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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 8 장
작성일 : 19-09-17 20:4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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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 장.

 

  그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현금이가 그 때까지 인생에서 만나지 못했던 행운의 기회가 눈앞에 잡힐 듯 다가온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현금이는 그 날을 생각하면, 언젠가 ‘린의 날개’ 싸이트에서 읽은 행운이란 주인이 모르게 언제나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는 법‘이라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면서 현금이는 누구나 늘어 놓는 아주 뻔한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행운이나 불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눈 앞에 보인다면 사는 것이 얼마나 편리할까.‘

 

  그날 아침의 현금이와 재희의 일과는 다른 날과 전혀 다를 것이 없이 지나갔다. 현금이는 그 날도 콜센터에서 오전부터 원망과 분노가 폭발 직전인 고객들을 전화로 상대하느라 분주했다. 회사가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원래부터 모순이 있는 조건을 걸고 계약하게 만든 상황이었다. 이런 일에 해결책이 있을 리 없었다. 최소한 다른 회사 사정까지는 몰랐지만 현금이가 일하는 회사는 그랬다. 선임들이타 팀장은 안 그런 듯 어렵고 추상적인 말로 사실을 에둘러 갈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이란 아예 없었고,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다고 소비자에게 말을 하면 안 되었다. 그러니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었고, 현금이와 같은 상담사들의 존재 이유였다. 현금이는 이 년 째 이 일을 해왔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욕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파김치가 되도록 오전 내내 시달린 후, 현금이는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실에 도시락을 들고 들어갔다. 휴게실 문을 열자 짜장면과 피자 냄새가 한 꺼 번에 덮쳐왔고 현금이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상담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중국 음식이나 피자를 배달 시켜 먹곤 했는데, 현금이는 그렇게 매식으로 나가는 돈마저 아까워서 도시락을 먹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이 천원, 삼 천원 아낀 돈을 모아 현금이는 아이돌 음악 앨범을 사고,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비용에 보태 썼다. 식탁에 앉아 도시락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한심한 짓이라는 생각잉 들긴 했지만 ’음악‘과 ’환상‘에의 투자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세상에 아이돌 음악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아름답다고 선택한 음악이 아이돌 음악일 뿐이었다. 그리고 ’환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할 정도만 아니라면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어떤 버팀목이 될 수도 있었다. 현금이는 ’현실‘만을 믿는 사람보다는 현실을 벗어난 ’환상‘을 적당히 속에 품는 사람들을 더 좋아했다. 현금이는 식사를 끝마치고 양치까지 끝낸 다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오후 업무 시간이 반 쯤 지났을 때, 갑자기 팀장이 메신저를 보내 현금이를 자신의 자리로 불렀다.

 

  "다음 주부터 서현금씨는 교육선임으로 투입됩니다."

  "...."

 

  현금이는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말을 못 했다. 교육 선임이 되면 업무 시간의 절반만 고객 민원 전화를 받고, 나머지 네 시간은 신입상담사 교육과 문제 해결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더 편한 일을 하면서도 시급은 올라갔다. 그러니 상담사들 사이에서는 '꿀보직'으로 통했다.

 

  "싫으세요?"

  "아, 아뇨. 감사합니다."

 

  현금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헤드셋을 끼고 아무도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혼자 키득거렸다. 여전히 쌍욕을 날리는 고객들 전화가 오고 있었지만 현금이의 얼굴엔 승리자의 미소가 퍼져나갔다. ’이런 전화를 절 반만 받고도 월급은 올라간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콜센터 벽시계가 여섯시를 넘기자 상담사들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다른 상담사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퇴근을 했다. 반면 현금이는 여유 있는 얼굴로 콜센터를 빠져나갔다. 몸이 어찌나 가뿐한지 현금이는 하루 종일 일을 안 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때 낯선 전화번호가 현금이의 화면에 뜨면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일 차 면접에 통과하셨습니다. 내일 저희 회사, 대표님과 면접 가능하십니까?"

