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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여자들 끼리 술 마시면서 하는 말
작가 : 아브락사스
작품등록일 : 2019.9.11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렵고도 험난한 여정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11화 방귀 뀌는 여자
작성일 : 19-09-21 17:25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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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방귀 뀌는 여자

 

 

 

 

 

 

 - 똥을 못 싸서 죽겠다.

 

 혜숙은 앓는 소리를 한다.

 

 - 변비약 안 드셨어요!

 

 전화기 저편의 아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기까지 한다.

 

 - 그제부터 네다섯 알씩 먹었는데 소용이 없다.

 

 - 몇 알 드시는 건데요.

 

 - 두 알.

 

 -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니에요?

 

 -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니.

 

 - 병원 다녀오세요. 돈 아낀다고 버스 타지 말고 택시 타세요.

 

 - .........

 

 돈이 있든 없든 택시 타는 것을 일종의 허세 혹은 낭비라고 여겨온 혜숙으로서는 아들의 권유가 못마땅하다.

 

 - 면허 따면 차 사드릴 테니까 공부 열심히 하시고요. 젊은 사람들도 몇 번씩 떨어지는 거니까 몇 번 떨어졌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론 붙고 나면 실기는 쉬워요. 운전은 어려울 게 없으니까요.

 

 - 알았으니까 끊어라.

 

 혜숙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자니 등허리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뜻해서 혜숙은 입고 있는 코트를 벗는다. 하지만 날씨 탓만은 아닌 듯 하다.

 또 다시 뒤가 묵적지근하게 내려앉는 게 금방이라도 똥을 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랫배가 묵적지근하게 내려앉을 때마다 좌변기로 달려가서 앉아 있곤 했어도 번번이 똥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지만 혜숙은 고개를 빼고 길 저편을 바라본다. 어디 한두 번 속았어야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을버스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몇 분 전에 지나쳐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종종 그러니까.

 

 특히 오후에는 버스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 몇 분씩 일찍 지나가는 건 다반사고 시간을 넘겨 오는 일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아예 빼먹는 경우도 간혹 있다.

 

 혜숙은 내밀었던 고개를 바로 세우고 일어선다. 그리고 아파트로 돌아간다.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 똥이 나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

 

 변기에 앉았는데 스마트폰이 울린다. 혜숙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채 나와서 손가방을 연다. 그사이 전화가 끊어진다. 혜숙은 변기에 털썩 주저앉아서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 왜 전화했니.

 

 - 엄마, 아직 병원에 안 가셨죠! 지금 내려가시면 택시가 와 있을 거예요. 그거 타고 병원에 다녀오세요. 안 되면 내일 내려가서 큰 병원에 모시고 갈게요.

 

 - 왜 쓸데없는 짓은 하고 그러니.

 

 혜숙은 괜히 신경질을 부린다.

 

 - 택시비는 제가 알아서 할 거니까 그냥 타고 가시기만 하면 돼요.

 

 -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해.

 

 - 이미 불렀어요. 엄마가 안 가셔도 택시비는 내야 하니까 알아서 하세요.

 

 *

 

 - 환자분이 알아서 하셔야 됩니다.

 

 의사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컴퓨터로 시선을 돌린다.

 

 - 내가 언제 자기보고 똥구멍을 파달라고 그랬나.

 

 혜숙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진료실을 나온다. 그리고 곧장 출입구로 향한다.

 

 - 할머니!

 

 간호사가 소리친다. 혜숙은 들은 척도 않고 문을 밀고 나온다.

 

 - 할머니,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병원비 내시고 가셔야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스무 살 남짓이 됐을까 싶은 간호사가 쫓아온다.

 

 - 할머니는 누가 할머니야. 그리고 알아서 하라면서 병원비는 무슨 병원비를 받아. 내가 똥구멍을 파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똥이 안 나와서 사람 죽겠다는데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돼. 병원이라면 그럴 때 어떻게 할 방법이 있을 거 아냐. 내시경 하듯이 기계 같은 거로 긁어낸다든지 하는....... 배속에 있는 혹도 긁어내는 세상인데.

