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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현명한 레시피
작가 : 이웃집메이
작품등록일 : 2016.7.21

"우리, 사귀어 볼래요?"
"...큽!"
든든한 식사 이후에 챙기는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와 파티쉐.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는 그들의 계약... 연애? No! 36살 파티쉐와 28살 셰프의 달콤살벌 계약연애 스토리!

 
04화. 포춘 쿠키 속 메시지에 유의 하세요
작성일 : 19-09-18 21:05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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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포춘 쿠키(Fortune Cookies) : 운세나 기타 말 등이 쓰인 종이 띠를 넣고 구운 와플 쿠키.

 

 

 

 “사귀는 거 맞아요.”

  ‘네? 그, 저, 이게, 무슨, 어?’

 

 

  고작 하루 같이 출근했다고 사귀는 게 맞냐고 묻는 그녀들의 질문에, 지수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솔직히 황당하다는 마음이 더 크기도 했고. 그래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들에게 아니라고 얘기하려고 한 순간,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덕에 아까보다 더 당황스러워서 몸도 마음도 모두 긴장해버린 그녀는 역효과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어머… 정말이요?”

 “물론이죠.”

 

 

  그때를 기회 삼은 건지 뭔지, 그가 여자 탈의실 문을 벌컥 열더니, 당당하게 지수에게로 다가갔다. 나머지 그녀들은 그저 얼굴을 붉히며 현명과 지수의 행동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괜히 자기네들이 더 설레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속삭이면서.

 

  마침 현명이 지수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고, 동시에 그녀의 어깨에 손 얹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자연스러운 연인의 행위인 볼의 쪽 하니 입을 맞추는 행동까지 아주 아무렇지 않게 하니, 그녀들은 서로 바라보며 좋다고 난리였다.

 

 

 “어머, 어머! 파티쉐님 대박!”

 “너무 잘 어울려요!”

 

 

  그녀들이 호들갑을 떨며 그녀와 그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현명은 그 반응들에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지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우리 지수 잘 부탁드려요.”

 “꺄악!”

 “물론이죠!”

 

 

  그리고 내뱉는 한 마디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 100선’에 있는 말 같이 아주 달달하고 달콤한 말. 무려 연하가 연상의 이름을 막 부르며 설레게 하는 말 되겠다.

 

  그 말에 그녀들이 크게 소리를 치며 감탄을 했고, 그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오직 지수 뿐 이었다.

 

 

  ‘황당해서 말조차도 안 나온다, 말도…….’

 

 

 

 ♣

 

 

 

 “아까 받은 예약 명단 좀 주세요!”

 

 

  그렇게 순식간에 아침 영업이 끝나고, 오후 영업을 위해 재료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선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여 먼저 만들어야 될 디저트들을 확인하려는데, 후배인 그녀들이 평소완 다르게 매우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쪽지를 건넨다.

 

 

 “팀장님, 아까 기분 나쁘셨던 건 아니죠?”

 “응? 뭐가요?”

 “그, 탈의실에서.”

 

 

  뭔가 매우 미안한 표정과 동시에 입술을 꽉 깨물며 난감해 하고 있었다, 둘 다.

 

  ‘난 또 무슨 얘기라고… 아까 그 일 굉장히 신경 쓰고 있었구나. 일할 때는 티도 안 내더니.’

 

  그제 서야 그녀들의 조심스러운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된 지수는 생긋 웃으며 그녀들의 어깨를 두 어 번 토닥여 주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그래도… 정말 사귀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에는 팀장님 정말 난감해 보이셨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너무 즐거워서 그만….”

 

 

  ‘잠깐, 진짜 사귀는 것 같았다고?’

 

  지수는 그녀들의 다른 말보다도 ‘정말 사귀는 것 같다’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사귄다고 선포를 함과 동시에 그런 달달한 행동들은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고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지수는 복잡한 생각에 그녀들이 건네 준 예약자 명단을 받았다.

 

 

 “어, 오늘은 포춘 쿠키 이벤트네요?”

 “네. 이 손님이 저희 레스토랑 VIP거든요. 그래서 좀 특별하게 잘 만들어 달라고 사장님이 부탁하셨습니다.”