 

  남자의 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것은 상상력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날 벌어진 일, 현금이가 포토그래퍼 자격으로 서류 심사에 통과했다는 것은 상상의 영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상상력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인 지도 몰랐다. 현금이는 기대 못한 전화를 받아서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한 말투로 다음 날 저녁에 갈 수 있다고 말을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아쉬웠다. 합격만 보장된다면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콜센터 일은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아틀라스‘로 냉큼 달려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콜센터의 팀장의 제안도 아쉬웠다. 한 달만이라도 일찍 그런 제안을 해줬었으면 현금이는 한 달 동안만이라도 좀 더 쉽게 일을 했을 것이었고 어쩌면 콜센터를 조금은 사랑하게 되었을 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마음이 들떴고 뒤꿈치마저 바닥에 닿지 않고 걸을 정도였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보니, 최종 합격되어 '아틀라스'에서 일하는 것이 무슨 득실이 있는지 확실한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아틀라스' 일이 이 년이나 삼 년 동안 꾸준히 일 할 수 있는 자리라면 몰라도, 삼 개월 후에 그만 두어야 한다면 콜센터에서 쭉 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현금이는 다른 날처럼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재희가 마루에 나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모니터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밖에서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재희는 아는 척을 먼저 하지 않았다. 컴퓨터 옆엔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재희가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는 비싼 맥주가 있었고, 버터구이 오징어와 캐쉬너트도 있었다. 현금이는 재희가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렇게 비싼 안주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현금이는 갑자기 재희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기분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나야 언제가 기분이 좋지."

  "새로 단체주문이라도 들어온 거야?"

  "야, 넌 내가 빠순이 물건이나 팔 사람으로 보이냐?"

 

  재희는 목을 빳빳이 세우면서 말을 시작했다. 분명 현금이가 지금껏 알던 재희가 아니었다. 갑자기 말투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현금이는 낯선 사람을 자신의 집 마루에서 마주치는 기분이었다.

 

  "방송국 드라마 공모에 최종 당선 되었다고 아침에 연락 받았다. 벌써 가서 내 작품 읽고 반한 피디도 만나고 왔어. 곧 데뷔할 거야."

 

  현금이는 그제야 마루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이질감이 어디서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며칠 전부터 권재희가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아마도 최종심에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고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재희는 '나는 이제 너와 신분이 달라'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현금이도 그런 재희에게 따듯한 축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 난 몇 년 간 재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아는 현금이는 수상 소식을 들은 그 순간 만큼은 진심을 담아서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언니, 축하해. 정말 잘 됐다. 이게 얼마만이지? 십 년 만인가..."

 

  현금이는 비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재희가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금이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재희가 현금이의 인사를 고분고분 받을 리가 없었다.

 

  "십 년? 니가 내가 몇 년을 한 지 알아? 나 맘 잡고 쓴 거 삼 년이거든. 너 내가 잘 돼서 샘 나지? 지금 억지로 착한 척 하고 있는 거지?"

 

  재희가 빈 맥주캔을 손으로 으스러뜨리면서 현금이를 째려 봤다. 현금이는 분위기에 압도 당해, 멍청하게도 보스의 눈 밖에 난 조직원처럼 공손히 서있었다. 현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현금이는 방에 들어온 후, 한동안 어두운 자신의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인간이란 뭘까?'같은 평소에 하지 않던 철학적 질문이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룸메이트를 섭섭하게 한 것이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현금이는 자신이 권재희라면 좋은 일이 있는 날엔 섭섭한 마음은 제쳐두고 따듯한 마음으로 룸메이트와 인사를 주고 받을 것 같았다. 그러나 권재희가 당선되자 마자 한 첫 번째 행동은 ‘나는 너와 이제 격이 다른 사람이야’라는 선언과 선긋기였다. ‘이런 것이 인간일까?’

  현금이가 미처 말을 못 해서 그렇지 현금이 역시 그 날은 축하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좋은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그렇지만 그 날의 권재희에게 현금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현금이는 쓸쓸하고 슬퍼서 친구를 부르거나 혼자서라도 맥주집에 앉아 술을 마시고 싶어졌다. 하지만 당장 다음 날 있을 면접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분명 전화에서 대표와의 면접이 있다고 했었다. 어쩌면 포토북과 의류를 판 것에 대해서 회사 쪽에서 물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말고도 대답이 곤란한 질문은 많이 있었다. 현금이는 면접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불 위에서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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