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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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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11 화
작성일 : 16-07-11 16:28     조회 : 412     추천 : 0     분량 : 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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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신위(神威)를 드러내다.(1)

 

 

 

 남문, 남문이라 했다.

 양운정이 풍운비를 펼치자, 그의 몸은 마치 한 줄기 바람이 된 것처럼 삽시간에 허공을 치솟아 멀어져 갔다.

 

 본디 청정해야 할 불문 도량이 늦은 시간에 때 아닌 검광과 처참한 비명이 높이 울려 퍼졌다. 일단의 흑의인들이 흉측한 살기를 풍기며 보경사의 뒤편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칼끝이 향하는 곳에는 두 여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보기 드문 보검을 들고,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서 있었지만,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는 처지였다.

 한 여인은 결이 고운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음에도 승포를 걸치고 있었다. 칙칙한 잿빛의 승포였지만, 그녀의 미모를 전혀 감퇴시키지 못했다. 살기가 충천하는 이때에도 그녀는 고개 숙인 난화처럼 청초했다. 얼핏 눈매가 양운정의 날카로운 눈과 닮은 듯했다. 그녀가 바로 아미옥봉으로, 강호도상에 무명을 떨친 양혜령이었다. 그녀의 곁에는 파란 무복을 걸친 여인이 있어 숨을 몰아쉬었다. 남궁세가의 남궁하문(南宮河雯)이다. 그녀는 강호도상에서 다지현화(多知賢花)라 불리며, 출중한 외모와 더불어 지모를 자랑하는 여인이었다.

 양혜령이 난화(蘭花)라 한다면, 남궁하문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화사함을 한껏 갖춘 장미(薔薇)와도 같았다. 남궁하문은 남궁세가의 다섯 자제 중 막내로 그녀의 큰언니가 바로 양운정의 처, 남궁아현이었다.

 두 자매간에도 그 기질이 전혀 달라서, 남궁아현은 얼음같이 차가우나, 남궁하문은 봄날의 햇볕처럼 해맑았다. 여하간에 두 사람의 절세미녀가 한밤의 불사에서 생사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흑의로 온몸을 감싼 괴인들의 사정없는 차륜전으로 이미 기력은 빠질 대로 빠져서, 검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다지현화 남궁하문은 무공보다는 외모와 지략으로 이름을 떨쳤기에,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참으로 용하다고 할 일이었다. 이때에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미의 옥봉, 양혜령뿐이었다.

 양혜령은 처지를 바로 이해하고, 이를 악물었다. 새삼 검을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미옥봉이라는 무명은 거저 얹은 것이 아니었다.

 무명에 봉(鳳)의 글자를 얻는다는 것은 대단한 명예였다. 당금 천하에서 봉의 글자를 얻은 여인은 양혜령을 포함하여 모두 셋이었다.

 그 첫째가, 오빠 양운정의 아내이자, 남궁세가의 장녀인 빙화검봉(氷華劍鳳) 남궁아현.

 다음이 사천당가(四川唐家)의 금지옥엽인 성수독봉(聖手毒鳳) 당의연(唐倚淵)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아미옥봉 양혜령이었다.

 함께하여 무림삼봉(武林三鳳)이라 불리는 세 여인은 무공으로서 강호의 뭇 고수들에게 인정을 받은 여중고수들이었다. 더구나, 삼봉의 셋은 무림의 절세미녀를 일컫는 육화에 속하기도 했다.

 양혜령이 새삼 전의를 다잡자, 남궁하문 또한 지친 심신을 애써 부여잡았고 검을 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앞일이 어둡기만 했다. 같이한 일행을 간신히 설득해 구원을 요청하게 했으나, 그때까지 버틸 수나 있을는지. 두려웠다.

 흑의인들의 포위망이 서서히 좁아지며 두 여인을 더욱 압박했다.

 “양 언니...”

 남궁하문은 이를 악물었지만, 그래도 손끝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양혜령은 애써 강한 모습을 보이며, 남궁하문을 다독였다.

 “괜찮아.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도우러 달려올 거야.”

 “그, 그렇겠죠.”

 “그럼, 당연하지.”

 그러나 장담하는 말과 달리, 양혜령 역시 낙관적인 마음은 접어둔 지 오래였다. 그저 흉할 뿐이었다.

 

 양운정은 저 멀리서 길을 따라 서두르는 남궁가의 무사들을 확인하고, 속도를 더했다. 그들이 닿기 전에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바람결에 스며들 듯 모습을 감추었다. 수십 장에 달하는 거리를 한 번에 건너뛰어서, 삽시간에 보경사에 도착했다. 역사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사찰이었지만, 양운정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불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서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뒤편에서 요란한 살기와 더불어 한 무리의 괴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포위망에 갇힌 두 개의 인영을 보았다.

