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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서기: 낙오자 연대기
작가 : 희환향
작품등록일 : 2019.9.12

낙오자. 우리는 낙오자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낙오되어
내 스스로 '판타지아'라 이름 붙인 이 행성에 떨어졌다.
여기 모인 누구도 원인은 모르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봐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Chapter 1. 관찰 - 1화
작성일 : 19-09-19 09:16     조회 : 197     추천 : 1     분량 : 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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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수원역에서 가장 큰 서점.

 오늘 이곳에서 또 한 번, 행복한 쇼핑을 즐길 생각이다.

 가장 먼저, 베스트 셀러 가판대.

 인터넷에서 열심히 떠들어대는 책부터 조금은 생소한 책까지, 하나씩 들어 작가의 머리말과 목차를 확인한다.

 흥미로운 책은 첫 두 페이지까지 봐주는 것.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선별하는 습관이다.

 그렇게 한참 책을 살피고 있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야 하나?'

 고민과 함께 들고 있던 책을 마저 읽고 가판대에 내려놨다.

 그때까지도 진득하게 붙어있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 원인을 찾았다.

 웬 여자 한 명이 나를 밑에서부터 위로 훑다가 얼굴 부근에서 눈이 마주쳤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쉬룸 블론드에 끝부분은 컬을 준 건가 펌은 아닌 것 같은데.

 키는... 165 정도 되려나. 인상이 뚜렷하고 선은 가는데, 운동을 한 건가? 허약해 보이는 느낌은 없네.

 그런데, 왜 쳐다보고 있던 거지?'

 훑고 있던 눈길이 생각나 내 몸을 한 번 둘러보았다.

 퇴근 후에 바로 오는 길이어서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출근할 때 즐겨 입는 옷들이다.

 끝이 적당히 둥근 검은 가죽구두에 목이 긴 나일론 양말.

 그리고 블랙 진이 그 위를 덮고 있고 상체에는 스포츠용 흰색 반팔티를 걸치고

 그 위에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다. 퇴근을 했으니 단추는 위에서부터 두 개 풀어준 채로.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은데.'

 그 외엔 등에 메고 있는 백팩과 팔에 걸치고 있는 검은색 코트뿐이다.

 '아, 지금 여름이지. 이것 때문인가? 한여름에 코트를 들고 다니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수긍했다. 야근하며 이불 대신 사용하는 코트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눈싸움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까지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자에게 살짝 웃어준 후 자리를 옮겼다.

 

 최근 흥미롭게 보고 있는 심리학 서적들이 가득한 곳으로!

 심리학이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관심이 이 책들만의 가판대를 만들어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장에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에 만족하며 작가의 머리말을 보기 위해 겉표지를 넘기는 순간,

 "흡."

 숨이 막혀온다. 갑작스럽게 수심이 깊은 곳으로 빠진 듯이 몸이 무겁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

 '이게 무슨...'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 책이 손에서 미끄러져 시선을 돌리자 바닥에 맞닿아 있는 무릎이 보인다.

 "흐읍, 흡."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젠장, 병인가? 왜 몸이....!'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살아야 해!'

 웅크린 몸을 펴고 팔을 뻗어 옆 책장을 부여잡았다.

 시야가 흐릿해진 것 같다.

 '누구...'

 숨을 강제로 넘긴 채 고개를 들었다.

 "큽."

 세상이. 줄어들고 있다.

 

 ***

 

 선선한 바람이 분다. 손등과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좀 나아...? 내가 기분이 안 좋았었나?'

 싸한 느낌이 든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나오기 직전에 감도는 정적을 맞이한 것처럼, 등줄기에 구멍이라도 난 듯 서늘한 느낌이 든다.

 '진짜 구멍 났나?!'

 다급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눈동자만 돌려가며 몸을 확인했다.

 '에이, 뭐야. 그냥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어서 서늘한 거였네.'

 안심했다. 코트도 손에 잘 들려있고, 등에 가방이 눌려있는 것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품에 가지런히 책들을 모아놓은 책장들이 숲을 배경으로 서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고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도 있다.

 '아, 꿈이네.'

 요즘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걸까, 꿈도 참 판타지스럽다.

 '얼른 책 사고 집에 가야 하는데. 바닥이 너무 불편한걸.'

 오른손을 들어 올려 오른쪽 뺨을 때렸다.

 찰싹.

 "악."

 아프다.

 "뭐야, 이거. 꿈 아니었어? 뭐가 이렇게 생생해?"

 얼빠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나에게 맞은 뺨을 때린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고민을 시작했다.

 '바람에다 통증도 있고 찬 바닥도 느껴지는데. 촉감이 생생한데 눈에 보이는 건 꿈 같고...'

 '환각인가? 환각이면 어떻게 해결해야 되지? 음...'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환각이라, 내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포기했다.

 '그럼 환각은 아니라고 치고, 다른 거로 생각을 해보자. 소설 속인가? 그게 가능해?'

 '또 다른 건 소설처럼 다른 세상에 떨어진 걸까. 나 진짜 정신병인 거 아냐?'

 옆에 서 있는 책장을 잡고 일어섰다.

 '자다 깨서 그런가, 다리가 왜 이리 후들거리지?'

 얕게 떨리는 다리를 들어 바닥을 살짝 찼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한 바퀴 쭉 주변을 둘러봤다.

 '엄청 이상하네, 이거.'

 나를 기준으로 사방 10미터 정도의 공간은 서점의 그것이다.

 그런데 그 너머는 자갈과 나무들이 즐비하다.

 '내가... 정신병이라니. 어디서부터가 환각이었던 거지?'

 자신에게 이런 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던 게 신기하면서도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터진 것인지 황당하다.

 '이거 오늘 안에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건가.'