 “흠… 좋아요. 그럼 유미 씨는 반죽 좀 부탁드릴게요. 효주 씨는 주문 된 커피 좀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명단을 받자마자 ‘포춘 쿠키’이벤트를 보며 의외라는 듯 생각했다.

 

  ‘굉장히 상투적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지…… 만, 가끔 잘 안 될 때가 있던데. 우리 레스토랑 VIP손님한테 미리 귀띔을 해 줘야 하나?’

 

  지수는 포춘 쿠키 이벤트를 할 때마다 생각보다 승률이 좋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미 예약을 받았고 그 뒤의 모든 것은 손님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우선 안에 들어갈 문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여기 어딘 가에 예시 문구 표가 있을 텐데.”

 

 

  탈의실 쪽에 있는 테이블 서랍을 뒤적거리며 코팅 된 종이 하나를 구석구석 찾던 그녀는, 드디어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쁜 미소를 지었다.

 

 

 “자자, 그럼 10개 정도로 간추려 볼까.”

 

 

  본격적으로 디저트를 만든다는 생각에 신이 난 그녀가 포춘 쿠키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리 레스토랑 VIP손님이니까, 특별히 신경 써야지!’

 

  그 생각에 더욱 신이 나 예시 문구들을 하나 씩 살펴보는데.

 

 

 [ 당신의 주변에 사랑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랑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

 “음… 이건 아니야.”

 「 자기야! 」

 

 

 [ 오늘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고백을 받을 것입니다. ]

 “이건 너무 직설적이야. 별로.”

 「 우리, 사귀어 볼래요? 」

 

 

 [ 오늘 당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깁니다. ]

 “뭐랄까… 이건 뭔가 사람이 있는데 또 다른 사람 사귀는 것 같아… 통과!”

 「 사귀는 거 맞아요. 」

 

 

 [ 예전부터 품고 있던 사랑이 이루어질 것…… ]

 

 

 “아악! 아니야! 아니라고!”

 

 

  ‘미쳤어. 왜 자꾸 문구를 볼 때 마다 그 녀석의 말들이 생각나는 건데?!’

 

  지수는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듯이 자신이 보고 있던 종이를 바닥으로 내팽겨 쳤다.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 만드는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생기다니… 원래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굉장히 난감해 하며 자신이 떨어뜨린 종이를 들고 다시 마음을 바르게 잡으려고 하는데.

 

 

 「 혹시나 해서 얘기 하는 건데, 만약 나라면 3개월 간 잘생긴 애랑 연애하면서 넝쿨 째 굴러 온 호박을 덥석 물 거다. 28살 꽃돌이라니… 꿈만 같잖아. 」

 

 

 “미쳤어, 미쳤어.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한지수…….”

 

 

  이제는 그와의 교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민의 말까지 들려온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후…, 정신 차리고 빨리 만들러 가자.”

 

 

  그녀가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포춘 쿠키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시금 예시 문구가 적힌 표를 바라보는데.

 

 

 [ 멋진 운명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운명을 즐기세요. ]

 

 

  보자마자 눈에 띄는 문구에, 지수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복잡한 생각까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멋진 운명’ 이라고…….”

 

 

  그녀는 그 문구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신 차려… 한지수…….”

 

 

 

 ♣

 

 

 

 “2번 테이블에 A세트 하나! 그리고 4번 테이블에 주문한 스테이크 나갑니다!”

 

 

  바빠 보이는 오후의 레스토랑 영업시간. 오늘은 특히나 예약손님이 가득 찼으며, 기타 이벤트도 꽤나 있는 편이라 모두에게 바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그 얘기는 지수가 있는 쪽에도 물론 해당되는 얘기. 특히나 디저트를 이용한 이벤트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더더욱 많았기에 그녀들은 평소보다 오늘이 더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포춘 쿠키 이벤트가 어느 정도 남았지….’

 

  지수가 자신이 오후 영업전부터 만들었던 포춘 쿠키 이벤트의 시간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이벤트가 성공률이 많이 낮기도 하지만, 나름 쿠키 만들기에 자신이 있었던 그녀였기에 더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터.

