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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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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15 화
작성일 : 16-07-11 16:35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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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발걸음을 돌리다.(2)

 

 

 

 거지는 입안이 터지는 통에, 다문 입술 사이로 검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온몸에 온전한 곳이 없었다. 손을 쓴 양운정은 차갑게 연미개를 노려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와아!”

 철란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이 크게 벌어졌다. 몽골 최고의 용사인 철홀의 딸, 철란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주변에는 붉은 늑대라는 고수들이 항상 같이했었다. 비록, 그녀는 상승의 무공을 익히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나름의 안목은 있었다. 그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저 거지사내의 무공은 적어도 붉은 늑대들과 비견할 만하다고 느꼈다. 아니, 붉은 늑대들도 저런 재간이라면 고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양운정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가 강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두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작은 머리로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붉은 늑대와 비견할 만한 거지를 단숨에 두들겨 팼으니. 철란은 양운정의 모습에 새삼 놀라고, 감탄했다.

 분명히 연미개의 무공이라면 못해도 붉은 늑대 중 둘 정도와는 능히 겨룰 만했다. 단, 붉은 늑대들이 말을 타지 않았을 때 한했다. 붉은 늑대들이 말에 타고 안타고의 차이는 진검과 맨손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붉은 늑대들이 말을 타고 싸움에 임할 때는 생사대결이나 전투를 벌일 때뿐이었으니, 그들의 전장에서의 모습 외에는 본 일 없었던 철란으로서는 오류에 빠진 셈이었다.

 양운정은 얼굴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자리로 돌아왔다. 철란은 그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는 묘한 열기가 가득한 눈으로 양운정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는 새삼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더 때려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같잖은 헛소리 따위. 신경 쓰지 마려무나.”

 “체헤, 신경은 아저씨가 더 쓰는 것 같은데요.”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네가 상처받는 거란다.”

 양운정은 음식을 다시 철란에게 덜어주며 자상하게 말했다. 철란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내가 몽골계집인 것은 맞는 말인걸요.”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업신여기고, 상처 주는 짓은 내가 용납 못 하겠다.”

 낮으면서 단호한 말이다. 철란은 왠지 눈물이 터져 나올 듯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안절부절못하며 눈가에 가득 눈물이 고인 철란의 모습이 너무 처량하고, 그를 슬프게 했다. 양운정은 곧 손을 뻗어, 철란의 두 눈가를 훔쳐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고마워요.”

 “식겠다, 어서 먹자.”

 양운정이 다시 음식을 권하자, 철란은 토끼같이 빨개진 눈을 하고는 웃으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그 음식은 그녀 평생에 먹은 음식 중 가장 달고 맛있었다. 이제 거지가 되었든, 다른 누가 되었든. 철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양운정은 아이 옆에 붙어 앉아서, 이것저것 요리들을 권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철홀의 눈을 닮은 아이이기에 호기심을 가졌을 따름이었다. 철홀은 그가 양운정으로 사는 삶을 살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영향과 계기를 만들어준 인물이었다. 그런 눈을 가진 아이라면, 제자로 한번 삼아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다소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이 아이가 진정 철홀의 딸 일 줄은 그로서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양운정은 이 아이와의 인연을 느꼈다. 솔직히 그것은 철홀에 대하여서, 자기 위안에 가까운 속죄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었다. 시작은 그러했을지라도, 맹세하건대 양운정에게 지금의 철란은 친 혈육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양운정은 다시 한 번 철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 맺힌 미소에는 온기가 담뿍 실려 있었다.

 

 거지는 한참만에야 정신을 수습하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마냥 건들거리던 모습은 간데없었고, 눈치를 보느라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대체 누구시오? 당신은...?”

 연미개는 기가 잔뜩 죽어, 머뭇거리며 양운정에게 물었다. 바닥에 꽂아 놓았던 죽봉에 의지해 힘겹게 몸을 일으킨 연미개는 주저주저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양볼이 개구리 볼처럼 빨갛게 부풀어 올라, 발음이 불명확했다.