 

 - 할머니, 정 안 되면 관장이라도 해보세요.

 

 - 아, 할머닌 누가 할머니야. 언니라고 해. 그러면 돈 줄게.

 

 - 참!

 

 - 못하면 그만둬.

 

 - 알았어요, 언니.

 

 - 얼만데?

 

 - 삼천오백 원요.

 

 - 자, 거슬러 줘. 아니, 카드 낼 거야. 이런 병원에 현금 내기 싫어.

 

 혜숙은 손에 쥐고 있던 만 원짜리를 줬다 빼앗는다. 그리고 손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 한 장을 뽑아 간호사에게 건넨다.

 

 - 안 먹어 본 약도 없는 내가 관장인들 안 해 봤겠어. 구멍을 겨우 찾아서 쑤셔 넣었는데 관장약이 다 흘러내리고 들어가지를 않아. 돌덩이 같은 게 입구를 콱 틀어막고 있는데 그게 들어가겠어. 오죽하면 내가 손가락으로 파낼 궁리를 했을까. 손가락이 너무 굵어서 그런 가 싶어 젓가락으로 해봤는데 자꾸 살만 찔러대고, 파낼 수가 없어. 의사가 환자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하얀 가운 입고 책상 앞에 앉아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알아서 하라니. 그런 의사질은 나도 하겠다.

 

 혜숙은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서서 애송이 간호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장연설을 퍼붓는다.

 

 -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애송이 간호사가 혀를 내밀고 달아난다.

 

 - 똥을 못 싸니까 저 못된 것까지 사람을 얕보네.

 

 혜숙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일층 로비에서 내리니까 영감 하나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혜숙을 아래위로 훑어본다. 혜숙은 못 본 척 하고 그냥 지나쳐나온다.

 

 *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랫배 아픈 게 조금 가라앉는다. 대신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 무엇이 있다. 괜히 쓸쓸하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혜숙은 눈시울이 젖을까봐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박인다.

 

 시골 읍내답게 비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낮은 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내건 간판들. 도시 못지않게 화려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어쩐지 산만하고 시골스러운 건 또 어쩔 수 없다.

 

 이곳 읍내까지도 미세먼지가 뿌옇게 뒤덮여 있다. 시골까지 와서 창문 한번 못 열고 공기청정기 신세를 지고 사는 것도 우습지만 똥구멍이 막혀 이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면 기가 막혔다. 이럴 땐 김현이 가까이에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 혜숙씨!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 혜숙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맞은 편 안경점에 걸린 남자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속 그 남자 참 잘생겼다.

 

 - 혜숙씨!

 

 설마 이 시간에, 그것도 평일에 교수님이 여기에서 나를 부르는 건 아니겠지. 환청인가!

 혜숙은 의구심을 안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뜻밖에도 반대편에서 왼쪽 골목어귀에 자동차 앞머리를 들이민 차 안에서 김현이 바라보고 있다.

 

 어쩐 일인지 김현이 반갑지 않고 불편하다. 혜숙은 어디에라도 숨고 싶다. 혜숙은 둘레둘레 주위를 살펴본다.

 

 김현이 운전석에서 내리자 골목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댄다. 하지만 김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혜숙에게로 다가온다. 혜숙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에게로 다가간다.

 

 -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병원엔 다녀오신 거예요? 저랑 병원에 같이 갈까요? 시간이 조금 있는데.......

 

  김현은 혜숙을 뒷자리에 태우고 급하게 골목을 빠져나가면서 걱정스럽게 돌아본다.

 

 - 병원에 갔다 왔어요.

 

 - 의사는 뭐라고 해요?

 

 - 그냥 쉬면 된대요.

 

 - 집에 데려다 드릴까요? 어디 가서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은데........

