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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9
작성일 : 19-09-20 11:39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3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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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철이 책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수학선생님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뭐, 뭐 하는 거야?”

  상철이 오른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고, 수학선생님은 두 팔을 들어 막으려 했다.

  “아이고,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조퇴 좀 해야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거죠, 선생님?”

  들어 올렸던 오른손이 어느새 수학선생님의 손을 덥석 잡는다.

  “크크크….”

  선생님의 기죽은 모습에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험. 그래 아프면 조퇴해야지.”

  이 상황에서 강하게 나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은지 수학선생님이 허락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상철에게 겁을 집어 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상철이 수학선생님께 깍듯이 인사하고, 교실을 빠져 나간다. 학급의 왕이 퇴장하자, 아이들이 술렁인다. 누가 봐도 도망가는 것이고, 그 대상은 지건이었다.

  더군다나 얘들 앞에서 수업 끝나고 남으라는 선언까지 한 상황이니까.

  석환과 희천은 그런 상철이 부러웠다. 한 교실에서 지건과 함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엄청난 부담이었다.

  지건이 상철에게 대응하는 것을 봐선 쉬는 시간마다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컸다. 둘에겐 수업 내용보다 어떻게 조퇴를 하고 학교를 빠져 나갈까가 더 중요해 보였다. 어서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일중에게는 오직 지건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철 패거리가 마음에 차지 않았던 이유를 방금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보인다. 어린 시절 외에 본적 없던 그것이, 불투명한 창밖을 보는 것처럼 지건의 주변에서 서성대는 흐릿한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똑바로 일중을 쳐다봤다. 그래서 상철이 조퇴를 하거나 말거나 지건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일중은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래야만 그것의 존재를 눈치 챘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대신 붉은 꽃무늬 원피스를 보는 척 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는 그것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그러면 잡아 간다고 경고하셨다.

  ‘도린곁’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사람이 가지 않는 외진 곳이라는 순수의 우리말로, 그 뜻대로 위험하면서, 기적을 행하는 존재였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에 할아버지로부터, 과거에 그들에게 받은 축복으로 인해 도린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하셨다.

  하지만 점차 그것을 외면하다 보면, 없는 것이 된다고도 하셨다.

  일중은 그의 집안에서 오랜만에 도린곁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외감을 들게 만들었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있던 것을 없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돼서 석환의 도움으로 다른 것에 신경 쓰다 보니, 어느새 도린곁이 보이지 않게 됐다.

  도린곁은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매우 위험한 존재다. 기적을 행하니까!

  하지만 기적이 다 좋은 걸까? 내게는 기적이지만, 남에게는 불행이다. 하지만 불행한 것 보다, 기적이 도드라지는 덕분에 추앙받는 것이기도 했다.

  기적이란 무엇인가? 본적은 없지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 그리고 나 말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시작됐다는 소문만 무성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과장되고, 보태지는 뜬소문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도시괴담이라고도 불린다.

  도린곁은 그렇게 최근 물 만난 고기처럼 넷상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불러내고, 도움을 받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사실은 그 미증유의 존재가 지금 교실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건의 곁에! 역시 할머니의 유품이 저주 받았다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일중이었다. 그는 지금 상황이 매우 중하고, 어떻게 해서든 원피스를 없애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온다.

  돌아온다?

  그건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일중의 생각이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지건에게 말한다면 조소할 것이다.

 

 

  “야, 얘기 좀 하자.”

  쉬는 시간. 일중이 지건에게 말을 걸었다. 희천과 석환은 걱정되는 눈빛을 보냈으나, 일중은 개의치 않았다.

  “뭔데? 나갈까.”

  지건이 물었다. 교실 안에서 더 창피 당하고 싶냐고 되묻는 것 같았다.

  “여기서 하면 돼. 나 성전환 수술 받을 필요가 있겠어. 그러니 그거 나 줘.”

  “미쳤냐?!”