 상념에서 벗어난 양운정은 한차례 연미개를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양운정의 눈길에 연미개는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왜?”

 “예?”

 “왜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얘기해야 하는 거냐?”

 “아, 아니, 사, 사람을 이렇게 패 놓고!”

 “그럼, 그 잘난 주둥이를 아예 뽑아줄까?”

 “무, 무슨!”

 “네가 개방이면 개방이고, 무림인이면, 무림인이지. 나와 무슨 상관인데, 이리 무례한 게냐!”

 양운정의 일갈에 연미개는 할 말이 없었지만, 개방을 걸고넘어지는 데야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으득! 개방의 십만 거지를 무시하는 겝니까?”

 “허! 개방의 위세를 빌려, 나를 겁주겠다는 것이냐.”

 품에서 철패를 꺼내어 가볍게 연미개에게 던졌다. 그의 얼굴에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발밑에 떨어진 철패를 무심결에 주어든 연미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

 연미개는 눈앞이 깜깜했다. 자신이 관부의 인물을 건드린 것이었다. 아무리 관과 무림이 불가분의 관계라 할지라도, 백호쯤에 이르는 무관을 허투루 업신여기며, 시비를 건 행위는 명백히 관과 강호에서 지탄을 받을 만한 행위였다. 이는 자신 개인뿐만이 아니라, 개방에까지 화가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연미개는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에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 자신으로서는, 몽골족의 여아를 데리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검사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뒤를 따랐을 따름이었다. 요사이 연이은 혈겁으로 강호정세가 뒤숭숭하여, 개방에서도 지역마다 낯선 무인들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라, 연미개는 간만에 개방을 위해 일을 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나선 일이었건만, 하늘도 무심하여라, 무관일 줄은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퍼렇게 질린 연미개의 얼굴이야 어찌 되었든, 양운정이야 상관없는 일이다. 그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되었느냐?”

 “죄,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나으리.”

 “필요 없다. 너의 사과는 내가 아니라 이 아이에게 해야 할 터.”

 양운정의 싸늘한 말에 연미개는 흠칫했다. 그제야, 철란을 떠올린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억센 무관도 실상, 이 아이 때문에 그리 분노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 아이를 잘 구슬린다면 큰 탈이 없으리라.

 “아이구, 미안하네. 꼬마 아가씨. 이 거지가 잠깐 정신이 나가서 말을 함부로 했네. 용서해주지 않으련?”

 베실 웃으며 고개를 모로 돌리고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사과하는 연미개의 얼굴은 철란은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양운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양운정은 철란의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슬쩍 웃어주었다.

 철란이 인상을 쓰며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니, 점점 시간이 흐를 때마다 연미개의 억지 미소가 굳어져 갔다.

 “미, 미안하다니까. 꼬마 아가씨.”

 “이거 먹어요.”

 철란이 탁자 위에 있던 만두 하나를 집어 연미개에게 내밀었다. 연미개는 활짝 웃으며 만두를 받아들었다. 물론, 그는 만두보다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겠다 싶어서 마냥 히죽거렸다. 그는 활짝 웃는 낯으로 만두를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먹었으니까. 여기 음식값은 거지 아저씨가 내요.”

 연미개가 입을 우물거리기가 무섭게 철란이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케, 켁! 케헥!”

 맙소사, 거지한테 음식값을 내라니! 연미개는 순간 숨통이 틀어막혀서, 졸지에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양운정과 철란이 시켰던 음식들이 제법 양이 많아서 그렇지, 고급음식은 아니었기에 부담 없다면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방이라는 데 있었다. 개방이 무엇인가, 거지 아니었던가, 거지한테 뭔 놈의 돈이 있겠는가.

 돈 앞에 중원천하를 질타하던 협개(俠개)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양운정과 철란을 앞에 두고 연미개는 탁자 위에 음식들을 입으로 쓸어 담으며 쉴 새 없이 씹어대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음식을 밀어 넣는 데에도 고기 한 점 안 흘리는 묘기가 놀라웠다.

 “아그작! 꿀꺽! 후르륵!”

