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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 23 장
작성일 : 19-09-17 21:08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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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3 장

 

  ‘아틀라스’에서 재계약하자는 제의는 받지 못했다. 이제 ‘아틀라스’ 사무실의 내부자가 아닌 빠순이로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현금이는 팬클럽 사이트에서 멤버들이 모두 자신만의 집을 마련해서 숙소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다섯 명의 남자들이 모여 사는 집이 만들어내는 판타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들 옆에서 거머리처럼 붙어서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대표, 차무진 역시 숙소에서 나왔다는 소식도 같이 들었다. 현금이는 한 시절이 지나갔다는 서운한 감정으로 그 소식을 들었다. 그런가 하면 게시판이 아닌 채팅창에 ‘아틀라스’가 ***의 소속 레이블로 들어간다는 말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채팅창을 끄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말이었지만 현금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현금이는 포토북을 출간한 작가라는 경력을 내세워서 스튜디오 조수 자리에 지원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이는 상업사진으로 돈을 버는 주류 사람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존재였다. 현금이에게 조수 자리 기회라도 주는 그럴듯한 스튜디오는 없었다. 이제 조수가 되어 일을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현금이의 마음속에서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현금이가 서울과 가깝게 살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현금이는 며칠을 물색한 끝에 오래된 연립과 빌라들이 몰려 있는 동네에 있는 방 두 칸짜리 전세를 구했고 이사까지 마쳤다. 서울까지 교통이 좋은 동네는 아니었고 그래서 현금이가 갖은 돈으로 간신히 구할 수 있는 집이었다. 그래도 방이든 마루이든 창문을 열면 지붕들과 옥상 너머로 산자락도 보여서 현금이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집이었다. 부동산 사람으로부터 ‘그 가격에 잡은 것은 운이 좋은 것’이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었다. 이사를 도와주던 보배는 현금이를 의심 서린 눈으로 보았다. 그간 현금이와 차 대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안다면, 현금이의 목을 조르려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금이는 그저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현금이는 이사를 마치자마자 친구 가게에서 붙어살던 서달수를 불렀다. 아마 일 년 후에 돌아올 장화숙이 살 곳도 이 집이 될 거 같았다.

  현금이는 보배가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 알 수 없는 사람과 새로 시작한 인터넷 의류 쇼핑몰에서 상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배가 수익이 아직 없다는 핑계로 자원봉사로 일하라고 해서 무보수로 일을 해야했다. 현금이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이든 주 육 일 근무이든 일을 구해야 했다. 현금이는 수퍼마켓 캐쉬어 자리를 노리면서 광고를 찾아보고 있었다.

 

  현금이는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을 때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전시장을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큰 전시장이나 작은 전시장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나면 다녔다. 현금이에게 전시회란 성당이나 교회 같은 곳이었다. 가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은 없으나, 남들에게 가끔은 그런 장소에 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 당장 전시회에 몇 번 간다고 없던 창의력이 갑자기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술성과 명성을 갖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현금이는 지금까지 연예인 화보 같은 화려한 상업 사진을 찍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왔었다. 업계에서 역할 모델을 꼽아보자면 강해원 작가 정도가 이상형이었다. 어쩌면 자신은 고상하고 진지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가 있어서 전시회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현금이는 우연하게 자기 나이 또래의 사진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회장을 찾아갔다. 전시회의 제목은 ‘도시와 음모’였으며 작가는 이원철이었다. 작가는 도시의 모습을 찍었는데 건물이나 가로수, 거리를 자신이 원하는 각도에서 찍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특수효과를 사진 원판에 가했다. 사진 원판을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 피사체의 경계선에도 효과를 집어 넣었고, 때론 몇 가지 다른 컷을 잘라 붙여 몽타쥬를 만들기도 했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금이는 전시를 다 둘러본 다음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카탈로그에 나온 작가소개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현재 강해원 스튜디오 소속’이라는 소개가 현금이의 눈길을 끌었다. 강해원의 사무실이라면 상업적 사진을 찍는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개성이 강한 사진을 찍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작가는 전시장에 나와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가님. 저기 사진 전공자인데 한 두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아는 것이 있을까요?“

 

  이원철은 낯 선 관람객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띠면서 대답을 했다.

 

  ”이런 개인전을 어떻게 여셨는지 궁금한데요. 대회에 입상을 하거나 유명 작가의 추천을 받아야 하나요?“

  ”그러면 더 좋겠지요. 근데 저는 그냥 열었어요. 여긴 국립 전시장이나 박물관같은 곳도 아니고. 돈만 있으면 되요.“

 

  이원철이 ‘돈 만 있으면 되요’라고 말할 땐 작은 소리로 귓속말을 하듯이 말을 했다. 현금이는 이원철이 말을 따듯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강해원 스튜디오 소속이신데, 거기 상업작품을 주로 찍는 곳 아닌가요? 여기 작품들은 좀 더 예술적 작품 같은데.“

  ”여기 있는 것들은 학교 때부터 작업한 것들이에요.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공개해 본 거죠. 예술 사진 쪽에 관심 있으시나요?“

