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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 13 장
작성일 : 19-09-17 20:57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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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3 장.

 

  현금이가 경찰서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 있었고, 민원실의 업무시간은 끝나 있었다. 다행이 로비엔 순경이 안내 데스크에 나와 있었다. 현금이는 그 경찰에게 면회 신청을 한 다음 현금이는 심한 피로를 느껴서 로비에서 뉘어 놓은 캐리어를 깔고 앉았다. 경찰서 안 쪽에서 어떤 여자가 대성통곡을 하며 나오고 있었고, 두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바깥에서 경찰서 안으로 들어왔다. 현금이의 하루처럼 소란스럽고 정신 사나운 밤이었다. 현금이의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구겨졌으면 얼굴은 초췌했다. 현금이는 경찰서 로비에서 여전히 그 날 하루가 믿기지 않는 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던 하루의 종착점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현금이에게 엄마, 장화숙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은 존재였다. 가족들은 장화숙이라는 폭탄 주위에서 조용히 숨 쉬며 살아가야 했다. 현금이는 평범하게 한 자리에서 장사하지 않고 늘 이상한 방법으로 사업을 하려 드는 엄마에 대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원망을 하고 있었다.

  십 일 년 전 가을 날이었다. 고 삼이었던 현금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장화숙이 짧은 머리의 남자들과 경찰차를 타고 사라진 졌었다. 짧은 머리의 남자들은 형사들이었다. 엄마, 장화숙은 그 날 이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방 세 개인 집에서 살던 현금이 네는 방 한 칸짜리 집으로 이사를 갔다. 하나 뿐인 방안에선 현금이와 보배가 잤고 거실에선 아빠인 서달수가 잤다. 당시 집으로 빚쟁이들이 찾아와서 경제적으로 힘들었었다. 그래도 보배가 모델 대회에 나가 턱걸이라도 입상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해서 숨통이 트였다. 큰 돈은 못 벌었지만 보배가 벌어온 푼 돈으로 서달수는 집안을 꾸려나갔다. 현금이는 졸업을 하자마자 기숙사가 있는 화장품 공장의 생산직에 들어가면서 집에서 나왔다. 당시엔 이 년만 그렇게 살고 다시 엄마가 돌아오면 집으로 돌아가 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년 후에 장화숙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현금이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후 쭉 뜨내기처럼 옮겨 다니며 살았다.

 

  장화숙과 현금이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때는 현금이가 집 밖에서 살기 시작한 때부터 였다. 남편과 보배는 교도소에서 나온 장화숙을 기다리며 집을 지켰는데 서현금은 집에 없었다. 장화숙은 둘째 딸을 사랑했지만 자신과는 다른 현금이에게 마음의 벽을 느껴왔었다. 장화숙은 자신은 최선을 다해 가족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왔는데 현금이가 그런 자신을 너무 몰라준다고 생각했다. 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장화숙은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준 보배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현금이는 지난 십 년 동안의 시간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학생, 까페 종업원, 생산직 단기 사원, 회사 경리, 애로 영화 카메라 스태프, 콜센터 직원 등의 일을 하며 지내왔다. 해온 일의 가지 수 만큼이나 여러 번 집도 옮겨야 했다. 성인이 되었으니 독립을 해야겠다는 대단한 명분 따위는 없었다. 분명 현금이는 장화숙과 한 집에서 살기 싫어서 나온 것은 맞지만 무엇이 현금이를 그렇게 오래 도록 떠돌게 했는지 자신도 분명하게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전의 순경이 복도 안쪽에서 걸어나와 현금이에게 왔다.

 

  "장화숙 씨, 면회 안 하신답니다."

  "딸인데 왜 그러실까요?"

  "본인 뜻입니다."

  "저기 한 번만 더...."

  "면회 시간 끝났습니다."

 

  현금이는 실망한 채 돌아서서 서성였다. 결국 현금이가 뒤늦게 경찰서로 달려왔지만 보배의 말만 확인한 셈이었다. 삼 일의 휴가 중 하루가 가고 있었다.

  현금이는 허무하게 경찰서를 떠나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경찰서 온 김에 자신에게 온 고소장에 대해서 물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경찰이 조사를 시작해야 자신의 누명이 벗겨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현금이는 고소장을 받기는 받았지만 어디서부터 무얼 시작해야하는지 도대체 감이 안잡혔다. 현금이는 다시 로비에 나와 있는 경찰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제 앞으로 고소장이 왔는데 이거 완전 잘못 된 거 같아요. 조금만 조사해보시면 당장 알 수 있거든요. 은행 현금인출기의 씨씨티브이만 뒤져 봐도 금방 나올 거에요. 경찰이 당장 조사해 주시면 안 될까요?"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기다리세요."