 

 - 바쁜데 뭐 하러 오셨어요.

 

 - 혜숙씨가 전화를 안 받아서 이 사장한테 물었더니 병원에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대전에 강의가 있어 왔는데 그냥 올라 갈 수가 있어야죠. 혜숙씨가 보고 싶어서 잠시 얼굴 보고 가려고 왔어요.

 

 - 전 버스 타고 가도 돼요. 그냥 가세요.

 

 혜숙은 애써 고통을 감추려고 차창 밖을 보는 척하고 있다.

 

 - 많이 아프신 것 같은데,......

 

 - 생리통 같은 거예요.

 

 혜숙은 얼떨결에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아랫배 아픈 게 처녀적 생리통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개었다가 다시 아프고 아팠다가 다시 개는 것도 비슷하다.

 

 - 혜숙씨 얼굴이 창백해요. 진땀까지 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김현이 초조하게 묻는다. 그리고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붙이고 걱정스러운 듯 혜숙을 살핀다.

 

 - 혜숙씨를 혼자 집에 있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그럼 어떡하려고요. 전 괜찮으니까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시고 가세요.

 

 - 왜 자꾸 가라고만 하세요. 전 혜숙씨가 걱정이 돼 죽겠는데, 그냥 두고 어떻게 가요.

 

 - 사실은 똥을 못 싸서 그래요.

 

 혜숙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안 그러면 이 남자한테서 놓여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 병원에서는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는데......... 배를 째고라도 꺼냈으면 좋겠어요.

 

 - 똥을요! 아, 변비가 지독하게 심하시군요.

 

 - 확 싸버렸으면 좋겠는데 막상 앉으면 한 방울도 나오질 않아요.

 

 일단 털어놓고 나니까 부끄러움도 없이 말이 술술 나온다.

 

 - 며칠째 화장실에서 씨름하다보니까 이대로 죽겠구나 싶은 게........ 일단 집으로 가서 변기에 앉아 봐야겠어요.

 

 - 혜숙씨, 그러지 말고 우선 편하게 좀 누우세요.

 

 김현은 급가속을 하면서 뒤를 힐끔 돌아본다. 혜숙은 염치불구하고 드러누워버린다.

 

 누우니까 뱃속이 좀 편하긴 하다.

 

 ‘펑~’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요와 평안에 취해 있는데 손쓸 겨를도 없이 방귀가 폭발음을 내며 터져 나온다.

 

 - 아이쿠, 이거 타이어가 터졌나 본데요.

 

 김현은 급히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타이어를 살핀다. 그 와중에도 혜숙은 웃음이 나와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꼼짝도 않고 누워서 얼굴을 파묻고 웃음을 삼킨다.

 

 *

 

 - 제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차가 다시 출발한지 얼마쯤 지났을 때다. 김현이 뒤를 돌아보고 말한다.

 

 - 우리 식구들의 방구 소리 총정리인데요. 우리 식구는 방구를 트고 사니까 서로 누구 방구 소리가 어떤지 알아요.

 아시겠지만 방구 참는 게 참 고역이거든요. 시간이 지나 갈수록 배는 자꾸 팽창하고 점점 더 힘들어지죠. 너무 참다 보면 심지어 입으로 방구가 나와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정말 그래요. 트림하는 거하고 다르죠. 그래서 제가 먼저 방구를 텄어요. 식구끼리라도 좀 편하게 살자 싶어서요. 그러다 어머니가 트고 그다음엔 우리 딸도 알아서 트더라고요.

 그전에 제 아내는, 그러니까 죽기 전에 제 아내는 방구를 참았다가 좌변기에 앉아서 한꺼번에 뀌곤 했는데 제가 가끔 밖에서 그 방구 소리를 들으면 어찌나 요란하던지 좌변기가 깨지는 거 아닌가 걱정되더라고요. 아내가 밤늦게 좌변기에 앉으면 쿠당탕 쾅쾅쾅 풍풍 뿡우웅 퍽퍽퍽...... 이렇게 한 일 분쯤 가스를 빼내더라고요. 전 속으로 울기까지 했어요. 아내가 너무 불쌍해서. 하루 종일 방구를 참느라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안쓰럽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인다.

