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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 마
작가 : 이른
작품등록일 : 2019.9.18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순간 유령이 된다.
악마들에 꼬임에 빠져 유령이 된 소녀는 악마들이 창궐하는 천사들의 세계로 불려가 그들의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어떤 예언을 이루어주게 되는데. 그 예언의 결과는.....

 
1.악마가 되어 돌아온 소녀
작성일 : 19-09-18 08:04     조회 : 422     추천 : 0     분량 : 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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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마가 되어 돌아온 소녀

 

 

 마리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 망할 손. 불행히도 그건 절대 정상이 아니다. 어떤 인간도 그런 손을 가지고 있진 않다.

 

 오각성의 팬타그램이 붉은 상처처럼 손바닥에 아로 박혀있고 손톱은 사나운 새의 발톱처럼 단단하고 뾰족하게 자랐다.

 

 손등은 피부가 거칠어지며 혈관이 불거지더니 손끝에서 팔목까지 거무죽죽하게 된지 오래다.

 

 마리는 신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매일 묻지만 신은 언제나처럼 응답이 없고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은 어둠과 고독이 전부다.

 

 ‘악마...’

 

 마리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 심장이 쪼여든다. 사방에서 그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악마. 악마. 악마.

 

 “아니야! 난 악마가 아니야!”

 

 그녀는 오직 목소리 뿐인 그 사악한 존재들을 향해 거칠게 소리친다. 놈들에 맞서 매 순간 용감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럴수록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다.

 

 놈들의 목소리는 더 거칠고 위압적으로 마리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놈들은 그녀의 균형을 깨뜨리고 고립시켜서 그녀가 알 수 없는 무엇으로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

 

 마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는다. 부정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건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그녀는 처참한 심정으로 한참을 울다 그렇게 놈들에게 굴복한다는 것이 미치도록 싫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유리창이 산산 조각 나버린 창가로 향한다.

 

 더러운 목소리의 동행자들이 그 창 너머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 파편이 지저분한 바닥에 널 부러져 있다가 낡은 신발에 짓눌려 빠그락 거리는 신음 소리를 낸다.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짜개진 비명이다.

 

 한 발 한발 조심했음에도 그 소리는 그녀가 창가에 다다를 때까지 불안하게 뒤를 쫓는다.

 

 마리는 소리가 밖까지 들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늘어난 티의 소매를 말아 손을 감싸고 창틀에 붙은 유리 조각 몇 개를 마저 쳐낸다.

 

 자신이 숨어있는 폐건물의 뒤 편, 인적이 거의 없는 숲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보기 위해서다.

 

 늘 그런 곳에 바로 놈들이 있다. 진짜 악마들. 더러운 목소리에 굴복한 자들. 마리는 숲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붉은 두 개의 눈동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또 하나...아니, 아니다. 마리가 불안하게 머리를 가로젓는다. 오늘도 놈들이 제법 많다.

 

 조심했음에도 녀석들의 눈동자가 그녀를 발견하고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리는 한 발 물러나 건물의 어둠 속으로 잽싸게 몸을 숨긴다.

 

 ‘놈들은 대체 왜 날 쫓는 거지? 내게 뭘 원하는 거야?’

 

 마리는 창문 사이로 붉은 눈의 인간들을 주시한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오기와 이미 다 끝났다는 지독한 마음이 심장의 가장 아래쪽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그들은 여전히 거리를 유지하며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놈들은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녀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매번 어둠 속에서 무리지어 기다린다.

 

 마리는 바닥에서 나무 막내기 하나를 주워 들고 어금니를 깨물더니 창문틀에 거칠게 매달린다.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이 개자식들아!”

 

 그녀가 창에 매달려 소리를 지르자 붉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다가오는 게 보인다. 그들은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가까워진다.

 

 마리는 거칠거칠한 표면을 단단히 쥐어짜고 어금니를 꽉 깨문다.

 

 ‘다 죽여 버리겠어.’

 

 그때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온다.

 

 ‘붉은 눈의 인간들이 가까워지면 반드시 늑대가 운다.’

 

 그러면 지옥에서 온 붉은 눈동자의 인간 미어캣들은 그대로 멈춘다.

 

 ‘만약 내가 놈들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

 

 마리는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올 때마다 뒤를 돌아 달아났다. 이번에는 놈들 속으로 미친 척 달려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놈들과 시선이 마주치자 참을 수 없는 공포감과 압박감이 느껴진다.

 

 마리는 막대기를 있은 힘껏 틀어잡았다 놓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창문 밖을 향해 미친 것처럼 비명을 내지르고는 힘없이 나무 막대기를 떨어뜨린다.

 

 그녀는 인간이던 시절, 평범한 여고생이었을 뿐 타고난 싸움꾼이 아니었다. 유령이 되었다고 그런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전혀 다른 자아를 얻으려면 방법은 하나.

 

 어둠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가서 장사꾼의 표식을 얻어야만 한다.