  "경찰 면담 더 빨리 당길 수 없나요? 빨리 조사 받아서 빨리 고소당한 입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래요."

 

  경찰이 현금이를 한심스럽게 처다 보다가 마지못해 물었다.

 

  ”무슨 사건이신데 그러세요?“

  ”인터넷이랑 에스엔에스로 의류를 판다고 해서 돈만 받고 물건을 안 보내줬어요.“

 

  현금이의 말을 듣고 있던 경찰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컴퓨터로 무언가 확인을 하더니 말을 했다.

 

  “요즘 에스앤에스 범죄 특별단속기간이라 다른 사건에 비해 경찰이 빨리 수사 시작할 겁니다. 작은 것이라도요. 그러니까 독촉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수사에 협조 잘 해주시면 됩니다."

  ”네.“

 

  안 물어본 것 보다는 나았지만 딱히 현금이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 주는 말은 아니었다. 현금이는 경찰서를 나가려고 짐을 챙겨들고 있었다. 그런데 키는 크지 않으나 스포츠형 머리에 팔뚝이 굵은 중년 남자가 현금이 앞을 가로 막고 섰다.

 

  "서현금 씨, 특별수사대, 장화숙 씨 사건을 맞고 있는 형사 오주복입니다. 참고인 조사 일정을 잡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참고인 조사요?“

  ”보통은 경찰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데 마침 오셨다고 하니까 여쭤보는 것입니다.“

  ”저 내일은 회사 쉬지만 그 다음엔 주중엔 회사에 있습니다.“

  ”혹시 지금 조사에 응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지금 응하면 경찰 조사는 다 끝나는 것인가요?“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것이 더 발견되면 다시 나오시라는 연락이 갈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 시간이 되니까 가보죠.“

 

  현금이는 오 형사를 따라 '특별수사대'라는 작은 안내판이 붙은 방으로 따라갔다.현금이가 책상 앞에 앉자, 형식상 간단한 신원확인 절차를 했다. 그리고 오 형사가 카메라 한 대를 꺼내 놓았다. 그 카메라는 현금이가 아빠. 서 달수에게 빌려준 것이었다.

 

  "이 카메라, 본인 것 맞습니까?"

  "예. 제 것인데 엄마한테 쓰시라고 드렸습니다."

  "이 카메라 안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봤습니까?"

  "아니요."

 

  오 형사가 사진 몇 장도 서랍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이 카메라 메모리 안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입니다."

 

  현금이가 카메라를 넘겨 줄 때, 카메라 하드의 '보관함'에 남아 있던 사진은 없었으니, 그 이후에 찍은 사진인 듯 했다다. 사진 속 현대적 느낌이 물씬 나는 고층 아파트 거실은 장화숙의 청담동 집이었다. 소파에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 남자의 무릎 위엔 중년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모 대학 최고 경영자 모임에서 만난 사이였다. 남자는 고위 공무원이었고 여자는 장화숙이었다. 두 남녀가 음식점이나 공원에 가서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또 시골 공터에 있는 컨테이터 창고 사진도 있었는데, 현금이는 그 창고 사진을 보자마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창고 안에는 철지난 브랜드 옷들이 쌓여 있었을 것이었고, 장화숙은 그것을 미끼로 돈을 빌렸을 것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을 것이었고 그러다가.... 현금이는 괴로웠다.

 

  "본인이 찍었습니까?"

  "제가 안 찍었습니다."

  "그럼 누가 찍었습니까?"

  "모릅니다."

 

  오 형사가 현금이의 얼굴을 비스듬히 쏘아보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 형사는 직업상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을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했다. 현금이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여유 있고 당당하게 형사와 맞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보니 자신이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그날 알았다.

 

  "청담동, 이 주소에 살고 계십니까?"

  "아,니요. 친구 집에서 방 한 칸, 월세로 삽니다. 집엔 가끔 들르고요."

  "** 방송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셨다면서요."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서요. 사무실이요."

  "왜 회사를 옮기셨죠?"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형사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사항에서 대해서 이리저리 물어 보면서 현금이의 실수를 유도하려 드는 것 같았다.

 

  "남의 사생활을 찍는 것도 범죄에 해당합니다. 이 사진에 대해서 할 말 있으신가요?"

  "제가 안 찍었습니다."

 

  오 형사가 명백히 위협을 가하는 말투로 말을 한다거나, 자신이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 형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냥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숨이 막혔고, 경찰이 모르는 범죄까지 죄다 털어놔야만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거의 열시에 다다랐다.

 

  "이 사진이 찍힌 시간에 여기에 없었어요. 저 가도 되나요?"

 

  오 형사가 대답을 안 하자, 현금이가 갖고 다니던 회사 명함을 꺼내서 오 형사 앞에 놓았다. 현금이가 오 형사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최대한 사무적인 태도로 방을 빠져나가는 것 뿐이었다.