 

 - 당시에 아내하고 방구를 트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하고 마음 아프죠. 정숙한 게 뭐라고 말이에요.

 우리 사회엔 아직도 생리현상이나 자연스러움을 무시한 엄중함이 만연해 있죠. 일종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폭력과도 같은 엄중함이요.

 

 김현은 갑작스러운 무거움을 덜어내려는 듯 잠시 침묵한다.

 

 - 장단점은 있어요. 지금은 식구끼리 있을 때 서로 눈치 안보고 방구를 뀌는데 때로는 너무 무질서하게 아무데서나 무분별하게 뀌어 대서 좀 뭐랄까 우리 가족이 너무 품위가 없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해요.

 그래도 식구들이 뱃속에 찬 가스를 못 빼내고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같아요. 그냥 맡겨두는 거지요. 생리작용이니까요.

 

 김현은 뒤로 고개를 살짝 돌려 혜숙이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제 방구 소리는 남자 방구의 정석입니다. 뿌웅 뿡. 이런 소리요.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를 달리 낼 수도 있고요. 빠앙 빠바방 빠바바바방. 이런 식으로요. 피요요요옹 이런 소리도 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방구 소리를 조절하기도 하고 길게 혹은 짧게 뀔 수도 있습니다.

 

 김현은 뒤로 고개를 돌려 혜숙이 어깨를 들썩이며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기도 씨익 웃는다.

 

 - 우리 딸은 자기 딴에 소리를 덜 내려 애를 쓰는데, 그러다보니 항상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요. 피이익 피식 이런 소리요. 나름대로 참다보면 피 피 피 피 피 하고 일 초 간격으로 새 나오기도 하죠. 어떨 땐 자기도 모르게 삐리리리리 하고 피리 소리가 나올 때도 있고, 삐이이이~ 하고 경보음이 울리기도 해요.

 방구 소리로 참은 건지 아니면 무의식 중에 나온 건지 알 수 있는 거죠.

 

 김현은 또 다시 고개를 돌려 힐끔 뒤에 누워 있는 혜숙을 쳐다본다. 이번엔 혜숙이 아예 얼굴을 의자에 파묻고 어깨를 들썩인다.

 

 - 그 다음은 우리 어머니인데요. 우리 어머닌 항상 같아요. 푸드드드드드드.......

 

 김현은 오른 손을 들어 아래로 물결치며 내려오는 시늉까지 낸다.

 

 - 설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이 늘 푸드드드드드드 하고 떨림이 심한 방구를 뀌어요. 그래서 내가 어머니한테 혹시 싼 거면 얼른 씻으시라고 해요. 물론 단 한 번도 싼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 어머니 방구 소리는 좀 더럽다고 할 수 있어요. 설사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푸드드드드 하고 떨리는 소리........

 

 - 그만하세요.

 

 혜숙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한다.

 

 - 제발 그만 웃겨요. 그러다 저도 똥 싸겠어요.

 

 - 그거 잘 됐네요. 푸드드드드

 

 혜숙은 김현이 푸드드드드 소리만 해도 자지러지게 웃어젖힌다. 김현은 신이 나서 입술을 떨어가며 푸드드드드 소리를 거푸낸다.

 

 *

 

 얼마쯤 가고 있는데 혜숙이 또다시 손쓸 겨를도 없이 폭발음을 내며 방귀를 뀐다.

 

 이번에도 김현은 아이구! 타이어가 터졌나보네, 하면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나갔다 들어온다.

 

 혜숙은 김현의 배려가 고맙기도 하고 또 미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방구나 펑펑 뀌어대는 여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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