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
 1  2  3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 20 장
작성일 : 19-09-17 21:05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916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 20 장

 

  ’아틀라스‘는 삼 주 후에 정규 삼 집 앨범 활동을 시작한다는 공식 발표를 했다. 회사는 음악 플랫폼에 앨범 공식 이미지와 오 초 분량의 전주 부분만을 공개했다. 물론 현금이를 포함한 회사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타이틀 곡인 ’원샷원킬‘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대신 현금이같은 말단 직원은 오직 타이틀 곡만 그것도 보안을 이유로 회사 안에서 씨디로만 들을 수 있었다. ’광속‘은 신인이 아니므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 같기는 했다.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하나의 상품이 나온 마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할 뿐이었다. 그런데 현금이는 ’멜로디크루‘ 음악에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베타‘의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이 노래야‘하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상품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만들 수 있느냐였지만, 현금이에게 중요했던 것은 언제나 자신이 노래를 사랑할 수 있는가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현금이도 이전에 비해 일거리가 늘어나서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 이사가 오후 내내 도매상과 이야기를 하더니 퇴근을 앞 둔 사무실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도매상에 선주문 확인해보니 만 장 들어와 있고 다음 주 내로 X 만 장 더 들어 올 거 랍니다.”

  “와, 와우.”

 

  하루 종일 전화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느라 어깨가 축 쳐졌던 사무실 사람들의 어깨가 펴졌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가볍게 박수도 치고 환호를 했다.

 

  “이 주 남았어. 수록곡 뮤직비디오 준비가 제일 급하고, 다른 세세한 것들도 긴장해서 제 날짜에 끝낼 수 있도록 하자고.”

 

  현금이는 조 이사의 말을 문 앞 자신의 자리에서 별다른 감응 없이 듣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엔 ’음반자료협회‘ 사이트가 떠있었다. 현금이는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음반자료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지난 삼 년 사이 ’광속‘과 다른 그룹들의 앨범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발매후 일주나 이주 사이의 판매량인 초동판매량은 팬덤 크기를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였다.

 

  2 주차 한 달 .... 다섯 달

 광속소년단 미니 1집 2만 2천 3만 팔천 5 만 팔천

 ***** 3만 구천 5만 천 6만 이천

 #### 2만 천 3만 2천 3만 구천

 

  현금이는 초동 앨범 판매량과 육개월 정도의 장기 앨범매량 추이를 비교해았다. ’광속‘은 지금까지 정규 앨범 두 개와 미니 앨범 두 개를 냈는데 모두 초동 판매량에서 다른 경쟁 가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활동 초기에 발표한 앨범들이 더욱 그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 년 정도의 장기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경쟁 가수들에 비해 몇 만 장 이상의 앨범을 더 팔았다. 그러니까 구매 결정을 하고 있지 않다가, 노래를 듣다가 노래가 좋아져서 나중에 구입하는 팬들이 많다는 소리였다.

  ’멜로디크루‘와 작업하던 시절의 ’광속은 타이틀 곡만 정성을 들이고 나머지 노래들은 채워 놓는 앨범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이나 영화처럼 하나의 정서를 전달했다. 그것을 알아 본 빠순이들이 ’광속‘의 앨범을 샀었다. ’베타‘와 작업을 한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지 알 수가 없었다.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조 이사나 무진은 여느 때처럼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날, 왜 현금이가 퇴근을 미루고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외로웠던 것이었을까? 무의식적으로 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현금이는 사무실 오디오로 ’원샷원킬‘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일부러 익숙해지기 위해 듣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불안한 감정을 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날 이전에 현금이는 무진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아무런 말을 들은 바가 없었고, 그 날 이후에도 무진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현금이가 관계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을 할 수 있는 신호는 없었다. 어쩌면 현금이 본인이 직접 무진에게 ’너랑 결혼할 생각이었어‘라고 말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현금이는 사랑이나 결혼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그와 하룻밤을 지낸 것은 아니었다. 현금과 무진은 밤에 자동차 안이나 술집에서 몇 차레 만났었다.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여전히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서로에게 다정했다. 그와 만나는 동안 현금이는 편안함을 느꼈지만 헤어지면 불안함이 마음 속에 피어올라 다른 모든 생각릉 가려버렸다.