  ”아니요. 상업사진에 관심이 있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제가 왜 스튜디오 어씨로 안 받아들여졌는지 이해가 가요. 제가 나이도 많은 데다가, 작가님 사진이랑 저는 비교 불가에요.“

  ”하하. 아닐껄요. 무슨 사진을 찍으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좀 특이한 케이스이고요.“

  ”저 실은 ‘아틀라스’에서 ‘광속’ 포토북을 만들기도 했어요.“

  ”아, 그래요?“

 

  이원철의 얼굴에 ‘그랬구나’라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영문을 모르는 현금이는 멀뚱멀뚱 이원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원철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저, 육 개 월 전인가 ‘아틀라스’에서 프로젝트 지원자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었습니다.“

  ”네에?“

 

  이원철처럼 능력있는 지원자가 육 개월 전에 자신의 경쟁자였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회사의 선택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아틀라스’는 훌륭한 포토그래퍼보다는 ‘광속소년대’를 잘 아는 사람, 그 팬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만나네요. 히히. 어씨 일은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아무런 규정이 없는 거라서. 근데 요즘에 보조를 쓰는 데 별로 없어요. 우리 사무실만 해도 저 말고 아무도 없어요.“

  ”왜요?“

  ”일감이 줄었으니까요. 우리 스튜디오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체가 그래요. 사람들이 잡지나 신문 대신 인터넷 매체를 더 많이 보니까요. 요즘엔 일반인들도 웬만한 사진을 잘 찍어내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생각해 보니 이원철의 지적은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나 강사님으로부터 들었던 말들이었다. ‘세상은, 업계는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현금이가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현금이는 모처럼 추상성과 메시지, 미술과 사진의 경계,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낯선 전화번호가 발신인으로 떴다.

 

  “누구시죠?”

  “나야. 나 기억하지? 오 이사.”

  “아, 예. 안녕하셨어요?”

  “응. 자기 아직도 아틀라스랑 연관 있나? 거기 대표랑 잘 아는 사이 같던데.”

  “네. 어쩐 일로.....”

  “이걸 어떻게 말하지? 그 사람, 몸 조심하라고 일러줘.”

  “무슨 말씀이신지?”

  “하 대표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야. 차 대표 보고 해외로라도 잠시 나갔다 오라고해.”

  “차 대표는 숙소에 갈 때 말고는 하루 종일 매니저들이랑 같이 다녀요.”

  “그래. 근데 내일 저녁에 공연하는 *** 클럽 건물은 하 씨 집안 사람거야. 지금은 이렇게 말 할 수밖에 없네.”

 

  그 이상한 통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무진이 회사에서 나가려고 하자 하종근이 폭력배를 동원해서 무진을 공격할 것 같다는 소리 같았다. 현금이는 오 여사의 말을 온전히 믿어야 할지 잠시 망설여졌다. 그러나 이미 심장은 불안함에 두근거렸다. 그러나 현금이는 무진에게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현금이는 곧바로 집에 돌아가서 오 여사의 전화를 잊어버리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현금이는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오 여사의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 쯤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무진이 현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무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릉 없이 침착한 말투였고 다만 멀리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새로운 회사 차리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무리 그래도 ‘광속’ 애들이랑 이대로 떨어질 수는 없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남기로 했지. 대신 소송 준비를 했었어.”

  “아. ”

  “그래서 어디 있으신 것인데요?”

  “고향 근처.”

  “고향 근처라니..... 정확히 어디요?”

 

  불길한 예감이 퍼뜩 현금이의 머리에 번개처럼 꽂혔다. 그리고 오 여사의 얼굴이 허공에 잠시 보였었다.

 

  “종합병원.”

  “네?”

 

  오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미리 말하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다. 무진이 다쳤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현금이는 우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 내 탓이에요. 내가 잘못한 거에요. 오 여사님이 생각해서 말 해줫는데 그냥 무시하고.... 내가 먼저 말 하기만 했어도 그런 일은 없는 건데. 아우, 어떻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대표님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대표님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경고를 날릴 기회가 있었다고요. 오 여사가 나한테 갑자기 전화를 해서요....”

  “됐어.”

  “어깨들이 여러 명 왔나요?”

  “여러 명이 왔었어.”

 

  현금이의 지레짐작이 아주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아.... 다 내가 말을 안 해서....”

  “호들갑 그만 떨어. 나 다쳤고 병원으로 피신해 있는 것은 사실이야. 근데 많이 다친 것은 아니고, 소송 준비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겸사겸사해서 병원에 잠시 있는 거야.”

  “주소 찍어주세요. 그 쪽으로 가볼게요.”

  “내일 모래 올라갈거야.”

  “상관 없어요. 어느 병원인지도 알겠어요. ”

 

  무진이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현금이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로 달려가고 있었다. 현금이는 여전히 자신이 무진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진과 현금이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라고 생각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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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제리2 19-09-17 21:09
 
마지막 회입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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