 

 책장에 살짝 기대어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다시 생각을 정리한다.

 '정말 정신병 같기는 한데, 일단은 살아야 하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무와 자갈, 책장을 한 번씩 쳐다보고 살며시 눈을 감는다.

 '나는 지금 책과 함께 전혀 모르는 곳에 있다. 이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은? 모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대로 지내게 될지는? 모른다.'

 생각을 이어가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전제를 바꾸자. 자, 나는 어쩌다 눈을 뜨니 이곳에 와있다?'

 머리가 더 이상의 생각을 거부하는 듯 사고가 멈췄다.

 '뭐지? 나는... 이렇게 눈을 뜨기 전에는 뭘 하고 있었지?'

 손끝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한다.

 '압박감. 그래, 압박감을 느꼈어.'

 커튼을 열어젖힌 듯 장면들이 머릿속에 서서히 그려진다.

 '월급날이었고 서점에 책을 사러 갔지. 이상한 여자와 마주쳤고 책을 보던 중에 온몸을 뭉개버릴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떨리는 손을 마주 잡고 이마에 가져다 대 떨림을 억누른다.

 '미친... 그게 진짜였어? 정말 진짜면, 현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절망감이 다가온다. 너무나도 억울하게 느껴지는 상황에 눈가로 눈물이 고이는 것 같다.

 책장에 기댄 채로 주저앉아 고개를 들고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뻥 뚫린 하늘을 보고 있음에도 막막한 느낌이 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없던 정신병도 생기겠네.'

 눈을 감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잠시 참았다가 느릿하게 내뱉는다.

 그리고 아주 느릿하게 눈을 뜬다.

 '일단 버텨야겠지. 버티다 보면 환각이든 현실이든 방법이 생기겠지.'

 '자, 다시 처음부터 가설을 세워보자.'

 '가설 하나, 지금 내가 보는 모든 것이 환각일 경우. 이건 답이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겠지.'

 '가설 둘, 이 상황이 현실일 경우. 원인은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과 관련이 있겠지. 그렇다면 가설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이 순간을 연장해야 한다.'

 책, 나무, 자갈, 물 흐르는 소리.

 '숲은 굉장히 빽빽하다. 민가가 주변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까.

 물소리가 있으니 상태만 괜찮다면 식수로 써도 괜찮겠지. 먹을 것은... 책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 게 있을까.'

 일어나서 책장들을 살펴보며 고민한다.

 '심리학, 경제/경영, 신화, 종교, 전공 서적까지. 음?'

 전공 서적과 과학 관련된 책장들은 무언가에 베인 듯 날카로운 단면을 내보이며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책도 망가진 게 꽤 있네. 오? 이건 쓸만하겠는데.'

 아슬아슬하게 단면에서 비껴나 멀쩡한 책 중 식물에 관한 책이 있다.

 '이걸 참고해서 식량을 구할 수도 있겠어.'

 아주 조금 희망이 생겼다. 걸음을 옮겨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서점의 흔적이 남아있는 끝부분에 다다르자 눈앞에 폭이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넓은 강이 나타났다.

 강 건너로도 나무들이 빽빽하고,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이어져 있다.

 '물은 투명한데, 강변에서 1미터 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곳들에도 바닥이 보이질 않네. 수심이 상당히 깊을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뭔가가 살고 있을지도.'

 주변을 대강 살핀 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는 바로 머리 위에 있고, 기온은 별로 높지 않은 걸 보니 움직여도 문제는 안 될 것 같아.'

 활동을 시작하기 전 손목부터 시작해서 스트레칭한다.

 '후... 우선은 머물 곳을 찾아야겠는데. 강은 건널 방법을 아직 못 찾았으니 반대편을 확인해 봐야겠어.'

 생각과 함께 스트레칭을 끝내고 강이 보였던 방향의 반대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걷지 않아서 강 쪽처럼 베인 듯한 책장들이 보였고, 이곳도 역시나 숲이었다.

 '서점의 잔해에서부터 숲까지는 10미터가 좀 넘으려나.'

 대충 거리를 가늠하고 숲 근처로 향했다.

 "황당한 일을 겪고 나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생물이 너구나."

 걸음을 옮기다 가장 처음으로 마주친 나무 앞에 서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뭇잎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검지를 살짝 구부려서 나뭇잎을 들어 올리듯 쓸어보았다.

 '겉이 굉장히 촉촉하고 부드럽네. 부드러운 건 솜털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촉촉한 거지?'

 빨래 후에 처음으로 덮는 극세사 이불처럼 부드러운 나뭇잎의 감촉에 몇 번 더 쓰다듬어 보았다.

 '이거 모아다가 이불로 써도 되겠는데?'

 거지 같은 상황에 놓여 쌓이던 스트레스가 조금 풀려나가는 것 같다.

 쓰다듬던 나뭇잎을 놓아주고 숲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 안쪽은 밖에서 보던 빽빽한 느낌 그대로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듯 전체적으로 어둡다.

 '밤이 되면 달빛으로는 앞을 볼 수가 없겠네. 저녁만 되어도 야행성 동물들이 움직이겠는걸.'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계속해서 머릿속에 주입하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 갔다.

 

 삼십 분쯤 헤매었을까,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사이로 세 평정도 되어 보이는 공터가 보인다.

 '다른 곳보다 더 어두운 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니 나무의 가지와 잎들이 서로 얽혀 지붕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공간인데, 주인은 없겠지?'

 불청객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닥부터 나무의 껍질들까지 세세하게 살피며 상처가 없는지 확인했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데, 이 정도면 안심하고 사용해도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이곳을 거점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쓸만한 책들을 가져오기 위해 숲 바깥쪽을 향해 걸었다.

 "응?"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첫 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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