  똑같은 노래를 열 번도 더 들은 것 같았다. 현금이는 사무실에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 때 무진이 사무실에 들렀다. 빠순이라고 살다가 ’아틀라스‘ 사무실에 나오게 된 것은 그렇게 대단한 우연은 아니었지만 무진과 아는 사이가 된 것은 거짓말 같은 우연이었다. 현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진은 피곤한 얼굴로 지나가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음악만 듣고 있었던 거니? 어때?”

 

  현금이는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할 말 없을 때 지어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진도 지금 그런 질문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앨범이 나올 때가 되면 그 말 말고는 입에서 잘 나오질 않았다.

 

  “곡 다 나온 거 맞죠? 앨범 다 들어 볼 수 없나요?”

  “왜?”

  “한 곡 밖에 안 들어서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이번 앨범은 전체를 들을 필요는 없어.”

  “그래도 전체를 다 듣다 보면 느낌이 다르잖아요. 특히 ’광속‘ 음악은요.

 빠순이들이 ’광속‘ 앨범에서 타이틀 노래만 듣는 것은 영화 전체를 안 보고 클라이막스만 보고 영화 봤다고 얘기하는 거라고도 하고. 키스 씬이나 러브씬만 보고 멜로 영화 다 봤다고 말하는 짓이라고도 하고. 큭큭”

 

  무진이 현금이가 말하는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배원형이 돌아와서 제작한다고 옛날로 들어갈 수는 없어.”

 

  무진의 목소리를 조용하지만 냉랭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제작 멤버들과 앨범을 내놓을 시기가 다가오다 보니 예민해 있는 것 같았다. 현금이는 순식간에 한 발짝만 움직여도 갈라질 것 같은 빙판 위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진은 당황해서 입도 뻥긋 못하는 현금이를 보면서 자신이 이 분위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진은 말없이 사무실 오디오 쪽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서 씨디를 꺼내 조심스럽게 플레이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현금이는 무진이 이번 새 앨범의 나머지 수록곡들을 현금이에게 들려주려고 씨디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석양이 지는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늘 너에게 전화를 해서,

  네가 얼마나 외로운지 나한테 말하라고 해.

  너는 ‘내가 외로움에 무너져 내릴 때 내 주위에 있어줄래’라고 말해.

  너는 웃으며 울음을 삼켰었지.

  나는 너에게 달려갔어....‘

 

  그런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광속‘의 첫 번째 앨범 수록곡이었다. 현금이가 ’광속‘의 노래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조금 전에 두 사람 사이에서 감돌던 싸늘함이 사라졌다. 현금이가 무진을 보면서 말을 했다.

 

  “보기보단 눈치가 빠르세요. 나 이 노래 제일 좋아하는데.”

  “내가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은 다 눈치 때문이지.”

  “근데 왜 콘서트에선 정규 일 집 노래를 잘 안 부르는 거에요? 그거 알아요? 지금 까지 ’광속‘ 발표한 곡이 거의 삼 십 곡 쯤 되는데 그 중에 일 집 노래들이 제일 좋은 거.”

  “그 땐 ’광속‘이 인기를 끌었던 때도 아니고. 한 그룹이나 가수가 신곡 위주로 활동 안하고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 되.”

  “수입에 도움이 안 된다고요?”

  “응. 너 같은 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새롭게 신곡을 듣고 유입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데 난 가수는 신인이거나 막 뜨기 시작할 때 노래들이 좋더라고요. 성공한 다음 발표한 노래들보다. 근데 꼭 콘서트에 가면 최신곡이랑 뜨고 난 다음에 부른 노래들 위주로 해서 실망하곤 한다니까요.”

 

  무진이 이해해달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현금에게 다가와 가볍게 어깨를 안았다.

 

  “만약 내가 ’아틀라스‘의 실제 주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뭐라 할까?”

 

  무진이 콕 집어서 회사 일에 대해서 말해준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현금이의 마음 속에서 무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 분요?”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틀라스‘는 다른 데랑 분위기가 달랐으니까 대중들은 놀라겠죠. 근데 의외로 사람들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남 일이니까?”

