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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18 장
작성일 : 19-09-17 21:03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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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 장

 

  현금이가 무진의 숙소를 처음 갔던 날 이후 지난 열흘 남짓 동안, 무진과 현금은 따로 회사 밖에서 만나지 않았고 전화로 이야기를 주고받지도 않았다. 현금이는 무진의 연락을 기다렸었다. 따로 저녁에 만나자고 연락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분명 현금의 눈에 무진은 다른 때에 비해 긴장을 한 듯 보였고 늘상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회사 사무실에 들렀다. 현금이는 이런 때는 자신이 하던 일에나 신경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현금이는 포토북에 들어갈 사진촬영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든, 자신의 방에서든 닥치는 대로 사진집과 다른 가수들의 포토북을 봤고 뮤직비디오와 영화도 봤다. 현금이는 그러다가 지난 십 년 간 자신이 사진을 찍기 위해 해온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뮤직 비디오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리 특별할 일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그냥 피곤을 날려버리기 위해 생각 없이 봐 넘겼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가면서 영상을 보았고 때때로 기록도 해두었다. 지난 십 년간 사진과 관계가 전혀 없는 일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보니 여유가 없었다면, 정작 ‘남자 아이돌’의 얼굴이나 무대를 기계적으로 찍는 것 말고는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색과 빛에 대해서, 유행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전시회장만 해도 대학 수업 숙제로 가본 이후 한 번도 전시장을 찾은 적이 없었다. 현금이는 처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을 기억 속에서 다시 떠올려봤다. 아이스크림 위에 콜라를 부으니 작은 컵 위로 용암처럼 거품이 솟구처 올랐었다. 현금이는 휴일 오후 집에서 보배가 만든 파르페를 화산처럼 보이게 찍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순간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사라져 가는 골목의 집들....

 

  토요일이라고 밤새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보다가 새벽에 잠이 들다 보니 현금이는 정오가 다 되어 눈을 떴다. 작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너저분한 이불과 생활도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현금이는 지난 밤에 어질러놓은 책상을 치우고 빨래 같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현금이의 핸드폰이 진동을 했고, 발신자는 보배였다.

 

  삼 십분 쯤 후에 현금이는 집 앞에서 보배의 스포츠 카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런데 자동차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현금이는 애잔한 감정을 느꼈다. 세 달 전에 현금이가 '광속소년대'를 쫓겠다며 몰고 나갈 때는 몰랐는데, 보배의 스포츠카는 오래된 모델이라서 유행에 뒤쳐진 느낌이 들었고 꾀죄죄해 보였다. 몰락한 여배우가 보석만 박혔을 뿐 유행도 지나고 좀이 슬은 옷을 옷장에서 꺼내 입고 나온 것 같았다. 딱 그 주인을 보여주는 자동차였다. 현금이는 그 차를 보는 순간, 교도소에 있는 엄마와 거처 없이 떠돌고 있는 아빠, 방 한 칸 얻는 것도 버거워하는 자신 보다 언니인 보배가 더 걱정스러워졌다. 효준이를 당장 데려 온다고 해도 키울 환경이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보배는 커다란 보스턴 백에 현금이의 겨울옷을 넣어 가지고 왔다.

 

  보배와 현금이는 근처 빵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커피를 앞에 놓아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어제 집에 들어왔니?“

  ”응?“

  ”내가 차 몰고 가다가 며칠 전 밤에 잠시 들렸었어. 근데 창문에 불도 꺼져 있고, 고시원 총무한테 물어봤더니 안 들어왔다고 하더라.“

  ”날 만나고 싶었으면 전화를 할 것이지 왜 남의 집 염탐을 해?“

  ”왜 화를 내니?“

 

  보배가 기분 나쁘게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을 했다.

 

  "언니, 그 남자랑 혼인신고 한 거야?"

  "새삼스럽게 뭘 묻고 그러니. 현찰이가 그 사람 잘 따라."

  "현찰이 런닝머신은 어떻게 됐어?"

  "빈 방 있어서 거기다 뒀어. 우리 집 짐도 당분간 거기에 둘 거고. 근데 넌 방 구한다고 하더니 아직도 고시원이니?“

  "사무실이 바빠서 그래. 소송은 어떻게 돼가?"

  "다음 주에 확정될 거야. 최대치는 이 년이고."

  "엄마 소송 말고 언니 꺼. 효준이 데려오는 거."

 

  보배의 옛 시댁 쪽에선 보배가 효준이를 맡아 키우면 안 되는 이유로 보배의 '부도덕하고 방탕한' 사생활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보배는 남자 친구와 법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물론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소송에 불리한 정황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었다. 분명 저 쪽에서는 보배가 새로 결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모두 효준이를 돌려주지 않으려는 근거로 잘도 써먹을 것 같았다.

 

  "진행 중이야. 엄마는 만나 봤니?"

  "두 번 더 갔는데 엄마가 안 만난다고 했어."