 

  그녀가 이벤트 예약 명단을 살펴보다 긴장된다는 듯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유미야, 효주야… 나, 곧 나간다.”

 “네? 팀장님 지금 바빠 죽겠는데 그게 무슨…”

 “어허, 효주! 우리 팀장님 이제 곧 포춘 쿠키 이벤트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앗… 제가 물의를 일으켰사옵니다… 벗으라면 벗겠사와요…”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아이들을 키운 것 같다….’

 

  지수의 긴장된 말을 두고 저렇게 장난으로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아이였다니. 지수는 생각하며 유미와 효주를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상황극을 펼친 것이 재미있다며 하하호호 거리는 그녀들을 지수는 볼 수 있었다.

 

  ‘뭐, 그래도 활기차서 좋나. 덕분에 긴장은 좀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신나게 떠들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밝은 웃음을 짓던 지수는, 옆에 있는 포춘 쿠키를 들고서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며 혹여나 잘못된 것은 없나 하고 살펴보는데.

 

 

 “어, 팀장님.”

 “응? 아, 준수? 주방에서 여기까진 무슨 일로…”

 “아, 심부름 때문에요.”

 

 

  갑자기 지수의 앞에 낯익은 이가 나타난다. ‘준수’라 불린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괜스레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린다. 심부름 때문에 왔다는 그 말에 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심부름?”

 “네, 셰프님이 여기서 포춘 쿠키 하나 남은 거 있으면 좀 가지고 오라던데요?”

 “뭐? 갑자기 그건 왜…”

 “저도 잘 모르겠는데, 여기서 안 가지고 가면 저 혼나니까 하나 있으면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거는 없는데…”

 

 

  ‘왜 그 녀석이 갑자기 내가 만든 포춘 쿠키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 거지?’

 

  지수의 궁금증은 그것이었다. 마침 메시지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한 개가 남아 있어 자신이 만든 걸 줄 수는 있지만, 그게 현명이 시킨 거라면… 그닥 탐탁치 않는 거다.

 

  하지만 자신도 이벤트 때문에 바빴고, 막내인 준수가 현명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안에서 혼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은 포춘 쿠키를 그대로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자, 여기.”

 “고맙습니다, 팀장님!”

 

 

  그녀에게서 쿠키를 건네받은 준수가 안심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수의 반응과 표정에 없는 줄 알고 걱정했던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됐건 자신은 달라고 했던 걸 주었으니, 시간 맞춰 이벤트를 마무리 할 일만 남아 있다.

 

  ‘이제 이 이벤트만 끝내면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지수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포춘 쿠키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주방을 나섰다.

 

 

 “나, 갔다 올게.”

 “다녀오세요, 팀장님!”

 

 

  잔뜩 긴장한 지수가 어색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을 사이, 그녀의 뒤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탁자 위 포춘 쿠키가 작게 달그락 거렸다.

 

 

 

 ♣

 

 

 

 “손님, 음식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아아, 물론이죠. 맛이 좋네요.”

 

 

  지수는 아까의 긴장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능숙하게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고 있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먹은 음식 그릇들을 치우고 있을 사이, 그녀는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포춘 쿠키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말을 이어갔다.

 

 

 “감사합니다. 후식으로 준비한 특제 포춘 쿠키입니다.”

 “어머, 이거 저희 안 시켰는데요.”

 “이건 손님이 아름다우셔서 드리는 저희 레스토랑 내의 서비스입니다.”

 “…어머.”

 

 

  지수의 능글맞은 립 서비스에 여자 손님이 얼굴을 붉히며 포춘 쿠키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특급 서비스에 이벤트를 부탁한 맞은 편 남자는 아주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좋아, 이번 이벤트는 성공이다!’

 

  그 말을 끝으로 작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서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그녀와 그의 웃음소리가 지수의 가슴을 마구 자극시켰다. 간만에 성공한 포춘 쿠키 이벤트라서 그런가, 더더욱 가슴이 뛰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같기도.

 

  ‘오늘로 모든 이벤트가 성공적이네! 이런 날엔 역시 소맥이지!’