  “왜 이 쪽이 회사 사장이 누군가랑 주먹질하며 싸웠다든가, 깡패들한테 맞았다던가, 하는 소문이 몇 년에 한 번씩은 돌잖아요.”

  “그렇긴 하지.”

  “아! 기억나는데 있다. 슈팅스타 컴퍼니던가....”

 

  현금이의 말을 듣고 있던 무진의 눈이 커졌다. 슈팅스타 컴퍼니는 무진이 이 바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장훈제가 하던 회사였다.

 

  “니가 그 일을 어떻게 알아?”

  “그 때 내가 그 회사가 있던 동네 음식점에서 서빙을 했었거든요. 얘기 좀 들었죠.”

  “그 회사 사장이 내 고향 선배고 잘 아는 사이야.”

  “아....”

 

  무진은 그 일이 있은 다음 몇 년 후 장훈제가 자살한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내가 결혼 하지 않을 것 알면서 넌 왜 나랑 이러는 거니?”

  “나도 결혼할 생각 없어서요. 그냥 대표님이 좋아요.”

 

  현금이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금이는 자신의 방으로 혼자 돌아오면서 쥐뿔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잘 나서 성공할 타입도 아닌 주제에 결혼을 우습게 아는 것은 만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진과의 관계는 사치였다. 맨날 십 만원 짜리 핸드백을 들던 애가 이 백 만원 짜리 핸드백을 든 기분도 들었다. 무진이 명품 백처럼 비싼 가치가 있는 남자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런 경험 자체는 현금이 자신에게 어울리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 경험인지 규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 후, 하종근은 뜬금 없이 불쑥 사무실에 나타났다. 아무리 제각각이라는 연예 업계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하종근은 ’아틀라스‘ 사무실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틀라스 사무실 사람들이 평범하고 서민적이라고 한다면 하종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걸쳤고, 외국계 무슨 펀드나 투자 회사에서 수 백 억원을 주무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주먹계의 보스 같은 느낌도 풍겨서, 대낮 사무실 보다는 한 밤의 가라오케 룸이 더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그런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종근은 최대 투자자이므로 ’아틀라스‘의 일상에 마음대로 끼어들 수 있었다. 그 날 하종근은 하수인인지 변호사인지 알 수 없는 사람과 나타나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변호사는 사무실에 반나절 정도 매일 머무르면서 업무를 챙겼고, 하종근은 이틀에 한 번 정도 나타났다.

  사무실 사람들은 겉으로는 일에 집중한 척을 했지만 얼마 동안 당혹해하는 것이 현금이 눈에 보였다. 현금이 역시 하종근의 등장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하종근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하종근이 ’아틀라스의‘ 실질적 대표이고 차무진은 실무자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었다. 사무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진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무터 같이 해온 사람이었으므로, 무진이 직원들을 속여왔다기 보다는 막대한 자본금이 드는 사업을 하다 보니 벌어진 일로 생각했다. 하종근이 막후에서 경영을 해온 실력자라 생각하는 사람도, 차무진이 업계에 가끔 있는 ’바지사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쨌거나 이제 하종근은 선수 유니폼만 있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도 나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셈이었다. 그렇지만 필드에서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광속소년대‘의 정규 삼 집과 관련된 스케줄은 이미 확정된 상태여서 하종근이라도 손을 댈 수는 없었다. 매니저나 사무실 직원들도 똘똘 뭉쳐서 무진을 중심으로만 움직였다. 하종근은 아무런 영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사라질 것 같았다. 현금이는 하종근과 사무실 직원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감상했다. 하종근이 사무실 직원들의 협동관 단결에 의해 아무 일도 못하는 모습을 볼 때, 현금이는 살짝 통쾌한 기분이었다. ’광속소년대‘가 사람들의 무시를 딛고 처음 대세로 떠올랐던 시절 본인과 익명이들이 느꼈던 희열이 떠올랐다. 가요계의 정의를 실현했다고 외치는 익명이들과 모니터로 대화를 나누고 키득거리면서 지낸 여러 날의 밤들이 현금이의 눈앞에 지나갔다. 그런데 현금이가 현실을 잊고 하종근을 비웃어 줄 수 있었던 시간은 너무 짧았다.

