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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0화 - 수영 학교
작성일 : 19-09-18 09:23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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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정아! 니 지금 나올 수 있나?"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을 만나기로 한 날은 내일인데 병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무슨 일 있나?"

 "어! 야가 오늘 왔네. 내일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밖에 안 된다 카는데 우짜꼬?"

 "나 지금 수영이 데리러 가야 되는데? 그냥 학생한테 간단히 좀 적어 놓으라고 해라. 내가 보면 대충 알 수 있을 끼다."

 "그렇제? 니 인터넷 잘 하니까 금방 알끼다. 내가 학생보고 시켜 놓으께."

 학생을 만난다고는 했었지만 사실 꼭 만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판매하는 품목도 단순하고 그 정도 규모의 쇼핑몰은 눈 감고도 관리할 수 있었다. 병식이는 창정이 이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서 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창정은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병식의 일이 자신에게 가져다 줄 성과를 생각하면 기운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오늘 수영이는 유학가기 전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에 간다고 했다. 학교에 다닌 건 몇 개월 밖에 안 되지만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틈틈이 수영이와 연락하며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친한 친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같이 시간을 보냈다. 창정은 수영과 같이 학교에 가서 정식으로 선생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학부모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꼬질꼬질하게 삭아버린 얼굴빛으로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행여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영을 배웅 나왔다가 똥차를 타고 학교를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려웠다. 그 광경을 본 선생님들은 '유학을 보낼 능력이 될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정말 쪽팔릴 것 같았다.

 학교 교문 근처에서 수영의 친구 셋이 수영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니?"

 경비를 보는 60이 훨씬 넘은 아저씨는 성숙미가 느껴지는 여고생들에게 관심이 많이 가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작은 영향이라도 있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친구 기다리는데요?"

 “친구?”

 "예, 자퇴하고 검정고시 친 친구가 있거든요."

 자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경비아저씨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너희들! 학교 안다니는 애들하고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야지 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냐? 엄마아빠가 힘들게 돈 벌어서 너희들 공부시키는데 그런 애들 옆에 있으면 너희들도 그렇게 되는 거야.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 못 들어 봤어?"

 "그런 거 아니에요!"

 세빈은 대들 듯 말했다. 늘 학생들에게 치근덕대는 경비아저씨의 괜한 관심이 싫기도 했지만 친한 친구를 매도하는 게 더욱 기분 나빴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60평생에 학교 퇴학당하고 제대로 된 애들 본 적이 없다. 선생님 시키는 것도 안하는 애들이 어디서 뭘 제대로 하겠어?"

 경비아저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저씨는 자퇴와 퇴학이 마치 같은 것인 것처럼 말했다. 학교라는 것은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고 그 울타리를 벗어난 생활은 샛길, 비난, 어둠, 불량 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듯 했다. 친구들과 경비아저씨가 설전을 벌이던 중에 수영이가 나타났다.

 "수영아!"

 친구들은 수영을 둘러싸고 돌아가며 끌어안고는 맑은 눈을 맞췄다. 앳된 지원이는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너 여기 왜 왔니?"

 경비아저씨가 의심이 가득한 어투로 물었다.

 "선생님 뵈러…….“

 수영이가 대답을 하던 중 세빈이가 끼어들었다.

 "야, 그냥 가자!"

 친구들은 경비아저씨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수영을 낚아채듯 끌고 교실을 향해 달려간다. 경비아저씨는 기가 차다는 듯 달려가는 아이들을 향해 넋두리를 내뱉었다.

 "저저저? 어이구! 문제다 문제."

 잠시 후 창정은 교문이 보이는 문방구 옆에 차를 세운 후 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수영아! 아빠 문방구 옆에 왔어. 기다릴 테니 인사드리고 나와.'

 주정차가 금지된 황색 실선이 그어진 도로지만 차 안에서 교문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 백주대낮에 한참 일해야 할 어른이 교문 앞에 어슬렁거리는 게 내키지 않았고, 혹시라도 수영이 선생님과 함께 나올까봐 걱정도 되었다. 멀찌감치 주정차 단속용 무인카메라가 이쪽저쪽을 비추고 있어 신경이 쓰였다. 운전석 유리창을 통해 카메라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아직은 창정이 있는 곳을 비추지는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수영이가 늦게 나오면 잠시 한 바퀴 돌고 다시 정차할 생각이었다.

 수영은 점심시간 동안 선생님과 몇몇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교실을 나섰다. 학교생활은 길지 않았지만 그들과 자주 연락을 하며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학교 밖에 있는 자신의 일상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주위의 어른들이 고등학교 추억이 없어서 어떡하느냐, 그냥 평범하게 살지 뭐 하러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가느냐는 등 걱정을 했지만 수영은 자신이 결정하고 살아온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어이! 너 이리 와봐"

 경비아저씨가 교문을 나서려는 수영을 불렀다. 수영은 별 생각 없이 경비실 쪽으로 걸어갔다.