  "엄마가 너 안 보려하는 것은.... 너 어떻게라도 살아보려 하는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 같아서 싫어하시는 거야."

  "그 소리는 됐어."

  "된 게 아니라... 엄마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잖아."

  "어쩌라고?"

  ”니가 우리 집 기둥 노릇을 해야지.“

 

  보배는 현금이의 지갑을 물끄러미 보면서 프렌치 네일로 장식된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톡톡쳤다. 장화숙의 재판은 결국 국선변호인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현금이는 이미 영치금으로 쓸 돈을 보배에게 보냈고, 아버지, 서달수에게도 약간의 돈을 보냈었다. 그런데 보배는 계속 돈이 부족하다고 호소를 하고 있었다.

 

  ”나 돈 없어.“

 

  현금이가 딱 잘라 말했지만 보배는 싫은 기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현금이가 보배를 째려보았으나 얼굴이 두꺼운 보배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금아. 사장님은 너한테 잘 해주시지?"

 

  현금이는 포토북 맡은 일에 대해서 말한 적은 있어도 사무실 사람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다. 보배가 이런 식으로 사람 관계에 대해 넘겨짚어서 말하는 것은 보배 나름의 ‘기술’이었다. 여기서 현금이가 정신을 놓고 있다가 차무진과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힌트를 준다면 보배가 쳐놓은 덫에 빠지는 셈이었다.

 

  "난 이사님이랑 일해. 사장님은 매니저들이랑 바깥으로만 돌고."

  "그럼 이사님이랑 좋은 사이이구나.”

  “아..... 진짜.”

  “내가 알아보니 '아틀라스' 일단은 괜찮더라. 사장이 조폭출신도 아니고, 월급도 안 밀린다 하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거기 사장은 뭘 해서 회사를 일으켰대? 금수저 출신?“

  ”자수성가한 사람이거든. 매니저 출신이고.“

 

  보배가 작은 목소리로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매니저 월급을 모아 연예인을 키웠다고? 훗훗,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네. 강남에서 술집 체인점을 한 것은 아니고?“

  ”뭐?“

  ”애초에 돈 나온 구멍이 뭐였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한테 포토북 일까지 맡긴 회사인데 관심 없어? 회사는 너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은데.”

  “....”

  “근데 회사가 뭘 믿고 너한테 일을 맡겼냐? 그런 일은 경력이나 스펙 있는 애들이 하는 건데.“

  ”나도 열심히 찍어왔고 잘 하거든.“

  ”너만 열심히 해온 거 아니잖아? 근데 갑자기 너한테 그 일이 떨어진 거 좀 배후가 있는 거 아냐?“

 

  보배가 현금이 약을 올리고 있었다.

 

  ”포토북 내는 거, 별 거 아니야. 무슨 예술이 아니라 그냥 위에서 시키는 컨셉으로 찍으면 되는 일이야. 그래서 내가 어찌하다 보니 맡은 거야. 그리고 우리 회사 작지만 알찬 회사야. 다른 회사 대표들이랑 다르다고.“

  ”그렇게 잘난 남자야? 너한테 관심 없데?

  ”언니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뭐가? 후후.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조언 하나 던지자. 남자 새끼 중에 제일 질이 나쁜 새끼는 말이야, 그거 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새끼야.“

  ”결혼?“

  ”아니 섹스.“

 

  보배는 현금이에게 천금을 주고도 못 얻을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인생 선배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배가 설교를 하듯 말을 이어갔다.

 

  ”그거 후에도 엇비슷하게 잘 해주고 그거도 계속 하는 새끼는 여자를 조금은 생각 한다고 봐도 돼. 한 번 하고 쌩 까는 새끼 만났다면 똥 밟은 거고. 여튼 결혼 약속을 받아낼 까지 섹스는 안 하는 게 가장 좋아. 그냥 꼴리는 대로 하면 너만 손해 보는 거야. 결혼이 안 되면 사실혼의 관계를 만들던가.“

  ”새겨들을게.“

 

  들어둔다고 해서 해가 될 말은 아니었지만 현금이는 보배의 말이 듣기 싫어서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한숨을 쉬듯 대답을 해버렸다.

 

  ”넌 너무 고상을 떨어, 이년아. 너도 그 남자와 오래 갈래면 잘 생각해야 할 거야. 어쨌거나 운 좋은 것들은 따로 있다니까. 호호.“

 

  보배는 더는 할 말이 없는지 핸드백을 집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배와 헤어진 후, 현금이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방을 구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데 현금이 핸드폰이 진동했다.

 

  ”나 곧 나가서 새벽에 들어올 거야. 내가 없을 때 작업하는 게 편하다고 하지 않았나?“

  ”밤에 좀 찍다가 새벽에 돌아오면 되겠네요.“

  ”좋을 대로. 올 거지?“

 

  현금이는 무진에게 짐을 챙겨서 곧 가겠다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현금이는 캠핑에 가는 사람처럼 카메라와 다른 촬영 장비, 노트북, 침낭까지 등에 짊어진 채 무진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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