 

  그녀는 벌써부터 이 설레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로 오늘 밤의 메뉴를 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벤트 모두가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이제 오후 영업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겠다. 모든 이벤트 성공과 곧 퇴근한다는 마음!

 

  지수가 이 기쁜 소식을 효주와 유미에게 전해주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자신의 팔목을 가득 잡는 느낌을 받았다.

 

 

 “…아?!”

 “하아, 하아… 후…… 한지수 씨!”

 

 

  자신의 팔목을 잡은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현명이었다. 급하게 주방에서 뛰어온 것인지 숨을 헉헉 거리며 거칠게 내뱉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

 

  그 기분 좋은 와중에 이런 일을 겪으니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대고 있던 지수. 놀란 나머지 그 손을 떼어내려고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손을 파닥 거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현명은 겨우 숨을 고르게 내쉬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대뜸 보여준다.

 

 

 “이, 이거 진심이에요?!”

 “네?”

 

 

  그가 지수에게 보여준 것은 아까 준수에게 준 포춘 쿠키였다. 그리고… 흰색 종이를 보아하니 그 안에 있던 메시지인 것 같은데……

 

 

 [ 자기야, 사랑해♡ 나 오늘… 하고 싶어… -지수가 ]

 

 

 “……아?”

 “이거… 진심이냐고 물었어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이 메시지에, 지수는 그야 말로 멘탈의 붕괴가 일어나는 듯 했다. 분명 자신이 포춘 쿠키의 수를 알맞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1개인가 2개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왜?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범인은 누군지 뻔할 수밖에 없다.

 

 

 “으으… 차유미, 진효주!!!”

 

 

  이런 미친 것들!!!

 

 

 

 ♣

 

 

 

 “아아… 오늘따라 뒷정리가 매우 하기 싫네…”

 “하, 하하! 티, 팀장…님! 그럼 오늘 그냥 가실래요?”

 “응? 왜에?”

 “저, 저희가… 갑자기 청소가 너무… 하고 싶어서… 하하.”

 

 

  지금은 오후의 영업이 모두 끝난 뒷정리 시간. 밖에서 서버들이 홀을 정리하고 있을 사이, 주방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방 안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늘 팀장인 지수가 모범을 보이며 나서서 정리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뭐, 전세역전 같은 느낌이랄까.

 

 

 “청소하기 싫어서 매번 도망갈 궁리 찾던 우리 유미가 청소를 하고 싶다고오?”

 “에, 에이 팀장님… 저 그래도 최근엔 얼마나 부지런 했는데요….”

 

 

  그건 바로 ‘포춘 쿠키 사건’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유미와 효주가 현명과 지수를 이어주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짓이라고 했다. 효주는 멘트를, 유미는 쿠키를 직접 만들어 합작을 하는 것 까지는 좋았…… 으나.

 

 

 “그래, 그럼 유미야, 효주야 오늘 뒷정리 잘 부탁해.”

 “그, 그럼요 팀장님!”

 “맡겨주세요…!”

 

 

  효주와 유미는 눈물 가득한 눈빛에 억지로 웃는 모습을 선보였다.

 

  ‘어쩔 수 없다… 노력은 좋았지만 뒤가 좋지 않았기에 오늘의 뒷정리는 우리가 해야 겠다….’

 

  유미와 효주가 동시에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한편, 그녀들에게 뒷정리를 맡기고 오늘은 좀 편안하게 집에 가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주방을 나서려던 그때.

 

 

 “한지수 씨.”

 

 

  ‘……깜빡하고 있었다.’

 

  지수는 무려 ‘서현명’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본인은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단지 자신들의 후배인 유미와 효주가 작당을 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명은 상황이 달랐다. 정말로 그 포춘 쿠키의 멘트를 자신이 했다고 굳게 믿고 있을 거다.

 

  ‘바보 같은 한지수! 저 녀석을 잊고 있었다니!’

 

  지수는 난감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입술을 잔뜩 짓이겼다.

 

 

 “같이 가요.”

 “왜, 왜요?”

 

 

  대뜸 자신을 향해 같이 가자는 현명에 지수는 당황한 나머지 이상한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잔뜩 당황한 채로 왜, 왜요? 라니…. 아, 한지수 진짜!!’