 

 ‘그것은 산 채로 차원의 문을 지난 대가다.’

 

 마리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무섭게 뛴다.

 

 

 *

 

 6개월 전.

 

 “잘 들어.”

 

 어둠 속에서 하얀 빛처럼 들려오는 음성. 마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오각성의 계약은 그렇게 시작됐다. 마리는 계속되는 환상과 꿈으로 스스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이건 계약이야. 다른 차원의 힘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대신 그들의 힘을 받아들이는 거지. 그들과 하나가 되는 거야.”

 

 하얀 음성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난 그들을 물리치고 싶은 것뿐이야. 하나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마리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네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들은 널 영원히 떠나지 않아.”

 

 하얀 음성. 그건 마리의 쌍둥이 언니 아라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와 계약하는 법을 마리에게 알려줬다.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하는 인간을 인도자라고 부른다. 인도자들은 우리가 인간의 영혼을 데려가는 걸 훨씬 쉽게 만들어 준다.

 

 “눈을 뜨면 넌 다른 세상에 있을 거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넌 장사꾼을 찾아야해.”

 

 아라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겨 목에 있는 V자 모양의 흉터를 보여줬다.

 

 “장사꾼을 표식을 남기지. 그리고 더 나은 자신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줄 거야.”

 

 아라는 멘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들이 존재하는 걸 믿기만 하면 그들은 더 나은 네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거지.”

 

 마리는 침대에 기대 지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난 그들을 원치 않아. 난 그들을 원치 않아. 마리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서 우리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그들이 계속 속삭여. 끊임없이.... 우릴 보라고. 친구가 되자고.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이해할 수 있니?”

 

 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쌍한 내 동생.”

 

 모든 걸 아는 아라가 마리의 이마를 쓸었다. 그녀는 우리가 얼마나 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10년이나 우릴 겪었으니 훤하지.

 

 “그들을 받아들여. 그럼 다 괜찮아질 거야. 다시 편안해지는 거지. 그리고 강해진 널 느낄 수 있을 거야.”

 

 마리는 노래하듯 말하는 아라의 하얀 목소리와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저주받은 목소리가 교차되자 몽롱한 기분을 느꼈다.

 

 “눈을 떠. 그들을 믿고 새로운 세상을 봐.”

 

 희고 검은 목소리가 양쪽 귀에서 번갈아 속삭였다. 새 책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유리를 쇠꼬챙이로 긁어내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것처럼.

 

 “보이니?”

 

 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물었지만 보이는 건 안개뿐이었다. 마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안개를 손으로 휘저으며 자신이 또 악몽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꿈에서 깨어 나보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또 다른 색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남자의 푸르고 짙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안개 저 너머에서 마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넌 누구지...”

 

 그의 물음에 마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해. 넌 누구냐?”

 

 의식을 선명하게 하는 단단한 목소리. 마리는 꿈속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또렷해지자 더 이상 그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의심이 짙어질수록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안개가 걷히자 마리의 눈앞에 전혀 다른 풍경들이 들어왔다.

 

  새하얀 방, 거대한 두 거인의 석상, 단정한 차림의 남자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마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이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그리고 그 촉감들. 발바닥에 느껴지는 차가운 대리석의 느낌과 냉랭한 공기. 회색의 싸늘한 석제 향기. 전부 꿈이라고 믿기엔 너무 생생했다.

 

 ‘이건....’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그게 꿈이라는 걸 확신하기 위해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이 그의 얼굴에 닿자, 마리는 그의 온기를 느끼고 손을 떨었다.

 

 ‘꿈이 아니야. 모든 것이 진짜야.’

 

 마리의 손에 별이 새겨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손이 뜨거워지며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그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는 마리의 겁먹은 시선을, 마리는 남자의 진지하고 차가운 시선을 응시했다. 시간이 멈춘 세상에 둘만 남은 고요함으로 남자와 마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초점이 나간 것처럼 서로의 형체가 좌우로 흔들려 안개와 함께 사라질 때까지.

 

 

 *

 

 “뭘 봤어?”

 

 안개가 모두 걷히자 방 한 쪽에서 붉은 눈동자의 아라가 물었다.

 

 ‘붉은 눈동자?’

 

  마리는 아라의 핏빛 동공을 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비볐다. 좀비영화에나 나올 법한 불쾌한 눈동자였다.

 

 “너...눈이... ”

 

 “너도 곧 갖게 될 거야.”

 

 아라가 말을 잘랐다. 그녀는 그 따위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차차 알게 될 일이었다.

 

 “그보다 뭘 봤어? 인간은 섭리가 깨어지는 순간, 단 한 번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거든.”

 

 아라는 10년 전 같은 순간,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날, 10년 전 생일 날, 손에 별을 가지게 된 순간, 그녀가 보았던 것은 피범벅이 된 채 한 여자의 시체 앞에서 살벌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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