 "너 학교 왜 왔니?"

 "친구들 만나러 왔는데요."

 "너 학교 안다니지?"

 "예."

 수영은 무심코 말했다.

 "그런데 너 왜 좀 전에 내가 불렀는데 도망가니? 외부인은 내 허락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거 몰라?"

 "저도 여기 학생이에요."

 "학교 안다니는데 무슨 학생이야? 응? 착한 학생들 꼬드겨가지고 같이 놀려고 말야. 어디서 못돼먹은 짓을 하고 있어?"

 경비아저씨는 수영의 얼굴에 대고 손가락질을 하며 몇 번씩이나 꾸중하듯 말했다.

 "너 다음부터는 절대 내 허락 없이 학교 못 들어간다. 알았어? 빨리 나가!"

 수영은 울컥했다. 따지고 싶었지만 경비아저씨는 도무지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고 대꾸를 했다간 더 험악한 말이 쏟아질 것 같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교문을 나서 고개를 드니 길 건너편에 아빠의 차가 보였다. 자신이 경비아저씨에게 꾸중을 듣는 광경을 아빠가 다 본 것 같아 속상했다. 아빠의 차에 오른 수영은 입을 꾹 다문 채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코를 훌쩍였다.

 “왜? 무슨 일이야?”

 창정은 수영이 교문을 나서며 경비실 앞에서 경비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모두 지켜봤다. 경비아저씨가 뭔가를 지적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수영이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뭘 잘못한 게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수영이 울면서 차에 타는 순간 직감적으로 억울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수영에게 다그쳤다.

 "무슨 일이냐고?"

 수영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퇴했다고, 흑흑! 학교 오면 안 된대. 나쁜 학생이라고."

 창정은 수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문을 열었다.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지난 몇 년간 토해내지 못한 울분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 불인데도 미친 듯이 도로를 건너 경비실로 뛰어갔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봐요! 아저씨!"

 경비아저씨는 밥상보로나 쓰인다는 수구언론의 대명사인 조일신문을 반으로 접으며 돋보기 위로 창정을 올려다보았다.

 "왜요? 무슨 일 입니까?"

 아저씨는 어른의 자상함과 너그러움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느낄 수 없는 상투적이고 매 마른 말투로 말했다. 창정은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상처받았을 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 방금 우리 애한테 뭐라 했어? 어?"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는 낯선 남자의 살기에 경비아저씨는 조금 전 일을 직감한 듯 목소리를 죽였다.

 "뭐, 뭐요?"

 창정은 고함을 치듯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고 뭐고 사리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당신이 뭔데 우리 애가 좋으니 나쁘니 꾸짖고 난리야?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자퇴를 했다 길래. 나도 학교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뇨?"

 경비아저씨는 무슨 말이든 내뱉어서 상황을 무마하려고 하였다.

 "자퇴를 하긴 누가 자퇴를 해? 아직 이 학교 정식 학생이란 말예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멀쩡한 애보고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고? 와 진짜 열불 나서 못살겠네.“

 창정은 큰 소리로 따졌다. 그리고는 경비아저씨의 다음 반응을 듣지도 않고 차로 돌아왔다.

 "씨발, 저런 인간들이 경비한다고……."

 거친 한숨을 내쉬며 운전석에 앉았다.

 ‘경비아저씨의 멱살을 잡든지, 의자를 집어 던지든지, 아니면 교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야 했나? 해야 할 말 내뱉고 돌아섰으니 내가 이긴 건가? 욕까지 했으니 충분한거지?‘

 창정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수영아 울지 마."

 "응! 나 괜찮아요. 아빠 화 풀어요."

 수영은 이 와중에도 창정을 위로하려고 했다. 창정은 수영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경비아저씨에게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수영아 걱정 마. 꼭 학교 가야만 공부하는 거 아니라고 그랬지? 저 아저씨는 나이가 들어서 옛날 생각이 머리에 박혀서 그래. 아빠도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 안 나오면 대부분 나쁜 학생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고 넌 절대로 그런 애가 아니야. 아빠가 인정하잖아. 마음 풀어라. 알았지?"

 "응, 아빠! 나도 그거 알아요."

 "그래, 원래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공부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책을 보고 시험 쳐야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원래 공부라는 건 그게 아니야. 네가 어디에서든 배우고 익히면 그게 다 공부인데 말이야. 알겠어?"

 "응,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창정은 수영에게 지난 몇 년간 해 온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 속에는 계속 경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신! 우리 애한테 똑바로 사과하란 말이야! 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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