 

  스스로가 답답하지만 어찌하리오. 그렇게 행동이 나오질 않는데!

 

  지수는 낭패라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금 이 모습과 표정을 현명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반사 반응과 같았다. 이런 본인의 모습을 잘 알련지 모르는지, 혹은 그런 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은 현명.

 

 

 “오늘 하고 싶다면서요. 그럼 같이 가야죠.”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일까. 현명은 지수의 마음을 전혀 모른 채로 결국 그 나름의 ‘금기’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하, 하, 하, 하고 싶다니?! 대체 뭐, 뭘?!’

 

  지수가 그 순간 당황스러움이 머리끝까지 올라 폭발할 지경에 이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작 그 금기의 말을 내뱉은 본인은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해보이지만.

 

 

 “자, 그럼 가실까요, 파티쉐 님.”

 “꺅! 팀장님, 현명 씨 파이팅!”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본인의 팔에 팔짱을 끼우는 현명이 지수는 정말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더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진짜 둔하고 눈치가 없는 거야?’

 

  지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효주와 유미가 보는 곳에서 현명의 팔짱을 다정하게 낀 채로 레스토랑을 나와야만 했다.

 

 

 

  밤이 되어버린 레스토랑 밖은 꽤나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확실히 밤은 밤인 건가.

 

 

 “오늘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그, 러게요.”

 “그래도 밤은 확실히 낫네요. 안 그래요?”

 “그, 그래요….”

 

 

  모든 것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지수가 현명의 말에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대체 저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지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로 그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지수의 모습을 레스토랑에서 지금까지 한참을 보던 현명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밌다, 즐겁다… 와 같은 그런 기분 좋은 형용사?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득, 정말 아주 잠깐 들었던 것 같았다.

 

 

 “장소는 아무 곳이나 괜찮은 거죠?”

 “……!!!”

 

 

  이런 사소한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반응하는 그런 지수의 모습을 보고서 그랬던 것일 수도?

 

 

 

 ♣

 

 

 

  지수는 한참이나 고민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현명을 계속 따라가도 되는 것인가? 뭐,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이런 일(?)에 너무나도 소극적으로 나선다거나 무조건 싫다고 발악할 나이는 지났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그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무작정 현명을 따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차도 있는 주제에 차를 타지 않고 이렇게 걸어가는 것을 보아하니 가까운 곳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즉, 여자를 많이 다뤄본 적이 있던 그런 남자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더더욱 조심을 해야 하고 이렇게 막 따라가면 안 되는데……

 

 

 “어서 오세요, 손님. 예약하셨나요?”

 “……예?”

 

 

  그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와 그가 도착한 곳은 ‘야간 레스토랑’이다. 야간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컨셉의 레스토랑. 운영시간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라는 그 곳. 익히 들어는 봐서 알고는 있지만…… 왜 갑자기 여기 오는 거냐고!

 

 

 “장소가 여기라서 아쉬운가?”

 “그, 그런 건…!!”

 “얼굴에 다 써 있는데.”

 

 

  유일하게 현명만이 익숙하게 그녀의 안내에 따라 여유롭게 자리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가장 멘붕을 맞이하고 당황스러운 것은 지수, 그녀뿐이라는 것을!

 

  ‘아… 또 속았다…….’

 

  정말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또 속았다는 그 생각이 너무나도 민망하다는 거다. 하지만 애써 아닌 척 현명의 뒤를 따라가는데.

 

 

 “그… 갑자기 여기는 왜…”

 “아, 여기가 제가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곳이었거든요.”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꼭 와보고 싶었어요.”

 

 

  뜻밖의 말에 지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이건 분명히 세뇌 교육이야… 그래, 세뇌… 세뇌 교육이라고!’

 

  저번부터 계속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 100선’에 나오는 말만 내뱉는 것 같은 현명의 모습에 지수는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저런 8살이나 어린 꼬마한테 휘둘리다니… 미치겠네.’

 

  민망함을 넘어서서 이제는 아주 쪽팔린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단어였다. 지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현명을 따라갔지만, 그는 이미 자리를 잡은 채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걸음이 늦어요. 한참 기다렸네.”