 한쪽은 낯설었지만, 다른 한쪽은 어딘지 친숙한 얼굴이었다. 굳이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피가 끌렸다. 양운정의 눈매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둘의 무위가 만만치 않았고, 흑의인들은 그들을 생포하고자 하는 통에 그나마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이 보일 듯했다. 멀리서 봐도, 둘의 기력은 이미 쇠잔해 있었다. 양운정은 문득 한 장의 하얀 천을 꺼내어 코 아래를 가렸다. 아직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가짜 양운정이 자신을 대신해 양가장에 있을 터,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愚)를 범할 수야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양운정은 수련을 마친 후 처음으로 검을 뽑았다.

 분심(忿心)은 일었으되 살심은 일지 않았다. 영기를 수련한 결과였다. 그는 곧 가볍게 몸을 띄웠다. 높은 곳에서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흑의인들의 뒤에 내려섰다. 동시에 자비 없는 십보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월지경에 이른 십보검이다. 한번 휘두르고, 찌를 때마다 흑의인들은 급살이라도 맞은 것처럼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어떻게 당한 것인지 그들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양운정의 십보검은 사혈이니 뭐니, 치명적인 급소를 가리지 않고 치고 들어갔다. 슬쩍 스쳐도 죽을 수 있는 곳을 무자비하게 베고, 찌르고, 후려치지만 다들 혼절하거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뿐, 아무도 죽은 자는 없었다.

 수월지경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경지였다. 극한의 고통으로 단련하여서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였을 흑의인 들이지만, 양운정의 일검에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 수 십 이 쓰러지며 포위망 또한 일시에 무너져버렸다. 그제야 흑의인 무리는 양운정을 돌아보았다. 검은 옷을 입고 한 장의 하얀 천으로 코 아래를 가린 양운정의 모습에 그들은 재빠르게 흩어졌다가 다시 그를 중심으로 한 살진을 이루었다. 그러자 양혜령과 남궁하문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살기가 맹렬하게 치솟았다. 목표가 아닌 자, 그저 죽일 뿐이다. 그러나 그 살기는 양운정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양운정은 산중대호(山中大虎)였고, 흑의인들은 양 떼에 불과했다. 아무리 모여서 울어봤자, 양이었다. 양운정은 천둔보로 흑의인들을 농락했다. 공격해 들어오면 흘려내고, 십보검이 요혈을 꿰뚫었다. 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행위가 단 한 순간에 이루어졌다. 빠르게 이루어낸 진세가 전혀 쓸모가 없었다.

 일수일실(一手一失).

 손을 한번 쓸 때마다, 흑의인 하나가 어김없이 고꾸라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태반의 인원이 제압당하여 쓰러졌다. 남은 것은 고작 스물, 그들의 우두머리는 크게 갈등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은밀히 움직인다고 했으나, 언제가 되었든 무림맹의 정보망에 걸릴 것은 예상했던 바였다. 그러나 그들의 행사를 목격한 세 명의 젊은 여인들. 바로 제압을 하고자 했으나, 뜻 밖에도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다가 겨우 이곳 보경사에서 몰아붙였다. 그리고 살피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대어였다. 아미옥봉과 다지현화. 욕심이 생겼다. 이들을 제압해 포로로 삼는다면 회에서 자신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었다. 그렇게 두 여인을 생포하고자 한 것이 패착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놓친 아미제자가 원군을 끌고 오기 전에 제압하여 사라질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 두 번째, 그리고 마지막은 저 검은 옷의 사내 정도의 고수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점이었다.

 그가 이끄는 흑암대(黑暗隊)라면 못해도 이곳에 와있는 남궁세가의 창천검룡단 정도야 웃으면서도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속한 곳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무력집단이 여기 흑암대였건만,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여서 허물어지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저 사내가 신주십육성 정도의 고수란 말인가?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그러나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은 계속되고 있었다.

 흑암대의 남은 이들이 온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사내는 등 뒤에서 찔러 들어오는 여러 검날을 다른 손의 검집으로 한 번에 거둬냈다.

 카카캉! 날카로운 소음과 더불어 철검이 유려한 한줄기 호선을 그렸다. 그러자 궤적의 끝에서 여러 줄기의 핏물이 길게 치솟았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목덜미를 부여잡고 비척비척 물러났다. 아슬아슬한 깊이였다. 한 치만 더 깊었다면 목의 혈관이 모조리 잘려나갔을 터였다. 하지만 목숨을 구했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었다. 검에 실린 경력이 그대로 체내로 파고들어서 오장육부를 뒤흔들었다. 극도의 고통을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목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전신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입으로는 피 거품이 일었고, 목에서는 핏물이 계속해서 흘렸다.

 열 몇이나 되는 이의 목을 베어내었음에도 늘어뜨린 검 끝에는 한줄기 핏방울도 맺혀 있지 않았다. 양운정은 손을 쓰고,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을 마주친 흑암대주는 기겁하여서 뒤로 물러났다.