 참, 사람의 입에서 어쩜 이렇게 다채로운 소리가 나올 수가 있는지. 조금 전만 해도 시퍼렇게 질려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연미개가 아니었다.

 먹던 만두가 목에 걸려, 질식 직전까지 갔던 연미개는 이제는 제법 넉살을 떨며 철란에게 아양을 떨고 있었다.

 연미개는 갖은 아양을 떨며, 그가 주워들은 신기한 강호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놓아, 간신히 어려움을 모면했다.

 연미개의 넉살이 싫지는 않았는지, 음식을 권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정말 순식간에 탁자 위의 음식을 위 속으로 쓸어 담는데, 그 손놀림이 양운정에게 펼쳤던 용음십이수는 저리 가라 할 지경이었다.

 음식을 전부 처리한 연미개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연미개가 하는 말은 강호 정세나, 기담 등은 철란에게 신기한 얘기들이었다.

 당금 강호에는 두 개의 커다란 세력이 있는데, 바로 무림맹과 사마련이 그것이다는 말로 시작되어 연미개의 말이 끝나기까지 장장 한 시진이란 시간이 흘러야 했다.

 무림맹,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주축으로 하는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이 무림맹이었다.

 사마련, 정파에 무림맹이라면, 사파에는 사마련이 있었다.

 사파제일세라는 혈곡을 주축으로 하여 강호 상의 수백의 사파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대표자인 곳이 바로 사마련이었다. 무림맹과 사마련은 각기 비등한 세와 전력을 가지고 강호를 양분하여 대표하는 세력이었다.

 정파의 무림맹과 사파의 사마련은 서로 경원시(敬遠視)하면서 함부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전력이나 세력 면에서 비등하기도 했거니와,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현 무림맹주이자 소림속가제일인 용비등검(龍飛登劍) 화문강(華們强)과 사마련주이자 사파제일세인 혈곡(血谷)의 곡주인 귀문혈존(鬼門血尊) 사무혁(査茂爀)은 각각 정파와 사파를 대변하는 처지로서 서로 간의 견제와 화친을 통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헌데, 최근 들어 정사를 막론하고 서로의 산하 문파나 속가무문이 멸문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었다.

 정파 측에서는 사무련이, 사무련 측에서는 무림맹이 벌인 짓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십수년간 이어온 무림의 평화가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셈이었다.

 최근 2년간 구파의 속가무문 다섯 곳과 오대세가 산하의 군소문파 세 곳이 멸문지화를 당했고, 사무련 측에서는 혈곡을 위시한 사무련의 주요 문파들의 산하 문파 열 곳이 멸문을 당했다.

 두 세력 간에 견제가 한층 가열된 상태에서 한 달 전 커다란 사건이 터졌으니, 제천회(帝天會)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남궁세가에게 봉문을 전제로 한 생사투(生死鬪)를 제안한 것이었다.

 양운정은 남궁의 이름을 가볍게 넘겨 들을 수 없었다.

 “뭐? 남궁세가?”

 “예. 천하제일세가라는 남궁세가에 그런 도전장이라니. 남궁세가로서는 피할 수가 없겠지요. 그들의 이름이 달린 일이니까요. 무림맹으로서도 끼어들 수가 없는 일이지요.”

 “흐음.”

 “남궁세가 하면 정파의 정신적인 지주를 상징하는 가문 아닙니까.

 그 제천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남궁세가를 봉문 시킨다면 무림맹의 무력의 2할이나 감소시킬 수 있지요. 굳이 남궁세가의 무력 때문만이 아니라, 사기나 뭐 그런 것들까지 감안한다면 못해도 삼 할 이상은 되지 않겠습니까?”

 호응을 바라는 듯이 되묻는 연미개의 말에 양운정은 그저 말없이 연미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연미개는 어떤 생각도 읽어내지 못했다. 사람이 말을 하는 데, 무슨 감정이라도 보여줘야 얘기할 맛도 나지 않겠는가.

 저렇게 맞장구치지도, 관심이 있다는 얼굴도 아니니 왠지 맥이 빠졌다.