 “아아, 아… 아니에요.”

 

 

  겨우 현명의 맞은편에 자리 잡은 그녀는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앉았다.

 

  ‘혼자 별의별 생각과 착각은 다 해놓고 이런 상황에서 쪽팔려 하는 건 또 뭐람…….’

 

  지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탓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망했으니까. 거기다 대고 ‘장소가 여기라서 아쉬운가?’라니.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꼭 와보고 싶었어요.’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여기서 넘어 가선 안 돼… 마음 단단히 먹자, 한지수!’

 

  지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현명의 눈을 겨우 마주치기에 이르렀다.

 

 

 “제가 추천하는 걸로 한 번 먹어 보세요. 기대해도 좋으니까.”

 “뭐… 아무거나 시켜요.”

 

 

  하지만 현명의 입이 열리는 그 순간 다시 시선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 혹시나 해서 얘기 하는 건데, 만약 나라면 3개월 간 잘생긴 애랑 연애하면서 넝쿨 째 굴러 온 호박을 덥석 물 거다. 28살 꽃돌이라니… 꿈만 같잖아. 」

 

 

 

  ‘미쳤어… 왜 또 그런 말이 생각나고 난리인데!’

 

  그 와중에 떠오르는 수민이 지수를 향해 했던 말.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덥석 물다니… 지수의 머릿속은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

 

  복잡한 마음을 가진 채로 온갖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녀는 급기야 자신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툭툭 치는 데 까지 이르렀다. 계속 ‘미쳤어’를 반복하면서.

 

 

 “그… 한지수 씨?”

 “…네?! 네, 네?!”

 “어… 불편하시면 다음에 올까요?”

 “그… 아니. 아니… 에요.”

 

 

  그런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현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솔직히 안 괜찮지만… 자꾸 현수민 말이 생각난단 말이지! 사귄다니… 내가 서현명이랑 사귄다니… 사귀…는 사이… 사귀는……’

 

 

 “……우리, 사귀어 볼까요?”

 “예?”

 “…어, 어어, 어?!”

 

 

  지수는 분명 생각만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뱉어진 자신의 말이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걸 들은 현명 역시 놀라울 수밖에.

 

 

 “…….”

 “…….”

 

 

  순식간에 정적이 된 이 상황에서, 둘은 서로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민망해서 현명의 눈 한 번 바라보지 못했던 그녀가, 이제는 그의 눈동자를 빤히 잘도 쳐다본다.

 

  ‘바, 방금… 내가 뭐라고… 했… 더라?’

 

  지수는 심지어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자신이 생각만 했던 그 일종의 또 다른 ‘금기어’를 내뱉은 것 같았는데.

 

 

 “풋.”

 “…아?!”

 “끅끅… 아, 미안해요. 순간적으로 한지수 씨가 너무 귀여워 보여서.”

 

 

  ‘오늘은 정말 금기어 천국이구나…….’

 

 

  지수는 이제 이 모든 것을 해탈하는 경지에 올라섰다. 원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그런 말을 내뱉었고, 뿐 만 아니라 그와 같은 말을 듣기 까지 했다.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춰진 이 상황에 해탈 말고는 또 어떤 방법이 있었던가.

 

 

 “너무 귀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아, 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지? 그냥 좋아요, 지금.”

 “그, 그……”

 “제가 정말로 잘해줄게요.”

 

 

  분명 자신은 이 모든 상황과 말이 오해였다고, 아니라고 얘기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입술을 달싹 거리며 현명을 향해 얘기하려고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쏙 들어가고야 말았다. 자신의 말에 현명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 미소를 머금은 채로 아빠 손 같이 따스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과 표정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이제야 제대로 느끼던 지수는 쿵쿵 뛰어대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 멋진 운명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운명을 즐기세요. ]

 

 

  ‘어찌 되었건 지금 이 순간이 내 ‘운명’ 이라면 이미 나에게 다가온 거잖아?’

 

  그래, 즐겨보자, 이 운명을!

 

  그 날이 정확히 6월 13일 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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