래. 인간들의 더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깨비깨비 동화라고 치고, 그 동화에서 풀피리는 대체 언제쯤 등장하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구치소로 가서 철창 무시하고 들어가서 그 놈을 꺼내오고 싶지만, 인간 사회에 법률이라는 게 있으니 무작정 꺼내 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 누명부터 벗겨야지.”

 

  “그래서?”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 모함을 하는 거지. 그걸 밝히려고. 지금부터 조사를 할 거야.”

 

  “아하, 그 풀피리로 사람들에게 자백을 받겠다? 뭐가 진실인지?”

 

  “그래.”

 

  효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 풀피리로 자백을 받으면, 그걸 증거자료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당사자의 인지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나오는 말을 녹음하거나 서류에 서명을 하게끔 시킨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 재판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설령 그게 어찌어찌해서 효력이 있다 한들,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알고서 이야기하는 거야?”

 

  철무가 당황한 목소리로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처음부터 그걸 다 알면 조사라는 걸 왜 하겠어? 당연히 모르니까 지금부터 조사해 봐야지!”

 

  “어느 천 년에? 인간 사회를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 내기, 맹세, 이런 것들 어기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지? 인간들은 말이야, 그런 것들, 밥 먹듯이 하면서 밥 먹듯이 어겨요. 위증죄라는 게 왜 있겠어? 하도 거짓말들을 해 대니까 법으로 만들어 놓은 거 아니야? 법정에서라도 제발 좀 지키라고. 그리고, 그렇게 조사해서 심증, 물증 잡고, 재판하고, 결과 나오고, 상대방이 항소하고, 누가 이기든 지든 3심 가고, 아이고…못 해도 몇 달은 걸리겠네. 길면 몇 년일지 짐작도 못 하겠고. 친구라는 사람이 한 오백 년 사나? 구치소에서 하루라도 빨리 꺼내주고 싶으니까 이렇게 남의 물건을 훔치기까지 한 거 아니야?”

 

  효령의 말에 철무가 화가 난 투로 말했다.

 

  “그러니 어쩌라고? 다른 방법이 있어?”

 

  철무의 말에 효령이 씩 웃었다.

 

  철무의 뒤에 선 노아가 한 손을 뻗어 맞은 편 소파에 앉은 효령과 영실을 가리켰다.

 

  효령이 두 팔을 쫙 펴서 나란히 앞으로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짜잔! 쉽고 빠른 저희 해결사들을 찾아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객님! 풀피리 따위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도, 만사형통! 조건만 맞으면 뭐든 해결 안 되는 게 없는 이효령, 장영실, 일단의 로요 흥신소! 환영합니다!”

 

  “저희 흥신소였습니까, 대군?”

 

  “지금 만들었어.”

 

  “예.”

 

  효령과 영실의 대화를 들은 철무가 고개를 돌려 노아를 쳐다봤다.

 

  노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난 브로커인 걸로.”

 

 

 -----

 

 

  “프로이트는 꿈을 과거에 겪은 일들, 무의식에 축적된 경험들로부터 비롯된 욕망이 현실에서 억제되어 발현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욕망의 대부분은 성적인 것들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프로이트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성적 욕망들이 변형되어 꿈이라는 형태로 발현된다고 보았죠.”

 

  교수는 도표를 스크린에 띄워 보이며 말했다.

 

  “그에 반해, 융의 경우는 꿈이 반드시 과거나 현재의 경험에서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경험하지 않은 초현실적인 것들과도 연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꿈에서 경험하는 예언, 계시 같은 것들이 때로 신기하게 들어맞을 때가 있죠.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것이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여 인간이게끔 하는 미지의 영역,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예, 수희 양, 질문 있나요?”

 

  손을 들어올린 한 학생을 보며 교수가 말하자, 학생이 질문했다.

 

  “저희가 알다시피 동물도 꿈을 꾼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방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융이 이야기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꿈을 꾸는 행위’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은 오로지 자신이 경험한 것만 꿈으로 꿀 수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입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교수가 말했다.

 

  “학생이 의문을 품은 것은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 부분은 아직 증명이 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대로 ‘미지의 영역’이라고 표현한 것이죠. 어쩌면 동물들도 인간들이 모르는 방식으로 신과 소통하면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들의 우매함을 비웃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신 앞에서 평등하다’라는 표현은 비단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확대해서 적용을 해야 하겠지요. 어쨌든 학생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정신분석학에서의 수많은 난제들에 대한 대답과 동일합니다. ‘나도 잘 모르겠다’입니다.”

 

  교수의 말에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 여기저기에서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도 빙긋 웃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언젠가 ‘꿈’에 관련된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날이 온다면, 그래서 인간이 ‘꿈’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날에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악마가 될 수도 있겠지요.”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학생들 중 한 명이 묻자, 교수가 다시 부연했다.

 

  “꿈 속의 세상도 하나의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우리가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게 되는 날에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 꿈에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만든 꿈 속에서만 살기를 원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도 현실의 한정된 자원배분, 지저분한 파워게임, 유한한 수명, 준수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의 규칙들 등 모든 골치 아픈 것들을 제거하고 자신이 욕망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어요? 과정이 없어도 결과가 주어지는 세상이라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실험레포트 없이도 에이뿔을 준다는데, 여러분 같으면 거기에서 나오고 싶겠어요? 지금 막 펠로우 마친 나한테 논문 안 쓰고 연구 안 해도 정교수 자리 주는 세상이라면 나도 그 세상에서 나오고 싶지 않네요.”

 

  학생들 사이에서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애초에 정신의학과의 학과 수업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종종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물론 임상 현장으로 들어가서 보다 고도화, 분업화된 각자의 분야로 나뉘어지면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배우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는 그저 막연한 통계와 추론이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는 여러 가지 가설들일 뿐.

 

  인간의 머리 속을, 그 복잡한 기작을 어찌 백 퍼센트 다 알고 이해하겠는가.

 

  그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끊임없는 시도들이 있을 뿐.

 

  교수는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런 세상은 아마도 천국이거나, 지옥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어중간한 세상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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