  일중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전광석화 같이 석환이 달려와서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우리가 누군데, 그런 부탁을 해!”

  희천이 일중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지건을 쳐다보지는 못한다.

  “자, 가져가.”

  지건이 의외의 대답을 하며 선선히 원피스를 내줬다. 그 바람에 일중은 대답할 기회를 놓쳤다.

  “뭐?”

  대신 석환이 어이없어 했다.

  “알았어. 고마워.”

  뒤늦게 일중은 석환에게서 벗어나 지건에게서 원피스를 낚아챘다. 도리곁은 살의를 가득 품고 일중을 내려다 봤으나, 간신히 참아낸다.

  부지불식간에 일중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원피스에 불을 붙였다. 눈 깜짝 할 새에 벌어진 일이라, 아이들은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원피스가 다 탈 때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됐네. 아주 마음이 편안하네.”

  “강일중!” 석환이 일중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뭐하는 짓이야?”

  “놔. 우리가 다 편안해지는 일을 한 거니까.”

  “그래, 저딴 건 없어져야지! 잘했어. 잘했어!”

  증거물이 사라졌다. 희천은 일중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신나했다. 하지만 석환은 달랐다. 붉은 꽃무늬 원피스는 그대로 존재해야 했다. 저것이 존재함으로서 반 아이들의 의심을 지울 수 있다.

  상철이 까지 조퇴한 마당에 그가 지속적으로 괴롭혀 오던 지건이 꺼내든 원피스에 뭔가가 있다고 믿는 얘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일중이 그런 합리적 의심에 쇄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원피스가 사라졌다. 그것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거짓말로 빼앗고 없애버렸다. 그러면 이상철 패거리가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 된다.

  아이들이 의혹의 눈초리가 석환의 등에 꽂히기 시작했다.

  “괜찮아. 그까짓 거 없어도 돼. 그렇지 않아도 피 냄새가 심해서 버릴까 했어.”

  지건이 화를 내거나 동요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중이 그의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없다. 불투명해 보이던 도린곁이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것이다.

  “휴….”

  일중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이제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 올 것이다.

  “지금 만족한 거냐?”

  “어. 안 그럴 이유 있어?”

  “따라와.”

  석환이 일중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희천이 쪼르르 따라간다.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은 거야!”

  그들이 향한 곳은 옥상이었다.

  “아니, 앞으로 상황이 아주 좋아 질 거야.”

  일중은 석환이 화를 내는 이유를 잘 안다. 하지만 시도는 성공이었다.

  강한 도린곁은 아니었나 보다. 강했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머무는 곳을 지키려고 지건이 발악 했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지건이 어떻게 나올지 대비했는데, 그렇게 원피스를 쉽게 줄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른 애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그게 중요한 거야?”

  일중이 석환의 말을 끊으며 희천을 쳐다봤다.

  “언제부터 반 아이들의 시선이 중요했어? 우리가.”

  “그야 그렇지.”

  희천이 일중의 시선을 피하며 석환을 바라봤다.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하자는 거잖아! 원피스를 빼앗아 불태우는 게 상식에 맞아? 마치 쫓기는 거 같잖아!”

  “그러면 지건이를 구석에 몰아세우고 때리는 거는 괜찮고?”

  일중의 석환의 상처를 후벼 판다.

  “그건…!”

  말다툼을 벌이며 일중은 석환을 옥상 끄트머리까지 몰아붙였다. 예전 같으면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맞섰을 석환은 이미 패배해있었다.

  일중은 그런 석환을 보며 실망했다.

  “지건이 돌아왔다는 말에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내게 꼬치꼬치 캐묻기나 하고? 아까 교실에서도 지건이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지? 너희들 켕기는 게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나한테 말해줄 거 아니면 내가 하는 일에 반대나 하지 마. 알았어!”

  일중이 몸을 돌려 옥상을 내려간다.

  “야, 강일중!”

 
작가의 말
 

 오후도 상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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