 그나마, 옆에 있던 철란의 맞장구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얘기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듣자하니, 북경으로 시집갔던 큰딸도 불렀다는데요? 하긴 그 딸이 또 삼봉 아닙니까. 삼봉.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그래?”

 “그런데 그 사위라는 사람은 뭐 하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듣자하니 얼마 전 군에서 나왔다는데...”

 “사위?”

 “예, 대장군부의 삼남이지요. 이름이 양 뭐라고 하던데.”

 연미개의 말에 양운정의 미간이 깊게 팼다. 가짜가 도대체 왜 남궁세가로, 생각에 빠져들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를 추리하기에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거친 바람에 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최 군사, 이제 군사가 없으면, 나는 어쩌라고 이렇듯 낙향하신단 말이오.”

 화려한 갑주를 갖춰 입은 장수가 한 문사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수십 기의 기병들이 군례를 취하고 있었는데, 바로 대명의 정예 중의 정예라 불리는 북로군의 정병들이었다.

 최 군사라 불린 문사는 애써 겸양을 떨었다.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초로의 장수는 이 북로군을 책임지고 있는 자였다.

 “장군님. 지난 오 년간, 장군님의 아래에서 책사로 일한 시간이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내 최군사를 절대 잊지 않으리다.”

 “하하. 그저 범부에 불과한 이 최흠이에게 이렇듯 과한 대접이시라니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최 군사라 불린 노문사는 북로군의 군영을 떠날 수 있었다.

 얼마나 멀리 왔을까. 전 북로군 군사 최흠은 힘없는 노마 위에서 흔들거리며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말을 달리는 수십 기의 기마들이 있었다.

 먼지를 피우며 다급히 그를 향해 달려오는 그들은 하나같이 타는 듯한 붉은 적의를 입고, 병장기를 소지한 무림인들이었다. 최흠을 따라잡자, 그들은 다급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제천회 적무대(赤霧隊)! 대장로님을 뵙습니다!”

 “으음, 왔느냐? 그래, 대계는 어찌 되었느냐?”

 “일회주님께서는 위천일계(僞天一計)를 마무리 지으셨고, 이회주님의 위천이계(僞天二計)가 곧 시작될 것입니다.”

 “그래? 으음...그 인간이 이계를 마무리 지어야. 우리의 삼계도

 빨리 시작될 수 있을 터인데...”

 최흠은 두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천의 장군은 어쩌고 있느냐?”

 “아직도 고민 중이십니다.”

 “망할 인간! 그렇게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거늘. 그 인간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최흠은 사이한 미소를 띄우며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지금 그의 모습에서 서생의 모습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피를 즐기는 도살자의 모습이었다.

 

 “아이고, 매정하게 그냥 가시깁니까?”

 “뭐?”

 양운정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걸복걸하는 연미개의 모습에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느냐는 말에 알 것 없다 하고는 식당을 나서자, 바삐 뒤를 쫓아온 연미개였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앵무새처럼 조잘조잘 거리던 연미개는 급기야 양운정이 개봉을 떠나려 하자, 이제는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애걸하는 것이었다.

 “그만해라.”

 “아이고, 매정하기 그지없습니다. 안 알려주실 요량이거든 데려가 주십시오.”

 “...”

 이제는 숫제 데려가란다.

 “으득!”

 “엥?”

 급작스런 이 갈리는 소리에 잠시 동작을 멈춘 연미개였다. 조심스레 위를 올려다보니, 양운정이 이를 꽉 깨물고는 싱긋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죽었다.'

 연미개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퍽!”

 “크억!”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차버리며, 가차 없이 밟기 시작했다. 얼굴, 몸통, 다리 할 것 없이 한쪽 발로 어쩌면 그리 잘 밟는지, 연미개는 결국 다시 매를 벌고 말았다.

 흠씬 짓밟은 연미개의 목덜미를 번쩍 들어 올린 양운정은 해롱해롱 거리며 정신을 놓고 있는 이 거지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연미개가 정신을 차릴 무렵이면, 이미 개봉을 떠나있을 터였다. 양운정은 가볍게 손을 털며, 철란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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