 

  현금이가 막연하고 유치한 정의감에 빠져 있는 사이, 하종근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일부터 손을 대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빠순이들이 앨범 살 돈을 쪼개서 포토북을 살지도 모른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포토북 제작을 취소하라는 지시를 조 이사에게 내렸다. 조 이사는 현금이를 자신의 책상 앞으로 불렀다.

 

  “서현금씨, 포토북 말이야. 하 회장님은 안 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신 것 같아.”

 

  조 이사가 말하는 순간 현금이의 머릿 속엔 ’너는 웃으며 울음을 삼켰지‘라는 ’광속‘의 노래 구절이 종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현금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조 이사의 말은 자신의 첫 전문 스튜디오 촬영과 사진집의 출간 기회가 함께 날아가 버렸다는 소리였다. 현금이는 그 동안 자기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을 모르고 게임 관전이나 하고 있던 셈이었다. ’실망스럽고 재수 없는 일이야 언제나 있는 법이야.‘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조 이사가 현금이를 다시 불렀다.

 

  “이미 포토북 사진 오십 퍼센트는 나와 있는 거지?”

  “네.”

  “다시 진행해.”

  “스튜디오 이미 취소해놨는데....”

  “스튜디오 촬영은 힘들 거 같고, 모래에 있는 애들 뮤직비디오 촬영 모습을 찍어. 촬영 과정을 찍어도 좋고 틈틈이 애들 따로 불러서 포즈 잡고 찍어도 되고.”

  “에?”

  “그리고 촬영 끝나면 ’브레인 맵‘으로 아예 출근해서 니가 책을 만들어 갖고 와.”

  “구지 갈 필요 없이 웹하드에 넣어 놓고 출판사 쪽이랑 이야기 하면서 작업해도...”

  “회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

 

  조 이사는 현금이가 질문하는 것이 귀찮은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버렸다. 현금이는 스튜디오 촬영이 날라간 것은 아쉬웠지만 일단 책이 다시 나온다고 하니 기쁘긴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몇 분 후에 무진으로부터 ’팬들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내가 설득했음.‘이라는 문자가 날라왔다.

 

  하종근이 나타나고 얼마 동안 사무실 조직은 이전과 변화가 전혀 없었으나, 점점 균열의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여직원 한 명이 사무실 상황에 불안을 느끼고 사표를 냈다. 그 일 자체는 사무실을 술렁이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 녀는 사무실에서 유독 얄밉게 처신을 해서 여러 사람의 눈 밖에 나 있었다. 심지어 조 이사는 앓던 이가 빠지는 것처럼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퇴사 처리는 바로 처리되어서 곧바로 그 녀는 짐 정리를 했다. 그 녀는 회사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소지품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사무실 밖 복도에서 친한 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사무실 문을 열어 놓은 채 현금이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새로 사람 뽑는 다는 공고, 올렸나요?”

  “아니. 이러다가 자기 일까지 내가 맡는 거 아냐?”

  “아닐 껄요. 포토 있잖아요. 대표님이 걔를 내 자리로 밖아 두시겠죠.”

  “맞다. 킬킬. 근데 진짜 그렇게 되면 나도 회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런 꼴 보이면 잘 생각해 봐야죠. 가족이나 지인이 설치는 데 치고 제대로 된 데는 없으니까요. 전 원래 바꾸려고 준비해왔던 거고요.”

 

  저 두 사람이 현금이와 무진의 관계를 안 다는 것은 회사 안의 모든 사람이 안 다는 소리였다. 현금이는 이렇게 된 상황이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다만 현금이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아틀라스‘ 분위기에 작은 흠집을 내고 있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난감했다.

