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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8
작성일 : 19-09-18 18:17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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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건이 상철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두 눈에 담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반 아이들이 전부 동요하기 시작했다.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말은 친구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수직관계에선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상철은 그렇게 믿어 왔고, 반 아이들도 전부 동의했다. 그런데 지금 지건이 반기를 든 것이다.

  상철의 귀에도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들리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평소 같으면 상철 패거리가 먼저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화를 내지 않았다.

  일중도 그랬다. 오히려 친구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있었다.

  “하하하… 웃기네. 웃겨.”

  상철이 웃으면서 박수를 쳤고, 희천만이 간신히 미소 짓는다.

  짝! 창졸간에 상철이 지건의 뺨을 올려친다.

  “네가 날 웃기는 구나!”

  그것은 필시 반 아이들을 압도해야 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패거리가 없는 학급의 왕 상철의 행동은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일중은 그 이유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지건이 겁먹은 고양이처럼 빌지 않아서였다.

  “미안해.”

  지건이 상철을 올려다보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사과를 고루하게 한다.

  “소리가 작은데?”

  상철은 있는 인상 없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좀 심했네. 애초에 넌 치마가 어울리는데, 그걸 이제 깨달아서 미안해.”

  핏기 하나 없는 목소리로 지건이 대놓고 조롱했다. 일중은 방금 지건이 웃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웃었다.

  “너 이 새끼! 내가 장난 하는 걸로 보여?!”

  상철이 지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지건의 흐리멍덩한 눈은 그 어떤 감정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상철은 당혹스럽다.

  “알아. 장난이 아니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지.”

  상철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것은 지건의 반항도 있었지만, 미간이 자연스럽게 찌푸리게 만드는 냄새 때문이다.

  “욱!”

  지건의 바로 옆 여학생이 갑자기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차 반 전체로 퍼져나갔다.

  일중도 역한 냄새에 코를 막는다.

  “창문 좀 열어야겠다.”

  서미가 말했고, 일중이 창 쪽으로 가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자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빛을 등지고 있으니 친구들의 얼굴이 훨씬 잘 보였다.

  상철은 지건의 멱살만 잡고 있을 뿐 더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희천은 옆에서 상철을 부추기는 걸 좋아했는데, 손톱을 깨물기 바빴다. 그리고 석환은 말리는 척 더 때리는 놈인데, 아예 뒤돌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냄새.”

  그때 지건이 입을 연다. 반 아이들의 눈이 전부 지건에게 고정된다.

  “이거 내 피 냄새야. 이 원피스를 내 피로 빨았거든.”

  별안간 원피스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끼아악!”

  “어어어?!”

  “으악!”

  아이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상철 패거리만은 바닥에 못 박힌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바보들. 피가 어디 있냐? 하하하….”

  지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핏방울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모두가 봤는데, 없어졌다고?

  일중은 지건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원피스를 빼앗았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일중아!”

  석환이 겁을 집어 먹은 상태로 손만 들어 말리려 했다.

  “아무런 냄새도 안 나. 너희들 분명히 맡았지?”

  “어, 비린내였어.”

  “숨을 쉴 수가 없었어!”

  “생전 처음 맡는 냄새였어!”

  등등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피 떨어지는 것도 봤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게 없던 것이 됐다. 집단 착란이라도 일어났다는 것인가? 사라졌다지만, 냄새는 여전히 코끝을 희롱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중은 망연자실하게 붉은 꽃무늬 원피스만 쳐다봤다.

  “일중아.”

  그때 지건이 나른하게 일중을 불렀다.

  “왜?”

  “상철이에게 이제 수업 시작하니까, 나 좀 풀어달라고 대신 말해줄래.”

  지건이 대담한 말에 방금 전까지 신기한 경험은 산화돼버린다.

  “뭐라고?”

  상철이 적의를 풀풀 풍기며 물었다.

  “수업 시작하잖아? 그러니까 나 좀 풀어줘.”

  “이걸 그냥!”

  상철이 주먹을 날리려 했다.

  “상철아, 그만해.”

  석환이 상철을 말린다. 그도 그럴 것이 깐깐한 수학 선생님이 안경을 고쳐 쓰며, 그가 주먹을 날리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편안하게 정학을 줄 생각인 것이다.

  “하… 너 운 좋은 줄 알아. 학교 끝나고 보자!”

  상철이 멱살을 풀며 협박했다.

  “운이 좋긴 하지. 우리 반 아이들이 너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야.”

  계속되는 비아냥거림에 상철은 반응하지 않았다. 일중은 그런 상철이 마뜩찮았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벌써 주먹을 날렸어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망설이고, 망설이다 때를 놓쳤다.

  그 답지 않았다.

  “수업 시작한다. 이상철이, 너 내 눈에 한 번만 더 띄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알았어?”

  “알았습니다. 수업 시작하세요.”

  “이 놈이!”

  선생님의 꾸중에도 상철은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

  일중은 자리에 앉아 희천을 쳐다보고 있었다. 희천은 일중의 시선을 열심히 피한다. 석환도 마찬가지였다.

  지건은 어떤가? 일중이 그의 등을 지그시 응시한다. 그런데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지건이 서서히 뒤돌아보는 게 아닌가? 일중이 소스라치게 놀라 오히려 시선을 회피했다. 왜 피했지?

  일중은 자신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에게 있어 지건은 어떤 사람인가?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리고 싶게 만들었었다. 상철이 별것도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으면 울고,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꼬락서니가 비웃음을 자아냈다.

  상철 패거리는 그런 위치에 있었다. 상대를 놀리고, 때리며, 가르쳤다. 어느 누구도 주눅 들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배뇨현상처럼 아이들 위에 군림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똥오줌을 뒤집어쓰고도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건이 지금 누가 누구 위에 있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가장 소심하던 그의 강건한 말에 일중은 마치 지각이 변동되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더 기가 차는 건, 지건이 원피스를 들자 희천과 석환이 고개를 숙였다는 점이다. 붉게 물든 원피스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상철은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은 외면이지 인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됐지?

  자신이 어제 집으로 갔던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옷 돌려줘.”

  상념에 빠진 일중 앞에 지건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어? 어.”

  상념에 빠져 있던 일중이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지건의 말에 깜짝 놀라, 엉겁결에 대답하고 붉은 꽃무늬 원피스를 돌려줬다.

  수업시간에 수학선생님이 교과서를 펴는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지건! 지금 나하고 싸워 보자는 거냐?”

  “죄송합니다.”

  예상외의 행동과 다른 소심한 목소리로 지건이 말했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지만, 괴로우면 선생님에게 찾아와. 해결해 주마. 저런 버러지 보다 못한 자식한테 허구한 날 당하고 살아서…?”

  “쾅!”

  “악!”

  상철이 책상을 발로 차버렸다. 그 바람에 책상이 앞에 있던 의자에 부딪히며 비명소리가 터진다.

  “이상철! 너 이 자식, 보자보자 하니까!!”

 
작가의 말
 

 시원하면서 덮네요. 아프로는 추워 질텐데, 점점 제 글과 어울리는 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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