 

  현금이는 경찰서 로비로 나오자 전화가 진동을 했다. 발신자는 무진이었다. ‘맞다. 전화 해준다고 말해 놓고 못 지켰다!’ 기다리다가 화가 나서 전화를 한 것이 틀림 없었다.

 

  ”어디세요?“

  ”아, 그러니까 대표님. 제가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그랬습니다. 평소엔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하필이면....“

  ”어디에 있냐니까?“

  ”.... 경찰서 로비요.“

 

 

  무진이 ** 경찰서 마당에 도착했을 때, 현금이는 그날 저녁에 전화 답신을 제 때 못해 준 것이 미안해서인지 무진을 보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현금이는 여행용 캐리어에 잔뜩 물건을 담아 가지고 다니다가 경찰단속에 걸린 잡상인처럼 꾀죄죄하고 지쳐 보였다. 무진은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사람이 변했는지 진심 궁금해졌다.

 

  "여긴 왜 온 거야? 이 가방들은 뭐고?"

  "이삿짐이요. 새벽에 집에 들어가 보니 룸메 언니가 나 몰래 집 팔고 나가버렸더라고요. 그리고 연락 두절이에요.“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거 아니었냐?“

  ”룸메 언니랑 둘이 살았어요.“

 

  무진은 전날 밤에 현금과 ‘광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현금이가 가까운 사람이라는 느낌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무진은 현금이 룸메이트와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이 현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긴 말 없이 두 사람은 근처 까페로 옮겨갔다. 현금이는 무진에게 그 날 일어난 일들을 다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진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

 

 

  ”일단 경찰서엔 왜 간 거야?“

  ”아.....“

 

  현금이가 경찰서에 간 이유는 고소장을 받아서가 아니라 엄마, 장화숙을 만나기위해서였다. 그런데 엄마와 관련된 집안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대로 밝히려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대충은 밝혀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야기가 아주 길고 복잡한데요. 경찰서 유치장에 지금 식구가 있어요. 만나러 갔는데, 만날 사람은 못 만나고 복도에서 형사를 만났어요.“

  ”형사?“

  ”저보고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사무실에 따라 가서 묻는 질문에 대답하다 왔어요. 참고인 조사도 앞으로 한 번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현금이가 자신이 관리를 맡고 있는 연예인이었다면 끝까지 집안 사정을 물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서현금은 연예인처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사무실 직원일 뿐이었다. 무진은 남의 집안 일에 대해서 더 묻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진은 현금이의 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하. 형사가 니 친구냐? 왜 형사가 구인장도 안 내미는데, 따라가냐?“

  ”형사니까.... 따라간 거죠.“

  ”아....“

 

  현금이이 말을 듣던 무진이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저 실은 또 다른 일로 고소를 당한 일도 있고요. 안 간다고 거부했다가 찍히면 더 혼나는 거 아닐까요?“

  ”야. 형사가 학교 선생님들인 줄 아냐? 너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생각은 눈꼽 만치도 없고, 십 중 팔구는 자기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인간들이라고요. 참고인 조사는 거부할 수 있어. 니가 원하는 시간에 나갈 수 있다고.“

  ”몰랐네요.“

  ”아무 준비 없이 나갔다가 형사가 던지는 미낄 잘 못 물으면 너만 뭐 되는 거야. 그런 일이 있으면 당장 변호사를 찾아 가야지.“

 

  하지만 무진의 ‘변호사’라는 말에 현금이는 금방 눈빛이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무진은 그런 현금이의 표정 변화를 재빠르게 눈치로 읽어냈다.

 

  ”또 고소를 당했다는 건 무슨 일이야?“

  ”제가 ‘린의 날개’에서 물건을 판다고 돈만 받아 놓고 물건을 안 보내줘서 고소를 당했어요. 고소장을 언니가 받아서 오늘 오후에 전해줬어요.“

 

  무진은 조 이사로부터 현금이의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들었던 말들이 희미하게 기억이 났다.

 

  ”..... 하필 제가 고소장을 어제 받았거든요. 집 주소가 엄마 집으로 되어 있다보니 언니가 들고 와서 전해줬어요.“

  ”고소한 쪽은 어디야?“

  ”피해자들이 모여서 대표자를 내세웠어요.“

  ”변호사 당장 필요하네.“

  ”전 안 했어요. 전 사진집만 팔았고, 옷은 룸메 언니가 물건 띠어와서 팔았어요. 근데 돈이 입금되는 통장이 제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절 고소한 거고요..“

  ”어이쿠! 이러니 변호사가 더욱 필요한 거지. 그런데 너 상식이 있는 거냐?“

 

  현금이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얼굴을 못 들 지경이었다.