  현금이를 포함한 빠순이들에게 ’아틀라스‘는 ’광속소년대‘를 만들어낸 모태, ’광속‘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광속‘이 메이저 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칼군무라는 새로운 스타일과 노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듯이 ’아틀라스‘ 사무실 역시 대표의 특수관계인이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전횡을 일삼아서는 안 되었다. 그것은 빠순이들의 믿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물론 ’배원형‘의 노래 가사와 같은 지고지순한 현실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쯤은 빠순이들도 알았다. ’아이돌 가수‘ 역시 이미지를 파는 상품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다. 이미지와 실제를 착각하면서 벌이는 행동들이 타잍들에게는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속‘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음악 자체를 듣지 않는 인간이거나, 들어도 선입견을 갖고 듣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나누는 형식논리에 갖혀있는 인간이거나, 괴상한 멜로디만이 창작이라고 여기는 극단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광속‘의 음악이라는 마법을 모르는 세속적인 사람들, ’머글‘일 뿐이었다. ’머글‘들과 ’광속‘을 응원하는 사람은 달라야만 한다고 현금이는 생각했었다.

 

  현금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도심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모퉁이의 화장품 가게에서 ‘아틀라스’의 신곡이 들려왔다. 예상대로 가요프로그램에서 일위도 했지만 아쉽게도 연속 이 주 정상의 자리를 지키지는 못하고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보통 가수가 앨범을 내면 두 달 정도는 활동을 하는데, 이번에 ‘광속’의 정규 삼 집 활동은 한 달 반만 했다. 정규 삼 집이 발표되고 난 후, 첫 주에 팬덤이 공고하다고 말할만한 판매량이 나왔다. 일단 성공은 한 셈이었으나, 첫 주 앨범 판매량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던 ‘광속’의 마법은 옅어져가고 있었다.

  십 오 년이 넘는 기간동안 아이돌을 지켜봐온 현금이는 한 번의 부진이 꼭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고 생각했다. 흥행이란 오묘해서 완전히 엔진이 꺼진 가수가 아니라면 새로운 명곡을 만나면 다시 뜰 수도 있었다. 다만 현금이는 이미 ’광속‘의 자기장에서 빠져나와 머글이 되어 있었다. 현금이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차무진이라는 사람의 자기장 안에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현금이는 이 자기장이 은근히 강력해서 언제쯤 어떻게 깨어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9 제 23 장 (1) 2019 / 9 / 17 303 0 5150   
28 제 22 장 2019 / 9 / 17 277 0 1997   
27 제 21 장 2019 / 9 / 17 275 0 5683   
26 제 20 장 2019 / 9 / 17 269 0 9160   
25 제 19 장 2019 / 9 / 17 317 0 3348   
24 제18 장 2019 / 9 / 17 286 0 4484   
23 제 17 장 2019 / 9 / 17 279 0 3869   
22 제 16 장 2019 / 9 / 17 276 0 6180   
21 제 15 장 2019 / 9 / 17 301 0 2871   
20 제 14 장 2019 / 9 / 17 282 0 7151   
19 제 13 장 2019 / 9 / 17 302 0 8814   
18 제 12 장 2019 / 9 / 17 287 0 7046   
17 제 11-2 장 2019 / 9 / 17 281 0 3699   
16 제 11-1 장 2019 / 9 / 17 257 0 4195   
15 제 10 장 2019 / 9 / 17 279 0 3003   
14 제 9 장 2019 / 9 / 17 289 0 5378   
13 제 8 장 2019 / 9 / 17 293 0 4456   
12 제 7-2 장 2019 / 9 / 17 289 0 3877   
11 제 7-1 장 2019 / 9 / 17 278 0 2843   
10 제 6 장 2019 / 9 / 17 272 0 6608   
9 제 5-2 징 2019 / 9 / 17 282 0 5062   
8 제 5-1 장 2019 / 9 / 17 276 0 5738   
7 제4장 2019 / 9 / 12 279 0 4850   
6 제3-2장 2019 / 9 / 12 264 0 6023   
5 제3-1장 2019 / 9 / 12 291 0 4106   
4 제2-2장 2019 / 9 / 12 256 0 5621   
3 제 2-1 장 2019 / 9 / 12 261 0 3797   
2 제1-2 장 2019 / 9 / 12 276 0 5049   
1 제 1-1 장. 2019 / 9 / 12 426 0 40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스윙 - 그해 우리
톰과제리2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