 “흐억!”

 그러다가 퍼뜩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양운정을 노려보았다. 양운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흑의인 중 두 다리로 서 있는 자는 그 하나뿐이었다.

 “으으으!”

 흑암대주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흑암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도 숨결 하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두렵다기보다, 증오스러웠다.

 “도대체 누구냐! 무림맹이나, 정파에 네놈 같은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없다!”

 악에 받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부짖었다. 앞뒤 사정을 모른다면 마치 비극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양운정은 그러나 그의 속내 따위,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알 거 없다. 확실한 건…. 너는 죽는다.”

 “헉!”

 그와 양운정의 거리는 약 사장(四丈) 남짓. 한걸음에 닿을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양운정의 마지막 말은 바로 사내의 코앞에서 들렸다.

 목을 꿰뚫었다. 마치 환상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상식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 검이었다. 단순히 검이 빠르다, 몸이 빠르다고 할 경지가 아니었다.

 “미, 믿을 수가, 하아...”

 사내는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고 생기를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양운정은 검을 거두었다. 완벽하게 펼친 십보필사였다.

 

 내 의지가 정했으니, 너는 이미 죽었다.

 

 이것이 십보필사의 극의였다.

 

 양운정은 살기와 더불어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마냥 넋을 놓은 듯 입을 벌리고,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크게 치뜬 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들 모습은 방금 생사의 위험을 거친 여인의 얼굴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괜찮으시오?”

 “아아, 예! 감사합니다. 으, 은인께서는.”

 “신경 쓰지 마시오.”

 양운정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그녀들의 인사를 받았다. 멀리서 남궁가의 무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쾌속한 발놀림들이었다.

 “오는 군. 그럼, 보중하시구려.”

 “아니, 은인! 잠시만!”

 양운정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양혜령이 그를 붙잡고자 했지만, 찰나 그의 모습도, 기척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리에 남은 것은 죽은 한 구의 시신과 수십에 달하는 부상자들뿐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믿을 수가 없어요.”

 “그 마지막 검법은 도대체 뭘까.”

 “하, 흑암대의 흑멸진(黑滅陳)을 혼자서 뚫다니.”

 “저런 검법은 도대체가….”

 “진법을 알고 파훼 했을까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두 사람은 멍하니, 상대방이 듣건 말건 자신들의 관점으로 보고 느낀 것만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아저씨?”

 “아직 안 잤니?”

 “잠이 안 와서요. 어? 왜 혼자 오세요?”

 “아아. 그 아이는 일행들이 있더구나.”

 “윽, 피 냄새.”

 창문을 타고 나갔을 때처럼 홀연히 들어온 양운정을 철란이 반겼다. 비록 채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는 잠들지 않고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했지만, 옷에서 풍기는 피 냄새에 철란이 코를 부여잡자, 손을 거두고 옷을 벗었다.

 “많이 죽었어요?”

 철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딱히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양운정은 개의치 않았다.

 “음 아니다. 몇은 불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죽을 정도는 없다. 한 명, 한 명만은 확실히 죽였지.”

 “그 사람은 왜요?”

 “그 자가 우두머리였거든.”

 양운정은 답하며, 대충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철란 옆에 누워 아이를 다독였다.

 “그만 자려무나.”

 “아저씨.”

 “왜?”

 “나 자는 사이에 어디 가면 안 돼요.”

 “오냐, 아무 데도 가지 않으마.”

 “약속.”

 철란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약속.”

 양운정은 잠시 철란의 앙증맞은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걸었다. 철란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양운정을 기다리느라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래층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양혜령과 남궁세가의 무리가 돌아온 것이다. 양운정은 감은 눈을 살며시 뜨고 바깥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다급한 발소리에 아래층이 상당히 부산스러웠다. 묵직한 뭔가를 바닥에 내던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생각해보니 그가 제압한 흑의인들이다. 그는 다른 소리가 없음을 확인한 후, 곧 신경을 끄고 곁에서 잠든 철란을 돌아보았다. 철란은 그의 팔을 베고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 있었다.

 양운정은 한 손으로 철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자, 여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도 모르게 한줄기 미소를 그렸다.

 기억 속에서 여동생의 어린 시절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본 것은 그로서는 처음이었다. 수년 동안 쌓은 수련이 상당한 수준으로 보였다.

 튀어나올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모습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귀여운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였으니, 아무리 살기를 다스린다 하여도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양운정은 상념을 밀어두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양가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가짜 녀석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군의 인사를 그렇게 임의대로 조정할 정도라면, 가짜의 뒤에는 관이든, 무림이든 상당한 세력의 배후가 있음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이미 죽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이상. 지금 그는 그들의 인식의 사각지대라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양운정은 섣불리 움직여 어려움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래층의 소란에서 귀를 닫고 잠을 청했다.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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