 

  ”없는 거죠. 원래 사진집을 먼저 팔기 시작하면서 쓰던 통장을 쭉 쓴 거에요. 옷 판 돈도 거기로 들어왔어요. 지금도 종이 통장은 재희 언니가 갖고 있을 거에요. 저는 카드로만 관리했고요.

  "은행이 남이랑 통장 같이 쓰지 말라, 명의 빌려 주지 말라고 공익 광고하는데....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이 사기 치는 걸 왜 몰랐지? 소비자들이 사이트 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올리고 그랬을 텐데.”

  “콜센터에서 일 할 때도, ‘아틀라스’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에도 제가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팬 페이지 관리는 사실 언니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룸메 언니가 제 팬페이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물건을 파는 줄 몰랐어요. 다른 사이트에서 벌어진 일은 제가 알 리가 없었죠.”

  "그렇게 해서 니 룸메가 먹은 돈은 얼마라는 거야?"

  "삼 백이요.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오늘 오후에 알아서 경황이 없었어요. 근데 변호사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최소 몇 백이 들 거 같은데 저한테는 너무 큰 돈이고. 사실 저희 집 식구는 국선 변호사로 때우고 그냥 판사가 판결 내리는 대로 살겠다고 하고.“

  ”생각해 보니, 너나 집안 일이나 경찰 입장에서 보면 큰 사건은 아닐 수도 있을 거 같다. 참고인 조사하면서 너를 엮어 넣을 것 같지는 않은데. 팬구즈 말고 집안일 건만으로도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좋을 거야. 우리 회사 일을 상담하는 변호사도 있지만, 일단 만나서 상담하는 데만도 십 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거야. 그거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두 세 곳 상담 받아 보는 게 어때? 그 다음 변호사를 결정하든가, 아니면 그냥 가든가 결정하는 것은.“

 

  현금이는 무진의 말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일만 해도 아무 것도 안 하고 기다리다가 나라의 처분만을 바란다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현금이는 무진과 이야기를 하면서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잡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 무진의 눈에 경찰서에서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게 봐두었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저 여행용 캐리어는 왜 끌고 다니는 거니? 이민 가는 사람 같잖아.“

  ”이삿짐이에요.“

  ”....?“

  ”오늘 새벽에 집에 들어갔더니 룸메이트가 이사를 가고 집이 비어있더라고요. 오후 세 시까지 집안 비우라는 메시지만 남기고요.“

  “그러니까 집주인이 너 몰래 집을 팔고 사라졌다는 거네.“

  ”예. 반나절 만에 짐 정리해서 나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니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거니? 아니면 우연이니?“

  ”모르겠어요.“

  "구청에서 찾아가서 임대차 보호법에 의해....“

  ”그게 안 되는게... 주소지는 엄마 집으로 되어 있었어요. 제가 주장할 것은 아무도 없는 거죠.“

  ”그러면 계약 관계가 아니라 그냥 친천 언니네 집에 살던 것처럼 살던 사이였던 거야?“

  ”오 년 전에 일 하다가 만나서 언니, 동생 하며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그 집에서 산지는 만 이 년 넘었고요.“

  ”그러면 더 이해가 안 되네요. 어떻게 집이 팔린 것을 모를 수가 있어? 룸메이트가 이삿짐을 싸는 것도 몰랐다는 거야?“

  ”저도 이해가 안 되요. 더 묻지 마세요. 하.“

 

  현금이가 허탈해서 한숨까지 쉬자 대화가 잠시 끊겼다. 무진에게 얼추 그날 있었던 일을 다 말한 거 같았다.

 

  “다 듣고 보니 룸메 언니라는 사람을 찾는 것이 제일 급선무인 거 같은데,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친한 친구라든가 직장이라든가....”

  "없어요. 직장도 친구도 없는 사람이었죠. 아, 얼마 전에 언니가 H 방송사 극본공모에 당선 되었어요. "

  "이름이 뭐야? H 사 공모당선자라면 알아 볼 수 있는데.“

 

  무진은 ‘마당발 조’를 동원하면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물었다.

 

  "내가 쫓아가서 혼내주기라도 하겠냐?"

  "권재희라고 해요.“

 

  두 사람은 술집에서 나와서 거리에 섰다. 현금이는 여전히 옆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캐리어가 무진의 눈에 거슬렸다.

 

  "짐 들고 어디로 갈 껀데?"

  "찜질방은.... 안 되겠고 모텔이요. 그리고 내일부터 고시원에서 머물면서 다시 방 알아봐야죠.“

 

  무진과 현금은 술집 앞에서 조용히 헤어졌다.

 

  무진은 자신의 차에 올라서 마당발 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H 사의 공모에 당선 된 권재희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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